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681 - Chapter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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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강지혁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말했다.“그 사람도 널 해치고 잘 지내지 못했을 거야. 줄곧 해외에 있었는데 만약 이번에 선뜻 돌아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잡지도 못했을 거야. 국내에서 이 사건을 재조사한다는 걸 알고 직접 귀국해서 자수했어.”물론 허재명이 선뜻 자수한 데에는 강지혁이 적잖은 수단으로 상대를 자수하게 만들었다는 요소가 들어있다. 그는 당연히 임유진에게 이 말까지 하진 않았다.“잘 지내지 못해?”임유진이 피식 웃었다.“그 사람이 잘 못 지내면 내가 용서해줘야 해? 사람을 죽여놓고 돌아와서 죽은 자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웃기지도 않아! 내가 감방에서 안 죽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해 감방에서 죽었다면 지금 저 인간 앞에 서 있지도 못했을 거야!”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채찍처럼 강지혁의 심장을 후려쳤다. 그는 점점 숨이 가빠졌다.“그래서... 용서 안 하려고?”강지혁이 나지막이 물었다.“응. 날 모질게 해친 사람, 내게 그토록 깊은 상처를 준 사람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영원히!”임유진은 말하면서 강지혁의 이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녀의 모든 정서가 한때 겪었던 고통 속에 잠겨 있었다.“대체 무슨 낯짝으로 내게 용서를 빌어? 뻔뻔스러워서! 무릎 꿇고 사과한다고 해결될 일이면 법은 왜 있는 건데? 난 절대 용서 안 해. 내 인생을 망친 자야!”“그만해!”강지혁이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유진아, 제발 그만 얘기해. 그 사람 안 보고 싶으면 앞으로 영원히 보지 말자.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되면 판결대로 처벌받게 해!”그러니까 제발 그만 얘기하라고...그녀가 진실을 다 알고 나면 방금 했던 말이 허재명을 겨냥한 게 아니라 바로 강지혁에게 하는 말이란 것도 알게 되겠지!그해 강지혁이 그녀에게 일말의 연민의 감정이라도 있었더라면 지금 같은 결과를 안 낳았을 것이다.임유진은 그의 품에 안겨 서럽게 흐느꼈다.“혁아, 인간의 본심은 왜 그렇게 악독할까? 어떻게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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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지혁 씨, 저는... 이미 지혁 씨가 요구한 대로 다 했어요.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허재명이 초조하게 말했다.강지혁은 짙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해 임유진에게 죄명을 뒤집어씌운 주요 가해자 중 한 명인 허재명을!“말하지 말아야 하는 말은 영원히 입 밖에 내지 마. 그럼 목숨은 살려둘게.”허재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마음 같아선 귀국해서 자수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 강지혁의 협박에 못 이겨 돌아왔을 뿐이다.해외로 도주했다고 해도 강지혁 같은 인물이 작심하고 찾아내려고 하면 절대 도망갈 길이 없다.“그럼 제 가족은...”허재명이 초조하게 물었다.“가족들이 네가 한 짓을 모르는 한 나도 그 사람들 안 건드려. 단!”강지혁이 문득 말을 멈추자 좀 전까지 한숨을 돌리던 허재명은 바짝 긴장했다.“그해 네가 유진이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줬고 어떤 대가를 치르게 했으면 너도 똑같이, 아니 두 배로 갚아야 할 거야.”허재명이 황급히 해명하려 했지만 강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더는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허재명, 네 목숨을 살려둔 건 유진이에게 고마워해. 유진이는 네가 법의 처벌을 받길 원했어. 안 그랬다면 넌 지금 나랑 여기서 얘기할 기회도 없었을 거야.”허재명의 눈가에 공포가 스쳤다. 그는 상대의 말뜻을 바로 이해했다.“그리고 잘 기억해둬. 말하지 말아야 할 말은 절대 입 밖에 꺼내지 마. 안 그러면 감방살이로 끝나지 않을 거야. 가장 비참한 고통을 겪을 줄 알아!”말을 마친 강지혁은 면회실을 나섰다.허재명의 손바닥과 등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그는 잘 알고 있다. 강지혁 같은 사람이 누군가를 괴롭히려거든 천방백계의 수단으로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을. 그가 감방에 갇혀있던, 해외에 도주해있던 절대 강지혁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강지혁의 분부를 따르는 것뿐이다.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본인뿐만 아니라 그해 이 사건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언젠가는 이 사건을 위해 대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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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어쩌다 여길 올 생각을 했어?”강지혁은 살짝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어릴 때 이 산에 자주 와서 놀았거든!”임유진이 대답했다.“어른들이 위험하다고 우리더러 놀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몰래 달려와서 놀았어. 그땐 이 산에 있으면 내가 마치 탐험가가 된 기분이 들었어.”그에 반면 배여진은 이 산에 와서 노는 걸 썩 좋아하지 않았다.“애들이니까 다 그렇지 뭐.”강지혁이 대답했다.“그땐 이 산에서 꼭 무슨 비밀을 발견할 것 같았어. 어떤 보물이라던가, UFO라던가 또 혹은 타임슬립 같은 것 말이야. 나 많이 유치했지?”임유진이 말했다.어른들의 눈엔 이 언덕이 뒷산과 이어져 그리 크게 느껴지진 않겠지만 아이들 눈엔 여기가 마치 새로운 세상 같았다.“아니, 너무 귀여워.”강지혁이 말했다.“하지만 이젠 어른이 됐고 이 산도 고작 언덕일 뿐이야. 가자, 날이 곧 어두워질 거야. S 시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엄청 늦어질 걸.”임유진은 머리를 끄덕였지만 떠나기 전에 또다시 고개 돌려 그 언덕을 바라봤다.그 순간 그녀는 옆에 있는 강지혁이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고 눈가에 이상한 빛이 스쳐 지나간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진세령은 촬영장에서 나오자마자 한 무리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진세령 씨, 약혼자 소민준 씨의 전 여자친구 임유진 씨가 오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진세령은 대뜸 걸음을 멈추고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기자를 쳐다봤다.“뭐라고요?”기자는 재빨리 다시 한번 되물었다. 이 소식은 외부에서 아직 모른다. 기자가 법원에 지인이 있어 바로 획득한 것이다.임유진 사건의 재심은 매우 조용하게 진행되어 외부에서 전혀 모른다. 하여 이 기자에겐 단독 특보가 아닐 수 없다!기자는 흥분에 휩싸여 있었고 진세령은 낯빛이 확 돌변했다. 임유진이 정말 사건을 뒤집었다니!그녀는 기자들을 통해 허재명이란 이름을 들은 후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무려 3년 만에 듣는 이름이었다.법원은 허재명이 죄를 뒤집어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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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하지만 진짜 사건을 뒤집으려 해도 이렇게 빠를 순 없어요! 정상적인 절차대로 하자면...”진세령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기태가 가로챘다.“임유진 뒤에 지금 누가 있는지 잊었어?”진세령은 문득 침묵했다. 임유진의 뒤엔 강지혁이 있다!정상적인 절차라는 건 일반인에게만 해당한다.“됐고, 아무튼 그때 가서 이 사건이 기사로 터진다 해도 우리 집안에서 겉치레 말은 해야 해. 이 일로 강씨 일가에 밉보일 순 없어. 명심해!”진기태가 딸에게 당부했다.진세령이 예쁘게 다듬은 네일은 휴대폰을 짓부술 것만 같았다.애초에 그녀는 언론매체 앞에서 수없이 임유진을 짓밟았다. 언니를 죽인 원흉이라며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녔다.그런데 지금 아빠의 말은 그녀더러 임유진에게 공개 사과라도 하라는 뜻인데, 이 수모를 진세령이 겪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창피한 일이다.“세령아, 듣고 있니?”진기태가 엄숙하게 되물었다.“우리 집안을 진흙탕 물에 끌어들이지 마. 우리 가문은 오랫동안 이어져 나가야 해.”진세령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나서야 대답했다.“알겠어요, 아빠!”통화를 마친 후 그녀는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이젠 결국 분노를 꾹 참고 대중들 앞에서 지난날 임유진에게 누명을 씌운 일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 고개 숙여 반성하는 수밖에 없다....임유진은 손에 판결서를 들고 있지만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말... 사건을 뒤집은 걸까? 한때 무거운 돌덩어리처럼 그녀의 머리를 짓누르던 죄명이, 목 졸라서 숨조차 안 쉬어지던 나날이, 평생 결백을 얻지 못할 것만 같던 어두운 삶이 이렇게 빨리 해결되다니?!판결서를 손에 쥐면 대성통곡할 줄 알았다. 결백을 얻는 것이 그녀에겐 너무나도 간절하고 집요한 바람이었으니까.하지만 정작 이 판결을 손에 쥐니 피로감만 휩싸였다. 이 죄명 때문에, 보이지 않는 족쇄 때문에 그녀는 너무 오랜 시간을 얽매여 있었다.이제 드디어 족쇄가 사라지자 온몸이 탈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왜 그래? 안 기뻐?”강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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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강지혁은 고개 숙여 제 어깨에 기댄 그녀를 바라봤다. 만약 진실을 전부 알게 돼도... 그를 만난 것이 최고의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아마 아니겠지.임유진이 깊게 잠든 후 강지혁은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그녀를 안고 조심스럽게 침실로 돌아갔다. 그녀를 푹신한 침대에 내려준 후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유진아, 모든 걸 이쯤에서 끝내. 그래도 되겠지?”강지혁은 그녀 사건의 진실도 이쯤에서 끝내고 강현수에 관한 모든 과거도 이쯤에서 끝내고 싶었다.이 두 사건은 제발 더는 조사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이것이야말로 제일 바람직한 일이니까....임유진이 사건을 뒤집은 일이 기자들 덕에 인터넷을 도배했고 한순간 장안의 화젯거리가 되었다.물론 그녀는 전에 앞날이 창창한 신인 변호사였다가 억울한 죄명을 씻고 결백을 얻었을 뿐, 포커스는 바로 임유진의 전 남친 소민준과 대스타 진세령에게 맞춰졌다.이 기사를 최초 보도한 기자가 진세령을 취재하러 갔지만 그녀는 사건을 뒤집은 일을 아예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다 알고 난 후에도 그렇다 할 입장 표명이 없었다!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찾아가 디엠이나 댓글로 임유진이 소송을 뒤집은 것에 대해 무슨 생각이냐고 집요하게 캐물었다!심지어 누군가는 당시 진세령이 공개석상에서 임유진을 절대 용서치 않을 거라고, 인성 쓰레기에 역겹다는 등 말을 내뱉은 영상을 따와서 업로드하기도 했다.진세령은 공개사과문을 올리며 본인도 이제야 임유진이 누명을 썼다는 걸 알았다며 당시 했던 부당한 언론은 법의 오판 때문에 그런 거라고 책임을 떠밀었다. 임유진에게 공개로 사과할 의향도 있다고 했고 이어서 공개 사과 영상까지 하나 올렸는데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진세령이 카메라에 대고 ‘유진아, 그때 너에게 했던 말들에 대해 사과할게.’라는 이 한마디만 남길 뿐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다들 그녀의 사과가 지나치게 간단한 거 아니냐며 말했고 누군가는 또 이런 분석까지 했다. 임유진이 억울하게 당한 거라면 진세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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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내가 남이야? 임유진, 우린 평생 친구라고 했지! 앞으로 무슨 일 생기면 절대 나한테 숨기지 마. 내 친구에 관한 일을 뉴스로 알고 싶진 않단 말이야.”한지영이 말했다.“알았어.”임유진은 코끝이 찡했다.한지영은 늘 이랬다. 누군가를 진짜 친구로 여기면 온 마음을 다해 상대에게 잘해준다.다음날 둘은 만났고 한지영은 그제야 사건의 상세 내용을 알았다. 주모자 허재명에 관한 일까지 낱낱이 들었다.“진짜 생각지도 못했어. 본인이 연루될까 봐 이렇게 사람을 해친 거야?”한지영이 감개무량하게 말했다.“그래도 이젠 결백을 찾았으니 참 다행이야.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이야? 계획은 있어?”“아직.”임유진이 대답했다. 앞날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자꾸만 머뭇거리게 된다.“계속 변호사 할 생각이야?”한지영의 물음에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4년이나 손을 놓았는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젠 그렇게 숙련되게 외웠던 법조문도 기억이 가물가물해.”“너 변호사 안 하기엔 너무 아까워. 어차피 지금 빨리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일단 법조문이나 사례부터 다시 숙지해. 임유진, 할 수 있다! 난 널 믿어.”한지영이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절친의 학습 능력은 늘 그녀를 탄복게 했다.임유진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답했다.“하긴, 일단 공부를 시작해야지. 될지 안 될지는 시도해봐야 아는 거잖아.”간신히 되찾은 변호사 자격증이니 배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그럼 이따가 나랑 함께 서점 가자. 최신 법률 서적부터 사야겠어.”임유진이 말했다.“오케이!”한지영은 친구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 본인이 더 기뻐했다. 임유진이 다시 법학을 공부하는 건 두 손 들어 찬성하는 일이다.서점에 도착한 후 임유진은 법률 전문 서적 코너로 가서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얼마 만에 오는 서점인지.감방에 갇히기 전까지 그녀는 이곳의 단골손님이라 한 달에 한두 번은 꼭꼭 다녔다. 법에 관한 책뿐만 아니라 일부 잡지도 즐겨 샀었다.요즘은 인터넷 독서가 일상화되었지만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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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이 남자는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며 진세령을 위해 변호했다. 아마도 진세령의 팬인 듯싶다.임유진은 미간을 살짝 구기고 방금 고른 두 책을 들고는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 결제했다. 결제를 마치고 한지영을 찾아갈 예정이었다.하지만 이 남자는 집요하게 그녀를 따라오며 쉴 새 없이 입을 떠벌렸다. 그녀더러 인터넷으로 진세령을 용서한다는 입장표명을 하라고 했고 심지어 휴대폰을 꺼내 그녀를 촬영하기 시작했다.화가 난 임유진은 미간이 더 세게 구겨졌다.“내 허락 없이 촬영하는 건 초상권침해에요!”“왜요? 찔리셨어요? 내가 내 폰으로 찍는다는데 당신이 뭔 상관이야. 왜 줄곧 진세령 씨 사과에 대해 아무런 회답도 안 해요? 뭔가 켕기는 거라도 있나 보죠. 설마 소민준 씨랑 다시 잘해보고 싶은 거예요?”그 남자는 마치 뜨거운 화제를 일부러 유인하듯 더 과장되게 말했다.임유진은 부랴부랴 결제를 마치고 한지영을 찾아가려 했지만 주변에 몰려든 사람이 점점 더 많아졌다.이 낯선 남자가 내뱉은 말로 그녀를 모르는 사람마저 이젠 그녀를 다 알게 됐다.진세령의 사과문이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으니까.“임유진이었네!”“그 소송을 뒤집었다는 임유진?”“불쌍해서 어떡해? 3년 동안 감방살이한 거 헛수고잖아. 재벌 남친도 잃었겠다, 이젠 죽을 마음마저 생겨나겠어.”“난 또 진세령 씨랑 한 남자를 뺏는 여자라길래 얼마나 예쁜가 했더니, 별것도 아니네.”주위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꺼내 그녀를 찍기 시작했다.사람들이 점점 많이 몰려들었다. 이때 한지영을 찾아가면 괜히 그녀까지 이 흙탕물에 들여놓는 꼴이 된다.생각을 마친 임유진은 서점 출구로 향했다. 일단 여길 빠져나간 후에 한지영에게 전화하기로 했다.다만 그녀가 서점 문 앞까지 달려가자 맨 먼저 일을 떠벌였던 그 남자가 안달이 나서 팔을 뻗어 그녀를 덥석 잡았다.“가긴 어딜 가요? 아직 내 물음에 대답 안 했잖아요! 진세령 씨와 소민준 씨 사이를 무너뜨릴 생각이에요? 아니면 또 차마 입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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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임유진 주위에 안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는데 이 외침과 함께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강현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그녀를 확 끌어당겨 옆에 세운 차에 함께 올라타 재빨리 출발했다.몰려든 사람들은 멀어져가는 차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임유진과 강현수가 또 무슨 사이인지 쉬쉬거리기 시작했다.차에 올라탄 그녀가 강현수에게 말했다.“아까는 고마웠어요. 이 근처 아무 데나 세워주면 돼요.”다만 강현수는 차를 세울 기미가 없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낯선 사람이 저를 알아봐서 생긴 에피소드에요. 요즘 제가 소송을 뒤집고 진세령이 인터넷에 사과 영상을 올린 게 화제가 됐잖아요.”임유진이 말을 이었다.“차 좀 세워줄래요? 친구가 아직 서점에 있어요. 이따가 친구 다시 만나러 가야 해요!”강현수는 입술을 앙다물더니 결국 길옆에 주차했다.임유진이 차에서 내리려 할 때 그가 확 잡아당겼다.“여긴 서점과 300미터밖에 안 떨어져서 그 사람들이 또 쫓아와 유진 씨를 둘러쌀 수도 있어요. 그냥 친구분께 연락해서 이리로 온 다음에 다시 내려요.”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머리를 끄덕이곤 그에게 잡힌 팔을 물끄러미 쳐다봤다.강현수는 손을 움찔거리더니 이내 그녀를 놓아줬다. 임유진은 그제야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한지영에게 전화했다.“지영아, 나 방금 좀 귀찮은 일이 생겨서 서점 나왔어. 여기 서점 앞 금호 빌딩 쪽이야. 서점에서 300미터 걸어오면 돼...”한편 옆에 있는 강현수는 또다시 넋 놓은 채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오늘 차를 타고 이 근처를 지나가다가 인파들 속에서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그녀가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사람들 속에 서 있기만 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매번 그녀를 볼 때마다 두 눈과 심장과 온몸에 흐르는 혈액이 통제를 벗어날 것만 같았다.그녀야말로 자신이 찾던 그 소녀인 줄 알았는데, 모든 증거를 다 찾으면 더 이상 부정하지 못할 거로 여겼는데 증거를 찾을수록 타깃은 다른 사람을 향했다.그가 잘해줘야 하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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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그럼 넌 무슨 일을 하고 싶은데?”그때 강현수는 이렇게 물었다. 그에겐 모든 게 다 너무 쉽게 얻어졌으니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게 주어진 삶을 산다.게다가 일을 해야 한다는 건 그로써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였다.그런 문제를 자신보다 한두 살 어린 애가 이미 생각하고 있다니.“아직 결정 못 했어. 근데 난 정의로운 일을 하고 싶어. 나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전부 다 지켜주고 싶어.”그 소녀는 청량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정의?재벌가에 태어난 강현수는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교육이 이 세상엔 절대적인 정의가 없다는 것이었다. 소위 말하는 정의란 사람들이 저 자신을 속이기 위한 트릭일 뿐이다.다만 그녀가 이토록 진지한 눈빛으로 말하니 강현수는 차마 입밖에 말을 내뱉지 못했다.시간이 흘러 다시 그해 그 소녀를 찾았을 때 배여진은 딱히 하는 일도 없었고 두 눈에 정의감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런데 임유진의 눈동자엔 정의감이 차 넘쳤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변호사 일을 다시 하고 싶은 이유가 본인뿐만 아니라 유진 씨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전부 다 지켜주고 싶어서인가요?”강현수가 물었다.임유진은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고 귓가에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가 정의로운 일을 안 해도 난 널 지켜줄 수 있어!”“지금은 내가 널 지켜주고 있는 것 같은데. 혼자 일어설 수 있겠어?”머리가 또다시 지끈거리고 귓가에 누가 속삭이는지 말소리가 울려 퍼졌다.임유진의 머릿속에 파편처럼 부서진 조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리 애써봐도 그 조각들이 맞춰지지 않았고 똑똑히 보이지도 않았다.“유진 씨, 왜 그래요?”초조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렸다.머리를 돌리자 또다시 희미한 얼굴의 그 소년이 스쳐 갔고 서서히 눈앞의 이 남자 얼굴과 겹쳐졌다.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그 소년은 대체 누구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똑똑히 지켜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떨리는 손으로 강현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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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죄송해요!”그녀는 황급히 사과했다. 손목에 통증이 느껴지니 두통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왜 그렇게 내 얼굴을 만져요? 그 호칭은 왜 또 부르죠? 임유진 씨, 정말 나한테 아무 감정 없어요?”그는 임유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순간 그녀의 새하얀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오해에요!”“오해?”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대체 어떤 오해길래 내 어릴 때 호칭을 그렇게 부르는 건지 설명 좀 해줄래요? 게다가 아까는 왜 또 내 얼굴까지 만졌어요?”임유진은 입술을 꼭 깨물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현수 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앞으론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을 거예요. 아까는 머리가 아파서 잠깐 현수 씨를 딴 사람으로 착각한 것 같아요.”“착각이요?”강현수가 나지막이 물었다.“그럼 ‘현수야’라는 호칭도 딴 사람으로 착각하고 부른 거예요?”“이 세상에 현수라는 이름이 강현수 씨 한 명뿐인 건 아니잖아요.”그녀가 반박했다.이때 마침 한지영이 근처에 도착했다. 임유진은 재빨리 강현수에게 말했다.“친구가 거의 다 왔어요. 이 손 놔요. 이만 내려야 해요.”강현수의 짙은 두 눈이 불타오를 듯 이글거렸다. 그는 임유진을 빤히 쳐다봤고 차 안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강현수가 손을 놓아주자 임유진은 재빨리 차 문을 열고 안에서 뛰어내려 절친에게 손짓했다.“지영아, 나 여기!”한지영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가까이 오자 임유진의 옆에 있던 외제차가 시동을 걸고 앞으로 나갔는데 운전석에 앉은 남자를 보니... 강현수였다!“유진아, 너 방금 강현수 씨 차에 있었어?”한지영이 의아한 듯 물었다.“응.”임유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근데 너 왜... 강현수 씨랑, 강현수 씨는 왜 갑자기 서점에 나타난 거야?”한지영은 잡지 코너로 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을 놓쳤는지 몰라 어안이 벙벙했다.임유진은 좀 전에 겪은 일을 그녀에게 말해줬다. 한지영은 그녀를 쫓아오며 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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