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은 곧 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은지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어쩐지 박태준이 이 말을 할 때 잠시 망설이는 것 같았다.역시 엄마인 강혜정이 자기 아들을 더 잘 안다. 그녀는 그 한순간의 이상한 낌새를 한눈에 눈치채고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신은지를 바라볼 때는 자애롭고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은지야, 나 좀 배고파. 저기 가서 케이크를 좀 사 올래?”신은지가 가자마자 그녀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미리 말해두는데, 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라면 다리몽둥이가 부러질 줄 알아. 우리 집 며느리는 은지야. 다른 누구도 안 돼.”얼마 전의 스캔들을 그녀도 들은 바가 있다. 게다가 그 여자가 전예은과 좀 닮았다니 더 재수 없었다. 은지가 따지지 않았고, 또 자기가 끼어들면 오히려 두 사람 사이가 나빠질까 봐 걱정해서 가만있었지, 아니면 박태준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어머니.”박태준은 어이없었다.“무슨 생각 하시는 거예요? 어머니 며느리는 당연히 은지밖에 없죠.”그의 확답을 받고서야 강혜정은 못마땅한 기색을 거두었다. 그러나 박태준이 이전에 한 짓이 있기 때문에 한마디 잔소리했다.“너 그때 은지랑 결혼하고 싶어 내 앞에 무릎 꿇고 울 뻔했잖아. 어렵게 관계를 회복했는데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은지가 너를 용서할 의향이 있더라도 내가 동의하지 않을 거야.”이 과장된 표현을 듣고 박태준은 머리가 아팠다.“... 울 생각이 없었어요.”신은지가 케이크를 들고 오자 강혜정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두 부자는 차를 가지러 가. 가는 김에 이 물건들을 차에 싣고.”그들이 간 후 강혜정과 신은지는 빵집에 한참 더 앉아 있다가 올 시간이 된 것 같아 케이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은지야, 이따 뭐 먹고 싶어?”“어머니, 아버님이랑 두 분이 가서 드세요. 오늘은 두 분 결혼기념일인데 저희가 따라 가면 뭐가 돼요?”그녀는 훼방꾼이 되기 싫었다. 어쩐지 박용선이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눈치 없다고 말하는
두 남자의 시선이 잠시 허공에서 마주쳤다. 박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시한 후 웅크리고 앉아 강혜정의 상태를 살폈다.“어머니, 지금 좀 어떠세요?”약을 먹은 후 강혜정은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 그녀는 박태준을 붙잡고 아까 그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기도윤... 방금.”박용선은 그녀가 감정이 격해지면 또 심장에 안 좋을까 봐 그녀의 말을 잘랐다.“혜정아, 기도윤은 20여 년 전에 이미 죽었어. 경찰이 DNA 검사도 했잖아. 죽은 게 틀림없어.”“그 사람 맞아. 내가 잘못 봤을 리 없어. 아까 그 사람은 틀림없이 기도윤이야.”기도윤 말고 그녀를 ‘아가씨’라고 부를 사람은 없다.왜 20년 만에 그가 경인시에,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마음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변태인 그는 좋은 마음 따위가 없다.강혜정의 감정이 다시 격해지기 시작하자, 박태준은 급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알았어요. 제가 확인할게요. CCTV를 돌려서 기도윤이든 아니든 그 사람을 어머니 앞에 데려올게요. 흥분하지 마세요.”그는 일어나 한쪽에 가서 전화를 걸었다.구급차가 이내 도착했다. 박용선은 강혜정과 함께 차에 타고 박태준과 신은지는 자가용차로 그 뒤를 따랐다. 구경거리가 없어지니 둘러싸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이내 흩어졌다.지수호와 그의 친구들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줄곧 신은지가 떠나간 방향을 주시하고 있는 지수호를 보고 누군가가 장난쳤다.“저 여자가 수호 도련님의 혼을 쏙 빼놓았군. 보이지 않는데도 시선을 거두지 못해.”“저 여자를 쫓아다니고 있었어? 연상인데, 후려잡을 수 있겠어?”지수호는 피식 웃더니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여덟 살부터 여든 살까지 내가 후려잡지 못하는 여자는 없어. 두 달 안에 저 여자를 내 손에 넣을 거야.”“어떻게 된 거야? 수호 도련님은 죽어도 지기 싫어하는 예지 양을 쫓아다니는 거 아니었어? 언제 바뀌었지? 잘 만큼 잤으니 목표를 바꾼 건가?”옆에서 누군가가 상황을 설명하자, 한 무리
박태준은 신은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어머니를 부탁할게.”그는 말하고 나서 돌아서더니 옆에 있는 왕준서에게 말했다.“가자.”왕 비서는 신은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신은지는 그가 원래 하려던 말이 이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박태준이 말참견하는 바람에 갑자기 말을 바꾼 것 같았다. 그녀는 불만스럽게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흘겼지만 이미 떠난 사람은 이를 보지 못했다.박용선은 피곤한 얼굴로 병상 옆 의자에 앉아 강혜정의 손을 잡고 있었다. 신은지는 돌아가서 좀 쉬라고 말하려다가 눈에 아내밖에 없는 그를 보고 눈치 있게 입을 다물었다.“아버님, 집에 가서 어머니가 갈아입을 옷을 가져올게요.”“그래, 겉옷을 입고 자는 걸 싫어하니까 가는 김에 잠옷도...”말이 끝나기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 간다던 박태준이 문을 잡고 서서 약간 헐떡거리면서 의아한 눈빛을 하고 있는 두 사람 앞에서 주머니를 만졌다.“휴대폰이 없어졌어. 여기 두고 가지 않았나 해서.”신은지가 말하기도 전에 익숙한 벨소리가 박태준의 외투 주머니에서 흘러나왔다. 이따금 윙윙 진동까지 수반해 실버폰 소리와 매우 흡사했다.“...”이게 무슨 난처한 상황인가.박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휴대폰을 꺼냈다.“무슨 일이야?”“대표님, 어디 계셔요?”그가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니 대표님이 보이지 않았다.“병실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가지러 왔어. 차를 몰고 나와 문 앞에서 대기해.”그는 전화를 끊고 신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가자. 데려다줄게.”“...”‘그러니까 지금 말하는 병실에 두고 온 물건이 나였어?’돌아설 때 다리에 힘이 풀린 박태준은 무의식적으로 문틀을 붙잡았다.방금 아래층에 있을 때 꽃을 든 사람이 그를 스쳐 지나갔는데,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 상반부만 보였고 전혀 인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사람을 보고 그는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은 착각
강혜정이 깨어났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주변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고 병실의 불은 꺼져 있었으며 구석에 있는 무드등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어두웠기 때문에 그녀는 애를 써서야 자신이 처한 환경을 알아볼 수 있었다.그녀는 입을 벌려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자고 있는 사람을 불렀다."용선아."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잤는지 몰랐다. 물을 마시지 않아서 목이 탈 정도였다. 소리를 내려고 하자 모기 소리처럼 작은 소리가 났다. 소파에서 자고 있는 그는 깨지 않았지만 그녀 옆에서 인기척이 났다. 뼈마디가 긴 큰 손이 빨대를 쥐고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그녀는 목이 너무 말라 무의식적으로 두 모금 빨았다.따뜻한 물이 목구멍을 따라 흘러내려 목은 마침내 그 건조하고 떫었던 상태에서 벗어났다. 전보다 좀 나아진 것 같았다."왜 은지더러 여기에서 자게 했어? 집에 가서 자게 하지 않고. 소파에서 자는 게 얼마나 불편한데.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데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어떡해."무드등 불빛이 비치는 곳은 한정돼 있어서 소파에 있는 사람은 희미하게 그림자만 보일 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구분 할 수 없었다.그녀에게 물을 먹인 사람이 덩치가 큰 남자였기 때문에 그녀는 당연히 소파 위에 있는 사람이 신은지라고 생각했다."가서 은지를 깨워. 근처 호텔에 방을 잡아서 재우고 와."강혜정이 손을 뻗어 그를 재촉하려는데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낸 소리였다.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뻣뻣해졌다. 박용선의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기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에서 뼈 소리가 들릴 정도로 경직된 동작으로 말이다. 남자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와 눈을 마주쳤지만 강혜정은 여전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당황했다.‘왜 잘 안 보이지? 용선이는? 소파에 있는 사람은 또 누구야? 깨어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저 사람은 왜 아직도 움직이지 않지?
신은지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쪽을 한번 훑어보았다. 과연 그녀는 떼 지어 몰려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박태준을 보았고 그의 옆에는 공예지가 서서 다소 어색하게 두 손을 마주 잡고 있었다.공예지는 이런 파티에 오는 게 처음이라 아무리 등을 꼿꼿이 세우고 주눅 들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가난했던 생활환경 때문인지 이런 자리에 자주 참석했던 재벌 2세들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는 없었다. 그녀는 파티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서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아무리 자신의 처지를 신은지처럼 만들어도, 일이 생겼을 때 같은 반응을 보여도 신은지와 똑같아 질 수는 없었다. 신은지도 전보다 초라해지긴 했지만 그건 좀 지나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배워야 할 예의는 이미 하나도 빠짐없이 다 배웠었다.진유라는 신은지가 전혀 놀라지 않는 걸 보고 말했다."박태준 씨가 공예지를 데리고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아니네, 성씨 가문이 무슨 신분이라고. 그 집 딸의 약혼식은 말할 것도 없고 성씨 가문 할머니가 약혼한다고 해도 박태준을 초대할 정도의 지위는 안 돼.""초청받은 사람은 태준이가 아니라 공예지야."그날 차 안에서 신은지 앞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감히 넘볼 수 없는 도도한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갑자기 마음이 변했을뿐더러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왔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속였다.‘접대가 있기는 무슨? 이게 무슨 접대야.'진유라는 의문이 들었다. 관계가 좀 복잡해서 그녀는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박태준이 공예지의 남자 파트너로 연회에 참석했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소매를 걷어 올리려고 했다."이 여우 년이 어딜 넘봐? 내가 오늘 제대로 가르쳐줄게. 자기 것이 아니면 함부로 넘보지 말라고.""너 오늘 드레스를 입었잖아, 소매가 어디 있어. 일단 가지 마."신은지가 그녀를 제지했다.그녀는 오히려 공예지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는 지를 알고 싶었다. 의도가 무엇인지 말이다. ‘이 광경을 본 내가 질투 때문에 박태준과 말다툼이
신은지는 물결이 출렁이는 수영장을 가만히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공예지는 바로 그녀 뒤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신은지의 무방비한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박태준이 왔기 때문에 다들 홀에 있었고 그와 말을 걸고 싶어 했다.오늘의 손님들은 모두 성씨 집안과 같은 계층이었다. 평소라면 박태준과 같은 곳에 있기는커녕 멀리서 한 번 만날 기회도 없으니 그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바람이 나뭇잎을 스쳐 지나가자 사박사박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공예지는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그녀는 본질적으로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아직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대학 졸업 후, 자신의 노력으로 어떤 찬란한 미래를 그려나갈지도 고민하고 있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그녀는 긴장되고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동생인 공예함이 그 사람에게 끌려갔기 때문이었다.머릿속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싸우는 것 같았다. 천사와 악마의 목소리였다.공예지의 손이 신은지의 등에 닿으려 할 때, 수영장을 보고 넋을 잃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몸을 돌렸고 공예지는 깜짝 놀라 손을 움츠렸다.이 모든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듯 신은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태준이를 좋아한다면 지금이 단둘이 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아니에요? 파티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고 반쯤 취해서 알딸딸할 때가 가장 좋은 기회잖아요. 그쪽이 조금만 더 신경 써도 성공할 수 있는데..."공예지는 그녀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더니 이어서 모욕당한 듯 얼굴을 붉혔다.신은지는 그녀에게 박태준과 잘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무엇을 하든 박태준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었다."..."‘나를 얼마나 열등감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말할까.'그러나 그녀가 열등감을 가지든지 말든지 신은
그녀는 질식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파닥거리는 힘은 점점 작아졌고 물보라너머로 공예지는 수영장 밖에 서 있는 신은지를 보았다. 신은지는 정교한 드레스를 입고 공예지가 평생 일해도 살 수 없는 값비싼 장신구를 착용하고 그녀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처음 느끼는 수치였다.‘만약 이번 일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 무조건...'‘무조건?'그녀의 생각은 이미 혼돈에 빠지기 시작했고 정신이 혼미하고 손발이 허약해졌다.펑.공예지는 무언가에 맞았다. 아프지 않았고 약간 부드러웠다. 애써 눈을 떠보니 앞에 있는 건 분홍색 튜브였다. 누가 던진 건지 생각할 틈도 없이 그녀는 필사적으로 튜브를 붙잡고 가라앉지 않으려고 했다.죽음의 위협이 사라진 후에야 공예지는 정신을 차리고 발로 땅을 밟았다. 고개를 돌려 신은지가 방금 서 있던 곳을 보았는데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홀에 있는 박태준이 손목시계를 보았다. 신은지가 나간 지 2분이 지났다.신은지가 떠났을 때, 박태준도 따라서 나가려고 했지만 발을 떼기도 전에 사람들이 술잔을 들고 와서 그와 친분을 쌓으려고 했다. 그들을 따돌렸을 때 그녀는 이미 그의 시야에서 벗어났다.그녀가 떠난 방향을 보고 그는 그녀가 화장실에 간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홀을 둘러보니 공예지도 사라져 있었다.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 소리가 두 번 정도 울렸고 그는 사람들과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진유라가 가방에서 익숙한 휴대전화를 꺼내는 걸 보았다.전화를 끊은 박태준이 성큼성큼 걸어갔다."은지가 화장실 간 지 2분이나 지났는데 아직 안 나왔어요. 한 번 확인해 주세요."그를 변태 보듯 쳐다보는 진유라가 입을 열었다."여자가 화장실에 가면 오래 걸리는 게 정상 아닌가요? 박태준 씨, 변태세요?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관리하세요?"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박태준도 너무 자세히 말하기는 어려웠다."사람을 데려왔으면 잘 돌봐야죠. 은지가 방금 술을 너무 많이 마
문을 닫은 그 사람이 더 힘을 주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자 끼인 곳에서 붉은 피가 새어 나와 점차 옷 속으로 스며들었다.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가 1대10으로 싸운다고 한들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니 유인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신은지는 차 문을 쳐다보았다. 조금만 빨랐으면 그녀는 문손잡이를 잡을 수 있었다."태준아, 빨리 손 놔."피가 문을 타고 뚝뚝 떨어졌고 이대로 가다가는 그의 손이 정말 부러질 것 같았다.그녀는 박태준이 그녀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말을 마친 신은지는 완전히 기절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가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차를 몰던 그 사람은 틈틈이 뒤를 돌아보면서 악을 쓰며 말했다."그냥 얘도 기절시켜서 차에 올려."그들은 박태준의 이름을 전에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이 임무를 받았을 때 인터넷에 찾아보았었다. 만약 정말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었다면, 누가 감히 그를 건드렸겠는가. 원래는 이 여자가 혼자 있는 틈을 타서 데려 가려고 했는데 재수 없게 박태준에게 걸릴 줄은 몰랐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어쨌든 그들의 임무는 단지 사람을 납치하는 것이니 뒷일은 상관할 필요가 없었다. 박태준을 함께 묶었으니 도망갈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감히 박태준을 죽일 수 없었다. 많은 돈을 가지고도 안절부절못하면서 쓰고 싶지 않았다."기절시킨다고?"팔도 내밀지 못하는 문틈을 보고 뒷줄 사람들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보스, 이거 어떻게 해요? 아니면 제가 문을 좀 열고 칼로 찔러버릴까요? 고통을 계속 참을 리 없어요."그는 감히 직접 문을 열지 못했다.박태준은 차에 탄 사람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 보스라는 사람이 대꾸하기도 전에 그가 입을 열었다."약 같은 거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차 안이 조용해지자 모두가 의아해하며 그를 쳐다보다가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쯧쯧, 소문으로는 살아있는 염라대왕처럼 무섭다던 박태준이 여친 바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