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선 이혼, 후 집착 / 챕터 11 - 챕터 20

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1331 챕터

제11화

성도윤의 진지한 눈빛과 단호한 표정을 본 차설아는 손에 검사 결과를 꼭 쥔 채 속으로 몇 번이고 망설였다.옆에 있던 임채원은 무언가를 눈치챈 듯 재빨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더니 자기 검사 결과를 꺼내 차설아에게 다가갔다.“설아 씨, 우리 아가 좀 봐봐. 벌써 3개월이야. 방금 입체 초음파 검사를 받았거든? 벌써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대, 사진 볼래? 어때? 귀엽지? 오늘 모처럼 설아 씨를 만났는데, 배 속의 아이를 대신해서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해야겠어. 설아 씨가 넓은 마음으로 허락해 주지 않았더라면 아이한테 온전한 가정은 사치였을 테니까. 게다가 도윤처럼 완벽한 아빠도 없었을 거야.”이건 누가 봐도 자랑이었다.차설아는 임채원이 건넨 입체 초음파 사진을 흘끗 내려다보았다.아니나 다를까 팔다리와 이목구비가 또렷한 다 자란 아기 사진이었다.반면, 그녀의 아이는 엄밀히 따지면 아직 생명이라고 할 수도 없는 배아에 불과했다.이러한 격차는 그녀에게 무언의 조롱거리로 다가왔다.마치 그녀와 아이가 성도윤에게 얼마나 불필요한 존재인지 조롱하는 것처럼 말이다.말없이 꾹 참고 있는 차설아가 만만하게 느껴진 임채원이 계속해서 비꼬았다.“설아 씨는 우리 아기한테 은인과 다름없잖아. 참, 이렇게 하는 건 어때? 설아 씨가 우리 아기의 이름을 대신 지어주는 거야. 그렇다면 아기도 감사한 마음을 안고 평생 고마워할 테니까.”차설아는 처음으로 임채원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장난하나?자기 남편과 바람 핀 것도 모자라 그녀한테 아이의 이름마저 지어달라니? 지금 너 죽고 나 죽자는 건가? 그녀의 아픈 곳에 비수를 꽂는 상황이 따로 없었다.차설아는 피식 웃으며 마치 임채원이 하찮은 듯 시큰둥하게 바라보았다.“진심으로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당연하지, 설아 씨만 원한다면.”임채원은 최대한 겸손하게 말했다. 물론 본심은 성도윤 앞에서 차설아를 망신 주는 것이다.왜냐하면 차설아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로 예상했기 때문이다.아무리 마음이 넓고 인내심이 강하더라
더 보기

제12화

성도윤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동안 아무런 의지가 없는 꼭두각시처럼 따분한 줄만 알았던 여자에게 이토록 날카롭고 톡 쏘는 면이 있다는 사실을 왜 인제야 깨달았지? 마치 발톱을 바짝 세운 새끼 고양이가 긁어대는 것처럼 사람을 미치게 했다.대체 어딜 봐서 보호가 필요한 모양새인가!이를 본 임채원은 곧바로 다시 아양을 떨며 성도윤의 팔을 잡아당겼다.“도윤아, 설아 씨 탓하지 마. 따지고 보면 나랑 아기 잘못이지, 뭐. 설아 씨가 널 그렇게 사랑하는데 우리의 행복을 지켜주려고 강제로 이혼당했으니, 나랑 아기를 미워하는 건 당연한 거야. 그냥 화풀이하도록...”“아니.”차설아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굳이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있나? 아까도 말했다시피 당신들의 행복 따위를 지켜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개념도 없는 쓰레기를 버렸다가 마침 그쪽이 재활용했을 뿐이야. 그래서 아이 이름이 성재기라고 하는 게 찰떡이라고 했잖아.”곧이어 그녀는 성도윤을 바라보며 웃는 둥 마는 둥 했다.“개념이 없는 사람은 보통 운이 좋지 않기 마련이라던데, 성도윤 씨... 최근에 재수 털리는 일이 생길 거로 감히 예상해 볼게.”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어릴 때부터 엄마가 재수 없는 사람은 가까이하지 말라고 가르쳐줬거든. 아니면 같이 불행해질 수 있다고. 둘이 끼리끼리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랄게. 축하해, 안녕!”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것과 다름없었다.죽고 싶어 환장했나?해안시에서 ‘성도윤’이라는 세 글자는 절대적인 권위를 의미하기에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따라서 성도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차설아는 잽싸게 자리를 피했다.어차피 화풀이는 다 했으니 기분은 후련했다. 물론 한 쌍의 불륜 남녀가 화를 내든 말든 자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차설아가 떠난 후 임채원은 성도윤을 몰래 살폈다.그의 성격대로라면 대놓고 모욕당했으니 절대로 가만있지
더 보기

제13화

성대 그룹.우뚝 솟은 건물 내부에 감도는 저기압 때문에 사람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꼬박 이틀이 지났는데, 어떻게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 단서를 못 찾는단 말입니까? IT팀 직원들은 밥만 축내는 사람이에요?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고작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됩니까? 고객 정보가 지금도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데, 얼른 이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성대 그룹은 해안시의 웃음거리가 될지도 몰라요. 그때가 되면 다들 가차 없이 잘릴 줄 알아요!”진무열의 호통에 하늘 높이 뻗은 건물이 흔들릴 지경이었다.그는 성도윤의 믿음을 한 몸에 받는 비서로서 회사의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 했다.이틀 전 성대 그룹 업무 시스템이 알 수 없는 바이러스 프로그램의 공격을 받은 이후로 그는 100명에 가까운 IT팀 직원들과 여태껏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실장님, 말은 바른대로 하자면 저희가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넘사벽이라서 그래요. 범인의 IP 주소가 랜덤으로 계속 바뀌는데 세계 각국이라서 당최 추적할 방법이 없습니다.”IT팀 팀장 강민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계속해서 총대를 메고 말했다.“실장님도 아시다시피 성대 그룹 IT팀은 해안시 IT업계 거물이 전부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저희마저 속수무책이면 해결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이때, 구석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사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검은 테 안경을 쓴 청년을 발견했다.“무슨 방법인지 얼른 얘기하지 않고 뭐 해요?”진무열이 조급한 듯 얼른 말을 보탰다.청년은 검은 테 안경을 고쳐 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해결 방법인즉슨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예요. 3일만 더 기다리면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제거될 테니까요.”“그게 무슨 소리죠?”진무열은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IT팀 별종들을 혼내려고 소매를 걷어붙였다.“계속해요.”회의실 상석에서 성도윤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는 기
더 보기

제14화

“에취!”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포장마차에서 차설아는 연달아 재채기하더니 귀까지 후끈거릴 지경이었다.“뭐지? 감기가 다 나았을 텐데 왜 자꾸 재채기해?”차설아는 코를 훌쩍이며 감기약을 더 먹어야 하나 고민했다.“누군가 언니 얘기만 하는데 당연한 거 아니겠어?”배경윤은 차설아 앞에 ‘해안신문’을 내려놓으며 싱글벙글 말했다.“언니 지금 큰일 났어. 곧 전 남편이 될 분이 2천억을 내걸고 언니를 공개수배한대.”배경수의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으로서 배경윤도 차설아와 생사를 같이 한 사이였다.다만 차설아에게 간이고 쓸개고 빼줄 듯한 배경수와 달리 그녀는 차설아의 가장 친한 친구에 가까웠다. 둘은 모이기만 한다면 티격태격하는데 그것조차 즐거웠다.차설아는 신문을 빠르게 훑어보더니 피식 비웃었다.“지금처럼 허세 부릴 시간이 있으면 얼른 버그를 수정할 방법이나 찾지. 벌써 몇 년째인데 성대 그룹 내부 시스템이 이렇게 물러터져서 쓰겠어? 공격 한 번에 바로 다운되다니, 전혀 도전할 맛이 안 나잖아.”“간지 작렬이네.”배경윤은 저도 모르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언니라서 이런 얘기할 자격이 있겠지? 해킹계의 신, 그 유명한 ‘스파크’가 바로 언니이잖아. 성도윤 그 만년설 같은 자식이 얼굴만 반반한 했지 머리에 똥만 찼나 봐. 언니처럼 숨겨진 보물을 내팽개치고 불륜을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임신까지 시켜? 정말 최악이야! 그동안 언니가 암암리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지도 모르고, 성대 그룹의 허술한 시스템을 공격하려는 해커를 몰래 방어해 준 언니가 없었더라면 벌써 몇 번이나 다운되고 말았을 텐데,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이번에 쌤통이야.”배경윤은 성도윤과 차설아 커플의 덕후로서 둘이 결혼하고 사랑이 싹트면서 날이 갈수록 사이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결국 사랑이 싹트기도 전에 갑자기 튀어나온 내연녀와 아이 때문에 바로 탈덕했다.젠장!차설아보다 화가 더 난 듯한 그녀는 지금 당장 성대 그룹에 쳐들어가 쓰레기 같은 놈을 패고
더 보기

제15화

이쑤시개를 입에 문 이상준은 빠릿빠릿해 보이는 네다섯 명의 부하를 이끌고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차설아를 향해 다가갔다.“그때 네 부모님이 나한테 돈을 빌린 건 둘째치고, 불법 거래로 날 경찰서에 신고한 탓에 애먼 벌금만 몇십억 냈잖아. 게다가 2주 동안이나 구금당했거든? 나중에 풀려나서 복수하려고 찾아갔더니 그제야 두 겁쟁이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사실을 알게 되었네?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나? 그런데 오늘 마침 이 세상에 남아있는 두 사람의 유일한 핏줄을 맞닥뜨리게 될 줄이야. 자, 얘기해 봐. 잔뜩 화가 난 내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절을 몇 번 할 거야?”배경윤이 벌떡 일어나더니 잔뜩 열받아서 이상준을 향해 외쳤다.“절보다 제사상은 어때? 말만 하면 지금 당장 차려줄 테니까.”이상준은 기가 막힌 듯 배경윤을 손가락질하며 호통쳤다.“어디서 굴러온 계집애냐? 이건 나랑 차설아의 사적인 원한이니까 불똥 튀기 싫으면 꺼져.”“너나 꺼져!”배경윤은 차설아와 이상준 사이를 가로막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나도 경고하는데 괜히 설아 언니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해도 늦을 테니까.”그녀의 말에 이상준과 똘마니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이내 하나같이 배를 끌어안고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내가 후회한다고? 어이, 혹시 아직도 모르는 거야? 이 재수 없는 며느리는 이미 성씨 집안에서 쫓겨났다고, 뒤를 봐주는 성씨 집안이 사라진 이상 개뿔도 아니거든? 저 여자를 어떻게 대하든 내 마음이야.”그동안 이상준은 차설아에게 복수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지만, 해안시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람인 성도윤과 결혼하는 바람에 화가 나도 어쩔 수 없었다.며칠 전, 차설아가 성도윤에게 차이고 내연녀까지 찾아와서 성도윤의 와이프 자리를 넘본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 순간 드디어 복수할 타이밍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하하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기 마련이지. 배상할 겸 돈이 있으면 당장
더 보기

제16화

다만 이 소리를 낸 사람은 차설아가 아니라 이상준이었다.“뭐... 뭐야?”이상준의 수하에 있는 똘마니 몇 명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안이 벙벙해졌다.고작 5분 만에 차설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작은 숲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먹을 휘둘렀고 머리끝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해결됐어?”배경윤이 물었다.“응. 오래간만에 손 좀 쓰려니 예전 같지 않네, 시간이 꽤 걸렸지?”“언니, 겸손한 소리 좀 하지 마. 2초 정도 더 걸렸지만 파워는 전보다 10배나 강해졌어. 녀석들이 마치 곧 죽을 돼지들처럼 소리 지르던데, 아직 살아 있는 거지?”“숨은 붙어 있을 거야.”차설아는 말을 마치고 서늘한 눈빛으로 죽상이 된 건달들을 쳐다보았다.“너희 보스에게 장례를 치러주고 싶은 게 아니라면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이상준을 따르던 똘마니들은 비록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들 보스의 처참한 울음소리에서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챈 듯싶었다.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길로 도망쳤다.배경윤은 이 상황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당시 그녀가 오빠와 납치되었을 때, 납치범들이 곧 미쳐 날뛰려고 하던 찰나의 순간에 차설아가 나서서 혼자 열댓 명의 납치범을 물리치고 그들을 구출해냈다.그때 그들은 차설아의 놀라운 실력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고 또한 그녀가 단정하고 순한 모습 뒤에 숨긴 이토록 신비로운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당초 그들은 놀라서 눈을 부릅떴고 말문이 막혔었지만 그런 차설아와 지내는 것도 서서히 습관 되어갔다. 지금은 그저 일상이 되어버렸다.농담이 아니라, 그들의 보스는 차 장군님의 친 외손녀인데, 이 정도 실력은 충분히 타고났을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성씨 집안 그 누구도 차설아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이 정도면 전부 눈뜬 장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설아 언니, 방금까지 언니가 이혼하고 나서 괴롭힘을 당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어. 언니가 이렇
더 보기

제17화

“특이 케이스요?”차설아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의사 선생님을 쳐다보았다.“배 속의 아이는 HCG 수치로 볼 때 쌍둥이인 것이 틀림없어요. 게다가 남아 한 명, 여아 한 명일 가능성이 가장 높네요...”의사는 긴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유전 요소를 배제하고 자연임신을 할 경우, 쌍둥이일 확률은 0.5% 밖에 안 되고 아들·딸 이란성 쌍둥이일 확률은 0.01% 밖에 안 됩니다. 그 말은 즉, 환자분의 아이들은 0.01%의 확률로 생긴 소중한 생명이란 말입니다. 정말 수술을 강행하실 건가요?”“아... 아들·딸 이란성 쌍둥이요?”차설아는 검사 보고서를 보며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그리고 환자분은 쉽게 임신이 잘 안될 체질이시기 때문에 이 아이들을 지우시면 다시 임신하기 매우 어렵다는 게 제 소견입니다.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보는 게 어떠실까요?”의사가 말을 마치고 문밖을 보며 말했다.“다음 환자 들여보내 주세요.”간호사가 차설아 앞으로 다가와 절차대로 물었다.“수술하기로 하셨으면 저를 따라 옷을 갈아입으러 가셔야 합니다.”한참 후, 차설아는 수술복을 입고 멍한 표정으로 수술대에 누워있었고 수술대 위에 설치된 무영등은 밝게 켜져 있었다....밤공기가 매우 쌀쌀했다. 차설아는 병원에서 돌아온 후, 어제 배경윤과 한잔했던 포장마차에 다시 왔다. 그녀는 답답한 마음을 술로 달래고 싶었지만, 툭 던진 것은 역시 그 말뿐이었다“사장님, 두유 한 잔과 호박죽 한 그릇 주세요.”그녀는 끝내 아이를 지우지 못했다. 한 아이의 생명인 줄 알았을 때도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다. 하지만 이제 두 아이의 생명이라고 하니, 그녀는 도저히 독하게 마음을 먹을 수 없었다.수술을 시작하려던 순간, 그녀는 비틀거리며 수술대에서 뛰어내려 허둥지둥 도망쳤다.“아가들아, 하늘에서 엄마, 아빠를 고를 때, 잠깐 딴짓이라도 한 거야? 딱해서 어떡해, 내 새끼들... 이 한 잔은 너희들의 아빠 없는 인생을 위하여!”차설아는 아이들을 몰래 낳기로
더 보기

제18화

‘뭐지...’차설아는 갑자기 나타난 남자의 든든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이런 곳에 그것도 정확한 타이밍에 나타난 거지, 설마 몰래 미행했던 건 아니겠지?’십여 명의 건달들은 성도윤의 타고난 강한 기세에 겁을 먹고 잔뜩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며 전전긍긍했다.“너... 너 누구야, 죽고 싶지 않으면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내가 누구냐를 따질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너희가 먼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으니 대가를 치러!”성도윤의 목소리는 위엄이 넘쳤다.“또 한 명의 무법자가 나타났구나!”김상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나 김상철이 이 구역에서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건방을 떠는 것이냐? 다들 뭐 하는 것이냐, 죽여!”김상철의 말이 떨어지자, 열댓 명의 건달이 쇠 파이프를 휘두르며 흉악한 얼굴을 하고 성도윤과 차설아를 향해 달려들었다.주변에서 식사 중이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머리를 감싸 쥐며 사방으로 도망쳤다.성도윤은 경계하며 차설아를 자기 몸 뒤로 잡아당기며 말했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눈 감고 있어봐, 금방 끝내줄게.”말하면서 그는 기습하려고 타이밍을 노리던 망나니 한 명을 아주 멀리까지 걷어찼다.‘어쭈, 대단하네!’차설아는 무서운 척하며 얌전히 성도윤의 뒤로 숨었다. 평소에 쌀쌀맞기만 하고 점잖은 척만 하던 성도윤이 의외로 다부진 몸을 갖고 있었다. 격투기 선수들 사이 끼어 있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피지컬과 실력이었다.이상해할 것도 없었다. 해안시 8대 명문가의 톱인 성씨 집안에서 귀한 도련님 신분으로 자란 성도윤은 어릴 때부터 승마, 바둑, 격투기 등을 배웠기에, 아주 자연스럽게 모두 수준급 이상의 실력을 갖게 되었다.“아!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얼마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건달들이 모두 굴복하고 엎드렸고 아수라장이 된 현장엔 그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오늘 교훈을 명심하고, 앞으로 이 여자에게서 멀리 떨어져!”성도윤은
더 보기

제19화

성도윤이 깨어났을 때, 그는 머리에 흰 거즈를 두른 채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차설아는 줄곧 초조한 마음으로 병상 곁을 지키다가 성도윤이 눈을 뜨는 것을 보고 나서야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는 냉담하게 한마디 툭 던졌다.“깨어난 것까지 확인했으니까 이만 가볼게.”그녀는 지금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성도윤의 상태를 살폈지만 절대로 그가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됐다.차설아가 떠나려고 하자, 성도윤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물었다.“넌 어때, 괜찮아? 다치진 않았어?”성도윤은 아직도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몽롱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성도윤은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떠나려는 차설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차설아는 코웃음을 지었다.“도윤 씨가 내 걱정을 다 해주다니, 당신 몸이나 먼저 걱정하는 게 어때? 난 전혀 문제없어!”그녀는 성도윤을 4년 동안 사랑했었다. 한때 그녀가 꿈에서라도 받고 싶었던 관심이었지만 더 이상은 필요가 없었다...성도윤은 차설아의 냉랭한 반응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그 건달들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을 텐데, 너 같은 연약한 여자가 어떻게 그들에서 도망친 거야?”“그게 말이야...”차설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직접 주먹으로 한 명씩 때려눕혀 그들을 무릎 꿇고 용서 빌게 만들고 나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대답하기 어려운 거라도 있어?”성도윤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그녀가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에 답하는 것도 아닌데 꾸물거리며 대답을 못 하는 차설아를 이해할 수 없었다.차설아는 성도윤과 눈을 마주쳤고 엑스레이처럼 쏘아대는 성도윤의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물었다.“성씨 가문 둘째 도련님의 이름을 댈 수밖에 없었어. 해안시 제일 명문가 성씨 집안의 후계자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무릎 꿇고 빌던데...”그 이유는 상
더 보기

제20화

“뭐야, 눈 똑바로 뜨고 다녀!”소영금은 부딪혀 아픈 이마를 문지르며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었다. 이어서 차설아인 것을 확인한 후에는 더욱 펄쩍 뛰었다.“이 재수 없는 년이 왜 여기 있는 거야? 너를 만난 뒤로 우리 도윤이가 아주 되는 일이 없잖아!”차설아는 냉랭하게 웃으며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정말 죄송하네요, 눈꼴 시려도 20일만 더 참아주세요.”“무슨 뜻이야?”소영금은 거만하게 머리를 쳐들고 시큰둥하게 물었다.“너를 믿으라고? 20일 후에 어디 하늘나라라도 가려는 거야?”“하늘나라로 갈 재주는 없습니다만...”차설아는 계속해서 예의를 잃지 않고 도도한 미소를 지었다.“20일 뒤에 이혼서류를 접수하면 당신 아들이 무릎 꿇고 사정해도 성씨 집안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겁니다. 어머님 눈앞에 알짱거릴 일은 없을 거예요.”“너, 너 이년..."소영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차설아를 쳐다보았다.어찌 된 일인지, 그녀의 손아귀에 잡혀 매사에 고분고분하던 며느리는 온데간데없어지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 것 같았다.“감히 이런 태도로 나한테 꼬박꼬박 말대꾸하다니?”“못할 건 또 뭐예요?”소영금의 태도에 차설아는 이미 적응된 지 오래였다. 예전에는 성도윤의 어머니이자 자기에게도 시어머니이니, 매사에 참고 넘어갔지만 이제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어머님이 이런 태도로 저한테 말씀하시면 저도 똑같은 태도로 답하려고요. 그러니 어머님 태도부터 돌아보세요.”“난리 났네, 난리 났어!”소영금은 화가 극에 달해 손을 치켜들면 차설아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성도윤은 소리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소영금의 팔을 움켜쥐고 차갑게 말했다.“엄마, 그만 좀 해요.”소영금은 그제야 애지중지하는 아들의 머리에 칭칭 감겨있는 흰 거즈에 아직도 선홍색의 핏자국이 배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이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도윤아, 어떻게 된 일이야? 피만 보면 어지럽고 구토하는 애가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 네 형이 간 지 얼마나 됐다고 너
더 보기
이전
123456
...
13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