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Chapter 771 - Chapter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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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두 대의 차량이 부딪치는 큰 소리가 오랫동안 공기 중에 메아리로 남았다. 몇 초 후, 검은색 차량에서 내린 지환이 달려가 몸을 숙였고, 하나의 품에 안겨 있던 이서를 안아 든 채 자신의 차량을 향해 걸어갔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하나 역시 얼른 지환을 따라 그의 차량에 올랐다. 세 사람은 곧 병원에 다다랐다.소식을 듣고 달려온 의사는 즉시 이서를 수술실로 옮겼다. 수술실 문이 닫히는 것을 본 하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고, 허탈하다는 듯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지환은 침착한 얼굴로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죄송해요. 이서를 잘 보호하지 못한 제 잘못이에요.” 수술 시작을 알리는 빨간 등이 켜진 것을 본 하나는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사고를 낸 사람이 윤수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임하나는 그녀를 차량에서 끌어내 구타하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기는 듯했다. ‘윤수정, 단단히 미쳐버린 게 분명해. 이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전혀 포기하려 하지 않으니까!’지환은 여전히 침묵을 지킨 채, 어두운 얼굴로 수술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리는 빨간 등을 주시할 뿐이었다.그의 머릿속에서는 차에 치인 이서가 공중으로 날아가는 장면만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었다. 지환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꽉 움켜쥔 주먹에는 핏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뒤이어 달려온 이천과 이상언이 폭발 직전에 이른 지환을 바라보았다. “지환아.”상언은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하나를 부축하고서야 지환의 곁으로 다가갔다.상언을 흘겨보는 지환의 눈빛은 칼과같이 날카로웠다. 이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걸어 나왔다.“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곧 깨어나실 겁니다.말을 마친 의사는 즉시 자리를 떠났다. 이 말을 들은 네 사람은 그제야 숨통을 조여오던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아무 일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하나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잠시 후, 간호사가 이동식 침대에 누운 이서를 데리고 나왔다. 지환은 즉시 앞으로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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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하은철이 걱정스럽다는 듯 병실 안의 이서를 바라보았다.“입원했다는 소식 듣고 바로 달려왔습니다. 이서는 좀 괜찮은 건가요?”“이서가 괜찮든 괜찮지 않든 그쪽이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 그리고 윤수정이라는 그 여자, 앞으로는 똑바로 관리해 주세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수정이가 뇌에 큰 충격을 받아서 평생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시더군요.” 하나가 차갑고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허, 이런 걸 업보라고 하던가요?” “수정이가 잘못을 저지른 건 명백한 사실이지만, 너무도 비참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만 좀 하세요!”하나가 은철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비참하다고요? 대체 뭐가 비참하다는 거예요? 다 윤수정이 자초한 일이잖아요. 가장 비참한 사람은 우리 이서라고요!” “이서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어째서 당신들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거냐고요!” “이서는 당신들 때문에 모든 걸 잃었어요!” 은철은 하나가 거침없이 자신의 가슴을 후벼 파도록 내버려두었다. 하나는 모든 것을 쏟아내고서야 고통스럽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은철이 하나를 향해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하나 씨, 믿어주세요. 저도 이런 결과를 원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할아버지의 마지막 뜻을 이뤄드리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이 말을 들은 하나가 고개를 들어 하은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눈은 매섭도록 붉어져 있었다. 하나가 은철의 멱살을 거칠게 잡고는 말했다.“마지막 뜻이요? 아직도 그 이야기예요? 그쪽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으니, 이서가 책임이라고 져야 한다는 거냐고요!” “애초에 이서가 그쪽이랑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그쪽이 이서를 어떻게 대했는지는 벌써 잊은 거예요? 감히 이제 와서 염치도 없이 어르신 이야기를 들먹이다니, 정말이지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하나야...”분노에 치를 떨던 하나의 귀에 허약하고도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가 매우 놀라 침대 위의 이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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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이서와 은철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병실 입구에 서 있는 하나를 바라보았다. 인상을 찌푸린 하나가 하은철을 가리키며 말했다.“잠시 저랑 이야기 좀 하시죠.” 은철이 이서를 바라보았다.“하나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인데, 다녀와, 기다릴게.” 이서가 말했다.“그래, 알겠어.”이서가 이렇게 말하니, 은철은 하나를 따라 병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병실을 나선 뒤에도 하나가 걸음을 멈출 의사가 없어 보이자, 하은철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나 씨,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서는...”천천히 고개를 든 하나가 큰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이서는 기억을 잃었어요. 그래서 과거에 일어난 일은 기억하지 못해요.” 은철은 하나의 말을 듣고서야 의문이 풀리는 듯했다. ‘그래서 날 대하는 태도가 조금도 나쁘지 않았던 거구나. 기억을 잃었다니.’“그럼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한다는 겁니까? 제 작은 아빠까지도요?” 은철이 흥분한 것을 본 하나의 입가에 조롱의 미소가 떠올랐다.“이서가 당신의 작은 아버지를 잊었는지 잊지 않았는지가 대단히 중요한 모양이네요.” “이서가 어떻게 기억을 잃게 된 건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으시는가 봐요?” 하나의 따가운 일침을 들은 은철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서가 어떻게 기억을 잃게 된 건지가 더 궁금하죠.” “가식적인 대답은 듣고 싶지 않네요. 궁금하신 것 같으니 알려드리자면, 하은철 씨의 작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 것 같더군요. 심지어는 당신이 신장과 결혼을 맞바꾼 일에 대한 기억까지도요.” “정말 야속하죠.”하나가 처량하고 서늘한 표정으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하늘조차도 이서가 아닌 당신을 돕고 있으니까요.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요, 그렇죠?” 은철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됐어요, 아무런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아요. 이서의 기억이 당신이 신장과 결혼을 맞바꾸기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만 기억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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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이서의 마음을 알아차린 하나가 웃으며 이서를 놀렸다.“왜? 내가 하은철 씨를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미소를 지어 보이던 이서는 이 말이 귀에 익다고 느꼈으나, 하나가 언제 이와 같은 말로 자신을 놀렸는지는 기억해 낼 수 없었다.생각을 멈춘 이서가 물었다.“은철이랑 무슨 대화를 나눈 거야?” “내가 은철 씨한테 무슨 할 말이 있겠어. 당연히 너한테 잘해주라는 이야기지.”하나가 이서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이서야, 은철 씨가 너한테 잘해주지 않으면 꼭 나한테 말해줘야 해, 알았지?” 하나를 바라보던 이서가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 “이서야, 왜 그래?”“하나야, 은철이가 조금 변한 것 같아. 전에는 날 신경 쓰지도, 장미꽃을 선물하지도 않았었거든? 그런데 오늘은... 도대체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많이 변해버린 걸까?”이서의 말을 듣던 하나는 가슴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서야, 하은철 그 나쁜 놈이 신장이랑 결혼을 맞바꿨어.’그러나 하나가 내뱉은 말은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이었다. “아니야, 네가 잃어버린 기억 중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어.” “아마 이번 교통사고로 너를 잃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많이 변하게 된 것 같아.” “드디어 네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 하나가 이서의 곁에 앉았다.“왜? 하은철 씨의 변화가 달갑지 않아?” “그런 건 아닌데, 갑작스러운 변화가 조금은 낯서네.”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하나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야.” 몸을 일으킨 하나가 말했다.“별일 없으면 나 먼저 가볼게.”“궁금한 게 있어.”이서가 하나를 붙잡으며 말했다.“깨어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이제야 물어보네. 날 죽이려던 사람은 누구고, 날 구하려던 사람은 누구였어?” “나를 죽이려던 사람이 나를 기억상실증에 빠뜨린 거야?” 하나는 이서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선뜻 대답할 수는 없었다. “왜 그래, 하나야? 내가 대답하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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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이서는 그제야 자신이 잘못 듣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는 뛸 듯이 기쁘지 않았다. ‘이상하다... 내가 가장 바라던 일이었는데...’ “이서야, 왜 그래?”이서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며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침을 삼키던 은철은 심장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아무것도 아니야.”이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나랑... 우리 집으로 가는 거지?” 은철이 다시 한번 물었고 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서는 여전히 기쁘지 않은 듯했다. ‘여태 내 요구를 거절하던 은철이가 왜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는 거지? 진실한 마음이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들어.’하지만 이런 느낌은 퇴원한 이서가 하씨 저택으로 들어갈 때까지도 지속되었다. 이서는 은철이 특별히 마련한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기뻐할 수 없었다. ‘분명 내가 꿈에 그리던 생활인데...’ ‘H선생님은 뭐 하고 계실까?’ 망설이던 이서는 끝내 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금세 연결되었다. 마치 이서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H선생님이세요?”허벅지를 감싸 안은 이서는 조금의 따뜻함이라도 느끼려 애쓰는 듯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나지막하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아주 간단한 대답이었으나, 이서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저기... 시간 괜찮으세요?” 이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내가 H선생님의 시간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Y양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괜찮죠.]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이서는 이 말의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제 고민 좀 들어주실래요?” [그럴게요.]허벅지를 감싸 안은 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던 이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는 약혼자랑 함께 살고 있어요.” 순간, 지환은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그의 귓가에 계속해서 이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게는 정말 꿈 같은 일이죠.” 날카로운 칼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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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휴대전화를 사이에 둔 두사람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이서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사실 H선생님이 저를 아시는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기억을 잃은 제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H선생님의 번호를 입력한 걸 보면, 제게 있어서 H선생님은 틀림없이 중요한 사람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머리를 살짝 젖힌 지환은 뒤통수를 차가운 시멘트벽에 기댔다. 그는 입가에 맴도는 무수한 말을 차마 꺼낼 수 없었다. “하나가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잃어버린 제 기억 속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게 하고, 제가 잃어버린 기억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만큼은 저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마 제가 자극받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H선생님께서도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으시는 거고요. 그렇죠?” 이서는 지환의 확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H선생님, 앞으로는 H선생님이 누구인지 묻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제 전화 받아주세요, 네?” 이서도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는 듯했다. ‘기억을 잃은 내가 누구냐고 묻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야.’ ‘불안하고 두려워.’ ‘H선생님이 앞으로는 내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하시면 어쩌지?’ [알겠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Y양의 전화는 받을게요.] 지환은 간신히 일렁이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한 글자 한 글자 대답했다. 이서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지환의 마음속을 헤집어 놓는 듯했다. “정말 좋은 분이시네요.”이서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더 많은 대화를 이어 나가지는 않았으나, 전화를 끊으려 하지 않았고, 오랜 시간을 흘러 보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두 사람의 따스한 침묵을 끊었다. “은철이가 돌아왔나 봐요.”이서가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오늘은 이만 전화를 끊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그렇게 전화는 끊겼다. 날카로운 칼이 여전히 지환의 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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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하씨 가문의 고택.눈앞에 놓인 흰목이버섯 죽을 바라보던 이서가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이거... 정말 네가 직접 끓인 거야?”‘은철이가 직접 죽을 끓여주다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물론 이전에도 은철이 꿈을 꾼 적은 있지만, 그건 기껏해야 은철이가 내가 준비한 식사를 만족스러워하는 꿈이었잖아.’ ‘그런데 그런 은철이가 나를 위해서 직접 식사를 준비했다는 거야?’ “당연하지.”은철은 선뜻 믿지 못하는 이서의 모습에 가슴이 저려오는 듯했다.“먹어봐, 처음이라서 맛있지는 않을 거야.” 이서가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은철이 네가 만들었으니까 틀림없이 맛있을 거야.” 이서가 죽을 한 입 맛보았다. 과도하게 삶아진 흰목이버섯이 형태를 찾아볼 수 없이 으스러졌고, 불쾌한 비릿함이 입 안을 가득 메웠다. 고개를 숙인 이서는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하은철은 얼른 휴지 한 장을 꺼내어 이서에게 건네주었다.“못 먹겠으면 뱉어도 돼.” 고개를 든 이서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죽이 맛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 흰목이버섯 죽으로 인해 잃어버린 기억의 일부를 되찾았기 때문이었다. 이서는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누군가가 날 위해서 식사를 준비해 준 적은 있지만, 그 사람은 분명 은철이가 아니었어.’ ‘그리고 그 사람이 준비해 준 식사는 맛도 아주 훌륭했다고.’ ‘물론 처음부터 훌륭했던 건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훌륭해졌었지.’ 이서는 그 사람의 실루엣과 이름을 떠올리기 위해 애썼으나, 끝내 생각해 내지는 못하는 듯했다.“이서야, 울지 마. 내가 잘못했어. 다음부터는 아주머니께 부탁드릴게, 응?” 이서가 우는 것을 본 은철은 허둥지둥했다. 이서가 고개를 들어 은철을 바라보았다.“앞으로는 네가 안 해줄 거야?” “응, 앞으로는 내가 안 하고 아주머니께 부탁드릴게. 그 아주머니께서 하신 것도 마음에 안들면 다른 아주머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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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은철은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 가정의를 호출했다. 하지만 가정의가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그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 “정신과 의사가 필요합니다.” 은철은 정신과 의사를 호출하기 위해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서는 길을 잃은 탓에 거대한 거미줄에 걸려버린 작은 곤충처럼 거세게 발버둥 치고 있었다. 밀려오는 고통은 바닷물이 되어 그녀의 온 몸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듯했다. “아!!”이미 아래층으로 달려간 은철 또한 이서의 고통스럽고 날카로운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쪽 귀를 틀어막은 하은철이 수화기 너머의 정신과 의사에게 말했다.“지금 바로 와주세요!” 말을 끝낸 은철이 전화를 떨어뜨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주 집사가 앞으로 나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도련님, 이서 아가씨께서 저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시는데, 약을 드시게 하는 건 어떨까요?” “그걸 제외한 고통을 완화활 방법이라면...” 지환을 떠올린 하은철이 주 집사에게 호통을 쳤다.“그렇게 잘났으면, 주 집사님이 직접 올라가 보시지 그래요?!” 주 집사는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시는 거지?’ “도련님...”“그만하세요!”은철이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오늘은 이만 퇴근하세요.” 주 집사는 어쩔 수 없이 퇴근할 수밖에 없었다. 주 집사가 떠난 거실에서는 홀로 남은 은철만이 메아리치는 이서의 처량한 울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은철이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았다.‘작은 아빠가 여기 계셨다면 틀림없이 방법이 있었을 텐데.’ ‘아니야, 작은 아빠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나도 이서를 잘 돌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어.’‘나도 충분히 할 수 있어.’하은철은 스스로를 다스리며 정신과 의사를 기다렸다. 이서의 방에 다다른 정신과 의사는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인 이서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은 듯했다. 그는 뒤에 있던 은철이 자신을 밀치는 것을 느끼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런 환자는 처음 봅니다. 어떤 상황인지 간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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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은철이 휴대전화를 흘겨보았다. 저장조차 되어 있지 않은 낯선 번호였다. 그는 즉시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전화 받으시죠. 안 받으시면 후회하실 겁니다.] 또다시 전화가 걸려 왔고, 화면을 메운 빨간색 버튼과 초록색 버튼 사이에서 망설이던 하은철은 끝내 전화를 받았다. [하은철 씨, 받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요.] “누구시죠?”수화기 너머에서 건방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껏 이토록 건방진 말투로 은철을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내가 하은철 씨 마음의 한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거죠.] 은철이 냉소했다.“사기꾼 주제에 감히 내 머리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오래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죠?” [하하.]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조롱이 섞인 웃음을 뱉어냈다. [하은철 씨, 윤이서 씨와 결혼하고 싶으셨던 거 아니에요?] 안색이 어두워진 은철이 목소리를 낮추었다.“당신, 도대체 누구야?” [방금 말씀드렸는데요, 내가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요. 난 하은철 씨가 윤이서 씨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요.] “웃기지 마, 당신이 뭔데 이서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거야?”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또 한 번 나지막한 웃음을 뱉었다.[예전과 같았으면 이런 허풍도 떨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윤이서 씨가 기억을 잃었잖아요?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도록 돕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은철이 책상 모서리를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자신 있다는 겁니까?” [그럼요.]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원하는 게 뭡니까?”은철이 물었다.‘엄청난 걸 요구할 게 분명해.’ 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고, 은철은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거 없어요.]‘이게 웬 떡이야?’ 은철은 믿을 수 없는 듯했다. “나를 도우려는 이유가 뭡니까?” [하은철 씨랑 윤이서 씨가 결혼해야지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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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살금살금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 옆에 앉은 은철이 이서의 손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이서야, 앞으로는 내가 너를 지켜줄게.”은철이 몸을 숙여 이서의 이마에 입을 맞추려던 찰나, 깊이 잠들었던 이서가 눈을 떴다. 깜짝 놀란 은철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이서는 막연하게 하은철을 바라보고 있었다.“은철아, 왜 그래?”이서의 목소리에서는 기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은철이 고개를 저으며 이서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너는 좀 어때? 이제 좀 괜찮아?” 머리가 울리는 듯한 통증을 느낀 이서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응, 다른 데는 괜찮은데, 머리가 좀 아프네. 그나저나, 방금 무슨 일 있었어? 내가 뭘 꺾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어.” 몸을 일으킨 하은철이 이서의 곁에 앉아 수줍게 입을 열었다.“이서야,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뭔데?”이서가 윙윙거리는 머리를 계속해서 문질렀다. “우리 결혼할까?”은철이 긴장한 표정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문지르던 동작을 멈춘 이서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은철은 바라보았다. 이서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은철아,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긴 하는 거야?” “그럼, 당연하지.”다소 격앙된 듯한 은철이 이서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이서야, 우리 결혼하자!”이서가 손을 빼내며 말했다.“은철아, 조금 진정해 봐.”“이서야, 네가 줄곧 바라던 거잖아. 나도 너랑 결혼하고 싶어. 혹시... 마음이 바뀌기라도 한 거야?” 은철의 이 질문은 이서의 정곡을 찔렀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은철이와의 결혼, 내가 간절히 바라던 거잖아.’ ‘자그마치 8년 동안!’ ‘그런데 왜...’ ‘결혼하자는 은철이의 말을 들어도 전혀 기쁘지 않은 거지?’ “은철아, 결혼은 장난이 아니잖아. 조금 진정해 봐.” 이서가 이불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시간이 늦었어. 오늘은 그만 네 방으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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