YH 그룹의 깔끔한 반격에 하룻밤사이에 그룹의 주가는 폭등했다. 산하의 각 산업 역시 대단한 매출을 달성했다.체인점인 한 마트는 날이 밝기도 전에 고객이 입구에서 지키고 있었다. 주얼리 가게, 옷 가게, 부동산 역시 사람들로 꽉 찼다. 게다가 라이브 방송까지 재촉하는 고객들로 엄청난 트래픽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YH 그룹 산하의 기업이라면 무조건 응원했다.특히 전의 악플러들은 하마터면 지아의 얼굴을 망가뜨릴 뻔하고 또 도윤의 회사를 파산하게 만들 뻔한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YH 그룹 산하의 모든 체인점에 가서 쇼핑을 했다.도윤은 이씨 집안이 대단한 재벌이란 것을 알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얼마나 돈이 많은지는 잘 몰랐다. 오직 도윤만이 100개의 YH 그룹도 이씨 집안의 조상으로부터 축적된 재산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씨 집안은 전 세계 각 업종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것은 오직 이씨 가문 가주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날 주가가 얼마나 증발했는지, 또 어느 백화점이 얼마나 큰 손실을 입었는지, 도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돈을 잃어도 그는 상관없었으니 지금 돈을 버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도윤은 담담하게 휴대폰을 한쪽으로 던진 다음 지아의 곁을 지켰다. 도윤은 재산보다 지아가 더 중요했다. 도윤의 눈빛이 너무 뜨거웠던 탓에 지아는 잠에서 천천히 깨어났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부드럽고 다정한 눈빛의 도윤을 발견했다.“좋은 아침이야, 지아야.”도윤은 막 잠에서 깬 지아를 보고 귀여워 어쩔 줄 몰라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지아의 입술에 키스했다. 지아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그의 목을 감쌌다. 그리고 더욱 짙은 키스를 남겼다.그의 과거를 들은 후, 지아는 도윤이 너무 불쌍하다고 여겨졌다.비록 소계훈은 그녀의 친아버지가 아니었지만, 도윤에게서 그녀는 소계훈이 자신을 매우 사랑하고 또 자신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도윤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관심조차 없었다.그에
지아는 침묵을 지켰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미래에 관한 생각이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마치 절의 스님처럼 속세에 대한 욕망을 잃고 사랑도 미움도 없다고 느꼈다.도윤이 그녀에게 의학을 배우라고 말하자, 지아는 좋다고 했다. 사실 그녀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의학을 배우든 회사 경영을 배우든 다 괜찮았다.지아가 대답이 없어도 도윤은 오히려 화를 내지 않고 그녀의 귓볼을 만지며 진지하게 말했다.“지아야, 난 너와 달라. 과거든 미래든 내 마음속은 전부 너야.”옷을 입은 다음, 도윤은 지아의 미간에 키스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지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도윤을 배척하지 않았지만 그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곧 A시를 떠날 것이다. 지아도 이곳에 대해 별다른 미련은 없었다.그 후 며칠 동안 도윤은 매일 날이 밝기도 전에 외출을 하고, 저녁에는 꼭 제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와 지아와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도윤은 그녀와 함께 영화를 보기도 했다. 테이블 위의 꽃은 날마다 바뀌었지만 그는 지금까지 반지를 뺀 적이 없었다. 심지어 눈빛에는 여전히 그녀를 향한 애정이 넘쳐흘렀다.떠나기 하루 전, 도윤은 지아를 껴안고 물었다.“지아야, 더 하고 싶은 일은 없어? 이번에 출국하면 조만간 돌아오지 못할 텐데.”지아는 깔끔하게 대답했다.“없어.”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이것이 바로 전에 도윤이 원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오히려 불안했다. 그는 왜 이런 감정이 생기는 건지 몰랐다.도윤은 곧 마음을 가다듬고 묵묵히 모든 일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몇 년 후, 지아가 지금의 생활을 즐기기 시작하고 또 위험이 사라지면 우리 일가족은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 거야.’떠나는 날, 밖에는 또다시 큰 눈이 내렸다. 장씨 아주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녀는 지아와 작별인사를 했다. 지아는 미리 준비한 돈봉투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10여 시간의 긴 비행을 거쳐, 비행기는 마침내 무사히 공항에 착륙했다.지아는 안대를 벗고 기지개를 켜며 뻣뻣해진 손발을 움직였다.X국은 지구 다른 반구에 위치해 있어 기온은 A시와 정반대였다.A시는 지금 큰 눈이 흩날리고 있었지만, X국의 수도 S시는 날씨가 봄처럼 따뜻했다. 바닷바람은 맑기 그지없는 공기를 불어왔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지아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VIP 통로 입구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조지용이 일찌감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도련님, 고생하셨습니다.”그의 눈빛은 그제야 지아에게 떨어졌다. 조지용은 그녀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가씨,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지아는 중년 남자의 눈빛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지아는 타고난 직감으로 조지용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지아도 별로 나서고 싶지 않았기에 조지용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 뒤 먼저 자리를 떠났다.도윤은 불쾌한 눈빛으로 차갑게 남자를 바라보았다.“눈이 먼 거야? 차라리 장님으로 살지 그래?”조지용은 소름이 돋았다. 그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뒤에 있던 진봉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조 집사, 오기 전에 우리 형이 미리 말했잖아. 그런데 지금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야? 아가씨? 허.”“가자.” 진환은 진봉의 어깨를 두드리며 소란 피우지 말라고 했다. 조지용은 이씨 가문 큰 사모님의 사람이었다. 그녀가 지아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조지용이 이런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도윤은 재빨리 앞으로 걸어가서 지아의 손을 잡았다. 그는 낮은 소리로 설명했다.“전에 우린 비밀 결혼을 했기에 조 집사가 널 몰랐던 거야.”“이제 날 알았겠지.”지아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비 시어머니는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군.’도윤은 고개를 돌려 지아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능숙하게 음식을 주문했다. 조지
얼마 전에 막 깨어났을 때, 지아는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지아는 마치 길을 잃은 어린 양 같았고, 말투는 무척 억울했다. 그러나 지금, 지아는 자신감으로 넘쳐났다. 그녀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싫어해도 괜찮아, 어차피 앞으로 나와 같이 살 사람은 너니까.”말을 마치자마자 지아는 성큼성큼 레스토랑을 나섰다. 도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아이와 가족이 없는데도 이렇게 무사하다니.’비행기에서 잠을 충분히 잤기에 새로운 곳에 도착했는데도 지아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발걸음도 많이 가벼워졌다. 앞에서 소녀처럼 깡충깡충 뛰던 지아에게서 작년의 그런 의기소침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특산물을 파는 가게를 지날 때, 지아는 도윤에게 맛있는 특산물 좀 사오라고 지시했다.날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조지용은 불만이 있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지아가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지아는 자신이 전에 너무 오래 틀어박혀 있었기에 새로운 곳에 오니 이렇게 흥분하고 기뻐하는 것이라고 느꼈다.도윤이 특산물을 사고 있을 때, 지아는 몸을 돌려 다른 한 가게에 들어섰다. 그렇게 쇼핑한 물건을 가득 들고 계산하러 나왔을 때, 지아는 그만 한 사람과 부딪치고 말았다.손에 든 물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잠시 후, 온화하고 우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해요.”‘익숙한 목소리 같은데.’“괜찮아요.” 지아는 주우면서 대답했다.그러다 같은 과자를 주웠을 때,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고,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아야, 여기서 널 만날 줄은 몰랐어. 병은 다 나은 거니?”지아는 어찌된 일인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누구시죠?”‘병이라니, 나에게 언제 병이 생긴 거지?’지아가 더 묻기도 전에 한 예쁜 여자가 다가와 임건우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건우 선배 빨리요, 곧 탑승해야 하는데. 뭘 꾸물거리는 거예요?”임건우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너와 이야기할
이씨 가문은 S시 교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은 경치가 수려하고 환경 역시 아주 좋았는데 사방은 온통 여러 가지 식물로 뒤덮였다.얼마 전에 가랑비가 내려서 그런지 공기 중에는 비가 내린 후의 식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맑은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도시의 등불도 매우 특색이 있었다. 별처럼 생긴 등불이 높은 식물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그중에는 버섯, 호박 또는 각종 동물, 요정 모양의 등불도 적지 않았다.도시라기보다 또 다른 환상의 세계에 진입한 것 같았다.그들이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저녁 8시였다.이씨 가문은 수십 개의 작은 별장들로 가득할 정도로 아주 컸다. 하지만 밤에는 길가의 꽃가지가 잘 다듬어진 윤곽만이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 공기 중에는 짙은 꽃향기가 가득했다. 차가 지나가자 길가의 새들은 깜짝 놀라 날개짓을 했다. 메인 별장은 이 도시의 독특한 풍격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별장 주위는 등불이 환했다.지아는 멀리서 살펴보았다. 이 별장은 그들의 신혼집보다 수십 배는 더 컸고, 특히 정문은 마치 하늘나라로 통하는 것처럼 위엄과 신성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녀는 부드러운 카펫을 밟으며 도윤을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눈에 띄는 모든 인테리어는 눈부시게 화려했다. 지아는 마치 왕궁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시선이 닿는 곳곳에는 값비싼 그림, 진귀한 도자기 그리고 골동품이 널려 있었다. 가는 곳마다 웅장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다행히 지아도 재벌 집안 출신이었기에 그다지 흥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좀 불편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집이라기 보단 오히려 박물관 혹은 왕궁 같았지 사람이 사는 곳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윤의 표정은 아주 진지했다. 지아는 그가 자신을 데리고 집에 돌아온 것이 아니라 마치 곧 제사를 지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지아조차 영문도 모른 채 긴장하기 시작했다.오는 길에 그녀는 도윤의 어머니에 대해 거의 묻지 않았다. ‘오늘 두 사람이 만나면 도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지아는 호
지아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어차피 그녀도 도윤의 어머니에게 인사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면 바로 떠나면 됐다.그러나 심예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먼저 울렸다.“예지 이모, 도윤 오빠가 돌아온 거예요?”2층 모퉁이에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그녀는 바로 얼마 전 국내에서 만난 유진이었다.도윤은 유진의 목소리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유진은 재빨리 심예지의 곁으로 가서 다정하게 그녀의 팔을 안았다.“도윤 오빠, 이 2년 동안 난 줄곧 예지 이모와 함께 있었어요.”지아는 마침내 그때 유진이 큰소리칠 수 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전에 이것을 말하고 싶었나 보군.’유진의 비장의 카드가 바로 심예지였다. 이번에 심예지가 먼저 도윤을 만나자고 한 것도 아마 그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일이 이렇게 되다니.’그러나 지아는 질투나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추측하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공항에서 배불리 먹고 온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저녁 그녀는 또 굶을지도 모른다.그래서 지아도 유진과 싸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조용히 일이 마무리 되기만을 기다렸다. ‘설마 내가 도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로 날 공격하려는 건가?’지아는 생각에 잠겼다. ‘만약 내가 헤어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도윤의 어머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유진은 득의양양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심예지는 도윤을 재빨리 훑어본 다음, 지아를 조용히 살펴보았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그녀는 마침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밥 먹자, 음식 다 식겠어.”유진은 좀 서운했다. 그녀는 자신이 2년 동안 정성껏 심예지를 모셨으니, 지금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편에 설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오늘 심예지도 지아
지아가 무슨 뜻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심예지는 자리를 떠났다. 지아는 도윤을 향해 눈을 깜빡이며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네 어머니는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제대로 된 S시 요리 먹으러 가자.” 도윤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걸어갔다.심예지는 이미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눈빛은 도윤과 지아의 맞잡은 손에 떨어졌다. 그 순간, 그녀는 멈칫했다.유진은 그릇을 들고 올 때, 도윤이 지아를 위해 의자를 당기는 것을 보았다. 지아가 앉은 후에야 그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장 멀리 있는 애피타이저를 지아 앞에 놓았다.만약 도윤이 밖에서 일부러 보여주기 식으로 지아를 챙겨주는 것이라면, 이곳에서 굳이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두 사람이 원래 커플처럼 지냈다는 것이다.유진은 원래 도윤의 호감을 얻으려고 했는데 도윤이 지아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보면 그녀는 이씨 집안의 셰프와 별 차이가 없었다.그녀는 그릇을 내려놓고 억울한 표정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 씨, 난 정말 지아 씨가 부럽네. 도윤 오빠에게 시집갔는데도 자신을 손님으로 생각하다니.”유진은 지아를 비웃고 있었지만 지아는 화를 내지 않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어쩔 수 없네요. 전 태어날 때부터 이런 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하지만 유진 씨는 요리 솜씨가 뛰어나고 마음도 착하고, 게다가 고용인보다 요리를 더 잘하잖아요.”지금 지아가 자신이 공짜로 일하고 있다고 모욕하는 것을 보고, 유진은 더욱 불쌍한 척했다.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 오빠도 이제 나와 소지아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겠지. 난 착하고 부지런하고 부드럽고 다정하지만, 소지아는 그냥 게으른 여자일 뿐이잖아.’도윤은 턱을 높이 들더니 차갑게 말했다.“꺼져.”유진은 화가 나서 심예지를 쳐다보았다.“예지 이모, 도윤 오빠 좀.”그러나 심예지 역시 냉담하게 말했다.“밥도 다 되었으니 그만 돌아가 봐.”유진은 눈을
지아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비록 많은 음식을 시켰지만, 사실 다 먹지 않았고 그저 가볍게 맛보았다. 그러나 워낙 작은 위 때문에 지아도 많이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배가 불렀다.심예지는 어이가 없었다.“못 먹겠으면 먹지 마. 한 끼 낭비한다고 이씨 집안이 파산하는 거 아니니까. 설령 파산한다 하더라도 우리와 상관없어.”지아는 멍해졌다. 심예지는 그녀의 상상과 매우 달랐다.“죄송해요, 저는…….” 지아는 입을 오므리며 사실을 말하려 했지만 심예지는 그녀가 다 하지 못한 말을 이어서 말했다.“내가 너를 괴롭힐 것이라 생각하고, 저녁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까 봐 미리 밖에서 먹은 거잖아.”“네, 죄송해요.”“사과할 필요 없어, 난 확실히 널 괴롭히려고 했으니까.”지아는 어이가 없었다.‘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 많이 다르잖아.’이 말에 지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사실 나도 너 때문에 입맛 없을까 봐 미리 먹었어. 만약 배고프지 않으면 나와 함께 걸으면서 소화 좀 하지 그래.”심예지가 먼저 요청을 했기에 지아도 거절할 수 없어 얼른 입을 닦고 일어섰다.“네.”수많은 음식을 차린 큰 식탁에는 도윤 혼자만 남았다. 그는 심예지가 단독으로 지아와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 것을 보고 세 살 때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즉시 지아를 감쌌다.“왜, 내가 네 와이프 잡아먹을까 봐 걱정이야?”“어머니가 지아를 위층에서 밀어낼까 봐요.’“엄마한테 이렇게 말하는 아들이 어딨어? 이럴 줄 알았으면 널 다시 내 배 안으로 집어넣을 걸 그랬어.”“저도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요.”어릴 때부터 심예지가 도윤을 죽이려 했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예전에 확실히 잘못을 저질렀지, 인정해. 그때 엄마가 아팠으니까. 지금 난 이미 다 나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야.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너도 동행해도 돼.”지아는 이렇게 두 모자의 버림을 받았고 다시 앉아서 과일을 조금 먹었다.이때 고용인은 공손하게 그녀의 곁으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