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691 -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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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강지혁은 지금 핸드폰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정확히는 강현수가 임유진의 손목을 잡고 차에 타는 사진을 말이다.해당 사진은 금방 인터넷에 올라왔고 사람들은 두 사람 사이를 의심하며 댓글에서 열띤 토론을 펼쳤다.고이준은 지금 싸늘한 얼굴로 핸드폰만 바라보는 자신의 대표를 보며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그러다 드디어 용기를 내 한마디를 건넸다."대표님... 저희 쪽 경호원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강현수 씨가 임유진 씨를 데려가셔서..."그의 시선은 사진에서 멀어질 줄을 몰랐고 핸드폰을 잡은 손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이 사진 인터넷에 다시는 돌아다니지 않게 깔끔하게 처리해.""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고이준은 그의 분부가 떨어지자마자 고개를 숙인 후 빠르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적막만 흐르는 사무실 안에서 강지혁은 여전히 사진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고 처음에는 임유진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마지막에는 강현수가 잡고 있는 그녀의 손목으로 시선을 옮겼다.강현수가 그녀를 데리고 가는 장면은 어릴 적 그가 봤던 그림과 많이 닮아있었다.어린 시절 그는 엉겁결에 강현수의 화실로 들어갔고 거기서 소년과 소녀의 그림을 봤다.거기에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숲을 거니는 그림도 있었고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를 업고 있는 그림도 있었다. 그 공간은 마치 강현수의 보물창고처럼 남의 시선이 닿지도 못하게 꽁꽁 감춰져 있었다.다만 그때의 그림 속에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지만 지금 보는 사진 속에는 강현수가 임유진의 손을 잡고 있다. 마치 시간이 흘러 그 장면을 또다시 재연하기라고 하듯 말이다.두 사람의 인연의 끈은 정말 끊어낼 수 없는 것일까? 매번 놓치기만 하고 서로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두 사람은 그럼에도 여전히 이어져 있는 걸까?아니,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래서는 안 된다. 강지혁이 어떻게 해서든 그사이를 갈라놓을 테니까.임유진은 그의 것이고 그만의 것이어야 한다.강씨 저택으로 돌아온 임유진은 침실 불을 켠 후 깜짝 놀랐다.강지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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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책 사러 서점에 갔다가 일이 좀 있었어. 그때 강현수 씨도 만났고."임유진은 굳이 강현수에 대해 숨기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 들은 강지혁이 혹시라도 오해하는 건 싫었으니까.강지혁은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하고 물었다."그래서?""서점에서 누가 핸드폰으로 나를 따라오면서 미친 듯이 사진을 찍어댔어. 그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도 많이 집중됐고, 그때 마침 강현수 씨가 거기를 지나다가 나를 구해준 거야. 차량은 서점 근처에 세워뒀고 지영이가 온 뒤에 나는 바로 내렸어."임유진은 마치 가해자가 진술하듯 오늘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해주었다."혁아, 네가 괜한 오해는 안 했으면 좋겠어. 오늘 강현수 씨를 만난 건 그저 우연일 뿐이야."임유진이 만약 강현수에게 조금 이상한 감정이 생겼다고 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자주 꾸는 이상한 꿈 때문일 뿐이다.강지혁은 말을 마친 임유진을 품에 꽉 끌어안았다."오해 안 해. 누나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나니까. 그치?""응, 맞아."임유진은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조금 서늘한 그의 체온을 느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혁이 너뿐이야. 다른 사람은 없어."그 말에 강지혁은 그녀를 더 꽉 껴안았다."유진아, 너는 다른 사람 사랑하면 안 돼. 네가 그러면 나는 아마 철저하게 무너질 거야.""그럴 리 없어."임유진은 예쁘게 웃더니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먼저 키스했다."이 세상에서 날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야.""응, 이 세상에서 널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그는 그녀의 입술을 서서히 탐하기 시작했다.그녀의 사랑은 매번 확인해도 끝도 없이 모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갈증은 아마 죽어서야만 끝이 나는 건 아닌지 싶다.하지만 그는 절대 강선우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강선우는 마지막에 죽음이라는 방식으로 사랑에서 벗어났지만, 그는 강선우가 아니고 마찬가지로 임유진도 그의 어머니가 아니다."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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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그리고 나는 너만의 혁이야."강지혁은 조용히 읊조리더니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밖에서의 그는 차갑고 안하무인인 강지혁이지만 임유진 앞에서의 그는 그저 그녀의 사랑을 받고 싶은 그저 평범한 남자일 뿐이다.그는 이토록 그녀를 사랑하고 있고, 그녀를 사랑해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경계를 풀어버린 채 그녀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오직 자신과 똑같은 사랑을 얻기 위해서......배여진은 방금까지 있었던 인터넷 기사를 찾아 계속 이리저리 훑어봤다.그녀는 아까 강현수가 임유진의 손을 끌고 가는 사진을 본 후부터 기분이 몹시 언짢아진 상태이다.강현수는 자신을 구해준 여자를 그녀로 알고 있는데 왜 사람들 앞에서 임유진을 구해주고 심지어는 차에까지 태워준 거지?사진 속 강현수가 임유진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을 보는 그런 눈빛이었다!만약 강현수가 임유진이 바로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인 걸 알게 된다면... 배여진은 이 이상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그때 그녀의 뒤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본다고 뭐가 나오나? 강현수에 관한 기사는 전부 다 삭제됐을 텐데 인제 와서 뭘 또 보겠다고. 내가 볼 때 그 사진 속 여자를 지켜주려고 사진을 다 내리게 한 게 분명해."이어서 또 다른 목소리도 들려왔다."내 생각에도 그래. 그리고 어릴 때 강현수 좀 구해줬다고 재벌 집에 시집가려는 애들도 있던데 제발 주제 파악이나 했으면 좋겠네.""그러니까 말이야. 강현수 아니면 대학교 근처도 못 왔을 거면서."배여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의 대학 동기들이 큰소리로 그녀의 앞 담을 하고 있었다.대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강현수에게 요구한 건 배여진이다. 하지만 해당 대학교는 재벌 집 자제들만 들어오는 명문대로 이곳에서의 배여진은 그들에게 섞이지도 못한 채 그저 동떨어져 있다.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아 봐도, 억대가 넘는 가방을 들고 다녀도 동기들 눈에 그녀는 촌뜨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그래서 배여진은 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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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강현수는 항상 머리를 위로 올려 깔끔한 모습만 보였지만 지금은 머리가 흐트러진 채로 있었고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오늘따라 퇴폐미까지 흘러넘쳤다.와인잔을 든 반대편 손에는 은팔찌가 쥐어져 있었고 두 눈은 하염없이 그 팔찌를 바라보고 있었다.한편 배여진은 그 팔찌를 보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임유진의 자리를 꿰찬 다음에도 강현수는 해당 은팔찌를 그녀에게 주지 않은 채 계속 간직하고 있었고 또한, 가끔은 배여진이 옆에 있어도 그는 팔찌만 쳐다봤다. 마치 이 은팔찌를 통해 무언가를 보고 있는 사람처럼...뭘 보고 있는 걸까? 어린 시절의 임유진?"현수 씨."배여진은 입술을 깨물고 잔뜩 심통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왜 나 데리러 안 왔어요. 난 현수 씨에게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엄청 걱정했단 말이에요."그 말에 강현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배여진을 보더니 가볍게 피식 웃었다. 그녀를 향한 웃음이라기보다는 자신을 향한 실소에 가까운 그런 웃음이었다."까먹어 버렸네, 미안해."배여진은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현수는 항상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벽을 쳤고 한 번도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아준다거나 스킨쉽을 해오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배여진이 본 사진 속에서 그는 임유진의 손목을 먼저 잡았을 뿐만 아니라 차에까지 태웠다."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요."배여진은 착한 여자 코스프레를 하며 그를 걱정했다."내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 듣는 건 잘해요. 어릴 때처럼 나한테 뭐든 털어놔도 돼요."물론 이 내용도 모두 어릴 적 임유진에게서 들은 것이다.강현수가 술을 마신, 이 타이밍에 그녀는 일부러 추억 얘기를 꺼내 그를 흔들 작정이었다."어릴 때..."강현수는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운 후 손에 들린 와인잔을 놓고 천천히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그의 눈은 이미 취기로 가득 차 있었다.이윽고 배여진의 코앞까지 다가선 그는 서서히 입을 열었다."왜 너야? 왜 그 여자가 아니고 너야?"배여진은 처음에 그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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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법률 서적을 가까이하지 않았기에 임유진은 머릿속 지식이 전부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막상 책을 들여다보니, 마치 변호사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법조문들이 너무나도 쉽게 외워졌고 스펀지처럼 기존판례와 선배 변호사들의 경험을 흡수하고 있었다.아마 근 4년간의 공백을 대뇌가 본능적으로 메꾸려고 하는 것 같았다.임유진은 두꺼운 두 권의 법률 서적을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갔다.강씨 저택 서재 안, 강지혁의 책상 옆에는 어느새 임유진을 위한 책상이 있었고 임유진은 지금 거기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 이해가 가지 않는 곳은 습관적으로 표식을 해둔 다음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기도 한다.너무 많이 집중한 탓에 그녀는 지금 강지혁이 옆에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다.강지혁은 변호사로서의 임유진은 본 적이 없었다. 정학이 말하면 그녀가 감옥에 갇히게 됐을 때조차도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그래서 임유진이 환경미화원 옷을 입고 있던 그때가 바로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그 뒤로 강지혁은 그녀의 여러 가지 모습을 봐왔지만, 단언컨대 오늘처럼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이었다.아마 전에 변호사였을 때도 이렇게 책상에 앉아 잔뜩 집중한 채로 사건을 해결했을 것이다.임유진은 변호사 일이 좋다고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는 지금 집중을 넘어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지금 그녀의 눈에는 각종 판례와 법조문들밖에 보이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강지혁은 오늘 색다른 그녀의 모습에 또 어쩔 수 없이 반하고 만다. 심지어 오늘은 유난히 더 예뻐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평소에는 그저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 같은 모습이라면 오늘은 마치 갓 핀 꽃이 폭풍우를 앞에 두고 끄떡하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이게 바로 그가 사랑하는 여자인 걸까?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었고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강지혁은 순간 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러고는 이런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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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그러면 배여진은 어떻게 된 거지?만약 이런 꿈을 꾸는 게 기억 상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저 어릴 적 배여진에게 들은 내용으로 꿈을 꾼 거라면 모든 건 그녀의 상상이 되는 것이고 이걸 미리 얘기하면 강지혁은 분명히 또 오해할 게 분명했다.그래서 임유진은 모든 게 확실해지고 나서 다시 강지혁과 얘기할 예정이었다."내가 교수 알아봐 줘?"강지혁의 말하는 교수라면 아마 그쪽에서 제일 유명한 교수일 것이다."내일 이미 다 예약을 해놓은 상태라 일단은 괜찮아. 의사 선생님 만나고 나서 다시 얘기해.""그럼 같이 가."강지혁이 말했다."아니야. 내일은 너 출근도 해야 하고 나 혼자 가면 돼. 머리 아픈 거 보는 것뿐이니까 같이 와줄 필요 없어."임유진은 다급하게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꿈에 관해 물어보는 거라서 강지혁과 함께 가면 아무런 얘기도 하지 못하게 된다.그녀의 말에 강지혁이 시선이 아래로 향했고 기다란 속눈썹이 그의 어두운 눈동자를 가려버렸다."그럼 내일 조심해서 가. 기사님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응, 알겠어."다음날, 임유진은 약속 시각에 맞춰 진료실에 도착했다. 그녀는 의사에게 그녀가 꿨던 꿈, 가끔 찾아오는 두통 그리고 두통과 함께 동반되는 조각조각의 장면들을 전부 다 토로했다.의사는 그녀의 말을 들은 후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결론을 내렸다."잃었던 기억이 외부 자극을 통해 일시적으로 복구된 걸 수도 있어요."그 말에 임유진이 잠시 고민해보니 강현수가 그녀에게 어릴 적 일을 얘기했을 때면 어김없이 그 꿈을 꾸게 되고 두통에까지 시달렸다.그때는 그저 꿈의 특성상 오늘 하루 겪었던 사건이 꿈에 투영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그 말들이 모두 일종의 트리거 같은 거였나?"혹시 어릴 때 가족들에게서 기억을 잃었다거나 하는 말을 들은 적 없나요?"임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 그녀의 아버지와 계모한테서는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그녀의 외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셔서 이제는 물어볼 수조차도 없게 됐다."물론 기억 상실이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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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막상 최면 치료까지 권유받게 되니 임유진은 조금 망설여졌다.만약 정말 그 모든 게 그녀의 잃어버린 기억이고 강현수가 그토록 찾아 헤맨 사람이 그녀가 맞으면 그때는 어떻게 하지? 강현수를 찾아가 당신이 찾는 사람이 나라고 얘기라도 해야 하나?그때가 되면 불필요한 트러블만 일으키는 건 아닐까?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헤매며 마음속이 헛헛할 것만 같다.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벨 소리가 울렸고 발신자는 강지혁이었다. 전화를 받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병원에서 볼 일은 다 끝났어?""응.""의사가 뭐래?"강지혁이 물었다."뭐... 별거 아니래. 며칠 더 지켜보고 다시 오라고 하네."연인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인데 임유진은 지금 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그럼 다행이고. 내일 비즈니스 전시회가 열리는데 누나도 같이 가야 해. 기사님한테는 내가 ‘루이블랑’으로 가라고 얘기해뒀으니까 누나가 좋아하는 드레스를 골라.""응, 알겠어."통화를 마친 후 강지혁은 고이준을 싸늘하게 쳐다봤다."그 의사가 최면 외에 또 무슨 얘기를 했지?""임유진 씨에게 심리상담 의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줬습니다."그러고는 임유진이 받은 것과 똑같은 메모지를 강지혁에게 건넸다. 아마 임유진이 이걸 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유진이가 이 의사를 찾아가게 되면 바로 나한테 보고해.""네, 알겠습니다."고이준은 강지혁의 가장 측근임에도 그가 왜 임유진의 진료상담을 감시하는지는 알지 못했다.물론, 가장 큰 의문은 역시 이 메모지를 건네준 의사가 바로 심리상담 센터 의사라는 것이다.임유진이 왜 심리상담 의사를 보러 갔는지 궁금한 것투성이였지만 고이준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게 바로 그가 강지혁의 곁을 오랫동안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다....'루이블랑'은 S 시에서 유명한 드레스 숍이다. 하지만 주 고객이 상류층 혹은 연예인이라 일반인은 감히 이곳에서 드레스를 구매할 수 없었다.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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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그 뒤로 임유진은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모든 직원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예의를 차렸다. 물론 이 모든 게 임유진이라서가 아닌 강지혁이라서인 걸 그녀도 잘 알고 있다.강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게 당연한 사회이고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임유진은 다만 언젠가는 그녀의 뒤에 있는 누군가가 아닌 임유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싶었다.임유진이 고른 건 보라색 드레스로 깔끔한 디자인에 조금은 보수적이지만 우아함이 돋보이는 그런 드레스였다. 게다가 허리 라인에 다이아몬드와 레이스를 포인트로 둬 영한 분위기까지 풍겼다.임유진이 드레스 선택을 마치자 옆에 있던 직원이 뭔가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곧 김 실장에 의해 제지당했다.그 직원은 임유진이 탈의실로 들어가서야 비로소 말을 꺼냈다."실장님, 저거 배여진 씨가 마음에 들어 한 거잖아요. 이따가 입으러 오시는 거 아니었어요?""지금 사태파악 안 돼? 배여진 씨가 그 드레스를 마음에 들어 하든 말든 임유진 씨가 먼저 골랐으니 이건 임유진 씨 거야. 그리고 배여진 그 여자는 아직 강현수 씨 여자친구도 아니잖아. 임유진 씨는 강지혁 씨가 직접 잘 모시라고 한 사람이고."김 실장이 핀잔을 주자 그 직원은 그대로 입을 닫았다.그때 임유진이 드레스를 입고 탈의실에서 걸어 나왔고 직원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 드레스는 가게에서 제일 눈에 띄는 드레스도 아니었지만, 임유진이 입고 나오니, 마치 그녀를 위해 디자인된 옷인 것처럼 단아하고 청순한 임유진의 장점을 살려주고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까지 더해주었다.아직 화장도 안 한 채 머리도 그저 위쪽으로 대충 묶은 것뿐인데도 벌써 아름다웠다.김 실장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움의 대명사를 다 그녀에게 쏟아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임유진은 김 실장의 과장된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그녀 스스로가 봐도 확실히 아름다웠다."이 드레스로 할게요."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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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배여진이 강현수의 다음 여자친구가 될 거라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강현수가 직접 인정한 적은 없었기에 김 실장은 배여진이 나중에 화를 내도 대충 넘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강현수가 직접 가게까지 같이 오는 모습에 그녀는 설마 자신이 잘못 생각한 건 아닌가 싶어 지금 퍽 곤란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여자이고 배여진은 강현수의 여자이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두 남자의 심기를 거르지 않을 수 있을까!한편, 강현수는 아까부터 임유진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가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걸어올 때도 지금처럼 김 실장의 대답을 기다릴 때도 그는 그녀를 향한 시선을 거둬들일 수가 없었다.부드러운 그녀의 눈동자에는 강인함이 서려 있었고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마치 그녀를 상징하는 말인 듯 그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임유진은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다.그 예시로 3년이라는 감옥생활도 그녀의 의지와 희망을 앗아가지 못하지 않았는가!배여진은 넋이 나간 듯한 강현수를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더니 곧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나 오늘, 이 드레스 입은 거 현수 씨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릴 때 그랬잖아요. 현수 씨는 보라색을 좋아해서 나한테 꼭 보라색 치마를 선물해 주겠다고."강현수는 배여진의 말을 듣고 또다시 가슴이 미어졌다. 눈앞에 그의 시선을 단번에 뺏어간 여인은 자신이 찾는 사람이 아니고 옆에 있는 배여진이 어릴 적 그 소녀이다.왜 배여진일까? 왜 임유진이 아닌 걸까!"다른 거 고르면 되지. 보라색 드레스가 이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강현수의 말에 김 실장은 그제야 활짝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배여진은 그의 말에 불만 가득한 얼굴을 했다.하지만 그때 임유진이 입을 열었다."이 옷이 그렇게 마음에 들면 언니 입어. 내가 양보할게."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김 실장에게 말했다."드레스는 다른 거로 고를게요."배여진은 임여진이 먼저 양보하겠다고 하자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 하지만 곧 마치 자신한테는 적선하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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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강지혁은 시선을 강현수에게로 돌렸고 강현수도 그의 시선을 느낀 후 강지혁을 바라봤다.허공에서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는 듯했다. 그러다 강지혁은 대뜸 입꼬리를 올리더니 임유진의 어깨를 감싸 안고 얼굴을 가까이에 갖다 대고 물었다."아까 뭘 양보한다고 한 거야?"강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강지혁은 임유진에게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그녀는 자신의 것이라고, 함부로 넘보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했다.강현수는 친구 약혼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여자들이 넘쳐났고 이제까지 한 번도 남의 떡을 탐내본 적이 없다.하지만 왜 임유진만은 예외일까? 역시 어릴 때 그 소녀와 너무 닮아서일까?임유진은 지금 온몸이 강지혁에게 둘러싸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지혁이 너무 가까이 다가온 탓에 그녀는 지금 고개를 들면 그의 속눈썹까지 셀 수 있었다."이 드레스, 언니가 마음에 들었던 거라고 하길래 그냥 언니한테 양보하고 나는 다른 드레스 고르려고."임유진이 핑크빛으로 물든 얼굴로 얘기하자 강지혁은 그제야 허리를 곧게 세우며 말했다."그래, 그럼."임유진은 배여진의 앞에 다가가 말했다."언니, 이따 이 드레스 벗어서 줄게."배여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토록 원하던 드레스였지만 지금은 마치 쓰레기를 주워입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어릴 때부터 항상 임유진에게 지고 살았는데 이제는 드레스 한 벌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건가?배여진은 언젠가 임유진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바로 그때 임유진이 고개를 돌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런데 언니, 강현수 씨가 정말 언니한테 보라색 치마를 선물해 주겠다고 했어?"임유진은 ‘언니한테’라는 말을 강조했고 그에 배여진은 순간 몸에 소름이 돋더니 이내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연하지."하지만 말을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잔떨림이 있었다.임유진은 그녀의 답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채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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