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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그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집안의 몰락으로 지환이 부득이하게 가장의 노릇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금처럼 풀이 죽거나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이서를 만난 후, 지환도 드디어 사람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오늘 지환도 여느 평범한 사람처럼 나약한 순간이 있다는 걸 느꼈다.

이상언은 지환 옆에 말없이 서 있다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

“가자.”

지환도 묵묵히 몸을 돌려 진료실의 방향을 한 번 보았다.

“너 먼저 가, 난 여기서 기다리고 싶어.”

“그런데...”

이상언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럼 내가 같이 있어 줄게.”

지환은 아무 말없이 몸을 돌려 차로 갔다.

이상언도 조수석의 위치에 따라 앉았다.

같은 시각, 임하나는 소설 마니아의 위력을 발산하며 이서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내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기억을 잃었다는 거지. 그래서 정신의학과 선생님께 진료를 본 거고, 여기 진료실에 있는 거고...”

“응. 맞아.”

임하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이서를 쳐다보았다.

이 순간, 그녀는 왜 지환이 이서를 속이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서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럼 사고 낸 사람은?”

“아, 그거 이미 보험 처리하고 다 끝냈어. 걱정하지 마. 우리 이제 집에 가자.”

진료실 내의 다양한 의료기기를 둘러본 이서는 마음속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딱 말할 수는 없지만.

“왜?”

“아니야.”

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갑자기 다시 물었다.

“방금 그 두 사람은 누구야, 네 친구야?”

“응.”

“근데 아까 그 남자, 나를 보는 눈빛이 무서웠어. 돈 떼먹은 사람처럼 말이야, 내가 설마 돈 빌렸어?”

눈가에 핑 도는 눈물을 감추고자 임하나는 얼른 눈을 깜빡거렸다.

“아니야, 그 사람 인상 좀 더럽지?”

그녀는 바삐 몸을 돌려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갈까?”

“그래.”

침대에서 일어난 이서는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에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켰다.

임하나는 즉시 몸을 돌려 이서 쪽으로 걸어왔다.

“이서야...”

“나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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