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Chapter 781 - Chapter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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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이서의 방에서 나온 하은철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역시 예전이랑 똑같아.’ ‘윤이서, 날 진심으로 거부하고 있는 거라고.’ ‘그런 게 아니라면, 작은 아빠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의 결혼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리가 없어.’ ‘작은 아빠!’지환의 얼굴을 떠올린 은철이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이서가 작은 아빠를 잊으면 무슨 소용이야...’ 주먹을 들어 벽을 세게 내려치려던 은철의 눈에 아래층에 세워진 차 한 대가 보였다.하씨 가문에는 수많은 고급 차량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하씨 가문의 모든 차량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차량은 분명 하씨 가문 소유의 차량이 아니었다. 하은철이 입꼬리를 세우고 아래층에 세워진 차량을 향해 서서히 걸어갔다. 차량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역시 하지환이었다. “작은 아빠!”은철이 의기양양하게 차창을 두드렸다. 차창이 열리고, 지환의 초췌한 얼굴이 드러났다. 눈 밑의 검은 다크서클은 그가 며칠 동안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내가 작은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을 훔친 거구나.’못 알아볼 정도로 야윈 지환을 본 은철이 한 생각이었다.은철을 흘겨본 지환이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술이 지환의 섹시한 목젖을 타고 흘러내렸다. “작은 아빠 너무 상심은 마세요. 모든 걸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리려는 것일 뿐이니까요.”은철이 말했다. “이서는 원래 저의 약혼녀였잖아요.”은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환이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지환의 힘은 무서우리만큼 강력했다. 은철은 저항할 새도 없이 지환을 향해 끌려갔다. 날카로운 칼날과 같은 지환의 눈빛을 본 은철이 숨을 죽였다. “작은 아빠...”“하은철.”지환의 두 눈동자가 두 갈래의 죽음이 되어 하은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똑똑히 들어. 이서는 아주 잠시 네 곁에 머무는 것일 뿐이야. 차차 모든 기억을 되찾고, 작은아버지에 대한 기억까지 떠올린다면,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거라고.”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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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하지만 작은 아빠는 신분을 속이고 이서와 결혼한 거잖아.’ 은철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던 양심의 가책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이서가 작은 아빠의 여자였다니.’ 지환을 바라보는 은철의 눈빛이 더욱 냉랭해졌다. 이때, 지환은 마침내 방금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듯했다. 철로 된 대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그가 은철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 “방금 한 말, 다시 지껄여 봐.” 철문을 사이에 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은철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는 단지... 제가...” 펑!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문은 지환의 주먹 한 방으로 단번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찌그러졌으며, 이를 본 은철의 얼굴은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은철은 입술만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지껄여 보라고!” 지환은 마치 우레와 같이 날뛰는 짐승과 같은 모습으로 은철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은철이 어찌 감히 말을 이어 나갈 수 있겠는가.‘함부로 지껄였다가는 저 철문이 내가 될지도 몰라.’ 바로 이때, 2층에서부터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철아, 왜 그래? 뭐가 깨진 거야?” 이서의 목소리였다. 은철이 얼른 위층을 향해 말했다.“괜찮아, 별거 아니야. 너까지 내려올 필요는 없어.”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외투를 걸친 이서가 달빛을 밟으며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당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본 이서가 이상하다는 듯 은철을 바라보며 말했다.“은철아, 방금 들린 큰 소리는 어디서 난 거야?” 은철이 불안한 눈빛으로 이서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고, 그제야 철문 뒤에 서 있던 지환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과거의 이야기로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하던 이서의 모습을 떠올린 은철이 곧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꼬리를 치켜세웠다.“아무것도 아니야. 정말이야. 괜찮으니까 올라가서 쉬어.” “정말 괜찮은 거야?” 이서가 뒤틀린 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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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하마터면 잠깐의 동정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어.’ 은철이 비틀거리며 휴대전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전화를 건 사람이 뜻밖에도 이전에 전화를 걸어왔던 낯선 여자라는 것을 깨달은 그가 즉시 휴대전화를 들고는 모든 화를 그녀에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서는 기억을 잃었으니, 반드시 나랑 결혼하게 될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결혼 이야기를 꺼냈는데도 불구하고 승낙은커녕 퇴짜를 맞았다고요!” 멍하니 은철의 이야기를 듣던 수화기 너머의 여자가 웃음을 터뜨렸다.[그거야 하은철 씨가 너무 급했으니까 그렇죠. 내가 말했잖아요, 다 방법이 있다고. 내일 다시 전화할 테니까 윤이서 씨를 데리고 나오기만 하세요.] “확실한 방법인 거 맞습니까?” 수화기 너머 여성의 말을 들은 은철은 화가 거의 가라앉은 듯했다. ‘그래도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어.’ [걱정하지 마세요. 내 방법은 반드시 성공할 테니까요. 거절할 여자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수화기 너머의 여성은 꽤 자신만만한 듯했지만, 은철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이서가 작은 아빠를 잊은 건 확실하지만, 온 신경은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고요. 본인의 신경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모를 뿐이죠. 이런 상황에서도 정말 이서가 내 청혼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여자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래서, 윤이서 씨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예요?] “당연히 하고 싶죠!” 은철은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 거라면, 내가 시키는 대로 내일 윤이서 씨를 데리고 나오기만 하세요.] 여자의 명령하는 듯한 말투에 불쾌감을 느낀 은철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이서와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냉큼 입을 열었다.“알겠습니다.”수화기 너머의 여성은 확신에 찬 은철의 대답을 듣고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치켜세우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가 핸드폰을 내려놓자,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던 하지호가 천천히 의자를 돌려 앉았다. “왜? 은철이가 이서랑 결혼하겠대?” 박예솔이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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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뒤로 움츠러든 이서의 시선이 뒤쪽으로 쏠렸다. 창밖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건물들이었으나, 기억 속에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더 웅장하고 깨끗해진 것 같아.’ 한 시간가량이 흐른 후, 그들은 마침내 천북 백화점에 다다랐다. 차에서 내린 이서와 은철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함을 들을 수 있었다. “강도예요! 강도!” 몇 초 후, 쏜살같은 그림자가 이서의 앞을 지나쳐갔다.이서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은철이 잽싸게 뛰어가 그 사람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 사람은 자신을 잡아챈 사람이 하은철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공포에 질려 도망가려 했으나, 은철에 의해 넘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으며, 손에 쥔 핸드백 역시 놓치고 말았다. 그야말로 낭패한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 가방을 주워 든 이서가 그것을 빼앗겼던 중년의 여성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요.”그 여성은 몇 번이고 가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은철과 이서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분들이시네요. 오늘 두 분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방금 산 가방을 도둑맞고 말았을 거예요.”눈앞의 여성와 은철에게 꽉 붙잡힌 남성을 번갈아 바라보는 이서의 마음은 어떠한 미동도 없이 고요한 듯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또다시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떠올랐다. 이서가 그림자 주인공의 명확한 이목구비를 떠올리려던 찰나, 중년의 여성이 이서의 이성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아가씨, 이 사람, 아가씨의 남편이죠?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네요. 이런 남자를 남편으로 얻었다니 정말 부러워요.” 이서는 그 여성의 감춰지지 않는 동경을 보면서도 영광스러움이나 행복감, 교만함은 추호도 보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출동한 경찰이 가방을 훔친 강도를 체포한 후에야, 그 여성도 자리를 떠났다. “우리도 이만 가자.” 은철이 미소를 지으며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는 그제야 은철이 방금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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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하은철을 바라보는 이서의 눈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은철이 매섭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서는 반드시 내 여자가 되어야 해.’ “응, 내가 준비한 거야. 마음에 들어?” “정말 네가 준비한 거구나, 넌 정말 창의적이야.”이서가 수줍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정말 마음에 들어.”“다행이다.”수줍어하는 이서의 모습을 본 은철은 모든 불안감이 사라지는 듯했다. “이것 좀 봐.” 은철이 갑자기 이서의 팔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든 이서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본 곳에는 형형색색의 풍선이 하나둘씩 떠오르고 있었다. 풍선에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이서가 풍선에 적힌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이서야, 나랑 결혼해 줄래?” 이서가 글자를 다 읽자, 옆에 있던 은철이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어 이서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서야, 전에는 내가 정말 잘못했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 앞으로는 절대 너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나한테 과거의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면 안 될까?”그가 고개를 들어 간절한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 은철의 간절한 눈빛은 이서로 하여금 감동을 주는 듯했다. “이서야, 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줘. 평생 너만을 위하면서 살게, 믿어줘.”은철이 다리를 끌며 이서를 향해 다가갔다. 이서가 고개를 숙이자, 그의 눈빛이 극심하게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은철아, 그 말, 믿어도 될까?” ‘왜 자꾸 은철이를 믿으면 안 된다는 충고가 들리는 것 같지?’‘하지만... 이렇게나 진지한 눈빛으로 말하고 있는걸...’‘앞으로는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당연하지, 믿어줘. 이서야, 예전에는 내가 정말 나쁜 놈이었어. 앞으로는 달라진 모습만 보여주도록 노력할게.” “너는 나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야. 난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 ‘진심인 것 같아.’ ‘정말 간절해 보이잖아.’ 머뭇거리던 이서가 손을 내밀었다.너그러워진 이서의 반응을 본 은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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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올리자.”하은철이 이서가 승낙하기도 전에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그녀가 반지를 끼고 있는 사진을 찍었고, SNS에 게시하였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는 연예부 기자에게 연락하여 이 소식을 신문의 1면에 실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하여 불과 몇 시간 후, 이서와 은철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되었다. 이 소식은 많은 대중을 놀라게 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하은철은 윤수정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왜 윤이서랑 결혼한다는 거예요?] [머리 아파 죽겠어요, 연예계보다 명문가가 더 복잡한 것 같아요.] [윤이서는 이미 결혼한 거 아니었어요?] [윤수정은 식물인간이 되었다던데요?][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거예요?] [잘 모르겠어요. 교통사고가 났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는 아무도 몰라요.][어머나, 정말 엉망진창이네요.] [...]비록 많은 대중이 혼란스러움을 표했으나, 축복을 보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요.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원래 정혼을 맺었던 건 윤이서랑 하은철이었잖아요.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갔을 뿐이에요.] [윤수정처럼 악독한 여자보다는 윤이서가 하은철에게 더 잘 어울리죠.] [...]인터넷이 이렇게 떠들썩한데, 어떻게 인터넷을 붙잡고 사는 하나가 이 소식을 모를 수가 있겠는가. 심소희가 참지 못하고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심소희: 형부도 보셨겠지?] 하나가 이미 이서가 기억을 잃게 된 전후 상황에 대하여 알려준 덕분에 두 사람도 지환의 정체를 알게 된 상황이었다.[서나나: 알고 계실 거야. 이서 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계실 텐데 모르실 리가 없어.] [서나나: 그럼 형부는...]소희는 차마 채팅을 이어 나갈 수 없는 듯했다. 나나도 침묵을 지키며 채팅하지 않았다. 하나가 침묵을 깨며 말했다. [임하나: 내가 걱정되는 사람은 형부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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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바로 이때, 갑자기 임하나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상언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을 확인한 하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도무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 듯했다. ‘내가 본인한테 전화하려고 한다는 걸 알았던 걸까?’ 하지만, 하나가 정신을 차리는 사이에 전화는 끊어져 버렸다. 하나의 마음이 순식간에 처량하고 두려워졌다.‘다시 전화를 걸어야 할까?’그 순간, 다시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상언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을 확인한 하나는 너무도 기뻤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받자, 또 후회하지 말고.’ [하나 씨.]상언 역시 하나가 전화를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어안이 벙벙한 듯했다. “네.”하나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무슨 일 있으세요?” [그게...]상언이 깊은숨을 들이마셨다.[하나 씨한테... 사과하고 싶어서요. 그날 진료실 입구에서 하나 씨한테 화를 내려던 건 아니었어요.] 하나가 등을 꼿꼿이 세웠다. [지환이가 이서 씨를 속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지환이 잘못이에요. 지환이를 도와 하나 씨를 속인 저도 잘못한 거고요.][그날...]“이 선생님은 잘못한 거 없어요.”하나가 상언의 말을 끊었다.“적어도 그날, 그런 상황에서 이 선생님이 잘못한 건 없으세요.” “그때 형부를 들여보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평생 후회했을 거예요.” 하나가 말했다. 수화기 너머의 상언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하나가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 “왜 그래요? 제가 말실수라도 한 거예요?” [아니요...]정신을 차린 상언이 대답했다.[전... 하나 씨가 아직도 화가 났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반응일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 하나가 붉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내가 융통성이 있을 줄은 몰랐다는 거예요?”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허, 그런 뜻으로 말한 거 맞잖아요.” 몸을 일으켜 베란다로 향하는 하나의 말투가 다소 경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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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정말이에요! 또 하나 씨를 속이는 거라면 저는 정말 천벌을 받을 거예요!] 임하나가 피식 웃었다.“그건 이 선생님이 가장 잘 아시겠죠. 만약 또 나한테 숨기는 게 있다면, 그땐 정말 하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정말 없어요.]상언은 마음을 꺼내어 하나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한스럽게 여기는 듯했다.[하늘에 맹세할게요.] “그래요, 이번 일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저를 속인 적이 없으니까 한 번은 믿어줄게요.” 이 말은 들은 상언은 순식간에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그럼 우리...]“우리 이야기는 접어두고, 이서랑 형부에 대한 것부터 말해봐요.” 의자에 앉은 하나가 달갑지 않다는 듯 물었다.“정말 이대로 이서랑 하은철이 결혼하는 걸 지켜만 봐야 한다는 거예요?” [마이클 천 선생님도 이서 씨가 기억을 떠올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하셨잖아요.]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상언이 말했다. [다만, 이서 씨가 기억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야겠죠.]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하나가 상언을 불렀다.“맞다, 이서가 기억을 되찾으면, 그때는 하씨네 어르신의 죽음에 관한 충격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죠?” 하나의 질문을 들은 상언은 또 한 번 멈칫했다. [계속해서 이서 씨의 기억을 잃게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때도 이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그래요, 다른 방법이 없다면...”하나가 조용히 읊조렸다. “지금은 당장 눈앞에 닥친 일에만 집중하자고요.” 하나는 상언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이서의 전화를 받았다. [하나야, 나 좀 도와줘.] 수화기 너머의 이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뭐야, 어디서 몸을 숨기고 있기라도 한 거야?’ 하나의 불길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이서는 화장실에 몸을 숨긴 채, 하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하은철과 결혼을 약속한 이후, 이서는 줄곧 불안감을 느꼈고, 핑계를 대고 화장실로 달려가 하나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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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이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실례지만, 안에 사람 있어요?”이서가 발아래를 바라보자, 문 아래 빈 공간으로 한 사람의 다리가 보였다. “있어요.”“윤이서 씨 맞죠? 남자 친구가 들어온 지 오래됐다고 걱정하길래 내가 대신 들어와 봤어요.” “윤이서 씨, 괜찮아요? 혹시 도움이 필요한 거예요?” 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이야기를 듣던 하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이만 돌아가 봐.] “그래.”[내가 한 말, 꼭 기억해야 해.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알았지?] “그래, 알겠어.”순순히 대답하고 전화를 끊은 이서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인자한 노인이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이서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서 역시 예의상 노인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이 인사가 그녀의 걷잡을 수 없는 수다 본능을 불러일으킨 듯했다. 그녀는 이서를 잡고 은철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여자 친구한테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남자 친구는 난생처음 봐요. 아마 아가씨는 상상도 못 할 거예요. 남자 친구가 화장실 입구에 서서 오고 가도 못하고 있더군요.” “아이고,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재미있네요.” 이서가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노인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남자 친구가 평소에는 표현을 잘 안 해주나 봐요?” 이서가 고개를 들어 눈앞에 서 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에이, 그런 눈으로 쳐다볼 거 없어요. 여태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딱 보면 딱 알죠.” “묵묵히 챙겨주고 생색내지 않는 사람인 것 같더군요. 저런 남자를 만난 건 복이에요, 복.”“그런가요?”이서는 고개를 숙인 채 노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은철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나한테 묵묵히 헌신해 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은철을 비꼬는 이 생각은 마음속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어떤 이의 희미한 실루엣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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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하은철의 눈빛에서 관심을 느낀 이서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도가 일었다.“괜찮아, 이만 돌아가자.” “그래.”은철이 이서와 손을 잡기 위해 팔을 뻗었지만 이서가 자연스럽게 피하며 입을 열었다. “아까 그 할머님...” “아, 밖에서 한참 기다렸는데도 안 나오길래, 나 대신 살펴봐달라고 부탁드린 거야, 왜?” “아무것도 아니야. 너에 대해서 좋은 말씀을 너무 많이 해주시길래 네가 고용한 사람은 아닌가 싶어서.” 은철의 얼굴에 만연했던 웃음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은철은 고개를 돌린 이서가 이상하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그녀를 따라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분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하셨는데?” “아무것도 아니야.이서는 은철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은 듯했다.“은철아, 나 좀 피곤해.”“그래? 그럼 결혼식에 대한 세부적인 대화는 내일 다시 나누자.”“결혼식? 결혼식을 벌써 올리려고?”이서가 걸음을 멈추고 다급하게 물었다. ‘결혼식은 한 달 후에나 할 줄 알았는데...’ “조금 빠른가?”은철이 이서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나는 최대한 빨리하고 싶어. 사실, 내일 당장이라도 혼인신고부터 하면 좋겠어.”이서는 억지로 웃음 짜냈지만, 어떠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침묵을 지키던 이서는 곧장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은철의 눈빛이 다소 차가워졌다. ‘이서가 결혼을 승낙하긴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 혼인신고 하기 전까지는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작은 아빠가 이서랑 결혼할 때 가짜 신분을 사용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일이 복잡해질 뻔했어.’ 은철은 즉시 주 집사를 불러 이서와 지환의 사실혼 관계를 없던 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같은 시각, 방에 들어온 이서는 휴대전화를 꺼내어 최대한 빨리 H선생님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하나에게서 얻지 못한 답을 H선생님에게서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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