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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현기증

두 남자의 시선이 잠시 허공에서 마주쳤다. 박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시한 후 웅크리고 앉아 강혜정의 상태를 살폈다.

“어머니, 지금 좀 어떠세요?”

약을 먹은 후 강혜정은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 그녀는 박태준을 붙잡고 아까 그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

“기도윤... 방금.”

박용선은 그녀가 감정이 격해지면 또 심장에 안 좋을까 봐 그녀의 말을 잘랐다.

“혜정아, 기도윤은 20여 년 전에 이미 죽었어. 경찰이 DNA 검사도 했잖아. 죽은 게 틀림없어.”

“그 사람 맞아. 내가 잘못 봤을 리 없어. 아까 그 사람은 틀림없이 기도윤이야.”

기도윤 말고 그녀를 ‘아가씨’라고 부를 사람은 없다.

왜 20년 만에 그가 경인시에,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마음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

변태인 그는 좋은 마음 따위가 없다.

강혜정의 감정이 다시 격해지기 시작하자, 박태준은 급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제가 확인할게요. CCTV를 돌려서 기도윤이든 아니든 그 사람을 어머니 앞에 데려올게요. 흥분하지 마세요.”

그는 일어나 한쪽에 가서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가 이내 도착했다. 박용선은 강혜정과 함께 차에 타고 박태준과 신은지는 자가용차로 그 뒤를 따랐다. 구경거리가 없어지니 둘러싸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이내 흩어졌다.

지수호와 그의 친구들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줄곧 신은지가 떠나간 방향을 주시하고 있는 지수호를 보고 누군가가 장난쳤다.

“저 여자가 수호 도련님의 혼을 쏙 빼놓았군. 보이지 않는데도 시선을 거두지 못해.”

“저 여자를 쫓아다니고 있었어? 연상인데, 후려잡을 수 있겠어?”

지수호는 피식 웃더니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여덟 살부터 여든 살까지 내가 후려잡지 못하는 여자는 없어. 두 달 안에 저 여자를 내 손에 넣을 거야.”

“어떻게 된 거야? 수호 도련님은 죽어도 지기 싫어하는 예지 양을 쫓아다니는 거 아니었어? 언제 바뀌었지? 잘 만큼 잤으니 목표를 바꾼 건가?”

옆에서 누군가가 상황을 설명하자, 한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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