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움츠러든 이서의 시선이 뒤쪽으로 쏠렸다. 창밖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건물들이었으나, 기억 속에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더 웅장하고 깨끗해진 것 같아.’ 한 시간가량이 흐른 후, 그들은 마침내 천북 백화점에 다다랐다. 차에서 내린 이서와 은철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함을 들을 수 있었다. “강도예요! 강도!” 몇 초 후, 쏜살같은 그림자가 이서의 앞을 지나쳐갔다.이서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은철이 잽싸게 뛰어가 그 사람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 사람은 자신을 잡아챈 사람이 하은철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공포에 질려 도망가려 했으나, 은철에 의해 넘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으며, 손에 쥔 핸드백 역시 놓치고 말았다. 그야말로 낭패한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 가방을 주워 든 이서가 그것을 빼앗겼던 중년의 여성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요.”그 여성은 몇 번이고 가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은철과 이서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분들이시네요. 오늘 두 분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방금 산 가방을 도둑맞고 말았을 거예요.”눈앞의 여성와 은철에게 꽉 붙잡힌 남성을 번갈아 바라보는 이서의 마음은 어떠한 미동도 없이 고요한 듯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또다시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떠올랐다. 이서가 그림자 주인공의 명확한 이목구비를 떠올리려던 찰나, 중년의 여성이 이서의 이성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아가씨, 이 사람, 아가씨의 남편이죠?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네요. 이런 남자를 남편으로 얻었다니 정말 부러워요.” 이서는 그 여성의 감춰지지 않는 동경을 보면서도 영광스러움이나 행복감, 교만함은 추호도 보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출동한 경찰이 가방을 훔친 강도를 체포한 후에야, 그 여성도 자리를 떠났다. “우리도 이만 가자.” 은철이 미소를 지으며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는 그제야 은철이 방금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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