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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배여진이 강현수의 다음 여자친구가 될 거라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강현수가 직접 인정한 적은 없었기에 김 실장은 배여진이 나중에 화를 내도 대충 넘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강현수가 직접 가게까지 같이 오는 모습에 그녀는 설마 자신이 잘못 생각한 건 아닌가 싶어 지금 퍽 곤란했다.

임유진은 강지혁의 여자이고 배여진은 강현수의 여자이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두 남자의 심기를 거르지 않을 수 있을까!

한편, 강현수는 아까부터 임유진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가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걸어올 때도 지금처럼 김 실장의 대답을 기다릴 때도 그는 그녀를 향한 시선을 거둬들일 수가 없었다.

부드러운 그녀의 눈동자에는 강인함이 서려 있었고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마치 그녀를 상징하는 말인 듯 그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임유진은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예시로 3년이라는 감옥생활도 그녀의 의지와 희망을 앗아가지 못하지 않았는가!

배여진은 넋이 나간 듯한 강현수를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더니 곧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나 오늘, 이 드레스 입은 거 현수 씨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릴 때 그랬잖아요. 현수 씨는 보라색을 좋아해서 나한테 꼭 보라색 치마를 선물해 주겠다고."

강현수는 배여진의 말을 듣고 또다시 가슴이 미어졌다. 눈앞에 그의 시선을 단번에 뺏어간 여인은 자신이 찾는 사람이 아니고 옆에 있는 배여진이 어릴 적 그 소녀이다.

왜 배여진일까? 왜 임유진이 아닌 걸까!

"다른 거 고르면 되지. 보라색 드레스가 이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강현수의 말에 김 실장은 그제야 활짝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배여진은 그의 말에 불만 가득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그때 임유진이 입을 열었다.

"이 옷이 그렇게 마음에 들면 언니 입어. 내가 양보할게."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김 실장에게 말했다.

"드레스는 다른 거로 고를게요."

배여진은 임여진이 먼저 양보하겠다고 하자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 하지만 곧 마치 자신한테는 적선하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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