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1375 챕터

제251화

이도윤의 이 말은 소지아가 하고자 하는 말이었다. 그는 소지아가 변진희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기대를 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리워라던 사람이 귀국하자마자 그녀를 이렇게 대하다니, 소지아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지 이도윤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변진희는 몰랐다.그녀는 소계훈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딸에 대해서도 매우 무관심했다.설사 백채원이 자신을 존경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특히 백정일이 없으면, 백채원은 암암리에 변진희를 몰래 괴롭힌 횟수가 적지 않았다.그러나 사람의 천성은 또 이러했다. 보통 가장 부드러운 면을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고, 몹시 욱하고 나쁜 면은 가족에게 남김없이 드러냈다.변진희가 백채원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것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마치 습관적으로 소지아를 무시하고 무관심하고 개의치 않으며, 심지어 마음대로 버리는 것과 같았다.이도윤의 말에 변진희는 결코 반성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봐주지 않고 말했다.“나는 단지 지금 네가 채원과 약혼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야. 너와 지아는 이미 끝났어. 지아야, 엄마가 너에게 부탁할게. 도윤을 멀리하고 채원의 가정을 파괴하지 말자, 응?”소지아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가까스로 불태운 생존 희망도 변진희에 의해 조금씩 사라졌다.“백 부인, 내가 무엇을 하든 다 잘못인 거죠?”“네가 정말 눈치가 있다면, 그의 회사에 남아 채원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거야.”소지아는 그 냉담한 얼굴을 보면서 어릴 때 자신이 매번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본 다음, 만족스러운 답안지를 변진희에게 보여줬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의 그녀도 바로 이런 표정이었다.무관심.“알았어, 손 씻고 밥 먹어. 오후에 혼자 집에서 피아노 수업 받고, 난 미용실에 다녀올 거야.”자신이 기대했던 칭찬은 한 마디도 없었고, 소지아는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분명히 반 친구들은 모든 부모님들이 성적이 좋고 우수한 아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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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소지아는 눈을 들어 자신의 앞에 훤칠한 몸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이도윤은 변진희의 손을 잡았다.만약 전에 여전히 어른이라고 봐줬다면, 지금 이도윤의 눈에는 압박과 차가운 기운이 용솟음치고 있었다.“지금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변진희는 응석받이로 자라서 손목이 이도윤에게 쥐어지니까 무척 아팠다. 아파서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이도윤, 나는 너를 돕고 있는데, 너는 또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도와준다고요?” 이도윤은 냉소하면서 손을 놓지 않고 은근히 힘을 더했다.“난 내 일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알겠어요?”변진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알았어, 일단 손부터 놔.”“당신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잘 보세요. 그녀야말로 당신의 딸이라고요!”이도윤은 말하면서 손을 뿌리쳤다.변진희의 얼굴에는 두 줄기의 눈물자국이 생겼는데, 이도윤에게 잡혀 아파서 운 것이었다.변진희는 소지아를 바라보는 표정이 더욱 흉악하여 이도윤이 가져다준 고통을 소지아에게 더해주었다.“봐, 다 네가 한 짓이야. 네가 채원처럼 말을 잘 들었다면 나도 안심할 수 있었을 텐데.”소지아는 자신의 위를 안고 화가 나서 피가 솟구쳤다.“당신이 떠난 지 십여 년이 되었는데, 나에게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변진희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화를 냈다.“넌 결국 내 딸이야. 난 밤낮으로 너를 걱정하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이렇게 매정한 말을 할 수 있니? 소계훈이 어떻게 너를 가르쳤는지 모르겠…….”이번에 그녀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소지아는 탁자 위에 방금 데운 찻잔을 들었고, 잔에는 아직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소지아는 오히려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 당장이라도 던지고 싶었지만, 변진희의 얼굴을 마주하니 그녀는 또 망설였다.“내가 경고하는데, 다시는 우리 아빠 언급하지 마요,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요!”변진희도 소지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너,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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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변진희는 이 말을 듣고서야 표정이 많이 누그러졌다.“내가 말했잖아. 틀림없이 이 계집애가 너를 귀찮게 하고 매달린 거라고. 지아 너도 들었지. 지금 가서 물건을 정리하고 엄마와 집에 가자.”변진희는 손을 뻗어 소지아의 손을 잡았다.“엄마는 방금 좀 흥분했어. 그러니 그 말들 마음에 두지 마. 나도 너를 위해서야. 이혼한 이상 깨끗하게 정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모두에게 민폐라고…….”소지아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이 말이 맞네요. 이혼하면 깨끗하게 정리해야죠. 설령 전 남편이 곧 병으로 죽어도 볼 필요가 없겠죠.”변진희는 멍해졌다. 말하자면 그녀는 귀국한 후에 확실히 소계훈을 보러 가지 않았다.“너 지금 나 탓하는 거야? 내가 돌아왔을 때 너의 아버지는 ICU에 있었다고.”그녀의 설명에 소지아는 더욱 웃음이 나왔다.“변 여사님, 나는 정말 당신에게 도대체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하네요. 그때 변씨 집안은 파산위기에 처해있었고, 우리 아빠가 나서서 도왔죠. 당신이 그에게 시집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아빠는 당신을 기다렸지만, 당신은 시집와서도 달갑지 않았죠. 그리고 이 혼인을 수치로 여겼고요. 그러나 우리 아빠는 무슨 잘못이 있죠? 당신은 애인이 돌아오자마자 바로 떠났고, 우리 아빠는 지금까지 장가들지 않았어요. 이 세상에서 당신은 누구든 원망할 수 있지만, 우리 아빠를 원망할 자격이 없어요.”소지아의 말에 변진희는 얼굴이 빨개졌다. 소지아는 지금 자신을 은혜 모르는 사람이라고 욕하고 있었다.말이 끝나자 소지아는 이도윤을 쳐다보았다.“난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이유로 날 해고하는 거지?”이도윤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회사에 온 지 며칠 만에 적지 않은 일을 일으켜 회사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었으니까. 우리 회사는 너 같은 직원 따윈 필요 없어. 인사팀으로 하여금 계약의 3배에 따라 너에게 배상하라고 할 테니까, 지금 내려가서 돈 받아.”소지아는 이가 근질근질할 정도로 이도윤이 미웠다. 하필 자신이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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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소지아가 물건을 안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는데, 맞은편에서 늠름한 자태의 한 여자가 걸어왔다. 바로 B팀 팀장이었다.손승옥은 두 손을 가슴에 안고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뭐랬어. 남자를 의지하고 올라오면 오래가지 못한다니깐.”인간의 추악함은 바로 전에 모르던 사람이 단지 몇 마디의 루머로 다른 사람에게 가장 큰 악의를 품을 수 있단 것이다.바로 손승옥처럼, 소지아가 그녀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얻었기 때문에, 손송옥은 소지아를 향해 침을 뱉을 수 있었다.소지아는 한창 화가 났기에 몸을 곧게 펴고 받아쳤다.“화장실에 가서 똥이라도 먹은 거예요? 말이 왜 이렇게 더러워요.”“뭐라고?” 손승옥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소지아는 차갑게 그녀의 시선을 맞이했다.“남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당신만 이렇게 찾아와서 욕을 먹으려 하고 있잖아요. 우리 아는 사이에요? 왜 자꾸 달려와서 사람 성질 건드리는 거죠? 이번에 잘 들었어요? 안 들려요? 안 들리면, 당신이 죽을 때 내가 사람 시켜 당신 묘비에 이 말을 새길게요.”손승옥도 어쨌든 팀장이었기에, 여태껏 남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녀의 안색은 바로 변했다.소지아는 상대하기 귀찮아서 직접 손승옥을 부딪치더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빌딩을 나서자 날씨조차 좋지 않았고, 구름 한 점 없는 좋은 날씨였지만, 지금은 비가 내렸다.소지아는 구름 속으로 우뚝 솟은 그 건물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이도윤이 꼭대기 층의 창문 앞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높이에서 소지아는 이도윤의 그림자조차도 볼 수 없었다.마치 두 사람은 하늘과 땅인 것처럼, 처음부터 그들은 어울리지 않았다.소지아는 입가를 구부렸다.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번거로움과 문제를 모두 혼인에 맡겼기 때문이다.그리고 혼인은 자질구레한 문제들로 가득 찼다.소지아는 홀로 여길 왔으니 깔끔하게 떠났다.요 며칠 소지아의 생활은 조용해졌고, 매일 그녀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소계훈의 곁에 머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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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소지아와 채의사는 시간을 정했고, 이번 금요일에 수술을 하기로 했다.하늘에서 내려오는 가랑비를 보면서 소지아는 우산을 쓰고 김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김민아의 목소리는 무기력하게 들렸고, 연결되자마자 불평하기 시작했다.“귀찮아 죽겠어. 두 밤을 지새웠는데, 새로 온 사장은 정신이 나갔는지 아주 일중독이야.”소지아는 입술을 가리고 웃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장이 멋있다고 말한 거 기억하는데.”“잘생기면 또 뭐가 어때서? 내 남자친구도 아닌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직장을 바꾸지 말았어야 했어. 전의 회사에서 매일 노는 것도 나쁠 게 없었지.”김민아는 전 남친과 헤어진 후, 전 남친이 그녀의 원래 회사에 가서 매일 애원을 했고, 김민아는 화가 나서 바로 사직하였다.김민아는 예전처럼 남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아 이도윤의 초청을 거절하고 업계에서 매우 소문난 부동산 회사로 갔다.비록 그 후 매일 김민아는 사장님을 직원들의 뼈다귀까지 갉아먹는 사람이라 욕했지만.“참, 민아야, 너 금요일에 시간 있어?”“아니, 사장님이 나더러 B시로 같이 출장 가자고 했는데, 왜?”소지아는 김민아가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겉으로는 사장님을 욕하고 있지만, 사실 김민아는 출세하길 원했다.지금이 바로 그녀의 업무 상승기이니, 김민아도 당연히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소지아는 할 말을 삼켰다.“아무것도 아니야. 너와 밥을 먹고 싶어서. 그럼 다음에 먹자.”“좋아, 아직 시간이 많잖아. 지아야, 내가 B시의 특산물 사다줄게.”김민아는 몇 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고, 또 방안을 고쳐야 했다.소지아는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비가 자욱한 화면을 보며 소지아는 손을 뻗어 빗방울이 손바닥에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시원한 물기는 소지아로 하여금 비로소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게 했다.소지아는 마치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처럼 두 무릎을 안고 나무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를 보고 있었다.망망한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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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주원은 소지아의 눈에 비친 실망을 보지 못한 듯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지나갈 때 누나를 보았는데, 길을 잃은 거예요, 아니면 발을 삐었던 거예요?”소지아는 주원의 부축을 거절하고 스스로 일어나 하는 수없이 웃었다.“방금 약간 넋을 잃고 무슨 일을 생각하느라 어느새 여기에 멈추었어.”“요 근처가 우리 집인데, 개의치 않는다면 하루를 보러 갈 수 있어요. 하루는 줄곧 누나가 보고 싶었거든요.”소지아는 이 이유를 거절할 수 없었다.따뜻한 차 안과 밖은 선명한 대조를 이뤘고 주원은 아직 개봉하지 않은 밀크티 한 잔을 건넸다.“집에 가서 마시려고 했는데, 누나 몸 좀 녹여요.”소지아는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았다. 대추차였다.“고마워.”“뭐가 고마운 거예요?” 주원은 웃으며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고개를 돌렸다.소지아는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이 대추차는 원래 주원이 그녀에게 사준 것이고, 그가 자신을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었다.그러나 소년의 얼굴은 깨끗해서 이상한 생각이 조금도 없는 것 같았다.소지아는 자신의 그런 이상한 환상을 지웠다.“누나, 왜 날 그렇게 봐요?”소지아는 따뜻한 대추차를 안고 한 모금 들이켰다.“나는 단지 감탄하고 있을 뿐이야. 그때의 꼬마가 이렇게 컸다니.”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앳된 기운과 젖살이 없었고, 팽팽한 턱선은 유창하며, 은근히 날카로운 기운이 배어 있지만, 수염은 조금도 없었다.주원이 핸들을 잡을 때, 손목시계가 반짝이고 있었다.‘신기해.’소년의 풋풋함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인의 진중함도 뒤섞여 있다니, 이 두 가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풍격은 뜻밖에도 그의 몸에서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다.주원은 차를 길가에 세우고 입가를 구부렸다.“누나, 잠깐만 기다려요.”말하면서 그는 큰비 속으로 뛰어들었고, 10분 후에 돌아왔는데, 손에는 큰 가방과 작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신선한 과일이 좀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복도 한 벌 있었다.주원은 가방을 소지아의 품에 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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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소지아는 사람의 마음이 정말 간단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도윤과 변진희에게서 상처를 받았지만, 주원이 만든 맛있는 음식에 그녀는 바로 치유되었다.사랑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따뜻함에 쉽게 감동을 받는다.주원은 결국 소지아의 근심을 알아차리고 물었다.“누나, 무슨 불쾌한 일이라도 있어요?”“내가 수술을 해야 하는데, 지금 아무도 나에게 사인해줄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거든. 나 참 못났지?”소지아가 가볍게 말을 할 때, 주원의 눈밑에는 애틋한 빛이 흘렀다.“누나, 사람마다 실패에 대한 정의가 달라요. 내가 보기에 누나는 가장 좋은 누나예요. 실패하지 않았다고요. 불행한 결혼은 기껏해야 인생에서 저지른 잘못일 뿐이죠.”“그런데 인생이 무척 길었으니 누구도 신이 아니었기에, 미래를 알 수 없었고, 실수를 범하는 것도 정상이죠.”소지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일에 대해 아는 거야?”“지난번 배에서 나는 이 대표님이 안고 있던 사람이 누나라는 것을 발견했어요. 병원에 있던 날, 사실 나도 어렴풋이 말다툼하는 내용을 들었고요. 미안해요. 나는 고의로 엿들은 게 아니에요.”소지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어쩐지 밥을 사러 그렇게 오래 갔더라니.’“괜찮아, 다 사실인걸.”주원은 디저트를 소지아 앞으로 밀었다.“누나, 만약 개의치 않는다면, 내가 대신해서 사인할 수 있어요. 무슨 수술을 하는 거예요?”“위 절제 수술.”주원의 평온한 얼굴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누나, 설마…….”“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야.”“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누나는 이렇게 젊은데, 어떻게 이런 불치병에 걸릴 수 있죠?”주원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 소지아는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만졌다.“괜찮아, 주원아, 난 준비가 다 됐거든. 하물며 상황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아. 나는 약물치료를 한 번 받은 적이 있고, 그 효과도 아주 좋거든.”소년의 얼굴은 백지장 같았고 희로애락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뽀얀 얼굴에는 걱정으로 가득 찼고 눈시울은 다소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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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이도윤은 조용히 소지아를 주시했다. 요 며칠간 그녀는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기껏해야 며칠 전에 병원에 있는 시간이 매우 길었다. 소계훈의 몸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으니 소지아가 효도를 다하려는 것도 정상이었다.요 며칠 소지아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 외에 다른 곳에 가지 않았고, 김민아도 오지 않았다.소지아는 베이지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미풍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스치고 있었고, 벚꽃이 그녀의 주위에서 춤추며 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날 떠나면, 그녀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군.’소지아는 멀리서 이도윤과 눈을 마주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후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떠났다.이도윤은 마음이 심하게 답답했다. 분명히 이미 결정을 내렸고, 분명히 백채원에게 약속을 했지만 그는 또 한번 소지아를 위해 자신의 약속을 어겼다.소지아가 가려는 것을 보고 이도윤은 앞으로 가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소지아는 담담하게 그를 보며 경고했다.“이 대표님.”이도윤은 여전히 양복 차림이었지만 넥타이가 약간 비뚤어졌고 지난날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머리카락도 좀 늘어졌다.‘그답지 않은데.’내일이면 약혼식인데, 이치대로라면 이도윤은 엄청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왜 쓸쓸한 느낌을 주는 것일까?이도윤은 침을 삼켰다.“좀 불안해서.”이도윤은 자신이 소지아를 찾아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런 불안한 느낌은 이미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어.” 소지아는 눈을 깜박거리며 담담하게 이도윤을 바라보았다.날은 어두워지자 머리 위의 가로등이 살며시 켜졌다.이도윤의 커다란 그림자는 가로등의 빛에 휩싸였고 얼굴에도 예전의 냉정함이 없어졌다.“너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이도윤은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몰랐다. 지난번에 이렇게 불안한 느낌을 받았을 때는 2년 전 소지아가 바다에 떨어지기 직전이었다.이도윤은 자꾸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소지아는 고개를 들어 이도윤의 눈을 마주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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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변진희이었다. 전에 소지아는 밤낮으로 그녀가 그리웠지만, 지금은 한 번만 더 봐도 마음이 아팠다.‘이도윤이 약혼을 했는데, 왜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다 찾아왔지.’“지아야, 5분만.”“5초도 주고 싶지 않아요.” 소지아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마침 이웃이 문을 열고 나오려 하자, 소지아는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싶지 않아 먼저 문을 열었고 변진희는 그녀를 따라 들어왔다.이것은 변진희가 귀국한 후 처음으로 소지아의 거처에 온 것이다.만약 전의 소지아였다면 매우 열정적으로 변진희를 접대했을 것이다. 오늘의 소지아는 냉담하게 신발을 바꾸고 자신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받아 목을 축였다.“말해요.”변진희는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이 아파트는 크지 않아 한눈에 다 볼 수 있었다.“지아야, 나는 채원이 특별히 소씨 집안 본가를 사서 너에게 주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넌 어째서 이사를 가지 않는 거야? 여기가 이렇게 작은데 어떻게 살 수 있겠니?”소지아는 물컵을 내려놓았다. 이 말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그녀는 어디서부터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하긴,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금이야 옥이야 하며 자란 아가씨였죠. 별장에서 살았고, 입은 것도 명품, 차도 고급차였으니 당신 눈에는 이런 작은 아파트가 아마 거지들이 사는 곳이겠죠. 당신은 내가 아니었으니 어떻게 내가 무엇을 겪었는지 알 수 있겠어요?”변진희는 얼른 다가와 소지아의 손을 잡았다.“디아야, 소씨 집안은 비록 최고의 명문 집안은 아니지만, 너도 부족함 없이 자랐잖아. 엄마는 소씨 집안이 파산할 줄 몰랐어. 만약 진작 알았다면, 너를 내 곁으로 데려왔을 거야.”소지아는 재빨리 손을 빼냈다. 그녀는 변진희처럼 종래로 고생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입이 닿도록 설명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능청스럽게 굴지 말고 말해요, 오늘 또 뭐 하러 왔어요? 백채원과 관계가 있는 거 아니에요?”말하자면 참 슬펐다. 자신의 어머니가 매번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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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소지아는 백정일이 도대체 변진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몰랐다. 분명히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인데, 어째서 아직도 이렇게 순진한 것일까?“내가 왜 그들을 축복해야 하죠? 백채원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나는 그녀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축복해야 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엄마도 너희들의 이야기를 좀 들었어. 지아야, 너의 그 아이는 사고였어. 채원도 바다에 빠졌고, 하마터면 너와 같은 일을 당할 뻔했지. 다만 그녀는 행운스럽게 아이를 낳았을 뿐이야. 너는 그녀를 탓할 수 없어.”소지아는 백채원이 또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흑백을 전도하고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가장 슬픈 것은 백채원이 무슨 말을 하든 변진희는 믿었고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러 왔다는 것이다.“백 부인, 지금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지 아세요? 내가 비행기표를 끊어줄 테니까 얼른 가서 그 아이들이나 잘 챙겨줘요.”“지아야, 나는 진심으로 널 그들의 약혼식으로 초대하고 있는데, 너 이게 무슨 태도니? 오늘에 이르러 또 놓을 수 없는 게 뭐가 있다고. 너는 좀 얌전하게 엄마를 안심시키는 딸이 될 수 없니?”변진희의 매 한 마디 말은 소지아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가장 슬픈 것은 변진희가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르고 오히려 반복적으로 자신의 상처에 톱질을 하여 자신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백채원, 이번엔 네가 철저히 이긴 셈이군.’남자를 이겼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조차도 완전히 설득했다니.소지아는 더 이상 설명하려 하지 않고 가볍게 한마디 물었다.“한가지 질문에 대답해요. 만약 나와 백채원이 동시에 위험한 상황에 빠져 단 한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선택할 거예요?”“당연히 너지. 넌 내 딸이잖아. 엄마가 한 모든 것은 다 널 위한 거야.”변진희는 한숨을 쉬었다.“엄마의 말이 듣기 거북할 수도 있지만, 난 확실히 네가 더 행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야. 너는 엄마가 낳은 아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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