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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하지만 진짜 사건을 뒤집으려 해도 이렇게 빠를 순 없어요! 정상적인 절차대로 하자면...”

진세령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기태가 가로챘다.

“임유진 뒤에 지금 누가 있는지 잊었어?”

진세령은 문득 침묵했다. 임유진의 뒤엔 강지혁이 있다!

정상적인 절차라는 건 일반인에게만 해당한다.

“됐고, 아무튼 그때 가서 이 사건이 기사로 터진다 해도 우리 집안에서 겉치레 말은 해야 해. 이 일로 강씨 일가에 밉보일 순 없어. 명심해!”

진기태가 딸에게 당부했다.

진세령이 예쁘게 다듬은 네일은 휴대폰을 짓부술 것만 같았다.

애초에 그녀는 언론매체 앞에서 수없이 임유진을 짓밟았다. 언니를 죽인 원흉이라며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녔다.

그런데 지금 아빠의 말은 그녀더러 임유진에게 공개 사과라도 하라는 뜻인데, 이 수모를 진세령이 겪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창피한 일이다.

“세령아, 듣고 있니?”

진기태가 엄숙하게 되물었다.

“우리 집안을 진흙탕 물에 끌어들이지 마. 우리 가문은 오랫동안 이어져 나가야 해.”

진세령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나서야 대답했다.

“알겠어요, 아빠!”

통화를 마친 후 그녀는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

이젠 결국 분노를 꾹 참고 대중들 앞에서 지난날 임유진에게 누명을 씌운 일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 고개 숙여 반성하는 수밖에 없다.

...

임유진은 손에 판결서를 들고 있지만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말... 사건을 뒤집은 걸까? 한때 무거운 돌덩어리처럼 그녀의 머리를 짓누르던 죄명이, 목 졸라서 숨조차 안 쉬어지던 나날이, 평생 결백을 얻지 못할 것만 같던 어두운 삶이 이렇게 빨리 해결되다니?!

판결서를 손에 쥐면 대성통곡할 줄 알았다. 결백을 얻는 것이 그녀에겐 너무나도 간절하고 집요한 바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이 판결을 손에 쥐니 피로감만 휩싸였다. 이 죄명 때문에, 보이지 않는 족쇄 때문에 그녀는 너무 오랜 시간을 얽매여 있었다.

이제 드디어 족쇄가 사라지자 온몸이 탈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그래? 안 기뻐?”

강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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