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271 - 챕터 280

1375 챕터

제271화

이 목소리는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의 주의를 이끌었고 기자들은 잇달아 카메라를 스크린으로 돌렸다.화면 속 장면은 넓은 바다였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은 판다 모양의 인형복을 입고 있었다.목소리나 몸집, 그 어느 것 하나 드러내지 않았다.멀리 있는 진봉이 달려와 보고했다.“컴퓨터가 해킹당했습니다.”이도윤은 진환에게 눈빛을 주었고 다른 말할 필요가 없었다. 두 사람은 호흡이 잘 맞았다.백채원은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으니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도윤은 어두운 얼굴로 손을 뒤로 했다.‘보아하니 오늘 번거로운 일에 부딪친 거 같은데.’‘이 날을 택하여 손을 쓰다니, 정말 애를 썼군.’이 순간, 도윤의 머릿속에는 이미 여러 가지 해결책이 있었다.진환은 조용히 물러나 상대방의 위치를 추적하려 했다.그리고 도윤은 계속 시간을 끌었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스크린을 직시했다.“사람, 당신한테 있나?”현장에는 틀림없이 상대방이 그들과 연락할 수 있는 설비가 있을 것이다.마치 도윤의 사무실에 설치된 그 몇 개의 마이크로 카메라처럼, 비록 그는 바로 조사를 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눈치채고 숨어버렸다.도윤은 상대방이 꼬리를 드러내기를 기다렸는데, 뜻밖에도 자신의 약혼식에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무슨 일 생겼지? 설마 백채원이 납치된 건 아니겠지?’일시에 모든 사람들은 긴장하면서도 흥분해 했다. 이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다.인플루언서들조차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라이브를 하며 이 모든 것을 기록했다.그 판다는 매우 날뛰고 있었다.“어느 사람을 말하는 거죠?”‘어머!’‘이 사람은 갑부 약혼녀를 납치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납치했단 말인가?도윤의 그 담담한 얼굴에는 마침내 변화가 생겼고, 그의 머릿속에는 왠지 모르게 소지아의 약혼 축하한다는 말이 떠올랐다.오늘 아침, 도윤은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소지아라면 특별히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약혼 축하한다고 비꼬았을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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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백채원은 비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젖 먹던 힘까지 써가며 구조를 요청했다.“도윤 씨, 아빠, 살려줘요! 제발 나 구해요, 나 죽고 싶지 않아요.”그러나 소지아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녀는 아침을 먹지 않아 위가 슬슬 아프기 시작했고 이마에는 땀이 빽빽이 맺혔으며 바닷바람은 더욱 살을 에는 듯 차가웠다.지아는 백채원처럼 도움을 청할 힘이 없었고, 허리춤에 감긴 밧줄에 숨이 조여왔다.그녀는 애원하든 애원하지 않든 결과가 똑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윤은 1년 전에 백채원을 선택했으니 1년 후인 지금, 여전히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이번에 지아는 더 이상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고, 영원히 나타날 수 없는 결과를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희망이 없으면 실망도 없으니까.’지아가 의기소침해지며 자신이 어떻게 도망갈 수 있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주위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그리고 연회장의 화면이 나타났다.그 중 변진희의 울음소리가 유난히 뚜렷했다.“채원아, 지아야, 너희들 괜찮니?”지아는 조금의 파동도 없는 눈을 천천히 떴다. 비록 얼굴에 검은 천을 덮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열심히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백채원은 이 소리를 듣고 더욱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엄마, 살려주세요!”“채원아, 안심해. 네 아빠가 반드시 너를 구할 거야.”지아는 위가 매우 아팠고, 입술도 말라서 약간 갈라졌다. 그녀는 입술을 핥았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도윤의 선택보다 지아는 자신이 변진희의 선택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결국 변진희는 지아의 친어머니였다. 지아는 자신의 곰돌이 시계를 만졌고, 속으로 매우 불안했다.마치 성적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입시생들처럼 말할 수 없는 두근거림과 긴장을 느꼈다.비록 변진희는 지아를 버리고 떠났지만, 그래도 그녀는 백채원의 계모일 뿐이었다.‘친딸과 의붓딸 사이에서, 그래도 날 선택하겠지?’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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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만약 상대방이 돈을 원한다면, 이씨와 백씨 두 집안이 약혼으로 손을 잡은 이상,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바로 돈이었다.그래서 그들은 상대방이 돈보다 다른 중요한 것을 원할까 봐 두려웠다.백씨 집안 어르신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팔걸이에 올려놓은 마른 손등에 핏줄이 드러났다.백정일은 표정이 엄숙해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돈에 비해 이도윤의 신분이 절대 폭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설사 오늘 백채원을 잃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도윤의 비밀을 지켜야 했다.어르신은 백정일과 눈빛을 교환하더니 바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그들의 손녀, 딸 백채원이 바다 속으로 떨어질 위험에 처해 있어도, 그 비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두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아무것도 모르는 변진희만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말해봐, 얼른 말하라고. 도대체 뭘 원하는 거지? 돈을 얼마나 원하는데, 우리는 다 줄 수 있다고.”“백 부인의 눈물은 정말 사람을 감동시키는군요. 내 가슴까지 아프게 하다니.”그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비록 안타까운 말투였지만 사람의 귀에 떨어지니 말할 수 없이 음산했다.아니나 다를까 그 목소리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이렇게 슬픈 눈물이 과연 의붓딸을 위한 것인지 친딸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네요.”변진희는 코를 훌쩍거렸다.“그녀들은 모두 나의 딸인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허.”상대방은 가볍게 웃었다.“당연히 있죠. 비록 열 손가락 깨물면 다 아프지만 결국 다르잖아요.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단지 당신들과 폭탄 게임을 하고 싶어요.”“모두들 그런 영화를 본 적이 있겠죠? 폭탄 제거 전문가가 마지막 고비에 이르러 두 개의 선 중 하나를 끊는 상황에 부딪치는 것을. 하나는 희망이고, 다른 하나는…… 쿵하고 터지는 소리죠.”상대방은 일부러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흉내 냈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깜짝 놀랐다.“자, 그녀들은 지금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의 실로 묶여 있죠. 게임 규칙은 당신들이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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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변진희는 대형 스크린에 비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상대방은 일부러 고화질 화면에 그녀들의 모습을 가까이 보여주었다.그래서 사람들은 인질의 상태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백채원이 입은 드레스의 화려한 다이아몬드는 햇빛에 눈부신 빛을 반사했다.눈을 가린 검은 천은 이미 눈물에 흠뻑 젖었고, 눈물은 백채원이 오늘 아침 정성 들여 화장한 얼굴을 망가뜨렸다.그러나 이때의 백채원은 이미 자신이 창피한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살아남고 싶었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반면, 소지아는 백채원과 너무나도 달랐다.눈이 가려져 아무도 지아의 감정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줄곧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어떤 사람들은 지아가 이미 기절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다.그리고 지아 머리에 맺힌 땀방울을 본 사람도 있었다.그것은 이상하게도 눈물이 아니라 땀이었다.지아는 분명히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 피부색은 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하얬고 심지어 입술까지 이상할 정도로 하얗게 비쳤다.“이도윤 전처는 너무 냉정한 거 아니야? 생사의 고비에 이르렀는데 왜 당황하는 기색이 없지?”“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가?”“구조를 요청하는 것은 살고 싶은 희망이 있는 것이지. 그녀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으니, 자신이 포기될 그 사람이라고 이미 예상한 것 같은데. 아무리 반항해도 같은 결말인 이상, 왜 이런 무의미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려 하겠어?”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는데, 여태껏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이 전처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모두들의 추측에 줄곧 입을 열지 않던 지아가 천천히 말했다.“엄마, 나도 궁금해요. 나와 백채원 중 누구를 선택할 거예요?”이번에 지아는 변진희를 백 부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오랜만에 엄마라고 불렀다.다른 때였으면 변진희는 분명 기뻐서 어쩔 줄 몰랐을 것이다.지아는 조용히 말했다.“난 당신이 어릴 때부터 날 무시한 것을 탓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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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생사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소지아는 죽기 전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변진희를 보고 싶었다.지아는 자신이 요 몇 년 동안 헛되이 기다리지 않았고, 그녀들은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단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지아가 원하는 것은 변진희의 실제적인 모성애이지, 입으로만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지아는 눈이 가려져 있었기에 변진희의 표정을 보지 못했고 순간 초조하고 불안해졌다.그녀는 이미 백채원에게 한 번 졌으니 두 번 다시 지고 싶지 않았다.오랫동안 변진희의 대답을 얻지 못하자, 판다 인형은 짜증을 내며 재촉했다.“왜요, 친딸과 의붓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이토록 어렵단 말인가요?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당신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죠. 여봐라, 지금 당장 그 밧줄 두 개를 잘라버려.”“안 돼!” 변진희는 비명을 질렀다.“채원을 선택할게.”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나 잘못 들은 거 아니야? 뜻밖에도 의붓딸을 선택했다니?”“이 세상에 정말 자기 딸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가 있다니, 나도 참 신기한 일을 본 셈이네.”“너희 젊은이들이 뭘 안다고? 사람들은 항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법이지. 그녀가 백씨 집안으로 들어간 이상, 당연히 백씨 집안의 이익에 대해 고려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어떡하려고?”“자신의 앞날을 위해 친딸의 목숨을 희생하다니,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까?”“친엄마한테 포기당한 그 딸은 얼마나 괴로워할까?”비록 모두들 공감할 리가 없었지만, 현재 지아의 심정을 나름 헤아릴 수 있었다.줄곧 흘리지 않았던 눈물은 변진희가 내뱉은 말을 들은 순간, 바로 떨어졌다.“왜요…… 왜 난 영원히 포기된 사람일까요?”눈물은 가녀린 턱을 따라 뚝뚝 떨어졌다.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지아는 크게 떠들지도, 큰소리로 원망하지도 않았다.마치 너덜너덜해진 낡은 인형처럼, 지아는 살아남을 여지가 있었지만 가장 친근한 사람에게 마지막 목숨을 빼앗겼다.그 사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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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이 말이 나오자 모두들 순식간에 이도윤을 향해 바라보았다.백채원은 여전히 그곳에서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어르신의 목소리도 차갑게 들려왔다.“망설일 필요가 어딨다고. 얼른 채원을 선택하겠다고 말해라.”백정일은 이도윤의 어깨를 두드렸다.“이 일은 자네가 스스로 결정해. 누구를 선택하든 난 자네를 탓하지 않을 거야.”판다 인형은 모래시계를 하나 꺼냈다.“1분 동안 생각할 시간을 주겠어요. 만약 그때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내가 당신을 대신해서 선택할 거예요.”모래시계 속의 모래는 빠르게 내려갔고, 마치 지금 흘러가는 시간과 같았다.도윤은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백채원은 끊임없이 구조를 요청했지만 반대로 지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방금 변진희가 입을 열었을 때 지아는 적어도 몇 마디 했는데, 지금은 자신에게 할 말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도윤의 눈앞에는 1년 전의 겨울이 떠올랐다. 그날 밤,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려왔다.지아와 백채원은 동시에 바다에 떨어졌는데, 도윤은 즉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희생한 전림을 떠올렸다.백채원의 뱃속에는 심지어 전림의 아이가 있었다.게다가 진환도 따라서 뛰어내렸기에 도윤은 지아가 무사할 것이라 확신하며 즉시 백채원을 구하러 갔다.그러나 도윤은 지아의 발이 그물에 걸릴 줄 몰랐고, 구조 받을 가장 좋은 시기를 놓쳐 조산을 초래할 줄은 더욱 몰랐다.이것들은 모두 그가 보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도윤은 지금까지 지아에게 한 마디라도 설명한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지아뿐이란 것을.그러나 오늘의 상황은 그때와 달랐고, 이 세상에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없었다. 두 눈을 감으면, 도윤은 여전히 피가 멈추지 않는 전림이 자신을 보고 웃으며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울, 울지 마. 대장은…… 죽을 수 없어. 난 널 대신해서 죽는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해.”“내…… 내 아내와 아이는 너에게 부탁할게.”말을 마치자 전림은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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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아무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소지아도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리둥절했다.이도윤은 전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판다 인형도 도윤이 이렇게 대답할 줄은 몰랐는데, 이는 그녀의 모든 계획을 완전히 망쳤다.이때, 도윤의 손에는 칼이 나타났고, 그는 침착하게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난 당신이 그녀들을 잡은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어. 만약 오늘 굳이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 약혼식을 장식하려 한다면, 나는 이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 그녀들을 풀어줘, 내가 죽을 테니까.”“이 자식이, 너 미친 거 아니야!” 어르신은 노발대발했다.“얼른 그를 막아!”도윤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들을 막아.”진봉 진환 뿐만 아니라 도윤의 다른 네 비서들도 군중 속에서 걸어 나와 어르신의 사람을 가로막았다.여섯 사람은 도윤을 가운데로 감쌌고 도윤은 칼을 들어 자신의 가슴에 겨누었다.“도윤 씨,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하지 마요!” 백채원은 당황했다.“소지아를 죽이면 되잖아요! 그녀는 죽어야 할 사람이니까요.”판다 인형의 목소리는 좀 변했다.“거짓말 하지 마요. 내가 당신의 이런 연기에 속아넘어갈 것 같아요?”“그래?”도윤은 차갑게 웃으며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그 동작은 깔끔해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구경꾼들은 모두 가슴에 통증이 전해온 것을 느꼈다. 도윤은 오늘 검은색 예복을 입었는데 평소에 출근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피가 하얀 셔츠에서 조금씩 번져 나왔지만, 도윤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이러면 되겠지? 그녀들을 풀어주면 난 바로 자살할 거야.”지아의 머릿속은 마치 현장의 그 시끄러운 소리처럼 혼란에 빠졌다.‘이도윤은 정말 자살하려고 하는 것 같아.’그 평온한 심장은 그의 이 행동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졌고, 지아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왜?”이것은 지아가 잡힌 이래 도윤에게 한 첫 마디였다.“이미 날 포기했는데, 지금은 왜 또 날 구하는 거지?”비록 지아는 지금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도윤은 여전히 입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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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귓가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지만 소지아는 변진희와 이도윤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분별해낼 수 있었다.지아는 아주 웃기다고 느꼈다. 자신의 가족은 그녀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그녀를 뼈에 사무칠 정도로 미워하는 남자는 오히려 그녀의 목숨을 살려주고 있었다.이런 가족에게 지아는 또 무엇을 바라겠는가?전에 지아는 항상 집 앞에 앉아 변진희가 떠난 그 길을 바라보았는데, 도윤과 냉전하는 동안 그녀도 줄곧 그래왔다.식은 음식을 데운 다음 또 문 앞 계단에 앉아 기다렸다.그리고 정원의 화초가 봄부터 여름까지, 가을부터 눈 덮인 겨울까지 버티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러나 지아는 결국 그들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했다.그녀의 일생은 마치 장난과도 같았다.지아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백 부인, 나는 다음 생에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 설령 정말 다음 생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단지 평생 당신과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라네요!”“지아야, 엄마도 어쩔 수 없었어. 정말이야…….”변진희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도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백정일을 너무 사랑했고, 백정일이 외동딸을 잃게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를 사랑했다.변진희는 전에 유산한 후에 임신을 할 수 없었는데, 만약 백채원이 죽는다면 백씨 집안은 대가 끊긴 거와 다름이 없었다.그러니 무슨 일이 생기든 변진희는 백채원을 구할 것이다.자신의 아이를 희생하더라도지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이도윤, 나도 이런 나날이 지긋지긋해. 네가 나에게 빚진 것은 네 목숨으로 갚을 수 있는 게 아니야.”그녀는 웃음을 지었다.“기억해, 그녀가 나를 죽였단 것을! 내가 죽은 후에 넌 그녀를 찾아가서 복수해.”도윤은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예감했다.“지아야, 무엇을 하려는 거지? 바보 같은 짓 하지마.”눈을 감은 지아는 바닷물이 배를 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멀리서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한두 번 들렸다.‘자유의 기분이구나.’카메라가 찍히지 않은 곳에서, 지아는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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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왜 그녀를 건드린 거야!”바다에 떨어지기 전, 소란스러운 바닷바람 속에서 소지아는 한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누구일까?’‘지금 날 가리키는 건가?’지아는 줄곧 그 칼날을 꽉 쥐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바다에 들어가자마자 지아는 손과 발을 묶고 있던 밧줄을 가볍게 풀었다.오늘 일을 통해 그녀도 똑똑히 알아냈다. ‘주모자는 틀림없이 여자일 거야. 게다가 이 여자는 이도윤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고.’백채원도 그저 미끼에 불과했다. 주모자가 진정으로 상대하고 싶은 사람은 확실히 지아였고, 그녀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들려고 했다.지아는 머리를 쥐어짜도 자신이 어떻게 이런 사람을 건드렸는지 몰랐다.소씨 집안이 망한 것은 그 사람의 짓이었으니 지아는 달갑지 않았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살아남아야 해. 설령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이 더러운 인간 세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해.’지아는 그 사람을 지옥으로 끌고 가서 그녀에게 고통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지아는 수영을 잘했는데, 전에 그녀는 아이를 잃어버린 고통에 빠져 줄곧 악몽 속에서 지냈다.해변에 접근할 때마다 지아는 한 아이의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다고 느꼈다.그래서 지아는 저항을 포기하고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그 아이와 더 가까워지려 했다.그러나 오늘, 지아는 자신을 가둔 철장을 직접 부수고 그 안을 뚫고 나왔다.그녀는 자신의 눈을 가린 검은 천을 잡아당겼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는 빛이 밀려들었다.지아는 머리 위의 푸른 물결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반대 방향으로 헤엄쳐 갔다.이곳에는 해변에 좌초된 폐선들이 많아 지아는 이미 목표를 찾았다.수면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아마도 날 죽이러 왔을 거야.’지아는 이미 어두운 곳에 도착했는데, 그녀는 그 사람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움직이는 폭이 작기만 하면 그 사람은 지아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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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소지아는 주모자의 살의를 느꼈다. 그 사람은 촉이 좋았으니 그녀는 스스로 숨어야 했다.다행히 이 배는 너덜너덜하지만 꽤 컸다.그 사람들은 일손이 부족했기에 자세히 수색할 리가 없었다.지아는 재빨리 선실을 향해 달려갔다.배가 약간 침몰했기 때문에 절반은 바다 위에 있었고 절반은 물속에 잠겨 있었다.그리고 배 안의 바닷물은 깨끗하지 않았고, 심지어 매우 고약한 냄새까지 풍겼다.지아는 오늘 그 누구도 자신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스스로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앞길이 아무리 위험하고 더러워도 지아는 이미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그녀는 비린내가 나는 물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아니나 다를까, 곧 배에서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지아는 코를 움켜쥐고 아래로 가라앉더니 바닷물이 그녀의 몸을 잠기게 내버려 두었다.그녀는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물에 들어가지 않는 한 절대 지아를 발견할 수 없었다.이때 누군가가 부랴부랴 내려왔고, 지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상대방은 물 속으로 내려오지 않겠지?’그 사람은 손전등으로 수면을 비추었는데, 물밑이 흐릿하여 일부 오래된 물건의 윤곽만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그 빛을 빌어 지아는 자신과 멀지 않은 곳에 시체 한 구가 있는 것을 보았다.그 시체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고, 몸은 만두처럼 부풀어 올랐으며 이미 생김새가 잘 보이지 않았다.오직 물속에 흩어져 있는 긴 머리를 통해 지아는 그것이 여자의 시체란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지난번에 시체와 이렇게 마주한 건 간소연의 죽음을 조사했을 때였다.이 시체는 간소연보다 더욱 끔찍했고, 얼굴은 이미 물고기에게 갉아먹었다.이때 물고기 한 마리가 그녀의 눈동자에서 헤엄쳐 나와 지아의 옆으로 헤엄쳐 나왔다.지아는 자신의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억누르고 소리 내지 못하게 꾹 참았다!이런 곳은 아무도 오지 않았기에 시체를 버리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지아는 방금 다급하게 숨느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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