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Chapter 761 - Chapter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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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1화

임하나는 홧김에 말을 뱉고는 곧 후회했다. 하지만 한 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으니.그녀는 오히려 목을 꼿꼿이 세우고 이상언을 바라보았다.“그러니까...” 이상언은 속눈썹을 거두고 다시 한 번 말했다.“오늘 내가 자기를 막아선다면, 우리 둘은 깨진다는 거다. 그 얘기죠? 지금?”“네.” 임하나의 떨리는 소리로 답했다.“우리 감정이 이렇게 가벼웠던 거군요.”이상언은 쓴웃음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일을 겪고서도, 우리 사이가 이처럼 가벼운 사이인 줄은 몰랐네.”임하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 얘기 그만하고 싶어요. 비켜요. 나 이서 지키러 갈 거야!”저는 지환이 이서를 아프게 하는 걸 지켜 보고만 있을 수 없다.“그래요.” 이상언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철하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도 지금 우리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이서 씨와 지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라고. 지환이 이서를 얼마나 끔찍하게 생각하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두 사람이 막 결혼했을 때, 지환도 이서가 은철의 약혼녀였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나중에 알았을 때는, 이서가 하씨 집안 사람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아니까, 갖은 방법을 써서 숨기려고 했던 거고. 이 모든 건 이서랑 함께하기 위해서였다고... 지환이 이서를 다치게 할 거라고 생각된다면, 가요.”말이 끝나자, 이상언은 한 걸음 물러서며 길을 내주었다.임하나도 그제야 좀 진정되는 듯했다.텅 빈 복도를 보며, 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웅크리고 제자리에 앉았다.“하늘도 무심하지, 이서는 태어날 때부터 하씨 집안과 엮여서 한번도 편안한 날을 보낸 적이 없어. 그래도 결혼하면서 하씨 집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돌고 돌아 남편이 하씨 집안 사람이라니...”이상언의 눈동자는 고통으로 가득했다. 상심에 빠진 임하나를 보니 꼭 안아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지만 끝내 다가가지 않았다.같은 시각, 진료실은 ‘펑’하는 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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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마이클 천은 바로 나갔다.마이클이 자리를 비우자, 이상언은 지체하지 않고 곧 지환에게 말했다.“지환아, 잘 들어. 너 지금 선택해야 해. 이서 씨가 고통받도록 두던가, 아니면... 널 잊게 하던가.”임하나는 숨을 죽이고 긴장한 모습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그녀도 지환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이서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던 그에게는 고통이 따를 것이기다.한 세기가 같은 몇 분이 지나고, 지환의 고통에 휩싸인 목소리가 들렸다.“날 잊게 해.”말을 마친 지환은 육안으로 볼 수 있듯이 초췌해졌다.옆에서 지켜보던 임하나도 마음이 아플 정도로.계속 입을 꼭 다물고 있던 임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방법은 없어요?”이상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결정했으면 나가자.”임하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이서를 애처롭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진료실을 나섰다.막 몸을 돌려 다시 한번 이서를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문이 닫혀버렸다.임하나가 긴장한 듯 말했다.“대체 지금 뭐하는 거예요?”유리 창문을 통해 안쪽을 보던 이상언이 지환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긴장하지 마. 단지 이서와 제대로 작별하고 싶었을 거예요.”임하나의 마음도 칼로 에이듯이 아팠다.진료실 안.지환은 이서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아주 천천히 쓰다듬었다.시간이 1초, 1초 흘러갈 때마다 그는 심장이 한 올 한 올 도려지는 것 같았다.“자기야, 날 꼭 기억해줄 거지? 난 자기 믿어.”그는 이서의 손을 자신의 볼에 대고 어루만지며 말했다.이서의 피부에서 느껴지는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꿈속의 이서는 무언가를 느끼기라도 한 듯 미간을 다시 한번 깊게 찌푸렸다.5분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치료실에 들어온 마이클 천은 지환의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대표님, 나가 주셔야 합니다.”지환은 이서를 그윽한 눈으로 보고, 또 보았다. 빨개진 눈동자를 숨기고서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마이클 천을 바라보았다.“잘 부탁해요, 다만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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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마이클 천이 답했다.“현재로서는 저도 아직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이서 씨가 깨어나야 알 수 있습니다.”진료실이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또 족히 1세기가 지나서 마침내 이서가 깨어났다.마이클 천은 앞으로 다가가려는 사람들을 막아서며 말했다.“깨어났어요?”이서는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눈앞의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곧 임하나에게 집중되었다.“하나?”임하나는 기뻤다.“이서야, 나 기억해?”“하나야, 무슨 소리야? 그리고 여긴 어디야? 나 왜 여기 있지?”임하나는 이상언을 한번 보고서야 고개를 돌려 조심스럽게 물었다.“이서야, 다른 거 더 기억나는 거 없어?”이서는 갑자기 목을 움츠렸다. 긴장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뒤에 서 있는 남자들을 보며 임하나의 손을 꼭 잡았다.“하나야, 저 두 사람은 누구야, 네 친구들이야?”그중 한 사람의 눈빛은 정말 무서웠다.매우 강한 소유욕을 띤 그런 눈빛이라고나 할까...임하나는 고개를 돌려 지환을 한번 보았다.“아, 잊었구나. 저분은...”마이클 천은 갑자기 뒤에서 임하나를 살짝 잡아당겼다.“하나 씨.”그는 고개를 저으며 임하나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표시했다.“이서 씨, 여기서 잠깐 쉬세요. 우리 잠시 후에 다시 올게요.”이서는 불안한 듯 임하나를 힘껏 잡아당겼다. 그녀는 공포로 가득 찬 눈빛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두려움으로 가득한 그녀의 눈빛에, 지환은 날카로운 칼이 그의 가슴을 에이는 것 같았다.지환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임하나도 마음이 아팠다.비록 이서를 속인 개자식이긴 하지만...“가요.” 이상언은 임하나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임하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두 사람이 문 쪽에 도착했을 때, 지환이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한, 이상언은 앞으로 가서 그를 끌어당겼다.“가자.”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지환을 쳐다보는 이서를 보고 있자니 주위사람들조차 안쓰럽게 만들었다.지환을 진료실에서 데리고 나간 이상언은 즉시 치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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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그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집안의 몰락으로 지환이 부득이하게 가장의 노릇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금처럼 풀이 죽거나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이서를 만난 후, 지환도 드디어 사람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오늘 지환도 여느 평범한 사람처럼 나약한 순간이 있다는 걸 느꼈다.이상언은 지환 옆에 말없이 서 있다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 “가자.”지환도 묵묵히 몸을 돌려 진료실의 방향을 한 번 보았다.“너 먼저 가, 난 여기서 기다리고 싶어.”“그런데...” 이상언은 숨을 들이쉬었다.“그럼 내가 같이 있어 줄게.”지환은 아무 말없이 몸을 돌려 차로 갔다.이상언도 조수석의 위치에 따라 앉았다.같은 시각, 임하나는 소설 마니아의 위력을 발산하며 이서에게 상황을 ‘설명’했다.“그러니까 내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기억을 잃었다는 거지. 그래서 정신의학과 선생님께 진료를 본 거고, 여기 진료실에 있는 거고...”“응. 맞아.” 임하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이서를 쳐다보았다.이 순간, 그녀는 왜 지환이 이서를 속이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이서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그럼 사고 낸 사람은?”“아, 그거 이미 보험 처리하고 다 끝냈어. 걱정하지 마. 우리 이제 집에 가자.”진료실 내의 다양한 의료기기를 둘러본 이서는 마음속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뭐라고 딱 말할 수는 없지만.“왜?”“아니야.” 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갑자기 다시 물었다.“방금 그 두 사람은 누구야, 네 친구야?”“응.”“근데 아까 그 남자, 나를 보는 눈빛이 무서웠어. 돈 떼먹은 사람처럼 말이야, 내가 설마 돈 빌렸어?”눈가에 핑 도는 눈물을 감추고자 임하나는 얼른 눈을 깜빡거렸다.“아니야, 그 사람 인상 좀 더럽지?”그녀는 바삐 몸을 돌려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갈까?”“그래.” 침대에서 일어난 이서는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에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켰다.임하나는 즉시 몸을 돌려 이서 쪽으로 걸어왔다.“이서야...”“나 괜찮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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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임하나는 순간 당황했다. 곧 정신을 차리고 의사를 불렀다.“선생님! 진 선생님!”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달려온 마이클 천은 이서의 모습을 보자마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 알았다. 그는 즉시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이서의 입에 알약을 넣어 넣었다.그러고는 간호사에게 이서를 병상으로 옮기라고 얘기했다.임하나는 안색이 창백한 이서를 보고 마음이 초조해졌다.“선생님, 이서 괜찮아요?”마이클 천은 정색하고 물었다.“환자에게 무슨 말을 한 겁니까?”임하나는 죄 지은 사람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깜빡하고, 이서에게 전 남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딱 한 마디만 했는데...”“내가 뭐랬어요? 이러게 되면...”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임하나를 본 마이클 천은 말투가 약간 부드러워졌다.“현재 이서 씨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욱 조심하셔야 합니다. 지금 이서 씨는 단편적인 기억을 가진 사람입니다.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는 그녀의 기억 조각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기억을 조작하려고 하지 마세요. 머릿속 기억과 현실이 다르다고 판단되면 오늘과 같은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알겠습니다.” 임하나는 정말 혼 줄이 났다.“네, 조금 있으면 깨어날 겁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마이클 천이 나가기 바쁘게 지환과 이상언이 들어왔다.“이서 왜 이래?'”침대에 누워 있는 이서를 본 이상언이 의아한 듯 물었다.“미안해요.”임하나의 눈에서 눈물이 주루륵 흘러내렸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상언은 지환을 진정시키고 다시 물었다.“울지 말고 얘기해 봐요.”“방금... 방금 이서에게 하은철 얘기 꺼냈는데, 이서가... 이서가 그만 기절했어요...”임하나는 두 눈이 빨갛다 못해 벌겋게 달아오른 지환의 눈을 보며 말했다.“내가 밉죠? 기분이 안 풀린다면 한 대라도 쳐요. 모두 제 잘못이에요. 하은철 얘기 꺼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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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이서는 진료실 입구에 서서 길게 뻗은 복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임하나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을 겨우 참아냈다.“아니야, 인제 그만 가자.”하나가 이서의 손을 잡았다.의심스럽다는 듯 하나를 바라보던 이서가 그녀를 따라 차에 올랐다. 보이지 않는 두 눈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고 느낀 이서가 조심스레 하나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하나야, 누군가 암암리에 우리를 훔쳐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설마, 형부는 아니겠지?’‘하긴, 그냥 이대로 포기할 사람은 아니잖아.’‘마이클 천 선생님의 말씀대로 이서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분명히 다른 방법을 마련하고 말 거야.’ “아니, 네가 너무 예민한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아, 우선 우리 집으로 가자.”“어? 왜 너희 집으로 가자는 거야?” 이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집을 너무 오래 비워서, 우리 부모님이 걱정하실 텐데?”하나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으나, 그런 자신을 자제하려 노력했다. “내가 이미 너희 부모님께 네가 한동안 우리 집에서 머물 거라고 말씀드렸어. 너희 부모님께서는 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도 모르시는데,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면 틀림없이 의심하시지 않을까?” 이서는 하나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네, 그러면 신세 좀 질게, 하나야.”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을 해.” 쑥스럽다는 듯 이서를 바라본 임하나는 천천히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비록 하나가 천천히 차를 몰기는 했으나, 차량의 속도는 여전히 빨라서 금세 지환을 따돌릴 수 있었다. 하나 차량의 후미등을 바라보던 이상언이 지환에게 물었다.“따라갈까?”미간을 찌푸리던 지환이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아니야, 됐어.”상언은 즉시 하려던 동작을 멈추었다. ‘따라갔다가 들킬까 봐 두려워서 저러는 게 분명해.’‘아이고.’‘코 앞에 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거야.’...진료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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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나를 오빠랑 비교하지 마.”박예솔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난 무슨 일이 있어도 지환이랑 결혼할 거야.” 이는 박예솔이 어릴 적부터 키워온 꿈이었다. 턱을 살짝 들어 올린 지호가 박예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제수씨가 기억을 잃은 틈을 타서, 네가 지환이랑 결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박예솔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 “도대체 오빠는 누구 편이야?” 자료 속 이서의 모습을 떠올린 하지호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번졌다. “그거 정말 좋은 질문이네.”한참이 지난 후, 하지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박예솔을 바라보았다.“난 단 한 번도 누구의 편에 선 적이 없어. 그저 사실을 중시했을 뿐이지.” 주먹을 움켜 쥔 박예솔이 하지호를 향해 냉소하며 말했다.“분명히 말하는데, 난 반드시 지환이랑 결혼하고 말 거야!”이 말을 마친 박예솔은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나버렸다. 눈썹을 치켜올린 하지호가 박예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그래? 한 번 두고 보자.”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하나가 자신의 엄마에게 이서의 상황을 말해둔 덕에 이서는 하나의 어머니와 간단한 인사만을 나눈 후,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어머니, 제가 와서 많이 불편하시죠?”이서가 물었다. “전혀 그렇지 않단다.”하나는 이서를 끌고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방은 이미 다 치워 뒀으니까 당분간은 우리 집에서 지내. 필요한 게 있으면 밖에 나가지 말고 언제든지 나한테 말하고.” “그럼 난 언제 밖에 나갈 수 있는 거야? 나, 은철이 보고 싶은데...” 하나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인내하는 듯했다.“기억을 잃은 네 자신에게 적응하면 그때 나가는 걸로 하자.” “그래, 알았어.”고개를 끄덕인 이서가 얌전히 위층을 향해 올라갔다. 방에 들어선 이서는 하나가 떠난 후에야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어째서 휴대전화가 전부 포맷되어 있는 거지? 은철이 번호도 사라져 버렸잖아?’휴대전화를 손에 든 이서는 크게 놀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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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이서가 가볍게 웃었다.[좋아요. 저는 Y 양이라고 불러주세요.] “Y 양.”지환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워서 좋은 술과 같이 사람을 도취시키는 듯했다. 이서의 심장 역시 지환의 목소리에 단번에 매료되었다. [목소리가 정말 좋으시네요.] 두 사람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두 시간가량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정말 이상하네요. 분명 초면인데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서가 침대에 몸을 뉘었다. [사실... 저는 기억을 잃었어요.] [H선생님은 모르시겠죠... 에이, 분명 모르실 거예요. 기억을 잃었다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에요.] [마음 한 켠이 텅 빈 것 같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길을 걷다가 방향성을 잃은 사람처럼요?”수화기 너머의 남자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을 들은 이서는 참된 친구를 만난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맞아요, 아주 정확해요. 정말이지 저를 오랫동안 알고 계셨던 분처럼 말씀하시네요.] 이서가 말을 끝낸 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서가 불안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저기... 혹시, 제가 실수라도 한 건가요?] ‘그러고 보니, 일면식도 없는 사람인데 나랑 관계를 맺으려는 느낌이 들기도 해.’ “아니에요.”수화기 너머 남자의 목소리는 심히 떨리고 있었다.“앞으로는 언제든지 전화하세요.”[정말 그래도 될까요?]이서는 대단히 기뻤다. “그럼요.”[알겠습니다.]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누었고, 이서는 아쉬워하며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 너머의 지환은 침묵을 지키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지환은 간신히 참고 있었으나, 상언은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모든 걸 잊었는데도 불구하고, 네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상언이 감개무량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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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윤수정은 이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은철은 윤수정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마침내 손에 든 큰 가위를 바닥으로 내던질 수 있었다.황급히 달려온 주 집사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하은철을 향해 말했다. “도련님, 다치지는 않으셨죠?”은철이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윤수정이 제 곁에 나타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윤수정, 완전히 미쳐버린 것 같더군요!” “네, 알겠습니다.”하은철의 기색을 살피던 주 집사가 한참이 지나서야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도련님, 이서 아가씨를 찾으러 가실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혹시 이서 아가씨가 자신의 남편이...” 은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떤 상황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서가 작은 아빠를 용서할 것 같더군요.”“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어쨌든 도련님과 어르신을 속이신 거잖아요.”은철이 서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저는 반드시 이서랑 결혼할 겁니다. 이미 할아버지와 약속한 일이에요. 절대 할아버지를 실망시킬 수는 없죠.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요? 그러게요, 모두 이서의 행동에 달린 거죠. 실망한 이서가 작은 아빠와의 이혼을 결심해 준다면 저도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테지만, 이서가 계속해서 작은 아빠와 함께하길 원한다면, 저도 제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요.” ‘반드시 이서를 되찾아야 해.’ ...저녁 무렵.식사를 마친 하나의 어머니가 평소대로 먼저 몸을 일으켜 방으로 향했고, 하나는 이서와 함께 근처의 슈퍼마켓에 가서 쇼핑을 했다. “더 필요한 거 없어?” 하나가 작은 카트를 끌며 이서의 뒤를 따랐다.“사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다 사도 돼.” 이서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네가 이미 다 준비해 줬잖아.” “그럼 이제 뭐 하고 싶어? 온 김에 간식이라도 좀 살까?” “그래.”이서가 대답했다. “네가 좋아하는 거 먼저 사러 가자.” “에이, 너한테 필요한 거 사러 나온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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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하나는 멍해지는 듯했다.‘윤수정이 병이 났다는 것만 기억하고, 그게 거짓말이었다는 건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하긴, 하은철을 기억하긴 하지만, 하은철이 신장과 결혼을 맞바꾸었다는 건 기억하지 못하니까.’ ‘그리고... 형부도 완전히 잊어버렸잖아.’ “자, 난 다 샀어.” 고개를 돌린 이서는 그제야 하나가 자신을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야, 너 왜 그래?”하나는 즉시 시선을 거두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다른 건 필요 없어?” “응.”이서는 또 한 번 작은 카트를 바라보았다.“이제 그만 가자.” “그래.”팔짱을 낀 두 사람은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하던 이서는 또 한 번 누군가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고개를 돌렸으나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 쓸데없는 걱정일 거야.’ 슈퍼마켓을 나선 두 사람은 걸어서 하나의 집으로 향했다. 하나의 집은 슈퍼마켓에서 10분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 두 봉지의 간식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이 모퉁이를 돌자, 어디선가 나타난 흰색 차량 한 대가 두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조심해!”그 차량이 이서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하나가 얼른 손에 든 간식 봉지를 던지고 달려들어 이서를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하나가 차량의 속도를 이길 수는 없었다.그 차량은 더욱 빠른 속도로 이서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돌진하여 그 흰색 차량을 세게 들이받았다. 흰색 차량은 큰 충격으로 인해 뒤로 몇 미터 밀리게 되었으나, 조금도 단념하지 않았고 짧은 조정 끝에 다시 한번 이서를 향해 돌진하려 했다. 차가 몰고 온 질풍은 칼날이 되어 이서의 몸을 스치는 듯했다. 두 대의 차량이 이서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주의하지 않는다면 이서는 큰 위험에 빠질 것이었다. “이서야!”하나는 폭풍우와 같은 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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