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651 - 챕터 660

853 챕터

제651화 대표님이 드리는 겁니다

박태준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눌렀다. 이제는 공예지만 보면 조건반사처럼 두통이 발작한다. 몇 번이나 두통이 가장 심할 때 그녀와 마주쳐서 그런가?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하려는데 공예지가 소리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 ‘비행기’라고 말했다.그는 즉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채고 고개를 돌려 진영웅에게 말했다.“이사님들이랑 먼저 가 있어.”진영웅은 공예지를 힐끗 보더니 한마디 귀띔했다.“대표님, 시간이 없어요.”박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공예지를 데리고 그녀가 머물렀던 라운지로 갔다. 프런트 직원이 과일과 디저트를 내왔고 그녀의 취향을 물은 후 새콤달콤한 과일주스도 올렸다. 조금 전까지는 이런 대우가 없었다.그녀는 약속을 잡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 앉아서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프런트 직원은 몇 번 우렸는지 모르는 국화차 한 잔을 내왔을 뿐이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신은지였다면 프런트 직원이 이렇게 홀대했을까 생각했다.“공예지 씨.”박태준은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여인을 보고 목소리를 높였다.제 정신으로 돌아온 공예지는 홀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프런트 직원을 보며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여기서 얘기해요? 누가 듣지 않을까요? 조용한 곳으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 프런트 직원이 계속 이쪽을 봐요.”“그럴 필요 없어요.”박태준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가 웃었다.공예지는 내심 기뻐하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지만 박태준이 이내 그런 그녀에게 찬물을 끼얹었다.“은지 팬이에요.”박태준은 그 직원이 몰래 비상 통로에 숨어 은지의 대회 동영상을 보고, 친구에게 빨리 보라고 미친 듯이 추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공예지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웃음이 사라졌다.박태준은 이 화제를 건너뛰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몇 시 비행기예요?”“3시 10분이요.”그가 손목시계를 보니 지금 12시 반이다.“항공편은요?”“...”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6-25
더 보기

제652화 삐져서 가버렸어요

박태준은 차에 오르자마자 진영웅에게 지시했다.“오늘 오후 3시 10분 경인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알아보고, 국내외 모든 항공편 탑승객 자료를 나에게 보내줘. 공항 가자.”마지막 한 마디는 기사에게 한 것이다.진영웅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각 항공사에 연락해 명단을 받았다.박태준은 휴대폰 옆면의 버튼을 띄엄띄엄 누르면서 화면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30분 넘게 기다린 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너 혹시 말총머리를 한 프런트 직원 연락처 있어?”“...”진영웅은 동작을 멈추더니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저한테는 없지만 회사 단톡방에 물어보면 알아요. 대표님, 반한 건 아니시죠? 사모님을 배신하시면 안 됩니다. 대표님이 실종되셨을 때, 사모님은 시부모를 위로하랴, 회사 관리를 배우랴, 짬짬이 바다에 나가 대표님을 찾으랴, 바빠서 하루 한 끼로 때우셨어요. 대표님이 주신 꽃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 흘리는 것도 자주 봤고요. 밤새도록 울어서 이튿날 회사에 나올 때 눈이 부은 것도...”박태준은 경을 읽는 듯한 그의 잔소리에 머리가 아파 참다못해 소리질렀다.“입 닥쳐.”“...”“은지가 문자 답장했는지 물어봐.”곧바로 전화해서 해명하지 않은 원인은 은지가 먼저 전화하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젯밤 어떤 인플루언서의 동영상을 봤는데, 사랑을 하는 여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첫째, 언제나 당신과 같이 있고 싶어 한다. 둘째, 투정을 부린다. 당신이 무조건 포용할 것을 알고 가끔 억지를 부린다. 셋째, 질투한다. 당신 가까이에 있는 모든 생명체, 특히 여인을 질투한다.문제를 들었을 때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그와 은지는 삶과 죽음의 고비를 같이 넘긴 사이라 분명 서로를 깊이 사랑한다. 하지만 답을 들어보니, 세 가지 중 한 가지도 맞지 않았다.은지는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는 성격이고 휴가 때도 항상 일을 찾아서 한다. 투정 부리지 않고 억지 부리는 일은 더더욱 없다. 질투할라고, 공예지를 ‘예지 씨’라고 다정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6-25
더 보기

제653화 은지가 거기 있어요?

박태준은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목젖만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고 말은 내뱉지 못했다.신은지가 휴대폰을 꺼놓고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 그 사진들 때문에 화나서인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지금은 다사다난한 시기라 조금도 요행 심리를 가질 수 없다.그리고 공예자 말로는 그 사람이 오늘 귀국한다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 그쪽에서 그의 부하들 눈에 띄지 않도록 미리 대처했을 가능성은 없을까?그 사람이 귀국하자마자 은지가 사라졌다...이 두 가지 일이 겹치니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다.박태준은 말하는 속도가 극히 빨랐다.“몰라요. 은지 휴대폰이 꺼져 있어 연락이 안 돼요. 은지가 평소에 어디 자주 가는지, 혹은 다른 연락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 봐요.”진유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은지가 연락이 끊겼는데, 이 자식은 자기 때문에 화난 건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여자는 뭘 하려고 남자를 만나는 거야? 짜증만 나는데.“마누라를 잃어버린 사람은 박 대표님이 아마 사상 최초일 거예요.”비아냥댄 후 그녀는 더 욕하고 싶었지만 지금 은지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박태준과 시비를 따질 시간에 전화를 몇 통 더 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그녀는 입을 막아 스스로 음 소거를 한 후 목구멍에서 ‘네’라는 한 글자를 짜내고 전화를 끊었다.진유라는 1초라도 늦으면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박태준은 진영웅에게 전화해 왕준서와 함께 박물관 주변 CCTV를 뒤져서 신은지의 행방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그는 나유성에게도 전화했다. 친구 중에 신은지가 연락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니까.신은지가 단지 사진 때문에 그에게 삐진 거라면 찾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누군가가 그녀를 데려간 경우다.이런 일들을 처리하는 동안, 박태준은 계속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고 머릿속에서 전기 드릴이 돌고 있는 것 같았다.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이 몰려왔고 머리와 몸이 다 아팠다. 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6-26
더 보기

제654화 같이 자면 안 돼

결국 신은지가 너무 미안한 마음에 휴대폰을 끄고, 오늘 저녁에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식사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해서야 경을 읽는 듯한 하소연이 끝났다.그녀는 박태준에게 전화해 알리려 했지만 강태민이 이미 알렸다고 했다. 그녀가 오늘 밤 신당동에 돌아가지 않고 여기 묵기로 했다고.“남자는 좀 애간장을 태워야 해. 가끔 며칠씩 본체만체 내버려두기도 하고. 그러지 않으면 너를 쉽게 봐. 네가 철저히 자기 것이 됐다고 생각하고 소중히 여기지 않지.”강태민은 딸이 나쁜 남자에게 속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늙은 아버지처럼 미친 듯이 그녀를 세뇌시켰다.“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사람, 헤어졌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람 등등 많잖아. 남자는 다 나쁜 놈이야. 너무 오냐오냐하면 안 돼.”점점 삐딱하게 나가는 것을 보고 신은지가 빙그레 웃더니 한마디 귀띔했다.“아버지도 남자예요.”“어...”말문이 막힌 강태민은 그녀와 눈을 마주친 후 이렇게 못나서 어쩌냐는 듯 말했다.“박태준을 말하는 거잖아. 계속 그렇게 감싸라.”이 말이 끝나자마자 육지한이 들어왔다.“둘째 어르신, 박 대표님이 오셨습니다.”강태민은 입을 삐죽거렸다.‘빨리도 왔네. 진작 알았으면 흔적을 지울걸. 좀 더 오래 걱정하게 말이야. 어디 다른 여자랑 또 스캔들을 내나 보자.’그는 옆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신은지를 힐끗 보고는 내키지 않은 듯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신은지는 잔뜩 인상 쓰고 있는 그를 보고 말했다.“아버지, 그건 진짜 오해예요. 뚱한 표정을 짓지 마세요. 그 사람이 자기를 맘에 안 들어 하시는 줄 알아요.”“맘에 안 드는 게 맞는데 뭐. 네가 기어이 그 녀석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리 500도 근시라도 눈에 차지 않았을 거야.”“...”박태준은 이내 들어왔고, 들어오자마자 신은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오는 길 내내 곤두섰던 신경이 누그러졌다. 강태민이 신은지를 데려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사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직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6-26
더 보기

제655화 질투하는 건 좋아하기 때문이야

옆에서 이를 똑똑히 본 강태민은 코웃음을 쳤다.‘그 주제에, 나를 따돌리고 일을 벌이겠다?’자기 방으로 돌아온 박태준은 침대 시트도 갈지 않고 바로 욕실로 들어가 목욕을 하고 정돈한 후 30분 동안 회사 일을 처리했다. 이쯤 되면 강태민이 잠들었을 것 같아 그는 일어나서 살금살금 방문을 열었다.아무도 없는 복도에는 비상등만 따뜻한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그의 방에서 신은지의 방에 가려면 중간에 강태민의 방을 지나야 한다.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어 걸으면 사락사락 소리 나긴 하지만 이렇게 미약한 소리는 무시해도 된다.그래도 강태민의 방문 앞을 지날 때 그는 무의식적으로 발걸음 소리를 죽였다.벌컥! 꼭 닫혀 있던 방문이 열리고 잠옷 차림의 강태민이 문 뒤에 서서 차가운 얼굴로 그를 내다보았다.“박 대표, 한밤중에 살금살금 어디 가세요?”“...”“들어와요. 마침 물어볼 일이 있어요.”이튿날, 하룻밤 푹 자고 난 신은지가 상쾌한 얼굴로 방을 나서다가 마침 피곤한 얼굴로 강태민 방에서 나오는 박태준과 마주쳤다. 그녀는 그를 쳐다봤다가 다시 방을 들여다보며 물었다.“이렇게 일찍... 왜 아버지 방에서 나와? 게다가...”게다가 딱 봐도 밤을 새운 모습이다.박태준은 눈을 겨우 뜨며 힘없이 대답했다.“아버님이 나를 붙잡아 밤새 장기를 두게 했다면 믿겠어?”“...”차라리 두 사람이 밤새 싸웠다고 하면 믿었을 것이다. 강태민이 박태준을 그렇게 싫어하는데 먼저 찾았을 리 없잖아.박태준이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내가 밤에 널 찾아갈까 봐 방도를 대신 거야.”“하룻밤 장기를 둔 게 이 정도로 피곤해?”이전에도 박태준은 회사 일이 바쁠 때면 밤을 꼬박 새울 때가 많았지만 이튿날 똑같이 활기차고 평소랑 별 차이가 없었다. 혹시 나이 들어서 정력이 달리는 건가?박태준은 그녀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채고,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은 후 벽에 붙이고 서서 깊고 긴 키스를 나누었다. 남자는 아침에 몸이 민감하기 때문에 키스만 했는데도 반응이 왔다. 그는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6-27
더 보기

제656화 내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너야

내용을 보니 전부 영양가 없는 글들이었다. [여자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증거], [여자가 한 번도 화내지 않았다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여자가 당신이 주는 집, 차, 보석과 돈을 받지 않는다면 당신을 갖고 싶지 않은 것], 심지어 [여자가 가장 좋아하는 8가지 자세]라는 제목도 있었다.이 파격적인 제목들을 보면서 신은지는 정신이 아찔해졌다.고개를 들어 박태준을 보니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꾸역꾸역 밥만 먹고 있었다. 그녀가 공예지에게 질투를 느끼지 않은 것 때문에 아직도 화가 나 있나 보다.신은지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그 채널들을 하나하나 구독 취소했다. 일부 삽화와 글 제목은 너무 자극적이어서 휴대폰을 가까이 가져다 몰래 지울 수밖에 없었다. 옆에 있는 강태민이 보면 그녀가 무슨 에로물을 보는 줄 알겠다.전부 구독 취소한 후 신은지는 휴대폰을 박태준에게 던져주었다.그가 받아서 열어 보니 그녀가 카톡에 들어갔던 흔적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는 볼 수 없어 그냥 넘어갔다.강태민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무심하게 한마디 툭 던졌다.“내가 지난번에 보낸 사진은 봤어? 맘에 드는 사람 없었어?”모자이크 처리된 그 사진을 떠올린 신은지는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아버지가 딸에게 누드 사진을 보내는 건 처음 봤다.“아버지, 이후에는 그런 사진을 보내지 마세요.”박태준은 식사하느라 여념이 없어 그들의 대화를 듣지 않는 것 같았지만 벌써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그러니까 지난번에 신은지의 휴대폰에서 본 사진들이 강태민이 보낸 거였어?’“그런 사진이라니? 그건 내가 특별히 부탁해서 받은 거야. 모두 남포시의 청년 인재들이라고. 인터넷에서 대충 찾은 사진인 줄 알아? 내가 그렇게 품위가 없어?”“...”이건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그게 진짜였다니.박태준이 훼방을 놓았다.“아버님이 속은 거예요. 어느 청년 인재가 누드 사진을 찍어요? 제비족이 돈 많은 여자를 낚기 위해 캐릭터를 지어낸 거죠.”강태민은 화가 치밀어 하마터면 그릇에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6-27
더 보기

제657화 결혼하지 않고 뭐해?

임 관장한테 지수호를 조수로 받겠다고 했고 지수호도 배우고 싶어 하는데 그냥 한쪽에 팽개쳐둘 수 없다. 게다가 그는 그녀의 팬이라고 했다. 팬이라면 당연히 더 잘해줘야 한다.지수호가 웃으며 대답했다.“네.”“그럼 오늘 도구 알아보기부터 시작해요.”그는 관련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그녀는 모든 도구의 이름과 용도를 가르쳐주었고, 그는 노트를 들고 열심히 기록하면서 가끔 질문도 했다.그가 이렇게 나오니 신은지도 더 열심히 가르쳤다.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좋아한다....공예지는 병원에서 나오다가 누군가와 부딪쳐 휘청거렸다. 그 사람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고 연거푸 사과했다.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하던 그녀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 사람이 그녀의 손에 쪽지를 쥐여줬기 때문이다.그녀가 살며시 쪽지를 열어보니 ‘백야, 202’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온몸이 굳어진 채 고개를 쳐든 공예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백야라는 카페를 보면서 등에 식은땀이 돋았다.설마 그 사람인가?누군가가 카페 2층을 통째로 빌렸기 때문에 그녀는 올라간 후 한 사람도 보지 못했고 심지어 서빙 직원도 없었다.그녀는 202룸 앞에 가서 노크했다. 손가락이 문에 닿으면서 똑똑 소리가 났고, 심하게 뛰는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와 어우러졌다.주변 공기가 반쯤 빠져나간 듯 너무 조용해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 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이전에 친구와 함께 커피 마시러 왔을 때는 복도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음악 소리도 사라졌다.얼마나 지났을까? 공예지가 너무 오래 서 있어서 발이 저릴 때쯤 안에서 일부러 바꾼 남자의 목소리가 전해졌다.“들어와.”이 목소리가 그녀의 추측을 입증했다. 정말 그 사람이다.공예지는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어 문을 밀고 들어갔다.룸은 크지 않았는데, 1m 길이의 칸막이 의자와 테이블을 놓으니 심지어 비좁은 느낌까지 들었다. 창가 쪽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감히 고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6-28
더 보기

제658화 발병

박태준은 곧 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은지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어쩐지 박태준이 이 말을 할 때 잠시 망설이는 것 같았다.역시 엄마인 강혜정이 자기 아들을 더 잘 안다. 그녀는 그 한순간의 이상한 낌새를 한눈에 눈치채고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신은지를 바라볼 때는 자애롭고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은지야, 나 좀 배고파. 저기 가서 케이크를 좀 사 올래?”신은지가 가자마자 그녀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미리 말해두는데, 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라면 다리몽둥이가 부러질 줄 알아. 우리 집 며느리는 은지야. 다른 누구도 안 돼.”얼마 전의 스캔들을 그녀도 들은 바가 있다. 게다가 그 여자가 전예은과 좀 닮았다니 더 재수 없었다. 은지가 따지지 않았고, 또 자기가 끼어들면 오히려 두 사람 사이가 나빠질까 봐 걱정해서 가만있었지, 아니면 박태준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어머니.”박태준은 어이없었다.“무슨 생각 하시는 거예요? 어머니 며느리는 당연히 은지밖에 없죠.”그의 확답을 받고서야 강혜정은 못마땅한 기색을 거두었다. 그러나 박태준이 이전에 한 짓이 있기 때문에 한마디 잔소리했다.“너 그때 은지랑 결혼하고 싶어 내 앞에 무릎 꿇고 울 뻔했잖아. 어렵게 관계를 회복했는데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은지가 너를 용서할 의향이 있더라도 내가 동의하지 않을 거야.”이 과장된 표현을 듣고 박태준은 머리가 아팠다.“... 울 생각이 없었어요.”신은지가 케이크를 들고 오자 강혜정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두 부자는 차를 가지러 가. 가는 김에 이 물건들을 차에 싣고.”그들이 간 후 강혜정과 신은지는 빵집에 한참 더 앉아 있다가 올 시간이 된 것 같아 케이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은지야, 이따 뭐 먹고 싶어?”“어머니, 아버님이랑 두 분이 가서 드세요. 오늘은 두 분 결혼기념일인데 저희가 따라 가면 뭐가 돼요?”그녀는 훼방꾼이 되기 싫었다. 어쩐지 박용선이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눈치 없다고 말하는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6-28
더 보기

제659화 현기증

두 남자의 시선이 잠시 허공에서 마주쳤다. 박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시한 후 웅크리고 앉아 강혜정의 상태를 살폈다.“어머니, 지금 좀 어떠세요?”약을 먹은 후 강혜정은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 그녀는 박태준을 붙잡고 아까 그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기도윤... 방금.”박용선은 그녀가 감정이 격해지면 또 심장에 안 좋을까 봐 그녀의 말을 잘랐다.“혜정아, 기도윤은 20여 년 전에 이미 죽었어. 경찰이 DNA 검사도 했잖아. 죽은 게 틀림없어.”“그 사람 맞아. 내가 잘못 봤을 리 없어. 아까 그 사람은 틀림없이 기도윤이야.”기도윤 말고 그녀를 ‘아가씨’라고 부를 사람은 없다.왜 20년 만에 그가 경인시에,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마음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변태인 그는 좋은 마음 따위가 없다.강혜정의 감정이 다시 격해지기 시작하자, 박태준은 급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알았어요. 제가 확인할게요. CCTV를 돌려서 기도윤이든 아니든 그 사람을 어머니 앞에 데려올게요. 흥분하지 마세요.”그는 일어나 한쪽에 가서 전화를 걸었다.구급차가 이내 도착했다. 박용선은 강혜정과 함께 차에 타고 박태준과 신은지는 자가용차로 그 뒤를 따랐다. 구경거리가 없어지니 둘러싸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이내 흩어졌다.지수호와 그의 친구들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줄곧 신은지가 떠나간 방향을 주시하고 있는 지수호를 보고 누군가가 장난쳤다.“저 여자가 수호 도련님의 혼을 쏙 빼놓았군. 보이지 않는데도 시선을 거두지 못해.”“저 여자를 쫓아다니고 있었어? 연상인데, 후려잡을 수 있겠어?”지수호는 피식 웃더니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여덟 살부터 여든 살까지 내가 후려잡지 못하는 여자는 없어. 두 달 안에 저 여자를 내 손에 넣을 거야.”“어떻게 된 거야? 수호 도련님은 죽어도 지기 싫어하는 예지 양을 쫓아다니는 거 아니었어? 언제 바뀌었지? 잘 만큼 잤으니 목표를 바꾼 건가?”옆에서 누군가가 상황을 설명하자, 한 무리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6-29
더 보기

제660화 분위기 있네

박태준은 신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어머니를 부탁할게.”그는 말하고 나서 돌아서더니 옆에 있는 왕준서에게 말했다.“가자.”왕 비서는 신은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신은지는 그가 원래 하려던 말이 이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박태준이 말참견하는 바람에 갑자기 말을 바꾼 것 같았다. 그녀는 불만스럽게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흘겼지만 이미 떠난 사람은 이를 보지 못했다.박용선은 피곤한 얼굴로 병상 옆 의자에 앉아 강혜정의 손을 잡고 있었다. 신은지는 돌아가서 좀 쉬라고 말하려다가 눈에 아내밖에 없는 그를 보고 눈치 있게 입을 다물었다.“아버님, 집에 가서 어머니가 갈아입을 옷을 가져올게요.”“그래, 겉옷을 입고 자는 걸 싫어하니까 가는 김에 잠옷도...”말이 끝나기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 간다던 박태준이 문을 잡고 서서 약간 헐떡거리면서 의아한 눈빛을 하고 있는 두 사람 앞에서 주머니를 만졌다.“휴대폰이 없어졌어. 여기 두고 가지 않았나 해서.”신은지가 말하기도 전에 익숙한 벨소리가 박태준의 외투 주머니에서 흘러나왔다. 이따금 윙윙 진동까지 수반해 실버폰 소리와 매우 흡사했다.“...”이게 무슨 난처한 상황인가.박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휴대폰을 꺼냈다.“무슨 일이야?”“대표님, 어디 계셔요?”그가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니 대표님이 보이지 않았다.“병실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가지러 왔어. 차를 몰고 나와 문 앞에서 대기해.”그는 전화를 끊고 신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가자. 데려다줄게.”“...”‘그러니까 지금 말하는 병실에 두고 온 물건이 나였어?’돌아설 때 다리에 힘이 풀린 박태준은 무의식적으로 문틀을 붙잡았다.방금 아래층에 있을 때 꽃을 든 사람이 그를 스쳐 지나갔는데,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 상반부만 보였고 전혀 인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사람을 보고 그는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은 착각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6-29
더 보기
이전
1
...
6465666768
...
8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