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은 시선을 강현수에게로 돌렸고 강현수도 그의 시선을 느낀 후 강지혁을 바라봤다.허공에서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는 듯했다. 그러다 강지혁은 대뜸 입꼬리를 올리더니 임유진의 어깨를 감싸 안고 얼굴을 가까이에 갖다 대고 물었다."아까 뭘 양보한다고 한 거야?"강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강지혁은 임유진에게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그녀는 자신의 것이라고, 함부로 넘보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했다.강현수는 친구 약혼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여자들이 넘쳐났고 이제까지 한 번도 남의 떡을 탐내본 적이 없다.하지만 왜 임유진만은 예외일까? 역시 어릴 때 그 소녀와 너무 닮아서일까?임유진은 지금 온몸이 강지혁에게 둘러싸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지혁이 너무 가까이 다가온 탓에 그녀는 지금 고개를 들면 그의 속눈썹까지 셀 수 있었다."이 드레스, 언니가 마음에 들었던 거라고 하길래 그냥 언니한테 양보하고 나는 다른 드레스 고르려고."임유진이 핑크빛으로 물든 얼굴로 얘기하자 강지혁은 그제야 허리를 곧게 세우며 말했다."그래, 그럼."임유진은 배여진의 앞에 다가가 말했다."언니, 이따 이 드레스 벗어서 줄게."배여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토록 원하던 드레스였지만 지금은 마치 쓰레기를 주워입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어릴 때부터 항상 임유진에게 지고 살았는데 이제는 드레스 한 벌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건가?배여진은 언젠가 임유진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바로 그때 임유진이 고개를 돌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런데 언니, 강현수 씨가 정말 언니한테 보라색 치마를 선물해 주겠다고 했어?"임유진은 ‘언니한테’라는 말을 강조했고 그에 배여진은 순간 몸에 소름이 돋더니 이내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연하지."하지만 말을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잔떨림이 있었다.임유진은 그녀의 답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채 고개를
게다가 아까 상황을 돌이켜 봤을 때 임유진은 분명 자신이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후 생각을 바꿨다.확실하게 선을 그으려는 걸까...?이 생각이 머리에 스치자 강현수는 기분이 언짢아졌다....강현수와 배여진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VIP 탈의실에 들어왔다. 배여진이 임유진이 입었던 드레스를 입고 강현수의 앞에 나타나자 그는 그저 ‘괜찮네.’라는 한마디만 하고 아무런 리액션도 없었다.배여진도 이 드레스는 자신보다 임유진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걸 알고 있다. 게다가 아까 임유진의 모습을 먼저 봤던 터라 배여진이 상대적으로 덜 예쁘게 비칠 수도 있었다."현수 씨, 역시 이 드레스 유진이한테 양보할 걸 그랬을까요...?"배여진은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는... 나는 그저 현수 씨한테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어릴 때 나한테 보라색 좋아한다고 그랬었잖아요."배여진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또다시 말을 이었다."나 결혼생활이 힘들 때면 항상 어릴 때 생각을 했어요. 현수 씨가 꼭 나 찾으러 오겠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언젠가는 날 그 지옥 같은 생활에서 꺼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현수 씨가 짠하고 나타난 거 있죠!"그녀는 점점 격앙되어 강현수의 팔까지 잡았다.강현수는 고개를 숙여 눈앞에 있는 여자를 보더니 서서히 팔을 뺐다."여진아, 내가 너한테 잘해주는 건 네가 어릴 때 날 구해줬기 때문이야. 네가 필요로 하는 거, 원하는 거 다 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거기까지야."배여진은 그만 몸이 굳어버렸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다.지금 욕심부리지 말라는 건가?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 말라는 건가?왜? 가난한 시골 여자라서? 아니면 대학교도 못 간 그런 여자라서? 그것도 아니면 이미 한번 결혼한 몸이라서?!배여진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어릴 때 구해준 거에 대한 보답만 해주고 여자친구는 못 된다면 이 생활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강현수에게 애
강지혁은 뒤에서 임유진을 와락 끌어안더니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가까이 댄 후 뜨거운 입김을 토해냈다."너무 예쁘다, 누나."임유진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스킨쉽을 하는 강지혁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야.. 야 이거 놔. 직원들이 보잖아!"그녀는 낮게 속삭이며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뭐 어때. 사랑하는 연인이 껴안고 스킨쉽 하는 건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임유진은 한숨을 내뱉은 후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거울 속의 그녀는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강지혁의 품 안에 갇혀 있었다. 강지혁의 올 블랙 슈트는 그녀의 은백색 드레스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마치 화보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그때 임유진은 거울 속 강지혁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마치 거울을 뚫어버릴 듯 서로를 뜨겁게 바라봤다.강지혁의 턱은 그녀의 어깨에 놓여있고 검은색 머리카락은 뒤로 넘겨 이마가 훤히 드러났다. 사람을 홀리는 듯한 그의 눈동자는 임유진을 삼키듯 보고 있었고 그의 섹시한 입술은 천천히 열리며 그녀를 향해 예쁘다는 말만 반복했다."너무 예뻐."강지혁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음에도 임유진은 행여 직원들에게 들릴까 봐 주위를 살폈다."걱정하지 마. 나 잘 참고 있으니까. 이따 잘 참았다고 상 줘야 돼, 알겠지?"강지혁의 입술은 그녀의 목을 간지럽혔고 임유진은 이제 몸 전체가 불타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한편, 가게 직원들은 지금 말을 잇지 못했다. 차갑고 안하무인에 여자는 절대 가까이하지 않는 강지혁이 여자한테 이렇게 다정한 모습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게다가 그의 절절한 눈빛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임유진에게 푹 빠진 남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주얼리도 강지혁이 직접 임유진을 위해 루비를 골라주었다."너무 비싸.""누나한테 어울리는 거로 고른 거야."강지혁은 임유진에게는 뭐든 제일 좋고 제일 비싼 것만 주고 싶었다. 그녀에게 과거의 상처를 덮을만한 행복을 주고 싶었다. 물론 아무리 돈으로 메꾼다고 해도 이미 지나버린 시간과 그녀가 받은 상
배여진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마 정말 임유진의 예상대로 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정말 최면을 하는 게 맞는 걸까?만약 그 소녀가 임유진이 맞다면 강현수와는 앞으로 어떤 사이가 되는 거지?그녀는 강현수를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한 친구로 볼 수 있지만 강현수는? 과연 그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리고 강지혁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임유진은 강지혁의 곁에 있으면서 알아낸 사실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그가 어릴 적 트라우마로 감정적으로 많이 예민하다는 것이다.그리고 전에는 강현수의 이름을 꺼내며 질투한 적도 있었기에 만약 임유진이 정말 강현수가 찾아 헤매던 소녀라면 강지혁은...이런저런 걱정으로 임유진은 더더욱 망설여졌다.그때 욕실 문이 열리고 강지혁이 걸어 나왔다. 샤워가운을 입고 나온 그의 몸에는 아직 물기가 조금 남아있었고 앞머리는 이마를 덮고 있어 나른한 분위기를 풍겼다.임유진은 얼른 손에 들린 메모지를 서랍에 넣은 후 몸을 일으켜 그에게로 다가갔다."다 씻었어?""응. 뭐 보고 있었어?"강지혁이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임유진은 그의 손에 들린 수건을 받아 들더니 화제를 돌렸다."허리 좀 숙여 봐, 내가 닦아줄게."그 말에 강지혁은 눈이 반짝였고 이내 옅게 웃었다."자."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임유진은 강지혁의 머리를 꼼꼼하게 닦아주었다. 시선을 내리면 보이는 까만 눈동자에 임유진은 문득 그를 데리고 월세방으로 온 첫날이 떠올랐다.그때도 그녀는 이렇게 강지혁의 머리를 닦아주었다.다만 그때와 다른 건 강지혁이 그녀를 보는 눈빛이었다. 그때는 삭막하고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이었다면 지금은 다정하고 부드러워 마치 녹아버릴 듯한 눈빛이다.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유진아."강지혁의 목소리에 다시 이성을 되찾은 임유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나... 나 씻으러 갈게!"그러고는 그에게 다시 수건을 건네준 후 갈아입을 옷을 들고 빠르게 욕실로 향
임유진이 기억을 찾는 일 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강지혁은 그녀의 마음속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날이 어두워지고 임유진은 욕조에서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강지혁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그녀를 기다리다 결국 욕실로 들어갔고 욕조에서 잠든 그녀를 보고 피식 웃더니 이내 그녀를 깨끗하게 씻겨주었다.임유진은 기절한 듯 잠에 빠졌고 물기가 어린 단아한 얼굴은 강지혁을 미치게 했다.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상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지 다 예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듯싶다.그녀의 하얀 피부 위에는 오래된 흉터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건 전부 감옥에서 얻는 것이다.강지혁은 매번 그녀의 흉터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일었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녀를 향한 죄책감은 아마 평생 뿌리치지 못할 것이고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한 마음은 계속 무거울 것이다.물론 상처들만 있는 건 아니었고 군데군데 그가 새긴 붉은색 키스 마크도 있었다. 이건 마치 임유진이 그의 것이라는 일종의 표식과도 같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을 다 씻긴 다음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조심스럽게 침에서 눕혔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씻겨주는 동안 한 번도 깨지 않았고 오히려 기분 좋게 자고 있었다.강지혁은 자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잃어버린 기억은 그저 잃어버린 대로 놔두면 안 돼? 왜 자꾸 찾으려고 하는 거야?"그의 말투에는 약간의 원망도 섞여 있었다."유진아, 그냥 이대로 영원히 기억을 못 한 채로 살아. 제발 그렇게 살아주라."그의 손길은 다정했고 목소리는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한편, 임유진은 그저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 비즈니스 전시회에 가기 위해, 임유진은 강지혁이 골라준 은백색 드레스와 루비 장신구를 달고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손에 의해 아름답게 변신했다.임유진 자신도 거울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오늘 그녀에게 연한 화장을 해줬는데 평소와 같은 느낌을 풍기면
"누가 감히 누나한테 창피를 줄 수 있는지 한번 기대해 볼까?"강지혁은 피식 웃더니 다정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봤다."그리고 내 모든 게 다 네 건에 내 체면 따위가 뭐가 중요해.""하지만..."임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그렇게 걱정되면 내가 그 사람들에게 너보다 더한 창피를 줄게. 이러면 좀 괜찮겠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두 사람이 탄 차량은 전시회 앞에 도착했다. 임유진은 이곳에 오기 전 전시회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오늘 열리는 전시회는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사업가들이 참석하고 S 시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의 사업가들도 참석하게 된다.이번 전시회를 통해 곧 협력의 장이 열릴 것이고 사업가들은 인맥을 넓힐 수 있게 될 것이다.물론 해당 전시회는 유명한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고 중소기업들은 초대장을 받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암암리에 큰돈을 지급하고 초대장을 사들이기도 했다. 인맥은 사업을 하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니까.이쯤 되니 임유진은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강지혁은 이곳에서 인맥을 만들 필요도 없고 그는 이런 모임을 즐기지도 않았다."오늘 여기는 왜 온 거야?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라도 있어?"아무리 고민해봐도 이유는 이것밖에 없었다."우효주도 참석한대. 다년간 해외에 있다가 얼마 전 S 시에 로펌을 세우기로 했다나 봐."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강지혁은 오늘 임유진에게 우효주를 만날 기회를 주기 위해 이곳에 참석한 것이다.우효주는 임유진이 줄곧 동경해왔던 여성 변호사로 그녀는 주로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까지 그녀의 실물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니 임유진은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런데 너 어떻게 알았어? 내가 우효주 씨 만나고 싶어 하는 거."임유진은 우효주의 판례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정독했고 그녀를 우상으로 숭배했다."며칠 전에 너 우효주 판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잖아. 그
그 순간 그녀는 마음이 재가 되었다.요즘 손가락 관절은 약물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많이 좋아졌고 오랫동안 아프지 않았다.다만 지금 소민준과 진세령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보니 그녀의 머릿속에 또다시 전에 손톱이 빠지던 광경이 떠올랐고 이어서 두 손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이때 갑자기 커다란 손이 그녀의 아프고 떨리는 두 손을 덥석 잡았고 청아한 남자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손이 매우 차갑네.”“괜... 괜찮아. 갑자기 손이 아파서 그래. 금방 나아.”임유진이 답했다. 그녀는 손에서 나는 통증은 생리적이라기보단 심리적 요소가 더 크다는 걸 너무 잘 안다.강지혁은 미간을 살짝 구기고 두 손으로 더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감싸고 고개 숙여 따뜻하게 입김을 불었다.지금은 7월이라 한창 무더운 날씨였고 실내에 에어컨을 다 켜놨는데 그의 이 행동은 실로 이상할 따름이었다.그는 평소에 언론매체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지만 전시회에 온 적잖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봤다.눈에 띄는 외모에 지금 이런 행동까지 더하니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이 행동은 이상하다기보단 오히려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었다.정장 차림에 훤칠한 체구를 드러낸 잘생긴 남자가 조심스럽게 여자의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에 걱정이 가득 휩싸여있으니 누가 봐도 이 여자가 남자의 마음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걸 알 수 있다.한편 그녀는 은백색 드레스를 입고 단아하면서도 달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청초한 얼굴에 살짝 고통스러운 표정이 스쳤는데 순간 남자는 더 안쓰러운 얼굴로 변했다.사람들은 몰래 이 둘의 정체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옆에서 지켜보던 일부 여자들은 그 남자의 보살핌을 받는 게 자신이길 간절히 바랐다.한편 가까운 곳에 있던 소민준과 진세령도 마침 이 장면을 목격했다.강지혁이 입김으로 임유진의 손을 녹여주자 소민준은 마치 딴 세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한때 그가 쓰레기 버리듯 내다 버린 전 여친이 S 시 빅 보스 강지혁에게 이토록 사랑받고 있다니.게다가 전보다 훨씬 아름답게
이게 진짜 임유진이라고?한때 그녀의 발아래에 깔렸던 그 여자라고?!“좀 나아졌어?”강지혁이 관심 조로 물었다. 그의 눈엔 오직 임유진으로 가득 찼다.그가 입김을 불어줄 때마다 손의 한기가 점점 녹아들고 손가락 관절도 서서히 고통이 사라졌다.“응, 훨씬 나아졌어.”임유진이 대답했다.혈색을 보니 확실히 아까보다 나은 모습이었다.“나중에 의사 선생님께 누나 손을 제대로 한 번 더 검사시켜야겠어. 아직 치료되지 않았잖아.”“사실 많이 나아진 거야.”임유진이 답했다.“아까는 심리적인 반응 때문에 손이 떨리고 아팠어.”“소민준과 진세령 때문이겠지.”강지혁이 말했다.“그 두 사람이 한때 누나 손을 하마터면 망가뜨릴 뻔했잖아!”임유진은 화들짝 놀라더니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하긴, 강지혁이 그녀에게 가까이할 때 미리 조사를 마쳤을 테니 두 손을 잃을 뻔한 사실도 전부 알고 있겠지.“내가 대신 죗값 물게 해줄까?”강지혁이 나지막이 말했다.임유진은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 죗값을 그가 어떻게 물게 하려는 거지?강지혁이 얇은 입술을 가볍게 움직였다.“그거야 당연히 누나가 받은 고통의 두 배로 겪게 해주는 거지. 손톱을 뽑고 힘줄도 뽑고 온몸의 뼈를 부러뜨리는 거야. 어때?”살벌한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오니 이렇게 평범할 수가 없었다. 마치 이 모든 건 그에게 큰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복수할까?! 저들도 똑같은 고통을 겪게 해줄까?임유진은 저도 몰래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소민준과 진세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침 그 두 사람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세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서로 마주쳤다.“유진아, 저 사람들 고통스럽게 해줄까?”강지혁의 목소리가 또다시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임유진은 고개 돌려 눈앞의 남자를 지그시 바라봤다.지금 이 순간 그녀가 머리를 끄덕인다면 강지혁은 바로 실시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소민준과 진세령의 결말은 한때 그녀가 겪은 고통보다 훨씬 비참해지겠지!“아니, 난 이런 식으로 복수하고 싶지 않아.”임유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