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아는 사람의 마음이 정말 간단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도윤과 변진희에게서 상처를 받았지만, 주원이 만든 맛있는 음식에 그녀는 바로 치유되었다.사랑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따뜻함에 쉽게 감동을 받는다.주원은 결국 소지아의 근심을 알아차리고 물었다.“누나, 무슨 불쾌한 일이라도 있어요?”“내가 수술을 해야 하는데, 지금 아무도 나에게 사인해줄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거든. 나 참 못났지?”소지아가 가볍게 말을 할 때, 주원의 눈밑에는 애틋한 빛이 흘렀다.“누나, 사람마다 실패에 대한 정의가 달라요. 내가 보기에 누나는 가장 좋은 누나예요. 실패하지 않았다고요. 불행한 결혼은 기껏해야 인생에서 저지른 잘못일 뿐이죠.”“그런데 인생이 무척 길었으니 누구도 신이 아니었기에, 미래를 알 수 없었고, 실수를 범하는 것도 정상이죠.”소지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일에 대해 아는 거야?”“지난번 배에서 나는 이 대표님이 안고 있던 사람이 누나라는 것을 발견했어요. 병원에 있던 날, 사실 나도 어렴풋이 말다툼하는 내용을 들었고요. 미안해요. 나는 고의로 엿들은 게 아니에요.”소지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어쩐지 밥을 사러 그렇게 오래 갔더라니.’“괜찮아, 다 사실인걸.”주원은 디저트를 소지아 앞으로 밀었다.“누나, 만약 개의치 않는다면, 내가 대신해서 사인할 수 있어요. 무슨 수술을 하는 거예요?”“위 절제 수술.”주원의 평온한 얼굴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누나, 설마…….”“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야.”“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누나는 이렇게 젊은데, 어떻게 이런 불치병에 걸릴 수 있죠?”주원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 소지아는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만졌다.“괜찮아, 주원아, 난 준비가 다 됐거든. 하물며 상황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아. 나는 약물치료를 한 번 받은 적이 있고, 그 효과도 아주 좋거든.”소년의 얼굴은 백지장 같았고 희로애락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뽀얀 얼굴에는 걱정으로 가득 찼고 눈시울은 다소 붉
이도윤은 조용히 소지아를 주시했다. 요 며칠간 그녀는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기껏해야 며칠 전에 병원에 있는 시간이 매우 길었다. 소계훈의 몸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으니 소지아가 효도를 다하려는 것도 정상이었다.요 며칠 소지아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 외에 다른 곳에 가지 않았고, 김민아도 오지 않았다.소지아는 베이지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미풍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스치고 있었고, 벚꽃이 그녀의 주위에서 춤추며 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날 떠나면, 그녀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군.’소지아는 멀리서 이도윤과 눈을 마주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후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떠났다.이도윤은 마음이 심하게 답답했다. 분명히 이미 결정을 내렸고, 분명히 백채원에게 약속을 했지만 그는 또 한번 소지아를 위해 자신의 약속을 어겼다.소지아가 가려는 것을 보고 이도윤은 앞으로 가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소지아는 담담하게 그를 보며 경고했다.“이 대표님.”이도윤은 여전히 양복 차림이었지만 넥타이가 약간 비뚤어졌고 지난날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머리카락도 좀 늘어졌다.‘그답지 않은데.’내일이면 약혼식인데, 이치대로라면 이도윤은 엄청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왜 쓸쓸한 느낌을 주는 것일까?이도윤은 침을 삼켰다.“좀 불안해서.”이도윤은 자신이 소지아를 찾아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런 불안한 느낌은 이미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어.” 소지아는 눈을 깜박거리며 담담하게 이도윤을 바라보았다.날은 어두워지자 머리 위의 가로등이 살며시 켜졌다.이도윤의 커다란 그림자는 가로등의 빛에 휩싸였고 얼굴에도 예전의 냉정함이 없어졌다.“너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이도윤은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몰랐다. 지난번에 이렇게 불안한 느낌을 받았을 때는 2년 전 소지아가 바다에 떨어지기 직전이었다.이도윤은 자꾸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소지아는 고개를 들어 이도윤의 눈을 마주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이제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변진희이었다. 전에 소지아는 밤낮으로 그녀가 그리웠지만, 지금은 한 번만 더 봐도 마음이 아팠다.‘이도윤이 약혼을 했는데, 왜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다 찾아왔지.’“지아야, 5분만.”“5초도 주고 싶지 않아요.” 소지아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마침 이웃이 문을 열고 나오려 하자, 소지아는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싶지 않아 먼저 문을 열었고 변진희는 그녀를 따라 들어왔다.이것은 변진희가 귀국한 후 처음으로 소지아의 거처에 온 것이다.만약 전의 소지아였다면 매우 열정적으로 변진희를 접대했을 것이다. 오늘의 소지아는 냉담하게 신발을 바꾸고 자신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받아 목을 축였다.“말해요.”변진희는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이 아파트는 크지 않아 한눈에 다 볼 수 있었다.“지아야, 나는 채원이 특별히 소씨 집안 본가를 사서 너에게 주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넌 어째서 이사를 가지 않는 거야? 여기가 이렇게 작은데 어떻게 살 수 있겠니?”소지아는 물컵을 내려놓았다. 이 말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그녀는 어디서부터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하긴,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금이야 옥이야 하며 자란 아가씨였죠. 별장에서 살았고, 입은 것도 명품, 차도 고급차였으니 당신 눈에는 이런 작은 아파트가 아마 거지들이 사는 곳이겠죠. 당신은 내가 아니었으니 어떻게 내가 무엇을 겪었는지 알 수 있겠어요?”변진희는 얼른 다가와 소지아의 손을 잡았다.“디아야, 소씨 집안은 비록 최고의 명문 집안은 아니지만, 너도 부족함 없이 자랐잖아. 엄마는 소씨 집안이 파산할 줄 몰랐어. 만약 진작 알았다면, 너를 내 곁으로 데려왔을 거야.”소지아는 재빨리 손을 빼냈다. 그녀는 변진희처럼 종래로 고생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입이 닿도록 설명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능청스럽게 굴지 말고 말해요, 오늘 또 뭐 하러 왔어요? 백채원과 관계가 있는 거 아니에요?”말하자면 참 슬펐다. 자신의 어머니가 매번 찾아
소지아는 백정일이 도대체 변진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몰랐다. 분명히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인데, 어째서 아직도 이렇게 순진한 것일까?“내가 왜 그들을 축복해야 하죠? 백채원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나는 그녀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축복해야 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엄마도 너희들의 이야기를 좀 들었어. 지아야, 너의 그 아이는 사고였어. 채원도 바다에 빠졌고, 하마터면 너와 같은 일을 당할 뻔했지. 다만 그녀는 행운스럽게 아이를 낳았을 뿐이야. 너는 그녀를 탓할 수 없어.”소지아는 백채원이 또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흑백을 전도하고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가장 슬픈 것은 백채원이 무슨 말을 하든 변진희는 믿었고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러 왔다는 것이다.“백 부인, 지금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지 아세요? 내가 비행기표를 끊어줄 테니까 얼른 가서 그 아이들이나 잘 챙겨줘요.”“지아야, 나는 진심으로 널 그들의 약혼식으로 초대하고 있는데, 너 이게 무슨 태도니? 오늘에 이르러 또 놓을 수 없는 게 뭐가 있다고. 너는 좀 얌전하게 엄마를 안심시키는 딸이 될 수 없니?”변진희의 매 한 마디 말은 소지아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가장 슬픈 것은 변진희가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르고 오히려 반복적으로 자신의 상처에 톱질을 하여 자신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백채원, 이번엔 네가 철저히 이긴 셈이군.’남자를 이겼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조차도 완전히 설득했다니.소지아는 더 이상 설명하려 하지 않고 가볍게 한마디 물었다.“한가지 질문에 대답해요. 만약 나와 백채원이 동시에 위험한 상황에 빠져 단 한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선택할 거예요?”“당연히 너지. 넌 내 딸이잖아. 엄마가 한 모든 것은 다 널 위한 거야.”변진희는 한숨을 쉬었다.“엄마의 말이 듣기 거북할 수도 있지만, 난 확실히 네가 더 행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야. 너는 엄마가 낳은 아이이니,
그동안 소지아도 오정인과 만나자고 부르며 그를 통해 계속 조사할 생각을 했다.그러나 그녀는 또 그들을 놀라게 할까 봐 줄곧 움직이지 않았다.뜻밖에도 오정인이 먼저 찾아왔다니.소지아는 연결 버튼을 눌렀다.“네, 정인 오빠.”“아가씨, 지금 어디에 있죠? 전에 조사하라고 한 조율에 관해 새로운 단서가 생겼어요!”상대방의 목소리가 너무 초조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위장이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다.소지아는 떠보며 물었다.“무슨 단서요?”“조율의 생전 핸드폰이요. 이미 부서졌지만 전에 아주 흥미가 있었던 거 같아서 전화해서 물어보는 거예요.”“그녀가 전에 살던 집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임대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녀의 시체는 또 바다에서 건졌고요. 그럼 이 핸드폰은 어디에서 온 거죠? 이미 고장난 이상 당신은 또 어떻게 이것이 조율의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거죠?”소지아는 침착하게 모든 수상한 점을 물었다.상대방은 소지아가 이 단서를 듣자마자 당황하여 바로 달려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소지아가 이렇게 빨리 허점을 발견할 줄은 몰랐다.오정인이 멍한 틈을 타서 소지아는 입을 열었다.“정인 오빠, 나는 당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우리 아빠의 후원을 받은 사람이잖아요. 우리 아빠가 없으면 당신은 오늘의 성과가 없었을 텐데. 은혜를 알고 보답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나 적어도 사람을 한심하게 하지 말았어야죠.”“큭.”수화기 너머에서 가볍게 키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역시 이미 눈치챘군요.”소지아는 전효가 한 그 말을 명심하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오늘은 이도윤의 약혼날인데 상대방은 이때 자신을 유혹하여 무엇을 하려고 할까?“정인 오빠, 나는 당신이 누구의 사람인지 모르지만, 사람은 그래도 양심이 있어야 하죠. 만약 돈을 위해서라면, 나와 협력하는 건 어때요? 내가 돈을 두 배, 심지어 더 많이 줄 수 있는데.”“좋아요, 그럼 밀스 카페로 와요. 우리 얘기 좀 하죠.”“나 오늘 일이 있어 좀 불편한데,
얼굴을 마주한 것은 아니었지만, 소지아는 뜻밖에도 이 분위기가 무서울 정도로 기괴하다고 느꼈다.이도윤의 목소리는 짙은 불쾌감을 띠고 있었다.“이게 바로 네가 말하고 싶은 거야?”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소지아는 인정하기 싫어도 늦었다.“응, 그래도 아는 사이였으니 오늘 직접 축복은 해줘야 좋을 거 같아서.”이도윤은 이를 악물었다.“참 고맙군.”말을 마치자마자 이도윤은 전화를 끊었고, 소지아는 전화가 끊긴 소리를 듣고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분명히 그가 약혼을 하려고 하는 건데, 왜 내가 그를 강요한 것처럼 내키지 않는 거지?’소지아는 이도윤에게 알릴 수 없었다. 그의 약혼식을 파괴하면, 백채원은 그렇다쳐도, 변진희가 찾아와 귀찮게 할 것이다.마침 이때 주원의 전화가 들어오더니 소지아는 마치 희망을 본 것 같았다.“주원아.”“누나, 좋은 아침이에요.”“너 나 좀 데리러 오면 안 돼?” 소지아는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다.“물론이죠. 난 이미 가는 길이라, 1분 뒤에 누나 아파트 입구에 도착할 거예요.”“곧 내려갈게.”소지아는 먼저 감시 카메라를 통해 밖에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물건을 들고 쏜살같이 나와 재빨리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서 아파트 입구까지 가는 길에 사람이 많았으니 이렇게 짧은 몇 분 동안 상대방은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엘리베이터 층이 조금씩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소지아는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모른다.8,7,6…….소지아는 휴대전화를 꽉 잡았고, 이때 주원의 문자가 들어왔는데, 그는 이미 문앞에 있었다.그리고 또 이모티콘을 보내며 소지아더러 천천히 나오라고, 조급해하지 말고 시간이 아직 이르다고 했다.소지아는 귀여운 이모티콘에 치유되여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녀가 고개를 들자, 엘리베이터는 자신이 눌렀던 1층에 멈추지 않고 계속 내려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불안함이 순식간에 치밀어 올랐다.‘누가 엘리베이터에 손을 댄 건가?’소지아는 가장 먼저 주원에게 음성문자를 보냈다.“주원
소지아는 혼수상태에서 천천히 깨어났고, 두통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약을 묻힌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과 코를 꽉 막았다.아직 약효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소지아는 온몸에 힘이 없고 쑤셨다.두 눈은 두꺼운 검은 천으로 가려져 소지아는 전혀 빛을 볼 수 없었다.손목과 발목도 끈질기게 꽁꽁 묶여 있었다.몸은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고 코에서는 썩은 냄새가 풍겼다.소지아는 몸을 내밀었지만, 몸이 이 공간에 빈틈없이 꽉 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곧 자신이 차 트렁크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왠지 모르게 소지아는 갑자기 조율의 죽음이 생각났다.누군가가 그녀를 목을 졸라 죽인 후 바다에 버려 시체는 물에 잠겨 변형되어서야 인양되었다.‘그래서 이제 내 차례인가?’소지아가 이도윤의 회사에 간 것이 상대방을 격노시켰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은 앞당겨 이 게임을 결속 짓고 이도윤의 약혼날에 그에게 큰 선물을 주려 했다.그런데, 그녀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소지아는 떠나기 전에 위험을 알아차리고 옷 안에 접이식 칼을 숨겼다.다행히 소지아는 유연성이 괜찮았기에, 몸을 구부린 다음 손가락을 조금씩 외투 안으로 내밀었다.오랫동안 밀폐된 공간에 있어서 소지아의 온몸에는 땀이 송골송골 배어 있었다.차가 막힘없이 달리는 것으로 판단하면, 지금은 아마 고속도로에 있을 것이다. 즉 목적지에 그렇게 빨리 도착하지 않을 것이다.‘아직 시간 있어.’소지아는 고통을 참으며 손끝에 온 힘을 다해 그 안을 매만졌다.접이식 칼에 닿은 순간, 소지아는 마음이 움직였다.‘찾았다!’그녀는 천천히 칼을 꺼내 밧줄을 가볍게 끊었다.소지아는 너무 티나게 하지 못하고 손목에 있는 밧줄을 대략 3분의 2정도 끊었다.겉으로 보기에 소지아는 여전히 끈질기게 묶여 있었지만,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충분하기만 하면 단번에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손의 끈을 베고 나서 소지아는 또 자신의 몸을 비틀었고, 밧줄을 끊을 때마다 모든 힘을 소모해야 했다.그녀의 세상은
차가운 공기가 트렁크 안의 각종 곰팡내를 몰아내어 소지아의 머리를 잠시 맑게 했다.소지아는 일부러 긴장하여 소리쳤다.“당신들은 누구지? 빨리 날 풀어주지 못할까!”긴장한 건 사실이지만 소지아는 냉정해야 했다. 냉정해야 상대방의 허점을 찾을 수 있었다.오정인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줄곧 조율의 죽음을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어요? 내 입으로 직접 말해줄까요?”소지아는 자신의 목에 갑자기 밧줄이 하나 생긴 것을 느꼈다. 오정인의 목소리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부드럽지 않았고, 마치 독사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혀를 뱉는 것 같았다.“그녀야, 이렇게 목을 졸라 죽었죠. 그래요, 그녀는 죽기 전에 당신의 표정이 똑같았어요. 손과 발은 계속 발버둥쳤고요.”“그녀는 목숨을 걸고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결국 절망적이고 두려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조금씩 숨이 끊어졌어요.”어둠 속에서 소지아는 주위의 환경에 더욱 민감했고, 오정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무한한 상상의 공간을 주었다.소지아는 마치 조율이 죽기 전의 절망과 자신의 생명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조율을 죽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야!”소지아가 지금까지 조사한 일은 틀리지 않았다. ‘아빠는 그렇게 좋은 사람인데, 어떻게 그렇게 미친 짓을 할 수 있겠는가!’“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확실히 네 아버지의 것이지.”“짐승 같은 놈! 우리 집안은 도대체 당신들과 무슨 원수가 있길래, 뜻밖에도 임산부까지 죽이다니!”소지아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만약 그 아이가 죽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 이미 어린 동생이 하나 더 생겼을지도 모른다.변진희가 떠난 후, 소지아는 마음속으로 소계훈이 다시 진정한 사랑을 찾기를 바랐다.소계훈은 또 무슨 잘못이 있을까?“조율은 이도윤의 친여동생이니, 만약 그가 사실을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허.” 오정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냉소했다.“그가 진실을 알면 네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