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이 구겨졌네요. 제가 정리해드릴게요.”송시아는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손짓을 멈추지 않았고 그녀의 시선은 부엌 쪽으로 향해있었다. 그녀는 계속하여 부엌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전연우의 몸에 걸쳐진 짙은 줄무늬의 잠옷을 정리해주었다.“오늘 밤 늘 보던 곳에서 기다릴게요. 꼭 와야 해요.”송시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마치 봄바람처럼 그녀의 귓전을 스쳤지만 장소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장소월은 말없이 계속하여 뒤처리를 하며 마지막으로 냄비를 씻어서 제자리에 놓았다. 이윽고 송시아가 떠난 후, 정보연이 마침 분유를 다 먹이고 트림을 하는 아이를 안고 위층에서 내려왔다.“아가씨, 아이가 깼어요. 우는 것을 보자마자 아가씨를 찾는 것 같아서 바로 데려왔어요.”그러자 장소월은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아이를 건네받았다. “주세요. 약은 먹였어요?”“네.”장소월은 그녀를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무시한 채 아이를 안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정보연은 눈치껏 전연우를 힐끗 바라보고는 그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다.전연우도 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다.현재 모든 상황은 전연우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들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 시간이 흐르며 장소월도 반드시 그를 떠날 수 없을 것이다.장소월의 옆자리에 앉아 그녀의 허리를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이토록 훈훈한 장면은 전연우에게 결코 얻을 수 없었던 만족감을 선사했다.오랫동안 비어 있던 마음속의 공허함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장소월도 그의 스킨쉽을 피하지 않았다. 강영수가 그의 손안에 있으니 만약 전연우가 전처럼 다시 한번 정신줄을 놓고 강영수에게 손을 댄다면... 장소월은 더 이상 모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저녁에 연회가 있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장난감을 가지고 아이를 달래주던 장소월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담담히 입을 열었다.“난 안 갈래. 영수는 자고 일어나서 내가 안 보이면 계속 울어. 게다가 아직 병도 낫지 않았잖아.”말하자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 아이는 마치 그녀에게 달라붙어
장소월이 좋아하는 물건이라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줄 수 있다.지금처럼 자신에게 선을 긋고 울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는 그의 접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사람은 원래 욕심이 많은 법이다.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원한다.그런데 하필이면... 전연우는 그 한 가지도 얻지 못했다.인시윤을 떠나보낸 것도 모자라... 전에 남원별장에서 인시윤을 돌보기 위해 고용한 가사도우미도 모두 함께 꺼지라고 했다.사실 장소월은 이 별장의 소유권이 그녀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옛 모습을 돌려놓기 위해 전연우는 이곳에서 일하던 가사도우미도 다시 찾아 데려왔다.그리고... 은경애...은경애가 아직도 시공이 중단된 낡은 건물에서 빨래하고 있을 때, 경호원 몇 명이 그녀를 찾아 나섰지만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들은 그녀는 빛의 속도로 거절해버렸다.하지만... 월급을 듣자마자 그녀는 결국 발을 가누지 못하고 그 사람들을 따라 차를 탔다.차에 탔을 때, 그곳이 마치 사람을 잡아먹는 동굴이라도 되는 듯 그녀는 자신의 뺨을 두 대 때렸었다. 당시 그 여자는 인... 뭐였었지, 결국 은경애는 말 한마디에 해고당했고 월급도 절반 이상이 깎였었다.당시 은경애는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듯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었다....전연우가 한 모든 행동은 마치 일부러 그녀에게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정보연은 아직도 아이가 실수한 옷을 챙기고 있는데 갑자기 경호원이 들이닥치더니 말없이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이 모든 일은 장소월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아가씨... 전 아무 일도 안 했어요!”“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장소월은 아이를 방에 혼자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 그들을 쫓아갔다.홀 안에는 남원별장 내부의 모든 사람이 서 있었다.그리고 모든 사람의 손에는 종이봉투에 담긴 돈이 들려 있었다.“갈 때 자리에 있는 여러분의 입을 깨끗하게 하는
그러자 그때, 경호원 한 명이 텀블러 하나를 손에 들고 문 앞에서 걸어왔다. 그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장소월은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다.“대표님, 강영수를 가둔 방에서 찾은 것입니다.”전연우는 담담히 옆 사람을 흘끗 쳐다보고는 입가에 포악한 곡선을 그리며 입을 열었다.“그래? 안에 뭐가 들어 있는데?”그러자 경호원이 곧바로 그에게 보고했다.“갈비죽입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곧바로 텀블러를 열어 안에 들어있는 죽을 절반가량 들이켰다.장소월은 숨통이 조여오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죽? 누가 내 허락 없이 갖다 줬어?”그의 말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아가씨 옆에 있는 하인입니다.”그러자 전연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령을 내렸다.“저년의 손을 잘라버려.”“그리고 마신 만큼 토해내라고 해. 앞으로는 내 허락 없이 먹을 것을 보내지 마.”전연우의 말에 정보연은 즉시 당황하고 말았다.“대표님, 이건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아가씨가 보내 달라고 해서 저도 아가씨의 말을 들었을 뿐이에요.”“대표님, 저에게는 보살펴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다음에는 절대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겠습니다...”정보연은 콧물과 눈물범벅이 되어 하마터면 전연우 앞에서 무릎을 꿇을 뻔했다.“아가씨,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장소월은 얼굴을 찌푸리며 곧바로 그를 말렸다.“내가 시킨 거 맞아. 그러니까 보연 아줌마 그렇게 대하지 마. 영수가 깨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넌 가두어 버렸잖아... 영수는...”“벌써 마음이 아파진 거야?”전연우는 마치 장소월이 성심성의껏 강소영을 감싸주는 것이 질투 난다는 듯 억지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그의 몸에서 풍기는 싸늘한 기운이 장소월을 스르륵 감싸고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어 등골에 소름이 돋고 뼈가 사무치게 했다.“그런 거... 그런 거 아니야. 오빠가 오해한 거야.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걸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었어.”장소월은 그의 눈을 피하며 계속하여 입을 열었다.
장소월은 전연우의 손에 의해 바닥에 내팽개쳐지고 말았다.그리고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온 강영수는 그동안 한바탕 시달린 듯 힘없이 고개를 숙인 채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마 앞에 늘어뜨린 그의 검은 잔머리는 간신히 허약하고 생기 하나 없는 눈동자를 가려주었고 드러난 팔뚝에는 멍 자국이 가득하고 핏자국이 배어 있었다.전연우는 한쪽에 놓여있던 골프채를 들고 곧바로 강영수를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장해진의 밑에서 일하며 영역 다툼을 위해 기타 세력들과 싸우던 시절처럼 흉포한 기세가 역력했다.전연우에게 해낼 수 없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강영수의 죽음을 원하는 전연우의 눈빛은 쉽사리 숨길 수 없었다.손에 피를 묻힌 적도 있고 게다가 지금은 모든 세상이 그의 말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목숨 하나가 줄어든다고 해도 아무도 감히 그에게 무어라 언질을 줄 수 없다. 그러니 아무도 강영수의 죽음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예전의 전연우는 지금보다 더 무법천지였다.골프채를 휘두르는 그 순간, 장소월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땅에서 벌떡 일어나 강영수의 곁으로 달려와 그를 꼭 껴안고 몸을 감쌌다.순간 뒤쪽 견갑골로부터 찌릿찌릿한 저림이 전해지더니 뒤이어 뻑뻑한 통증과 함께 그녀의 팔 전체에 걸쳐 모든 감각이 없어졌다.순식간의 고통에 귀에서 이명이 들려왔다.전연우는 장소월이 정말 강영수를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내세울 줄 몰랐다. 그는 급히 장소월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소월아!”장소월은 엄청난 고통을 애써 참으며 입을 열었다.“영수는 네 공격을 참아낼 수 없어. 전연우... 영수를 죽게 하고 싶지 않잖아...”“이 바보야!”전연우는 즉시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집어 던지고는 장소월을 번쩍 안아 들었고 그의 얼굴에는 무시무시하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그는 그녀를 방으로 데려가 다른 것을 신경 쓸 틈도 없이 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를 북북 찢었다. 불과 몇 분 만에 그녀의 등 쪽은 온통 검푸르게 부어올랐다.골프채를
간호사는 장소월의 옆을 지키며 그녀에게 수액을 놓아주었다.“혹시 서철용 의사 선생님 좀 불러 주시겠어요? 볼일이 있어서 그래요.”“서 선생님께서는 지금 수술 중이라 2시간 정도 있다가 수술이 끝나면 전해드릴게요.”“감사합니다.”“천만에요.”장소월은 눈을 지그시 감고 가물가물한 의식을 애써 놓지 않았다. 통증 때문인지 장소월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그때, 전연우가 마침 밖에서 돌아와 병실로 들어왔다. 잠깐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운 것이다.그는 장소월의 병상 앞에 앉으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의부님은 이틀 후에 돌아오실 거야.”장소월을 대신해 이불을 정리해주는 그의 손길은 뜻밖에도 부드럽기만 했다.일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그의 친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들 두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켰다.얼마나 지났을까 장소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도대체 언제 영수를 풀어줄 작정이야?”“소월아, 나한테 대들지 말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 안 돼? 순순히 말을 잘 듣기만 하면 넌 여전히 예전처럼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지낼 수 있어.”그제야 장소월은 지그시 감고 있던 두 눈을 떴다. 머리 위의 하얀 천장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약간 공허하고 멍했다. 그리고 전연우에게 돌아온 대답은 단지 짧디짧은 한마디뿐이었다.“나는 그럴 수 없어.”그는 누구 때문에 변할 일은 없을 것이다.그는 여전히 전생의 전연우와 똑같았고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한 시간여 뒤, 직접 검사 보고서를 들고 장소월의 병실로 들어선 서철용은 곧바로 조용하지만 어딘가 기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장소월은 계속하여 눈을 감은 채 뜰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연우는 말없이 병실에서 그녀와 함께 앉아 있었다. 옆에 매달린 링거 호스는 한 방울씩 똑똑 소리를 내며 흘러내렸고 전연우는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고 링거 속도를 늦추었다.그 시간 동안 모두가 원초적인 상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은 무척 빨랐다....기성은은 전화를 받고 사진들과 함께 인시윤을 인가네로 돌려보냈다.갖은 고문에 몰골이 엉망이 되어버린 강영수의 사진을 본 인정아는 미칠 지경이었다.“감히 내 아들에게 손을 대?”“전연우 이 짐승 같은 놈!”가뜩이나 정신이 온전치 않았던 인정아는 광기 어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하지만 기성은은 이제 익숙하다는 듯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담담히 말을 꺼냈다.“대표님께서 뭘 원하는지 사모님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인정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다 강가의 본가 때문에 이러는 거야?”기성은의 미소는 이 물음의 답을 더욱 분명케 했다.“그래... 다 줄게. 내 아들을 풀어준다면 전연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겠어.”인정아가 위층 금고에서 오랫동안 보관돼 있던 땅문서를 꺼내어 기성은의 손에 직접 쥐여주었다.“전연우에게 내 아들을 돌려내라고 전해. 바라는 게 있다면 다 줄 테니까.”기성은은 물건을 건네받으며 입을 열었다.“안심하십시오. 3일 안에 반드시 사람을 돌려보낼 것입니다.”“3일? 아니... 지금 당장 내 아들을 데려와.”“기성은!”인정아가 기성은을 뒤쫓아 나갔기만 발에 신은 하이힐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옆에 있던 가사도우미가 급히 다가와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었다.“사모님, 큰 도련님은 괜찮을 겁니다. 그러니 빨리 약을 드셔야죠. 인하 그룹은 사모님이 없으면 안 돼요. 사모님께서 몸을 잘 챙기셔야 해요.”그녀의 한마디가 무너져버린 인정아를 살린 듯 그녀는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그래, 난 아직 쓰러질 수 없어. 나에겐 회사도 있고, 이 집도 있어!”인정아는 그제야 전연우는 단 한 번도 인가네와 협력할 생각이 없었고 혼자서 모든 것을 독차지할 계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예전에 그와 싸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강가의 본가가 없어지고 아들도 그의 손에 있으니 인정아는 감히 멋대로 움직이지 못한다.그 이익들을
기성은이 찾아올 때마다 줄곧 좋은 일은 없었다.장소월은 전연우가 뒤에서 또 무슨 떳떳하지 못한 짓을 했을까 봐 걱정되었다.약을 바르고 전연우는 그녀에게 옷을 입혀주며 담담히 답했다.“금방 올게.”다 쓴 면봉을 휴지통에 버리고 따뜻한 물 한 컵을 따라 침대맡에 두었다가 모든 준비가 다 끝난 뒤에야 그는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 도착하자 기성은이 손에 든 물건을 그에게 건네주었다.“돌아올 때 송시아 조수님께서 인가네에 도착해 대표님의 뜻을 받들어 직접 강가의 본가 땅문서를 대표님께 넘겨주겠다 하셨습니다.”전연우는 물건에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잘했어. 일 처리가 끝나면 3주 동안 장기 휴가를 줄 테니 이제 마지막 일을 도와줘.”“얼마든지 분부 해주십시오.”그러자 전연우의 눈빛에 순간 싸늘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이틀 안에 가서 강가의 본가를 전부 치워버려. 이틀 후에 내가 직접 강씨 가문을 인수할 거야.”“알겠습니다, 대표님.”전연우는 곧바로 물건을 들고 다시 병실로 들어갔고 장소월은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잠든 것이 아닌 단순히 그를 피하려고 한다는 것은 전연우 역시 잘 알고 있다.장소월이 화를 내는 것은 개의치 않았다. 여자란 조금 달래주기만 하면 풀리기 마련이다.전연우보다 장소월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언제 그랬냐는 듯 장소월을 바라보고 있는 전연우의 눈빛 속에는 분노가 가시고 부드러움만이 남아있었다. 그는 거친 손으로 장소월의 부드러운 손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아직도 오빠한테 화났어? 소월아... 내가 이렇게 한 건 다 내 의도가 있어. 정보연은 인가네에서 주선해 준 사람이고 성세 그룹의 주식이 정보연의 손에 넘어가기 시작했어. 게다가 내 주위 회사 위아래에 모두 정보연이 심어둔 스파이가 있어. 소월아, 너도 오빠 잘 알잖아... 오빠 공간에서는 모래 한 톨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걸...”정보연이 인정아의 사람이라고?장소월은 확실히 이 일에
“좋아. 약을 먹을 테니 지금 빨리 영수를 놓아줘.”장소월이 애써 몸을 일으키려 하자 전연우는 급히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주고 직접 그녀에게 먹여주기 위해 준비한 약을 집어 들었다.“나... 나 혼자 할게.”약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전연우는 그녀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오빠가... 먹여줄게.”전연우의 눈빛에서 번뜩이는 위협에 장소월은 결국 어쩔 수 없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의 말대로 순순히 입을 약간 벌려 그의 손끝에 있는 하얀 알약을 삼켰다.부드러운 입술이 그의 손끝을 머금자 남자의 눈에 욕망이 이글이글 떠올랐다. 그는 애써 욕구를 누르고 장소월이 물컵을 들고 약을 삼키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리고 장소월이 물을 다 마시기도 전에 전연우에게 강제로 물컵을 빼앗기고 말았다. 전연우는 결국 포악하고 강제적인 기운에 눌려 걷잡을 수 없이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장소월은 강영수의 처지를 생각하며 몸부림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감내했다.전연우는 애써 그녀의 상처에 닿지 않도록 그녀를 안고 몸을 뒤집고는 곧바로 지체없이 관계를 맺었다.장소월은 이를 악물고 그의 맹렬한 공격을 한 번, 또 한 번 견뎌냈다.엎드려 있는 게 불편할까 봐 전연우는 그녀의 허리를 다시 안아 일어나 앉았다. 그렇게 둘 사이에는 온갖 다양한 자세가 오가고 장소월은 고통에 못 이겨 정신을 잃고 말았다...그리고 매번 이럴 때마다 관계의 뒤처리는 전연우의 몫이었다...그는 말없이 쓰러져버린 장소월의 몸을 깨끗이 닦아주었다...장해진이 3일 후에 서울시에 돌아온다고는 하였지만 그곳에 큰비가 내려 비행기가 며칠 연착되는 바람에 장소월은 인가네로 보내지는 것을 직접 바라보게 되었다.병원에 3일 동안 누워있다가 전연우는 그녀를 남원별장으로 데려갔는데 원래는 로즈 가든에 데려갈 계획이었다.하지만 집에서 그녀를 잘 돌봐줄 사람이 없고 전연우는 최근에 너무 바빠서 그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수도 있으니 그녀를 남원별장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