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변진희이었다. 전에 소지아는 밤낮으로 그녀가 그리웠지만, 지금은 한 번만 더 봐도 마음이 아팠다.‘이도윤이 약혼을 했는데, 왜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다 찾아왔지.’“지아야, 5분만.”“5초도 주고 싶지 않아요.” 소지아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마침 이웃이 문을 열고 나오려 하자, 소지아는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싶지 않아 먼저 문을 열었고 변진희는 그녀를 따라 들어왔다.이것은 변진희가 귀국한 후 처음으로 소지아의 거처에 온 것이다.만약 전의 소지아였다면 매우 열정적으로 변진희를 접대했을 것이다. 오늘의 소지아는 냉담하게 신발을 바꾸고 자신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받아 목을 축였다.“말해요.”변진희는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이 아파트는 크지 않아 한눈에 다 볼 수 있었다.“지아야, 나는 채원이 특별히 소씨 집안 본가를 사서 너에게 주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넌 어째서 이사를 가지 않는 거야? 여기가 이렇게 작은데 어떻게 살 수 있겠니?”소지아는 물컵을 내려놓았다. 이 말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그녀는 어디서부터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하긴,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금이야 옥이야 하며 자란 아가씨였죠. 별장에서 살았고, 입은 것도 명품, 차도 고급차였으니 당신 눈에는 이런 작은 아파트가 아마 거지들이 사는 곳이겠죠. 당신은 내가 아니었으니 어떻게 내가 무엇을 겪었는지 알 수 있겠어요?”변진희는 얼른 다가와 소지아의 손을 잡았다.“디아야, 소씨 집안은 비록 최고의 명문 집안은 아니지만, 너도 부족함 없이 자랐잖아. 엄마는 소씨 집안이 파산할 줄 몰랐어. 만약 진작 알았다면, 너를 내 곁으로 데려왔을 거야.”소지아는 재빨리 손을 빼냈다. 그녀는 변진희처럼 종래로 고생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입이 닿도록 설명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능청스럽게 굴지 말고 말해요, 오늘 또 뭐 하러 왔어요? 백채원과 관계가 있는 거 아니에요?”말하자면 참 슬펐다. 자신의 어머니가 매번 찾아
소지아는 백정일이 도대체 변진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몰랐다. 분명히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인데, 어째서 아직도 이렇게 순진한 것일까?“내가 왜 그들을 축복해야 하죠? 백채원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나는 그녀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축복해야 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엄마도 너희들의 이야기를 좀 들었어. 지아야, 너의 그 아이는 사고였어. 채원도 바다에 빠졌고, 하마터면 너와 같은 일을 당할 뻔했지. 다만 그녀는 행운스럽게 아이를 낳았을 뿐이야. 너는 그녀를 탓할 수 없어.”소지아는 백채원이 또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흑백을 전도하고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가장 슬픈 것은 백채원이 무슨 말을 하든 변진희는 믿었고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러 왔다는 것이다.“백 부인, 지금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지 아세요? 내가 비행기표를 끊어줄 테니까 얼른 가서 그 아이들이나 잘 챙겨줘요.”“지아야, 나는 진심으로 널 그들의 약혼식으로 초대하고 있는데, 너 이게 무슨 태도니? 오늘에 이르러 또 놓을 수 없는 게 뭐가 있다고. 너는 좀 얌전하게 엄마를 안심시키는 딸이 될 수 없니?”변진희의 매 한 마디 말은 소지아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가장 슬픈 것은 변진희가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르고 오히려 반복적으로 자신의 상처에 톱질을 하여 자신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백채원, 이번엔 네가 철저히 이긴 셈이군.’남자를 이겼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조차도 완전히 설득했다니.소지아는 더 이상 설명하려 하지 않고 가볍게 한마디 물었다.“한가지 질문에 대답해요. 만약 나와 백채원이 동시에 위험한 상황에 빠져 단 한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선택할 거예요?”“당연히 너지. 넌 내 딸이잖아. 엄마가 한 모든 것은 다 널 위한 거야.”변진희는 한숨을 쉬었다.“엄마의 말이 듣기 거북할 수도 있지만, 난 확실히 네가 더 행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야. 너는 엄마가 낳은 아이이니,
그동안 소지아도 오정인과 만나자고 부르며 그를 통해 계속 조사할 생각을 했다.그러나 그녀는 또 그들을 놀라게 할까 봐 줄곧 움직이지 않았다.뜻밖에도 오정인이 먼저 찾아왔다니.소지아는 연결 버튼을 눌렀다.“네, 정인 오빠.”“아가씨, 지금 어디에 있죠? 전에 조사하라고 한 조율에 관해 새로운 단서가 생겼어요!”상대방의 목소리가 너무 초조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위장이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다.소지아는 떠보며 물었다.“무슨 단서요?”“조율의 생전 핸드폰이요. 이미 부서졌지만 전에 아주 흥미가 있었던 거 같아서 전화해서 물어보는 거예요.”“그녀가 전에 살던 집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임대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녀의 시체는 또 바다에서 건졌고요. 그럼 이 핸드폰은 어디에서 온 거죠? 이미 고장난 이상 당신은 또 어떻게 이것이 조율의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거죠?”소지아는 침착하게 모든 수상한 점을 물었다.상대방은 소지아가 이 단서를 듣자마자 당황하여 바로 달려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소지아가 이렇게 빨리 허점을 발견할 줄은 몰랐다.오정인이 멍한 틈을 타서 소지아는 입을 열었다.“정인 오빠, 나는 당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우리 아빠의 후원을 받은 사람이잖아요. 우리 아빠가 없으면 당신은 오늘의 성과가 없었을 텐데. 은혜를 알고 보답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나 적어도 사람을 한심하게 하지 말았어야죠.”“큭.”수화기 너머에서 가볍게 키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역시 이미 눈치챘군요.”소지아는 전효가 한 그 말을 명심하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오늘은 이도윤의 약혼날인데 상대방은 이때 자신을 유혹하여 무엇을 하려고 할까?“정인 오빠, 나는 당신이 누구의 사람인지 모르지만, 사람은 그래도 양심이 있어야 하죠. 만약 돈을 위해서라면, 나와 협력하는 건 어때요? 내가 돈을 두 배, 심지어 더 많이 줄 수 있는데.”“좋아요, 그럼 밀스 카페로 와요. 우리 얘기 좀 하죠.”“나 오늘 일이 있어 좀 불편한데,
얼굴을 마주한 것은 아니었지만, 소지아는 뜻밖에도 이 분위기가 무서울 정도로 기괴하다고 느꼈다.이도윤의 목소리는 짙은 불쾌감을 띠고 있었다.“이게 바로 네가 말하고 싶은 거야?”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소지아는 인정하기 싫어도 늦었다.“응, 그래도 아는 사이였으니 오늘 직접 축복은 해줘야 좋을 거 같아서.”이도윤은 이를 악물었다.“참 고맙군.”말을 마치자마자 이도윤은 전화를 끊었고, 소지아는 전화가 끊긴 소리를 듣고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분명히 그가 약혼을 하려고 하는 건데, 왜 내가 그를 강요한 것처럼 내키지 않는 거지?’소지아는 이도윤에게 알릴 수 없었다. 그의 약혼식을 파괴하면, 백채원은 그렇다쳐도, 변진희가 찾아와 귀찮게 할 것이다.마침 이때 주원의 전화가 들어오더니 소지아는 마치 희망을 본 것 같았다.“주원아.”“누나, 좋은 아침이에요.”“너 나 좀 데리러 오면 안 돼?” 소지아는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다.“물론이죠. 난 이미 가는 길이라, 1분 뒤에 누나 아파트 입구에 도착할 거예요.”“곧 내려갈게.”소지아는 먼저 감시 카메라를 통해 밖에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물건을 들고 쏜살같이 나와 재빨리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서 아파트 입구까지 가는 길에 사람이 많았으니 이렇게 짧은 몇 분 동안 상대방은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엘리베이터 층이 조금씩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소지아는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모른다.8,7,6…….소지아는 휴대전화를 꽉 잡았고, 이때 주원의 문자가 들어왔는데, 그는 이미 문앞에 있었다.그리고 또 이모티콘을 보내며 소지아더러 천천히 나오라고, 조급해하지 말고 시간이 아직 이르다고 했다.소지아는 귀여운 이모티콘에 치유되여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녀가 고개를 들자, 엘리베이터는 자신이 눌렀던 1층에 멈추지 않고 계속 내려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불안함이 순식간에 치밀어 올랐다.‘누가 엘리베이터에 손을 댄 건가?’소지아는 가장 먼저 주원에게 음성문자를 보냈다.“주원
소지아는 혼수상태에서 천천히 깨어났고, 두통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약을 묻힌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과 코를 꽉 막았다.아직 약효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소지아는 온몸에 힘이 없고 쑤셨다.두 눈은 두꺼운 검은 천으로 가려져 소지아는 전혀 빛을 볼 수 없었다.손목과 발목도 끈질기게 꽁꽁 묶여 있었다.몸은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고 코에서는 썩은 냄새가 풍겼다.소지아는 몸을 내밀었지만, 몸이 이 공간에 빈틈없이 꽉 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곧 자신이 차 트렁크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왠지 모르게 소지아는 갑자기 조율의 죽음이 생각났다.누군가가 그녀를 목을 졸라 죽인 후 바다에 버려 시체는 물에 잠겨 변형되어서야 인양되었다.‘그래서 이제 내 차례인가?’소지아가 이도윤의 회사에 간 것이 상대방을 격노시켰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은 앞당겨 이 게임을 결속 짓고 이도윤의 약혼날에 그에게 큰 선물을 주려 했다.그런데, 그녀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소지아는 떠나기 전에 위험을 알아차리고 옷 안에 접이식 칼을 숨겼다.다행히 소지아는 유연성이 괜찮았기에, 몸을 구부린 다음 손가락을 조금씩 외투 안으로 내밀었다.오랫동안 밀폐된 공간에 있어서 소지아의 온몸에는 땀이 송골송골 배어 있었다.차가 막힘없이 달리는 것으로 판단하면, 지금은 아마 고속도로에 있을 것이다. 즉 목적지에 그렇게 빨리 도착하지 않을 것이다.‘아직 시간 있어.’소지아는 고통을 참으며 손끝에 온 힘을 다해 그 안을 매만졌다.접이식 칼에 닿은 순간, 소지아는 마음이 움직였다.‘찾았다!’그녀는 천천히 칼을 꺼내 밧줄을 가볍게 끊었다.소지아는 너무 티나게 하지 못하고 손목에 있는 밧줄을 대략 3분의 2정도 끊었다.겉으로 보기에 소지아는 여전히 끈질기게 묶여 있었지만,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충분하기만 하면 단번에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손의 끈을 베고 나서 소지아는 또 자신의 몸을 비틀었고, 밧줄을 끊을 때마다 모든 힘을 소모해야 했다.그녀의 세상은
차가운 공기가 트렁크 안의 각종 곰팡내를 몰아내어 소지아의 머리를 잠시 맑게 했다.소지아는 일부러 긴장하여 소리쳤다.“당신들은 누구지? 빨리 날 풀어주지 못할까!”긴장한 건 사실이지만 소지아는 냉정해야 했다. 냉정해야 상대방의 허점을 찾을 수 있었다.오정인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줄곧 조율의 죽음을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어요? 내 입으로 직접 말해줄까요?”소지아는 자신의 목에 갑자기 밧줄이 하나 생긴 것을 느꼈다. 오정인의 목소리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부드럽지 않았고, 마치 독사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혀를 뱉는 것 같았다.“그녀야, 이렇게 목을 졸라 죽었죠. 그래요, 그녀는 죽기 전에 당신의 표정이 똑같았어요. 손과 발은 계속 발버둥쳤고요.”“그녀는 목숨을 걸고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결국 절망적이고 두려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조금씩 숨이 끊어졌어요.”어둠 속에서 소지아는 주위의 환경에 더욱 민감했고, 오정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무한한 상상의 공간을 주었다.소지아는 마치 조율이 죽기 전의 절망과 자신의 생명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조율을 죽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야!”소지아가 지금까지 조사한 일은 틀리지 않았다. ‘아빠는 그렇게 좋은 사람인데, 어떻게 그렇게 미친 짓을 할 수 있겠는가!’“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확실히 네 아버지의 것이지.”“짐승 같은 놈! 우리 집안은 도대체 당신들과 무슨 원수가 있길래, 뜻밖에도 임산부까지 죽이다니!”소지아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만약 그 아이가 죽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 이미 어린 동생이 하나 더 생겼을지도 모른다.변진희가 떠난 후, 소지아는 마음속으로 소계훈이 다시 진정한 사랑을 찾기를 바랐다.소계훈은 또 무슨 잘못이 있을까?“조율은 이도윤의 친여동생이니, 만약 그가 사실을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허.” 오정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냉소했다.“그가 진실을 알면 네가 여
그 사람은 어떤 음색도 들리지 않게 자신의 목소리를 숨겼다.다만 자신의 턱을 들어올릴 떼, 소지아는 은은한 약 냄새를 맡았다.소지아는 모두 서양의 의학을 배웠기에 한약에 대해 연구를 하지 않았고, 이것이 어떤 약재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 약재가 혼합된 것인지 몰랐다.“날 죽이고 싶어?” 소지아가 직접 물었다.“그건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소지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지금 날 여기에 묶은 이상 무슨 목적이 있는 거지?’“무슨 뜻이야?”상대방이 자신을 죽이지 않는다는 말에 소지아는 더욱 불안해졌다.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남긴 것은 틀림없이 이도윤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나와 이도윤은 이미 이혼했어.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없고. 넌 도대체 나에게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 거지?”소지아의 턱을 쥐고 있는 손가락은 더욱 조여졌고, 소지아는 통증을 느꼈지만, 시종 약간의 소리도 내려 하지 않았다.“넌 아주 총명한 여자군, 어쩐지 그가 너를 그렇게 좋아하더라니.”상대방은 한눈에 소지아가 떠보려는 마음을 알아차렸고, 자신과 이도윤의 일에 대해서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소지아는 그녀가 속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계속 말했다.“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나는 내가 오늘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만약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이곳은 해변의 버려진 집일 거야. 이도윤은 나를 구하려 해도 늦었고.”“맞아.”“내가 죽기 전에 네가 누군지 보고 싶은데. 누가 우리 집안을 이렇게 만들었나 알아야 할 거 아니야.”턱을 쥐던 손가락에는 다시 힘을 더했다.“너는 아직 내 앞에서 요구할 자격이 없어.”상대방은 조금도 긴장을 늦추려 하지 않았다.“내가 말했듯이, 오늘 죽는 사람은 꼭 네가 아닐 수도 있어.”소지아는 또 무슨 말을 하려다가 진동하는 소리를 들었고, 곁의 사람은 전화를 받더니 말투가 나른했다.“좀 놀았을 뿐인데 왜? 마음 아파?”조용한 방에서 소지아는 전화 너머의 목소리가 남자란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자세히 듣기도 전에 턱을
어느 말이 문 의사를 화나게 했는지, 그녀는 버럭했다.“두려워? 내가 왜? 그녀는 원래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였고, 그동안 내가 그녀를 돌보지 않았더라면 간소연은 진작에 죽었을 거야. 나는 단지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을 뿐. 그런 사람이 이 지옥과 같은 인간 세상에 사는 것이야말로 일종의 고문이지!”“그래서 당신이 간소연을 민 거예요?”“그럼 뭐가 어때서? 다 너 때문이야. 만약 네가 정신병원에 오지 않는다면, 그녀는 살아 있을 수 있었는데, 탓하려면 너 자신을 탓해! 왜 기어코 끼어드는 거냐고!”소지아는 갑자기 정신과 진찰을 받아야 할 사람이 문 의사라고 생각했다. 분명히 그녀의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었다.‘두 사람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간소연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흥분하다니.’“간소연의 아기는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무슨 아기? 난 몰라.”“그녀의 시체를 검사한 적이 있어요. 그녀의 배에는 임신 주름이 있고, 자궁도 출산한 흔적이 있죠.”문 의사는 소지아를 향해 소리쳤다.“지금와서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가? 소연은…….”소지아는 간소연에 관한 일을 더 많이 알아내려고 했지만 오정인이 달려들어 문청을 안아준 것 같았다.“청아, 진정해. 그 일은 이미 지나갔어. 그녀와 쓸데없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해서 뭐 해?”‘지나갔어?’‘설마 간소연의 죽음이 그녀에게 큰 영향을 준 건 아니겠지?’‘왜?’‘문청은 간소연이 죽기를 원했는데 왜 또 이런 모습을 드러낸 거지?’오정인은 문청을 데려간 듯 세상은 다시 고요한 상태로 돌아갔다.이렇게 큰 방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었고, 오직 소지아의 심장 박동 소리와 가끔 한두 마리 뛰어다니는 작은 쥐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원래 소지아는 이런 것들을 두려워하였는데 지금은 죽기 직전이었으니 생명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아마도 쥐가 소지아의 숨결을 알아차렸는데, 그녀의 곁에서 이리저리 냄새를 맡았을 뿐,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얼굴이 붙어 있는 곳은 울퉁불퉁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