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설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어쩔 줄 몰라 했다.“그, 그때는 오빠한테 송지아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안 될 것 같았어. 오빠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오늘은 알려줘도 괜찮을 것 같았어?”차설아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응. 나는 오빠를 믿어. 적어도 오빠는 송지아를 다치게 하지 않을 것 같았어. 송지아의 곁을 지키면서 평생 보호해 줄 사람 같아서 얘기한 거야.”“아니. 네 추측이 틀렸을지도 몰라.”차성철이 주먹을 꽉 쥔 채 단호하게 말했다. 차설아는 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까봐 식겁해서 다급히 물었다.“오빠, 그 말 무슨 뜻이야? 아까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보다 쉬워서 마음이 편하다고 했잖아. 이제는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왜 그런 말을 해?”“설아야, 이건 나만 미워하지 않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잖아.”차성철은 먼 곳을 내다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증오의 씨앗이 심어지고 싹이 튼 후부터는 쉽게 뽑아낼 수 없어. 나는 다 내려놓았지만 송지아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 화해하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오빠가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이제야 알겠어.”차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성철이 송지아를 미워하지 않는 걸로 충분했기 때문이다.“오빠, 걱정하지 마. 송지아는 오빠가 밉긴 하겠지만 여전히 오빠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왜 죽기 전에 오빠의 이름을 불렀겠어? 내가 송지아랑 잘 얘기해서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해볼게. 나만 믿어!”차설아는 송지아와 차성철이 다시 만날 날이 머지않았음을 예감했다.“고마워. 나도 송지아랑 얘기해 보고 싶었어. 사과하고 못다 한 말도 할 거야.”차성철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하고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평화로운 밤이 지나가고 아침 해가 밝았다. 차성철은 일찍 일어나서 맨투맨과 청바지로 갈아입었다. 빛나는 미모에 캐주얼한 옷차림을 하니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잠에서 깬 차설아는 머리를 빗지도 않고 잠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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