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721 - 챕터 730

1131 챕터

제721화

오늘은 분명 조용히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헬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개인 전용기를 타려고 준비하던 그때.장소월은 이유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왠지 오늘 이렇게 쉽게 떠나지는 못할 것 같았다.진봉은 강영수가 앉아있는 휠체어를 밀고, 장소월은 그들 옆에서 걸어가고 있었다.비행기에 발을 들이려던 순간, 돌연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승객 여러분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모든 항공편 출발 시간은 10분 연착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작스럽게 불편함을 드려 죄송합니다.”동시에 활주로 안 검은색 개인 비행기 모두가 움직여 그들을 에워쌌다.장소월은 당황스러움에 얼굴이 창백해졌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익숙한 그 롤스로이스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어 고급스러운 검은색 정장을 입은 전연우가 차에서 내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다. 온몸에서 풍기는 살기는 마치 지옥에서 목숨을 거두러 온 악마의 몸에서 발산되는 것 같았다.오늘은 분명 그와 인시윤의 결혼식 날이다. 그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단 말인가!순간 장소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면에 웃음을 띤 송시아가 몸에 달라붙는 레드 드레스를 입고 전연우의 옆에서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득의양양하고 오만하기 그지없는 모양새는 똑 닮아 있었다.전연우는 차가운 얼굴로 손을 뻗어 장소월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장소월, 이쪽으로 와!”전연우의 출현에 공포에 질린 그녀는 단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송시아는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팔짱을 끼고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강영수가 장소월의 손을 잡았다.“가지 마.”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햇살에 눈이 부셔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진봉이 말했다.“소월 씨, 도련님과 함께 먼저 가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 막아볼게요.”장소월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봉을 바라보았다.“당해내지 못할 거예요.”그녀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뎠다.“내가 너랑 가면 영수는 놓아줄 수 있어?”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고 마침 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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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그 한마디 말을 남긴 뒤 전연우는 강제로 장소월을 차 안에 밀어 넣었다.빈틈없이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인 줄 알았으나, 전연우는 이미 완벽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장소월은 군말 없이 차에 들어가 애원했다.“전연우, 내가 이렇게 빌게. 영수는 건드리지 마.”“내가 떠나자고 했어. 영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전연우가 돌연 팔을 뻗어 그녀를 확 밀치고는 목을 졸랐다. 얼굴엔 포악함이 가득 이글거렸고 손등엔 퍼런 힘줄이 툭툭 튀어 올랐다. 하지만 장소월은 조금도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그 순간 장소월은 전생 백윤서가 죽던 그 순간,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전연우의 눈빛이 떠올랐다. “한 번만 더 강영수를 입에 올리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너무나도 싸늘한 그의 모습에 장소월은 깜짝 놀라 바로 입을 다물었다. 온몸이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려왔다.기성은은 운전석에 앉아 차를 운전하며 통화를 하고 있었다.“대표님, 도우미 아주머니와 아이는 이미 찾았고, 남원 별장에 데려다주었습니다.”장소월은 가슴이 턱 막혀오는 것 같았다. 그 아이까지 다시 데려오다니.“차 돌려. 남원 별장으로 가.”“네. 대표님.”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끌어안은 채 아무 말 없이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공항에서 남원 별장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차량은 빠르게 달려 40분도 채 되지 않아 남원 별장에 도착했다.장소월은 전연우의 손에 잡혀 별장으로 끌려들어 갔다. 그가 너무 힘주어 당긴 탓에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함께 잡혀 온 강영수가 별장에 들어오자 전연우는 단번에 휠체어를 차 엎어버리고는 그의 가슴을 짓밟았다.“깨어나자마자 이런 일을 벌여? 이봐, 강 도련님, 대체 언제부터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빼앗는 걸 좋아하게 된 거야?”“하... 하지 마.”장소월은 힘겨운 몸을 이끌고 기어가 전연우의 발목을 잡고 시뻘게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전연우, 영수는 아직 채 회복되지도 않았어. 이러면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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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전연우가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장소월의 아래턱을 감싸 쥐었다.“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찌할 건데?”반달 모양으로 길게 뻗은 수려한 눈썹, 그렁그렁 맺혀있는 눈물, 벌겋게 물든 두 눈, 한없이 나약해 보이는 그 모습에 당장에라도 침대에 눕히고 괴롭히고 싶었다.“나한텐 어떻게 해도 다 괜찮아. 저 사람들은 놔 줘.”전연우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뜩였다.“소월아, 날 뭐라고 불러야 해?”장소월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오... 오빠...”전연우는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눈에 걸려있는 눈물에 살며시 키스했다.“세 번은 없어. 알고 있지?”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연우는 그제야 등 뒤의 경호원에게 손짓했고, 경호원은 아이를 장소월에게 안겨주었다. 살펴보니 다행히 아이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다.이어 전연우는 그녀와 아이를 함께 안아 올렸다.“저놈은 지하실에 가두고 아무도 못 만나게 해. 그리고 의사를 불러 치료하게 해. 죽으면 안 되니까.”“네. 대표님.”전연우의 주요 목적은 바로 말 안 듣는 장소월을 다시 잡아 오는 것이었다.장소월은 전연우의 품에 안겨 그의 방에 들어갔다. 그는 아이가 있다는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몸을 범하기 시작했다. 장소월은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그를 견뎌냈다.예전에는 성욕에 대한 굶주림이었다면, 이번엔 그녀가 한 잘못에 대한 처벌이 추가 되었다. 하여 애무도 없이 곧바로 그녀의 몸 안을 파고들었다. 장소월은 손으로 이불을 꽉 움켜쥐고 새어 나오는 신음소리를 애써 참아냈다.얼마가 지났을까, 아이는 울다가 지쳐 그녀의 옆에서 잠들었다. 그가 일을 끝내자, 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일어나 한마디도 없이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두 다리 사이에서 끈적한 액체가 씻겨내려 왔다.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욕조에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이 모든 고통은 전연우가 초래한 것이다.그가 죽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전연우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가 죽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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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장소월은 재빨리 몸을 씻고 옆에 있는 목욕 가운을 집어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한참을 실랑이를 벌인 탓에 아이는 이미 배가 고팠다.남원 별장에는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 바로 밖에서 장을 봐와야 했다.장소월이 방으로 돌아가려 하자 문 앞에 있던 경호원이 그녀를 막아 세웠다. 전연우는 방금 통화를 마치고 발코니에서 나와 말했다."필요한 건 한 시간 정도 후에 배달될 거야."장소월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나 방으로 돌아가도 될까?""내 방에서 지내. 당분간은 나도 너랑 같이 남원 별장에서 지낼 거야."같은 방에서?그럼 인시윤은?오늘은 그와 인시윤의 결혼식 날이 아닌가.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장소월은 두려움에 더는 묻지 못했다.곧 방문이 열리고 도우미가 그녀의 짐을 모두 들고 들어왔다.장소월에게는 옷이 많다. 옷장을 열어보니 전연우가 평소에 입던 파자마가 모두 한쪽으로 몰려있었고, 나머지 공간은 그녀의 옷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그녀의 신발 역시 전연우의 신발과 함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나 혼자 지낼 수 있는데... 아기가 있어서 불편하잖아."전연우는 장소월에게 다가가 아이를 안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조만간 익숙해질 거야."그는 아직 마르지 않은 장소월의 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도우미가 말했다."아가씨, 짐은 거의 다 옮겼어요. 더 필요한 게 있나 봐주실래요?""필요 없어요." 장소월의 화장대와 기타 잡동사니는 이미 꽤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다른 한 명의 도우미가 올라와 말했다."대표님, 아가씨, 저녁 다 준비됐으니 내려와서 드세요.""네."전연우가 무심히 대답했다.이야기를 마친 뒤 도우미들은 모두 밖으로 물러났다."아이 이리 줘."장소월은 아무 말 없이 팔을 뻗어 아이를 넘겨주었다. 말려 올라간 옷소매 끝으로 몇 시간 전에 남겨진 상처가 드러났다.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장소월의 손을 잡은 채 세 식구가 위화감 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그 괴이하고도 화목한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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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인정아와 인시윤이 왔다고?장소월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전연우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어디 가려고?""내가 여기에 없는 게 나은 것 같아."전연우는 고개를 들고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앉아서 밥 먹어."장소월이 말을 내뱉기도 전에, 이미 따지러 온 두 사람이 나타났다.인시윤은 여전히 화려한 수놓이가 만연한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원래 결혼식 뒤풀이 때 입어야 하는 옷이었다. 그녀는 밤새 호텔 방에 앉아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인시윤은 공항에서 전연우에게 오빠가 끌려갔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서야 현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전연우는 정말 그녀를 두고 떠난 것이다.결혼식 날 버리고 떠나다니...오늘 결혼식에서 했던 맹세를 어떻게 이렇듯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잊을 수 있단 말인가."왜? 왜 나한테 이러는 거예요! 전연우 씨, 오늘이 우리 결혼식 날이라는 거 잊었어요? 오늘밤 만큼은 나랑 같이 있어야 하잖아요?""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생겨서 오지 못한 거죠, 그렇죠?"인시윤은 화장을 했음에도 얼굴의 초췌함과 창백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이미 펑펑 울고 온 듯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약지 사이에는 크고 빛나는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이 결혼반지는 인시윤이 직접 고른 커플 반지였는데, 전연우가 끼고 있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두 사람은 이미 혼인신고를 마쳤기 때문이다!장소월은 죄책감에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까마득한 절망에 휩싸인 목소리, 그때의 그 장소월과 너무나 닮아있었다.5년 전, 전연우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했었다.다만 역할이 180도 바뀌어 자신이 제2의 송시아가 될 거라는 건 상상하지 못했다.장소월은 조금의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인시윤의 인내심은 이제 한계점까지 밀려나 미쳐버리기 직전이었다.그렇다... 자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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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장소월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가려던 그때, 전연우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밥 다 먹고 올라가."그의 시선을 의식한 장소월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전연우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몸을 뒤로 젖혔다. 자욱한 연기가 그의 가는 손가락 사이로 날려갔다.인시윤은 대체 무슨 용기로 직접 여기까지 찾아와 전연우에게 따져 묻고 있는 걸까."음흉하기도 하지. 몰래 외국으로 보내려고요? 꽤 치밀한 작전이긴 했어요."인정아가 울분을 토하며 말했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오늘까지 기다렸다가 내 아들을 괴롭히고, 내 딸에게 수치심을 안겨준 건가? 전연우... 자넨 정말 장해성이 키운 사냥개답군. 그때 뒤에서 자네를 도와준 게 누군지 잊지 말게. 우리 인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겠나?"전연우는 손을 들어 파티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날 도왔다고요? 인씨 가문은 아무것도 해준 거 없어요. 잊지 말아요... 결혼이든, 성세 그룹이 인하 그룹에 던져준 주식이든, 그건 이득이 되는 거래일 뿐이에요. 그것에 대해선 당신과 나 모두 똑똑히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하지만 당신들은 절대 장소월을 건드리면 안 됐어요... 내가 가까스로 되찾은 사람을 당신들이 숨겨버린다면 낭패잖아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다시는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디데이를 오늘로 정한 건 꽤 탁월한 선택인 것 같네요."그들은 전연우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장소월의 무게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오늘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서울의 거물급 인사들이었다. 하지만 전연우는 망설임 없이 결혼식을 뒤로하고 곧장 공항으로 달려갔다.그들이 생각하는 전연우는 사리 분별을 똑똑히 할 줄 아는, 또 이익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그건 오로지 그들의 생각일 뿐이었다...냉혹한 현실이 그들의 뺨을 호되게 내리쳤다.인시윤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진실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수많은 바늘이 심장을 찌르듯 욱신거렸고 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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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괴로워하며 걸어가는 장소월에게 쏠렸다.그녀가 이렇게 나약할 줄이야.전연우가 보호해주지 않았다면 장소월은 살아서 남원 별장을 걸어 나갈 수도 없었을 것이다.전연우는 복도 끝에서 장소월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짜증스럽게 손에 쥔 담배를 끄고 일어섰다."장모님, 정말 한 성격 하시네요."그는 인정아 앞에 걸어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우뚝 솟은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뒤덮었다."제가 장모님의 목숨줄을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나 봐요? 방금 하셨던 말 만큼 강영수는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 그놈이 버티지 못한다고 해도 내 잘못은 아니니 원망하지 마세요!"인정아는 그를 매섭게 노려보며 일갈했다."전연우, 네가 감히!""내가 못할 것 같아요? 그럼 어디 한번 해보세요. 내일 인씨 집안 문 앞에 시체가 배달되는지 아닌지 두고 보자고요!" 그의 눈빛은 한 마리의 맹수처럼 번뜩거렸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은 그들을 자리에 얼어붙게 만들었다.인시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연우 씨도 이제 우리 가문의 일원이잖아요. 고작 장소월 하나 때문에 우리한테 이토록 잔인하게 구는 거예요? 당신이 사람이에요?"전연우는 그들과 더이상 쓸데없는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강영수가 무사하기를 원한다면 그 대가로 강씨 가문 저택 문서를 갖고 오세요. 삼일 생각할 시간을 줄게요.""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장모님은 저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해줘야 할 겁니다. 사과 한마디로는 진심이 전달되기에 다소 부족한 감이 있거든요. 전 무서워요... 당신 아들이 혹시라도 내일을 넘기지 못할까 봐요."충격에 비틀거리는 인정아를 인시윤이 부축했다."전연우 씨, 이분은 연우 씨의 장모님이자, 우리의 인생 선배님이기도 해요. 어떻게 엄마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전연우는 인시윤을 쳐다보지도 않고 뒤돌아섰다.식탁 위 음식은 거의 그대로였고,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장소월이 먹던 밥그릇에는 아직 밥이 반이 넘게 남아 있었다.전연우가 방으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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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장소월은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아이의 소변을 확인한 뒤 침대 중앙에 눕히고는 자신은 침대 가장자리에 누웠다. 이 침대는 넓고 편안하여 밤에 마음껏 뒤척여도 아이의 수면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전연우가 그녀 곁으로 다가와 침대 옆에 앉았다. "국수 끓여서 한 그릇 먹을래?"장소월은 침대에 앉아 책을 집어 들었다. 그녀가 아직 채 읽지 않은 페이지를 넘기며 말했다. "난 배 안 고파. 귀찮게 하지 마."그의 손이 위로 올라간 순간, 장소월은 경계심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전연우와 눈이 마주쳤지만, 이내 시선을 피한 뒤 책을 닫아 침대 아래에 넣었다. "먼저 잘게."장소월은 등을 돌리고 누워 눈을 감았다. 전연우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한동안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발코니로 가서 담배를 피웠다. 만약 정말 상처를 받았다면 장소월도 저렇게 태연하지 못했을 거야.남원 별장 아래에는 아직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인시윤이었다. 엄마와 오빠를 위해...엄마가 홧김에 장소월에게 한 말 때문에, 전연우는 그들이 장소월에게 그에 따른 사과를 하기를 원했다. 엄마는 장소월에게 무릎 꿇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녀가 대신해야 하는 것이다. 엄마의 지금 건강 상태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다. 인시윤은 머리를 들어 올려 3층 아직 불이 켜져 있는 방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그녀는 결국 장소월을 이길 수 없었다. 그녀와의 결혼도 일찌감치 계획된 일이었다. 많은 일들은 따귀 한 대를 호되게 맞은 후에야 비로소 진실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분명 이런 이치를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든 마음을 그에게 쏟아부었다. 무려 5년 가까이, 그녀의 청춘을 모두 바쳤다. 그를 위해 필사적으로 헌신했지만 결국 자신의 일방적인 욕망일 뿐, 그는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점점 더 깊어져 가는 밤, 밖에선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도우미들은 일을 마무리한 뒤 조명을 끄고 퇴근할 준비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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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주룩주룩 거세게 창문에 쏟아지는 빗소리, 하늘에서 번쩍번쩍 사납게 하늘을 가르는 번개... 아이가 놀라 깨어나 울음을 터뜨렸다. 장소월 역시 깊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전연우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던 손에 힘을 풀고 이마에 얹어놓았다. 장소월은 손을 뻗어 침대 탁자 옆 조명을 켠 후 이불을 걷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남원 별장의 방은 로즈 가든보다 넓었다. 또한 이미 오랜 시간 살아왔던 곳이기에 어둠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걸어 나갈 수 있었다.그녀는 떨어진 어깨끈을 살짝 위로 올리고는 전연우가 깰까 봐 아이를 안고 부엌으로 향했다. "괜찮아, 괜찮아, 별아, 울지 마..."오늘 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평소보다도 더 심하게 울고 있었다.장소월이 아무리 달래도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답답함에 창문 쪽으로 걸어가 커튼을 연 순간, 바깥에서 비를 맞으며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커튼에 닿은 손이 경직되어 멈춰 섰다. 그녀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차 조용해지고 있었다.대체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던 거지.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귀에 스며들었다. 전연우가 검은색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채 몸을 숙이고 그녀의 어깨에 키스했다. "내가 안고 있을게. 넌 들어가서 자. 응?"창문으로 차가운 바람이 새어 들어온 순간, 장소월은 오싹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인시윤이 왜 저기에 있어?"인시윤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 당장에라도 의식을 잃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바닥을 짚고 다시 일어나 등을 곧게 펴고 무릎을 꿇었다. "마음이 아프지도 않아?"장소월의 검은 긴 속눈썹이 바르르 떨려왔다. 어떤 기억이 떠올랐는지 눈동자 속에서 아픈 상처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 "인시윤은 네 와이프야. 저런 모습을 보고도 마음이 하나도 안 아파?"장소월에게는 아주 익숙한 광경이었다. 전생의 그 날도 지금과 같이 비가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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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장소월은 무덤덤하게 그녀 곁을 지나갔다. 송시아의 그녀에 대한 태도엔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인시윤은 지난 생의 소월 씨와 정말 닮았네요? 가엾고도 우스꽝스럽고...""내 자리를 빼앗아 높은 자리에 앉은 느낌 어때요? 인시윤이 비를 맞으며 밤새 무릎 꿇고 있는 걸 보니 흐뭇하죠?""생각해보니... 이 장면, 참 익숙한 느낌이네요!"그녀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 차 있었다. 또한 장소월이 정말로 전생의 기억을 안고 다시 태어난 건지 넌지시 떠보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가 이번 생에서 어떻게 전연우를 손에 쥐었겠는가. 지난 생에서 그녀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매번 자신의 발밑에 무릎 꿇고 사정하던 모습을 송시아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장소월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송시아의 입가에 음산한 미소가 걸렸다.‘장소월, 저번 생보단 좀 더 똑똑했으면 좋겠네."송시아가 문을 열었을 때, 남자는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연우 씨, 할 말이 있어요."전연우는 침대에 앉아 잠옷 단추를 잠그며 말했다. "나가."송시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나도 못 들어가요?"음산한 눈동자에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 "내 말 못 알아들어? 밖에서 기다려!"송시아는 한 발짝 더 다가가려다가 멈춰 섰다. "밖에서 기다릴게요."정보연이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 장소월에게 다가왔다. "아가씨 찾았습니다. 그분은 도우미 방에 갇혀있어요. 제가 알아봤는데 몸은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의사가 돌보고 있다고 하니 걱정 마세요."다른 도우미들은 일 때문에 바쁘게 돌아치느라 두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 "그럼 다행이네요.""식사는요? 약도 먹어야 할 텐데..."정보연은 머리를 저었다. "식사를 가져갔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였어요.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으면 결국 버티지 못할 거예요. 상처는 별로 크지 않기는 하지만요."장소월이 말했다. "아주머니는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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