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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이쑤시개를 입에 문 이상준은 빠릿빠릿해 보이는 네다섯 명의 부하를 이끌고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차설아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 네 부모님이 나한테 돈을 빌린 건 둘째치고, 불법 거래로 날 경찰서에 신고한 탓에 애먼 벌금만 몇십억 냈잖아. 게다가 2주 동안이나 구금당했거든? 나중에 풀려나서 복수하려고 찾아갔더니 그제야 두 겁쟁이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사실을 알게 되었네?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나? 그런데 오늘 마침 이 세상에 남아있는 두 사람의 유일한 핏줄을 맞닥뜨리게 될 줄이야. 자, 얘기해 봐. 잔뜩 화가 난 내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절을 몇 번 할 거야?”

배경윤이 벌떡 일어나더니 잔뜩 열받아서 이상준을 향해 외쳤다.

“절보다 제사상은 어때? 말만 하면 지금 당장 차려줄 테니까.”

이상준은 기가 막힌 듯 배경윤을 손가락질하며 호통쳤다.

“어디서 굴러온 계집애냐? 이건 나랑 차설아의 사적인 원한이니까 불똥 튀기 싫으면 꺼져.”

“너나 꺼져!”

배경윤은 차설아와 이상준 사이를 가로막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나도 경고하는데 괜히 설아 언니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해도 늦을 테니까.”

그녀의 말에 이상준과 똘마니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이내 하나같이 배를 끌어안고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내가 후회한다고? 어이, 혹시 아직도 모르는 거야? 이 재수 없는 며느리는 이미 성씨 집안에서 쫓겨났다고, 뒤를 봐주는 성씨 집안이 사라진 이상 개뿔도 아니거든? 저 여자를 어떻게 대하든 내 마음이야.”

그동안 이상준은 차설아에게 복수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지만, 해안시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람인 성도윤과 결혼하는 바람에 화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며칠 전, 차설아가 성도윤에게 차이고 내연녀까지 찾아와서 성도윤의 와이프 자리를 넘본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 순간 드디어 복수할 타이밍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하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기 마련이지. 배상할 겸 돈이 있으면 당장 내놓고, 아니면 몸으로 때워도 상관없거든?”

이상준은 차설아의 뽀얗고 예쁘장한 얼굴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더니 저도 모르게 만지려고 손을 뻗었다.

성도윤과 관계를 맺은 여자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이득이지 않겠는가?

차설아는 그의 손을 살짝 피하며 느긋하게 잔에 담긴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미소를 지었다.

“배상이라... 좋아, 감당할 수 있겠어?”

그녀의 말에 이상준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비열하게 웃었다.

“당연하지.”

차설아는 물컵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이상준을 빤히 쳐다보며 유혹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럼, 다행이고, 옆에 작은 숲이 있으니 거기로 갈까?”

결국 두 사람은 가까운 공원의 풀숲을 향해 걸어갔다.

이상준의 똘마니들은 멍한 얼굴로 부러움에 침을 질질 흘릴 지경이었다.

유독 배경윤만 이마를 짚은 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참을 망설인 끝에 뒤에서 두 사람을 불렀다.

“저기...”

이상준은 희색이 만면했다. 마치 신부를 데리고 신혼 방에 들어가는 신랑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이 오빠가 알아서 조절할게. 이렇게 좋은 여자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야 하지 않겠어?”

말없이 이상준을 바라보는 배경윤의 눈빛에는 동정이 가득했다.

재수탱이는 운마저도 지지리 없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하필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설아님을 건드리다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는 그의 전신을 감싼 살덩어리가 과연 맷집이 얼마나 좋은가에 달렸다.

몇 분 후 풀숲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아! 악! 아악! 그만, 살려...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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