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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소지아와 채의사는 시간을 정했고, 이번 금요일에 수술을 하기로 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가랑비를 보면서 소지아는 우산을 쓰고 김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민아의 목소리는 무기력하게 들렸고, 연결되자마자 불평하기 시작했다.

“귀찮아 죽겠어. 두 밤을 지새웠는데, 새로 온 사장은 정신이 나갔는지 아주 일중독이야.”

소지아는 입술을 가리고 웃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장이 멋있다고 말한 거 기억하는데.”

“잘생기면 또 뭐가 어때서? 내 남자친구도 아닌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직장을 바꾸지 말았어야 했어. 전의 회사에서 매일 노는 것도 나쁠 게 없었지.”

김민아는 전 남친과 헤어진 후, 전 남친이 그녀의 원래 회사에 가서 매일 애원을 했고, 김민아는 화가 나서 바로 사직하였다.

김민아는 예전처럼 남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아 이도윤의 초청을 거절하고 업계에서 매우 소문난 부동산 회사로 갔다.

비록 그 후 매일 김민아는 사장님을 직원들의 뼈다귀까지 갉아먹는 사람이라 욕했지만.

“참, 민아야, 너 금요일에 시간 있어?”

“아니, 사장님이 나더러 B시로 같이 출장 가자고 했는데, 왜?”

소지아는 김민아가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겉으로는 사장님을 욕하고 있지만, 사실 김민아는 출세하길 원했다.

지금이 바로 그녀의 업무 상승기이니, 김민아도 당연히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소지아는 할 말을 삼켰다.

“아무것도 아니야. 너와 밥을 먹고 싶어서. 그럼 다음에 먹자.”

“좋아, 아직 시간이 많잖아. 지아야, 내가 B시의 특산물 사다줄게.”

김민아는 몇 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고, 또 방안을 고쳐야 했다.

소지아는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비가 자욱한 화면을 보며 소지아는 손을 뻗어 빗방울이 손바닥에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시원한 물기는 소지아로 하여금 비로소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게 했다.

소지아는 마치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처럼 두 무릎을 안고 나무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를 보고 있었다.

망망한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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