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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Author: 시해나
이서는 그제야 자신이 잘못 듣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는 뛸 듯이 기쁘지 않았다.

‘이상하다... 내가 가장 바라던 일이었는데...’

“이서야, 왜 그래?”

이서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며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침을 삼키던 은철은 심장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아니야.”

이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나랑... 우리 집으로 가는 거지?”

은철이 다시 한번 물었고 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서는 여전히 기쁘지 않은 듯했다.

‘여태 내 요구를 거절하던 은철이가 왜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는 거지? 진실한 마음이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들어.’

하지만 이런 느낌은 퇴원한 이서가 하씨 저택으로 들어갈 때까지도 지속되었다.

이서는 은철이 특별히 마련한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기뻐할 수 없었다.

‘분명 내가 꿈에 그리던 생활인데...’

‘H선생님은 뭐 하고 계실까?’

망설이던 이서는 끝내 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금세 연결되었다. 마치 이서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H선생님이세요?”

허벅지를 감싸 안은 이서는 조금의 따뜻함이라도 느끼려 애쓰는 듯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나지막하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아주 간단한 대답이었으나, 이서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저기... 시간 괜찮으세요?”

이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H선생님의 시간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Y양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괜찮죠.]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서는 이 말의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제 고민 좀 들어주실래요?”

[그럴게요.]

허벅지를 감싸 안은 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던 이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는 약혼자랑 함께 살고 있어요.”

순간, 지환은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그의 귓가에 계속해서 이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게는 정말 꿈 같은 일이죠.”

날카로운 칼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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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76화

    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휴대전화를 사이에 둔 두사람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이서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사실 H선생님이 저를 아시는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기억을 잃은 제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H선생님의 번호를 입력한 걸 보면, 제게 있어서 H선생님은 틀림없이 중요한 사람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머리를 살짝 젖힌 지환은 뒤통수를 차가운 시멘트벽에 기댔다. 그는 입가에 맴도는 무수한 말을 차마 꺼낼 수 없었다. “하나가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잃어버린 제 기억 속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게 하고, 제가 잃어버린 기억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만큼은 저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마 제가 자극받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H선생님께서도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으시는 거고요. 그렇죠?” 이서는 지환의 확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H선생님, 앞으로는 H선생님이 누구인지 묻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제 전화 받아주세요, 네?” 이서도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는 듯했다. ‘기억을 잃은 내가 누구냐고 묻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야.’ ‘불안하고 두려워.’ ‘H선생님이 앞으로는 내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하시면 어쩌지?’ [알겠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Y양의 전화는 받을게요.] 지환은 간신히 일렁이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한 글자 한 글자 대답했다. 이서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지환의 마음속을 헤집어 놓는 듯했다. “정말 좋은 분이시네요.”이서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더 많은 대화를 이어 나가지는 않았으나, 전화를 끊으려 하지 않았고, 오랜 시간을 흘러 보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두 사람의 따스한 침묵을 끊었다. “은철이가 돌아왔나 봐요.”이서가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오늘은 이만 전화를 끊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그렇게 전화는 끊겼다. 날카로운 칼이 여전히 지환의 심장을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77화

    하씨 가문의 고택.눈앞에 놓인 흰목이버섯 죽을 바라보던 이서가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이거... 정말 네가 직접 끓인 거야?”‘은철이가 직접 죽을 끓여주다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물론 이전에도 은철이 꿈을 꾼 적은 있지만, 그건 기껏해야 은철이가 내가 준비한 식사를 만족스러워하는 꿈이었잖아.’ ‘그런데 그런 은철이가 나를 위해서 직접 식사를 준비했다는 거야?’ “당연하지.”은철은 선뜻 믿지 못하는 이서의 모습에 가슴이 저려오는 듯했다.“먹어봐, 처음이라서 맛있지는 않을 거야.” 이서가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은철이 네가 만들었으니까 틀림없이 맛있을 거야.” 이서가 죽을 한 입 맛보았다. 과도하게 삶아진 흰목이버섯이 형태를 찾아볼 수 없이 으스러졌고, 불쾌한 비릿함이 입 안을 가득 메웠다. 고개를 숙인 이서는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하은철은 얼른 휴지 한 장을 꺼내어 이서에게 건네주었다.“못 먹겠으면 뱉어도 돼.” 고개를 든 이서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죽이 맛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 흰목이버섯 죽으로 인해 잃어버린 기억의 일부를 되찾았기 때문이었다. 이서는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누군가가 날 위해서 식사를 준비해 준 적은 있지만, 그 사람은 분명 은철이가 아니었어.’ ‘그리고 그 사람이 준비해 준 식사는 맛도 아주 훌륭했다고.’ ‘물론 처음부터 훌륭했던 건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훌륭해졌었지.’ 이서는 그 사람의 실루엣과 이름을 떠올리기 위해 애썼으나, 끝내 생각해 내지는 못하는 듯했다.“이서야, 울지 마. 내가 잘못했어. 다음부터는 아주머니께 부탁드릴게, 응?” 이서가 우는 것을 본 은철은 허둥지둥했다. 이서가 고개를 들어 은철을 바라보았다.“앞으로는 네가 안 해줄 거야?” “응, 앞으로는 내가 안 하고 아주머니께 부탁드릴게. 그 아주머니께서 하신 것도 마음에 안들면 다른 아주머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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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철은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 가정의를 호출했다. 하지만 가정의가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그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 “정신과 의사가 필요합니다.” 은철은 정신과 의사를 호출하기 위해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서는 길을 잃은 탓에 거대한 거미줄에 걸려버린 작은 곤충처럼 거세게 발버둥 치고 있었다. 밀려오는 고통은 바닷물이 되어 그녀의 온 몸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듯했다. “아!!”이미 아래층으로 달려간 은철 또한 이서의 고통스럽고 날카로운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쪽 귀를 틀어막은 하은철이 수화기 너머의 정신과 의사에게 말했다.“지금 바로 와주세요!” 말을 끝낸 은철이 전화를 떨어뜨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주 집사가 앞으로 나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도련님, 이서 아가씨께서 저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시는데, 약을 드시게 하는 건 어떨까요?” “그걸 제외한 고통을 완화활 방법이라면...” 지환을 떠올린 하은철이 주 집사에게 호통을 쳤다.“그렇게 잘났으면, 주 집사님이 직접 올라가 보시지 그래요?!” 주 집사는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시는 거지?’ “도련님...”“그만하세요!”은철이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오늘은 이만 퇴근하세요.” 주 집사는 어쩔 수 없이 퇴근할 수밖에 없었다. 주 집사가 떠난 거실에서는 홀로 남은 은철만이 메아리치는 이서의 처량한 울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은철이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았다.‘작은 아빠가 여기 계셨다면 틀림없이 방법이 있었을 텐데.’ ‘아니야, 작은 아빠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나도 이서를 잘 돌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어.’‘나도 충분히 할 수 있어.’하은철은 스스로를 다스리며 정신과 의사를 기다렸다. 이서의 방에 다다른 정신과 의사는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인 이서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은 듯했다. 그는 뒤에 있던 은철이 자신을 밀치는 것을 느끼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런 환자는 처음 봅니다. 어떤 상황인지 간략히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79화

    은철이 휴대전화를 흘겨보았다. 저장조차 되어 있지 않은 낯선 번호였다. 그는 즉시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전화 받으시죠. 안 받으시면 후회하실 겁니다.] 또다시 전화가 걸려 왔고, 화면을 메운 빨간색 버튼과 초록색 버튼 사이에서 망설이던 하은철은 끝내 전화를 받았다. [하은철 씨, 받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요.] “누구시죠?”수화기 너머에서 건방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껏 이토록 건방진 말투로 은철을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내가 하은철 씨 마음의 한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거죠.] 은철이 냉소했다.“사기꾼 주제에 감히 내 머리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오래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죠?” [하하.]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조롱이 섞인 웃음을 뱉어냈다. [하은철 씨, 윤이서 씨와 결혼하고 싶으셨던 거 아니에요?] 안색이 어두워진 은철이 목소리를 낮추었다.“당신, 도대체 누구야?” [방금 말씀드렸는데요, 내가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요. 난 하은철 씨가 윤이서 씨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요.] “웃기지 마, 당신이 뭔데 이서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거야?”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또 한 번 나지막한 웃음을 뱉었다.[예전과 같았으면 이런 허풍도 떨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윤이서 씨가 기억을 잃었잖아요?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도록 돕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은철이 책상 모서리를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자신 있다는 겁니까?” [그럼요.]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원하는 게 뭡니까?”은철이 물었다.‘엄청난 걸 요구할 게 분명해.’ 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고, 은철은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거 없어요.]‘이게 웬 떡이야?’ 은철은 믿을 수 없는 듯했다. “나를 도우려는 이유가 뭡니까?” [하은철 씨랑 윤이서 씨가 결혼해야지만, 내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80화

    살금살금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 옆에 앉은 은철이 이서의 손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이서야, 앞으로는 내가 너를 지켜줄게.”은철이 몸을 숙여 이서의 이마에 입을 맞추려던 찰나, 깊이 잠들었던 이서가 눈을 떴다. 깜짝 놀란 은철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이서는 막연하게 하은철을 바라보고 있었다.“은철아, 왜 그래?”이서의 목소리에서는 기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은철이 고개를 저으며 이서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너는 좀 어때? 이제 좀 괜찮아?” 머리가 울리는 듯한 통증을 느낀 이서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응, 다른 데는 괜찮은데, 머리가 좀 아프네. 그나저나, 방금 무슨 일 있었어? 내가 뭘 꺾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어.” 몸을 일으킨 하은철이 이서의 곁에 앉아 수줍게 입을 열었다.“이서야,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뭔데?”이서가 윙윙거리는 머리를 계속해서 문질렀다. “우리 결혼할까?”은철이 긴장한 표정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문지르던 동작을 멈춘 이서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은철은 바라보았다. 이서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은철아,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긴 하는 거야?” “그럼, 당연하지.”다소 격앙된 듯한 은철이 이서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이서야, 우리 결혼하자!”이서가 손을 빼내며 말했다.“은철아, 조금 진정해 봐.”“이서야, 네가 줄곧 바라던 거잖아. 나도 너랑 결혼하고 싶어. 혹시... 마음이 바뀌기라도 한 거야?” 은철의 이 질문은 이서의 정곡을 찔렀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은철이와의 결혼, 내가 간절히 바라던 거잖아.’ ‘자그마치 8년 동안!’ ‘그런데 왜...’ ‘결혼하자는 은철이의 말을 들어도 전혀 기쁘지 않은 거지?’ “은철아, 결혼은 장난이 아니잖아. 조금 진정해 봐.” 이서가 이불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시간이 늦었어. 오늘은 그만 네 방으로 돌아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81화

    이서의 방에서 나온 하은철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역시 예전이랑 똑같아.’ ‘윤이서, 날 진심으로 거부하고 있는 거라고.’ ‘그런 게 아니라면, 작은 아빠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의 결혼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리가 없어.’ ‘작은 아빠!’지환의 얼굴을 떠올린 은철이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이서가 작은 아빠를 잊으면 무슨 소용이야...’ 주먹을 들어 벽을 세게 내려치려던 은철의 눈에 아래층에 세워진 차 한 대가 보였다.하씨 가문에는 수많은 고급 차량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하씨 가문의 모든 차량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차량은 분명 하씨 가문 소유의 차량이 아니었다. 하은철이 입꼬리를 세우고 아래층에 세워진 차량을 향해 서서히 걸어갔다. 차량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역시 하지환이었다. “작은 아빠!”은철이 의기양양하게 차창을 두드렸다. 차창이 열리고, 지환의 초췌한 얼굴이 드러났다. 눈 밑의 검은 다크서클은 그가 며칠 동안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내가 작은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을 훔친 거구나.’못 알아볼 정도로 야윈 지환을 본 은철이 한 생각이었다.은철을 흘겨본 지환이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술이 지환의 섹시한 목젖을 타고 흘러내렸다. “작은 아빠 너무 상심은 마세요. 모든 걸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리려는 것일 뿐이니까요.”은철이 말했다. “이서는 원래 저의 약혼녀였잖아요.”은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환이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지환의 힘은 무서우리만큼 강력했다. 은철은 저항할 새도 없이 지환을 향해 끌려갔다. 날카로운 칼날과 같은 지환의 눈빛을 본 은철이 숨을 죽였다. “작은 아빠...”“하은철.”지환의 두 눈동자가 두 갈래의 죽음이 되어 하은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똑똑히 들어. 이서는 아주 잠시 네 곁에 머무는 것일 뿐이야. 차차 모든 기억을 되찾고, 작은아버지에 대한 기억까지 떠올린다면,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거라고.” 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82화

    ‘하지만 작은 아빠는 신분을 속이고 이서와 결혼한 거잖아.’ 은철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던 양심의 가책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이서가 작은 아빠의 여자였다니.’ 지환을 바라보는 은철의 눈빛이 더욱 냉랭해졌다. 이때, 지환은 마침내 방금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듯했다. 철로 된 대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그가 은철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 “방금 한 말, 다시 지껄여 봐.” 철문을 사이에 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은철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는 단지... 제가...” 펑!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문은 지환의 주먹 한 방으로 단번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찌그러졌으며, 이를 본 은철의 얼굴은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은철은 입술만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지껄여 보라고!” 지환은 마치 우레와 같이 날뛰는 짐승과 같은 모습으로 은철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은철이 어찌 감히 말을 이어 나갈 수 있겠는가.‘함부로 지껄였다가는 저 철문이 내가 될지도 몰라.’ 바로 이때, 2층에서부터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철아, 왜 그래? 뭐가 깨진 거야?” 이서의 목소리였다. 은철이 얼른 위층을 향해 말했다.“괜찮아, 별거 아니야. 너까지 내려올 필요는 없어.”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외투를 걸친 이서가 달빛을 밟으며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당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본 이서가 이상하다는 듯 은철을 바라보며 말했다.“은철아, 방금 들린 큰 소리는 어디서 난 거야?” 은철이 불안한 눈빛으로 이서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고, 그제야 철문 뒤에 서 있던 지환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과거의 이야기로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하던 이서의 모습을 떠올린 은철이 곧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꼬리를 치켜세웠다.“아무것도 아니야. 정말이야. 괜찮으니까 올라가서 쉬어.” “정말 괜찮은 거야?” 이서가 뒤틀린 철문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83화

    ‘하마터면 잠깐의 동정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어.’ 은철이 비틀거리며 휴대전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전화를 건 사람이 뜻밖에도 이전에 전화를 걸어왔던 낯선 여자라는 것을 깨달은 그가 즉시 휴대전화를 들고는 모든 화를 그녀에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서는 기억을 잃었으니, 반드시 나랑 결혼하게 될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결혼 이야기를 꺼냈는데도 불구하고 승낙은커녕 퇴짜를 맞았다고요!” 멍하니 은철의 이야기를 듣던 수화기 너머의 여자가 웃음을 터뜨렸다.[그거야 하은철 씨가 너무 급했으니까 그렇죠. 내가 말했잖아요, 다 방법이 있다고. 내일 다시 전화할 테니까 윤이서 씨를 데리고 나오기만 하세요.] “확실한 방법인 거 맞습니까?” 수화기 너머 여성의 말을 들은 은철은 화가 거의 가라앉은 듯했다. ‘그래도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어.’ [걱정하지 마세요. 내 방법은 반드시 성공할 테니까요. 거절할 여자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수화기 너머의 여성은 꽤 자신만만한 듯했지만, 은철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이서가 작은 아빠를 잊은 건 확실하지만, 온 신경은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고요. 본인의 신경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모를 뿐이죠. 이런 상황에서도 정말 이서가 내 청혼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여자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래서, 윤이서 씨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예요?] “당연히 하고 싶죠!” 은철은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 거라면, 내가 시키는 대로 내일 윤이서 씨를 데리고 나오기만 하세요.] 여자의 명령하는 듯한 말투에 불쾌감을 느낀 은철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이서와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냉큼 입을 열었다.“알겠습니다.”수화기 너머의 여성은 확신에 찬 은철의 대답을 듣고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치켜세우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가 핸드폰을 내려놓자,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던 하지호가 천천히 의자를 돌려 앉았다. “왜? 은철이가 이서랑 결혼하겠대?” 박예솔이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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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8화

    지환과 이서는 곧 하도훈을 마주했는데, 두 사람을 보는 하도훈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그래, 너희가 이겼어!” 겨우 이 말을 내뱉는 하도훈은 이미 온 힘을 다 쓴 듯했다.“원래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환은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말했지만, 하도훈은 지환의 말에 흥분하기 시작했다.“허.”“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고? 네가 윤이서와 급히 결혼하지만 않았더라면, 은철이가 이 세상을 떠날 일은 없었을 거야!” “모든 비극은 너희들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하도훈이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잘못을 깨닫지 않자, 이서는 더 이상 하도훈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이서의 눈빛을 마주한 지환이 고개를 끄덕인 후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하도훈을 바라보았다.“형님이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하도훈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이런 상황에서 알려줄 게 있다니, 두 사람한테 아이라도 있다는 건가?”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 형님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지환이 먹구름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하도훈을 응시하자, 불길한 예감을 느낀 하도훈이 곧장 몸을 일으켜 지환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지환은 그저 묵묵하게 하도훈을 응시할 뿐이었다.“그 아이는 형님의 아이가 아닙니다.” “뭐, 뭐라고?”하도훈이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얼어붙자, 지환은 한 번 더 입을 열었다.“그 아이는, 형님의 아이가 아니라고요.”하도훈은 급기야 고개를 저으며 ‘하하’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하하하,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하지환, 내가 그 말에 속을 줄 알고?! 하하, 나는 절대 그 말에 속지 않을 거야!” 지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하도훈의 손을 뿌리쳤고, 광기 어린 하도훈을 차갑게 응시했다.“그 여자는 형님을 만나기 전부터 임신 중이었습니다.”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이서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하도훈은 정말 그 여자를 믿었던 걸까요?” 고개를 돌려 이서를 바라보는 지환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7화

    “정말이란다. 내가 왜 이런 일로 널 속이겠니?!” “정말 잘 됐어! 스웨이 여사도 이제야 소원을 하나 이룬 셈이니까!”배미희가 말했다.이서는 병실 입구까지 걸어온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는데, 이 결과에 놀란 하이먼 스웨이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이서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이서는 붉은 입술을 움찔거렸으나, 어떤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렸다.잠시 후, 이제야 서로를 마주하게 된 모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눈물 속에 있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배미희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이서야, 엄마라고 불러보렴.” 이서는 이전에도 하이먼 스웨이를 ‘엄마’라고 부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하이먼 스웨이가 친엄마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저 하이먼 스웨이가 자신을 다정하게 챙겨주는 어른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엄마’라는 호칭은 아주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이서는 여러 번 시도한 후에야 온몸을 떨며 말했다.“엄, 엄마...”이서의 눈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터져 나오자, 하이먼 스웨이는 이서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가... 드디어 널 찾았구나.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 앞으론 엄마가 널 지켜줄게.”“엄마... 엉엉...”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한 이서는 그동안의 모든 억울함을 다 토해내는 듯했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잠시 후, 병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지환을 본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놓아주며 지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어서 오렴.” 지환은 서서히 하이먼 스웨이에게 다가갔고, 하이먼 스웨이는 지환의 손을 이서의 손 위에 올려 두었다.“이서야, 하 서방은 누구보다 널 잘 아는 사람이야. 하 서방이야말로 너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지.” “하 서방한테 널 맡길 수 있다면... 엄마는 얼마든지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그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6화

    이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환은 몸에 난 상처로 인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서가 고개를 숙여 지환과 입을 맞추며 짜릿한 감각을 느끼기도 전에, 하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우리가 올 타이밍이 아니었던 것 같네?” 이서는 하마터면 놀라 넘어질 뻔했는데, 눈치 빠른 소희가 이서를 붙잡았다.이서가 다소 원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하나를 바라보자, 하나는 깔깔거리며 가지고 온 건강식품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이내 상언과 지환은 그날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서는 하나와 소희를 데리고 병실을 나섰다.“두 사람, 화해한 거야?” 병실을 나서자마자, 하나가 호기심과 가십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나가 기뻐하며 이서의 어깨를 두드렸다.“잘 생각했어. 형부가 신분을 속이긴 했지만, 형부가 널 사랑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 아마 하은철은 형부의 반도 못 따라올 거야!” “근데 대체 언제까지 형부랑 그 쓰레기를 비교할 생각이야?” “형부는 평범한 사람들이랑 비교해야 한단 말이야. 아니다, 형부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낫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과거를 내려놓고 지환 씨와 다시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이 말을 끝으로 한숨을 내쉬던 이서의 표정이 다소 엄숙해졌다.“그러는 너는? 너는 상언 오빠랑 어떻게 됐어?’그동안 이서는 하나와 상언의 일을 잘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우리는...”하나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꽤 괜찮아.” “뭐가 괜찮은데?” 소희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다가와 묻자, 하나가 다소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결정했어, 그 사람을 내 영원한 남자 친구로 만들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평생 이 선생님과 함께 할 생각이야. 물론 이 선생님이 원하지 않는다면 헤어져야겠지만 말이야.” “아, 이제야 알겠다!” 이서가 말했다.“네 마음속 상언 오빠의 지위가 상승하긴 했지만, 아직 남편이 될 자격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5화

    이서가 이곳에서 죽을 각오를 하던 그 순간,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바람이 크게 일었다. 사람들은 그 위력에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서는 어렴풋이 자기 머리 위에서 헬리콥터가 선회하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이서가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상 위에 누운 상태였고, 곁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있었다. 이서가 깨어나는 것을 본 두 사람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이서야, 좀 괜찮니?” “... 네.”이서는 간신히 대답한 후 긴장한 표정으로 배미희의 손을 잡았다.“엄마, 지환 씨는요?” “무사해.”배미희가 자기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다른 병실에 있는데, 아직 의식을 찾진 못했단다.” “지환 씨한테 가보고 싶어요.” 이서가 눈물을 머금고 배미희를 바라보자, 배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언에게 이서를 옆 병실로 안내해달라고 했다. 잠시 후, 침대에 누운 지환을 본 순간, 이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괜찮을 거예요. 조금만 있으면 깨어날 수 있을 거고요.”그 순간, 병실 안에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서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조금 떨어진 창가에 멋지게 걸터앉은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그 여자는 아래로 떨어질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당신은...” “그 사람이 누구든 신경 쓰지 마세요.”갑자기 나타난 어둠이 호리병이 이서를 가로막으며 보물을 자랑하듯 말했다.“윤이서 씨,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겁니다!” 이서는 호기심에 어린 눈빛으로 어둠의 호리병을 바라보았는데, 어둠의 호리병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 콜록콜록, 두 사람은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윤이서 씨와 하 대표님은 이미 염라대왕을 만났을 겁니다.” “헬리콥터를 동원한 것도 당신들이었나요?”“맞아요, 우리가 하도훈이 데려온 사람들을 모두 해치웠고, 하지호와 박예솔까지 해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4화

    지환과 이서는 숨을 돌리기도 전에 더욱 맹렬한 공격을 받아야만 했는데, 다크웹 고수들은 사람이 아닌 괴물이라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는 곳마다 파멸로 이끌었으니 말이다.이서는 바깥 상황을 보면서 많은 걱정에 휩싸였다. “어둠의 호리병은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죠? 설마...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죠?”지환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럴 리 없어. 그 바닥 사람들은 의리를 아주 중요시하거든.”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데려오겠다고 약속한 이상, 어둠의 호리병은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킬 거야.”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차에 이서를 태웠다. “너는 우선 여길 떠나.”이서는 지환의 말 속에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고, 지환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길 떠나라니요?” 지환이 말했다.“하지호는 이미 모든 수를 동원했어. 그 자식들이 여기로 올지도 모르니까 너는 지금 당장 여길 떠나야 해!” 하지만 이서는 지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가정법원에 가서 새로운 정보를 등록하지도 않았잖아요!” “일이 끝나는 대로 처리하러 가야 한다고요!” 이서는 여전히 지환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는데, 이서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았잖아요.” 지환이 거친 손가락으로 이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일이 끝나는 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줄게.” 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모진 마음을 먹고 이서의 손을 밀어냈고, 이서는 지환의 뒷모습을 보며 차에서 뛰어내려 소리쳤다.“우리한테는 아직 아이도 없다고요!”지환이 걸음을 멈추었다.“지환 씨,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이서는 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화약 냄새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앞으로 남은 당신의 운명이 죽음뿐이라면, 나는 당신과 함께 죽을 거예요.”“하지만 당신이 살아갈 운명이라면,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지환 씨?” 지환은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3화

    지환의 모습을 본 이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내 말은, 가정법원에 가서 다시 혼인 신고하자는 뜻이었어요.”“이전에 등록한 건 다 가짜 정보였잖아요. 내일은 진짜 정보를 등록하자고요.” 지환이 기뻐하며 말했다.“좋아, 그렇게 하자.” 이서는 지환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다시 치켜세웠지만, 잠시 후 웃음을 거두었다. “아, 하도훈 쪽을 깜빡했네요. 우리가 가정법원에 가는 틈을 타서 기습하면 어쩌죠?”지환은 이 말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시간을 미루고 싶진 않아. 하지만...’“그럼 어둠의 호리병이 다크웹의 1위와 2위를 찾을 때까지만 기다려보자...”바로 그때, 지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안색이 변한 지환은 곧장 창가로 걸어가 아래층에서 총을 발포한 두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중 한 무리는 하도훈의 사람들임이 분명했다.“무슨 일이에요?”이서가 침대에서 일어나 물었다.“아무래도 하도훈이 이곳을 떠나는 어둠의 호리병을 지켜본 모양이야. 이 기회를 틈타 첫 번째 공격을 하려고 한 거지.”지환은 이서를 데리고 방구석으로 향했고, 서랍에 있던 총을 꺼내며 이서에게 말했다.“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줘. 내가 저 사람들을 쫓아내 볼게.” 이서가 지환은 손을 잡고 말했다.“하지만... 혼자는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 “내가 있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 내가 널 지켜줄 거야.”지환이 말했다.“이서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내일이 밝으면 우리는 가정법원에 가서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이서는 지환의 마지막 말을 듣고 천천히 손을 놓았다.“나는 지환 씨를 믿어요. 당신은... 꼭 돌아올 거예요.” 굳게 마음먹은 지환이 떠나자마자 집 밖에선 몇 차례의 총소리가 울렸고, 머리를 감싼 이서는 구석에 웅크린 채 지환만을 기다렸다.‘이럴 때는 나 자신을 잘 보호해서 지환 씨한테 걱정을 끼치지 않아야 해.’ 이내 아래층의 총소리가 잦아들었고, 이서는 살며시 귀를 기울이고 나서야 별장 전체가 고요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2화

    “윤이서 씨가 하 대표님과 사이좋게 지낸다면, 그 사람들을 찾아줄 의향이 있습니다.” 어둠의 호리병의 말을 들은 이서와 지환은 모두 멍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두 사람 모두 어둠의 호리병이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듯했다. 특히 이서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작은 어색함이 피어올랐다. “왜 대답이 없어요?”어둠의 호리병이 재촉하며 말했다.“뭐, 대답을 안 해도 상관은 없어요. 나야 그 사람들을 찾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만약 하도훈이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을 상대할 작정이라면, 나는 언제든 도망가면 돼요. 하지만 두 사람은 어떻게 할 생각이죠?” 이서의 시선이 지환에게 떨어졌다.“하도훈이 최선을 다해 우리를 상대할 거라는 게 사실이에요?” 지환이 이서의 눈을 응시하며 마른침을 삼켰다.“응.” 이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어둠의 호리병을 바라보았다.“정말 그 사람들을 찾을 방법이 있는 거예요? 우리가 뭐 도울 건 없고요?”“혼자서도 충분합니다.” “그래요, 그럼...”이서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우리를 위해 두 사람을 찾아주기만 한다면, 그 조건을 승낙할게요.” 옆에 있던 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의 말에 흥분하며 말했다.“이서야, 하 서방이랑 이혼하지 않겠다는 거니?” “네.”이서가 짧게 대답했다.어둠의 호리병의 제안은 이서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내어준 셈이었고, 이서는 그 구멍을 통해 위기를 모면할 생각이었다. “잘 생각했어! 정말 잘 생각했어!”배미희와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안고 말했다.“정말 좋은 일이구나. 이제 DNA 검사 결과만 기다리면 되겠어!” 지환도 이서를 꽉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알아차린 배미희는 하이먼 스웨이와 어둠의 호리병에게 말했다.“우린 이만 나가볼까요? 두 사람만의 시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이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은 자리를 떠났고, 이서가 반응하기도 전에 문이 닫혔다.적막한 방 안에는 순식간에 두 사람만이 남았고, 이서는 지환을 바라볼 수 없어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1화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배미희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어머, 벌써 잊은 거야?”“애초에 스웨이 여사가 심씨 가문의 아가씨... 아니, 그 가짜랑 DNA 검사를 했을 때 이서 네가 그 여자랑 함께 있었잖아!” “그때 우리는 CCVT 자료를 찾진 못했지만, 가게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불러 DNA 검사를 진행했단다.” 그 일은 아주 명확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까지 그 가게에 있던 사람 중에 누가 하이먼 스웨이의 딸인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우리는 그때 그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을 조사했어. 단 한 사람을 빼고 말이야!” 배미희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이서의 몸에 떨어지자, 하이먼 스웨이도 그제야 배미희의 뜻을 이해한 듯했다.하이먼 스웨이는 흥분한 표정으로 이서를 바라보았지만, 함부로 과욕을 부릴 수는 없었다.“이서야...”이서도 감격에 겨워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다.“설마... 그럴 리가...”배미희가 말했다.“완전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조사받았는데, 너랑 스웨이 여사만 DNA를 대조하지 않았잖니? 아니다, 이러고만 있을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의사를 불러서 DNA 검사를 하는 건 어떨까, 응?” 배미희의 말에 하이먼 스웨이와 이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물론 이서도 하이먼 스웨이가 친부모이길 바란 적이 있었고, 하이먼 스웨이도 이서가 딸이기를 바란 적이 있었다.하지만 지금은...두 사람 모두 반신반의했다.“제 생각에도 검사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의 DNA가 일치한다면 아주 기쁠 일이지만, 아니라고 해도 손해 볼 건 없잖아요?” 지환이 입을 열자, 이서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격려하는 듯한 지환의 눈빛을 마주했다.이서는 다시금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는데, 하이먼 스웨이의 눈동자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저는 괜찮은데, 작가님 생각은 어떠세요?”하이먼 스웨이가 억제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래, 좋고말고...”잠시 후, 연락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90화

    성지영이 곧장 입을 열려고 하자, 윤재하가 성지영을 제지하며 말했다.“절대 말하지 마. 저 X이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게 해주자고!” “당신은 윤이서가 정말 우리한테 가장 좋은 변호사를 고용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이 걸려들지 않는 것을 보고도 이서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으며, 되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는 모양이네요.” 성지영은 자신이 정말 속았다는 것에 분개하며 소리쳤다.“이 사기꾼아!” 하지만 성지영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기도 전에 윤재하와 성지영은 경찰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윤재하와 성지영이 경찰차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이서는 꼭꼭 숨겨두었던 나약함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 ‘어쩌면 평생 친부모님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하지만... 나는 절대 오늘의 일을 후회하진 않을 거야.’ 이서는 고개를 돌려 한쪽에 서 있는 지환과 소희를 바라보았다. ‘그래, 난 후회하지 않을 거야.’‘친부모님을 찾을 순 없지만, 저 친구들이 내 곁에 남은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 거니까.’“이만 돌아가자.” 이서의 목소리에는 형용할 수 없는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 이서는 또 한 차례의 격전을 이겨내기 위해 푹 쉬어야만 했지만, 이서가 윤씨 가문의 혈육이 아니라는 가십이 온 세상을 들썩이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서는 일부로 그 가십을 잠재우려 하지 않았고, 되려 상황이 더욱 악화되도록 방치했다.이내 그 소식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되었고, 많은 사람은 윤씨 가문이 하씨 가문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토록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어머, 그럼 윤이서 씨는 아무 잘못도 없이 윤씨 가문의 도구가 된 거예요? 너무 불쌍하네요.] [윤씨 가문 사람들, 정말 파렴치해요! 자기 딸은 자기 딸이지만, 다른 사람은 딸은 다른 사람의 딸인 거잖아요.][윤이서 씨가 친부모님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이서 씨의 친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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