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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1351 - Chapter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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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1화

차성철은 기대에 찬 사람들의 눈빛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최, 최선을 다할게요.”몇 년 전, 차성철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모님의 원수한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았다. 동시에 차씨 가문을 일으키려고도 했지만 이번 사고로 복수할 마음이 사그라들었다.장재혁의 실종으로 성심 전당포가 감당하기 힘든 타격을 받았기에 재력과 세력이 줄었다.또한 복수의 굴레에 휘말려 차설아와 두 아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기 싫어서 마음을 차츰 접게 되었다. 과거에 맺힌 원한을 되돌려주기보다 지금 곁에 있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약해빠진 소리하지 말거라. 이 복수는 무조건 네가 해야 하는 것이다! 네 할아버지와 아빠는 해안시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어. 가만히 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기세가 눌려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단 말이다. 대장군의 후손이란 놈이 이렇게 소심해서 원...”이경훈은 차성철의 아빠 즉 차우진과 사이가 좋았다. 그동안 차우진을 위해 복수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복수의 칼을 차설아에게 쥐여주려고 했으나 나약한 여자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지금은 죽었다고 생각했던 차성철이 차씨 가문으로 돌아왔으니 자연스럽게 모든 책임을 떠안겼다. 생각과 다른 차성철의 모습에 이경훈은 적잖이 실망했다.“자네도 참... 뭘 그렇게 급해하는 거예요? 수술받다가 하마터면 죽을뻔한 아이잖아요. 이제 겨우 의식을 되찾고 안정을 취해야 한단 말이에요. 복수 계획은 잠시 접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 아이가 나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자고요.”오상수는 이경훈을 나무라고는 차성철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성철아, 조급해할 것 없어. 네 아빠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었다. 너도 네 아빠를 닮아서 영특할 테니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몸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쉬어도 괜찮아. 우리 신지 요양병원에서 지내도 돼. 그곳은 공기가 좋아서 회복에 도움이 될 거야.”오상수가 말을 이었다.“네 아빠는 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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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2화

남소연은 차성철을 바라보면서 차성철의 엄마 허지현을 떠올렸다. 그럴 때마다 남소연의 마음은 찢기는 것처럼 아팠다.‘지현이가 힘들어할 때 내가 곁에 있어 주었다면 그런 일 따위 일어나지 않았겠지...’“아저씨, 아주머니! 오늘은 오빠가 퇴원해서 기쁜 날이잖아요. 슬픈 얘기는 잠시 넣어두고 일단 같이 식사부터 하는 게 어떨까요? 다른 얘기는 천천히 해도 될 것 같아요.”차설아는 사람들을 식탁 쪽으로 안내했다. 사실 차설아는 복수에 대한 생각을 멈춘 적이 없었다. 하지만 복수에 눈이 멀어 막무가내로 원수를 덮친다면 되레 차씨 가문이 위험해질 수 있기에 계획부터 자세하게 짜야 했다.뭇사람들은 식탁 앞으로 모여들었고 맛있는 음식에 술을 곁들이면서 환하게 웃었다.“제가 생각해 둔 게 있는데 먼저 말씀드릴게요. 오빠를 위한 복귀 파티를 열어서 재벌가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오빠가 차씨 가문의 장자라는 것을 모두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어요.”차설아는 술잔을 든 채 뭇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차설아는 어릴 적부터 고생하고 상처받은 차성철이 안쓰러웠다. 차성철은 가정의 화목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고 차씨 가문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차성철을 위한 파티를 열어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고 다른 가문한테 차씨 가문의 실력을 선보이고 싶었던 것이다.“그럴 필요 없어. 파티 주최 비용도 그렇고 많은 인력이 동원되잖아. 나는 그저 가족들이 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차성철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체면을 세워주려는 마음은 고마웠지만 차성철은 외부의 주목과 관심이 부담스러웠다.“오빠,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 난 오빠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오빠가 차씨 가문의 장자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줄 거야.”차설아가 허리에 두 손을 얹으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차설아는 태생적으로 겸손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차성철을 위해서 파티보다 더한 것도 해줄 수 있었다.뭇사람들은 늦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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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3화

차성철은 차설아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서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설아야, 역시 넌 나를 잘 아는구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들켜버렸으니 말이야.”“내가 오빠한테 처음 송지아에 관해 물어본 날, 나한테 단 한 번도 화내지 않았던 오빠가 나한테 화냈었잖아. 송지아라는 세글자가 오빠한테는 금기어였던 거야. 그런데 지금은 송지아한테 강한 집념을 보이면서 자아를 잃어가는 것 같아. 하루에 수십 번씩 웃다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잖아.”차설아는 차성철이 의식을 되찾은 뒤에 성격이 완전히 변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차성철이 송지아를 증오하는지 사랑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기에 사실대로 알려주지 못했다. 만약 차성철이 송지아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사라졌다면 얘기해도 될 것이다.하지만 차성철이 여전히 송지아를 죽도록 미워하고 있다면 송지아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절대 알려주어서는 안 되었다. 송지아를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었기에 차설아는 계속 고민했다.“두 번이나 죽다 살아나서 그런지 마음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차성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어떻게 달라졌는데?”“처음 죽을 뻔했을 때는 증오하는 마음이었어. 복수하기 위해 무조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번에는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어. 가족이 주는 사랑에 보답하고 내 가족을 지키겠다고 생각하면서 꼭 살고 싶었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편하더라. 복수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차성철은 솔직한 감정을 내뱉었다. 차설아 앞에서는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그럼 오빠는 이미 송지아를 용서하고 그 일로 인한 원한을 풀었다는 뜻이잖아? 이제는 송지아가 밉지 않은 거지?”차설아는 차성철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아마도 그렇겠지. 그런 건 이제는 소용없어...”차성철은 슬픈 두 눈을 하고서 허공을 바라보았다.“내가 용서하든 말든 지나간 일은 다시 돌이킬 수 없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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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4화

차설아는 다시 한번 확고하게 말했다. 차성철은 입술을 깨물고는 놀란 마음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갑자기 들려온 좋은 소식에 흥분했는지 축 늘어졌던 몸이 덜덜 떨렸다.“오빠, 괜찮아? 많이 놀랐어?”차설아는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차성철이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 나 지금 멀쩡해. 아주 멀쩡해!”차성철은 심호흡하면서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송지아가 살아있다면 지금 어디에 있다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나처럼 죽을 뻔했다가 다시 살아난 거지? 사고를 당해서 계속 입원해 있었던 건가?”“아, 그게 말하려면 좀 길어. 그러니까 송지아는...”차설아는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주었다.“경수가 변강섭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내가 송지아랑 같이 도망칠 수 있었던 거야. 조금만 늦었어도 그 마을 사람들이 송지아의 신체 기관을 꺼내서 팔았겠지만 송지아는 애초에 살려고 하는 의지가 없었어. 몇 년 동안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았거든... 그 마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했었대.”동쪽 금각 지대는 암흑 지대라고도 불렸다. 마약과 범죄의 지대에 들어갔다가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송지아처럼 예쁜 여자들은 지옥의 맛을 보았고 줄줄이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송지아는 그중에서 살아남은 행운아였다.“됐어! 이제는 그만 말해. 말하지 말라고!”차성철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차설아의 말을 듣고 휘청거리더니 손을 내저으면서 그만 말하라고 했던 것이다. 차성철은 동쪽 금각 지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영흥 부둣가는 동쪽 금각 지대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모를 리 없었다.성심 전당포가 자리를 잡고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건, 송지아처럼 어린 여자아이들로 거래한 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차성철이 송지아와 충돌이 생긴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성인이 된 차성철은 송지아와 같이 어촌을 벗어나 영흥 부둣가로 향했다. 그리고 안전한 곳에 송지아를 위한 정원을 꾸렸고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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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5화

차설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어쩔 줄 몰라 했다.“그, 그때는 오빠한테 송지아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안 될 것 같았어. 오빠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오늘은 알려줘도 괜찮을 것 같았어?”차설아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응. 나는 오빠를 믿어. 적어도 오빠는 송지아를 다치게 하지 않을 것 같았어. 송지아의 곁을 지키면서 평생 보호해 줄 사람 같아서 얘기한 거야.”“아니. 네 추측이 틀렸을지도 몰라.”차성철이 주먹을 꽉 쥔 채 단호하게 말했다. 차설아는 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까봐 식겁해서 다급히 물었다.“오빠, 그 말 무슨 뜻이야? 아까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보다 쉬워서 마음이 편하다고 했잖아. 이제는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왜 그런 말을 해?”“설아야, 이건 나만 미워하지 않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잖아.”차성철은 먼 곳을 내다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증오의 씨앗이 심어지고 싹이 튼 후부터는 쉽게 뽑아낼 수 없어. 나는 다 내려놓았지만 송지아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 화해하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오빠가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이제야 알겠어.”차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성철이 송지아를 미워하지 않는 걸로 충분했기 때문이다.“오빠, 걱정하지 마. 송지아는 오빠가 밉긴 하겠지만 여전히 오빠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왜 죽기 전에 오빠의 이름을 불렀겠어? 내가 송지아랑 잘 얘기해서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해볼게. 나만 믿어!”차설아는 송지아와 차성철이 다시 만날 날이 머지않았음을 예감했다.“고마워. 나도 송지아랑 얘기해 보고 싶었어. 사과하고 못다 한 말도 할 거야.”차성철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하고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평화로운 밤이 지나가고 아침 해가 밝았다. 차성철은 일찍 일어나서 맨투맨과 청바지로 갈아입었다. 빛나는 미모에 캐주얼한 옷차림을 하니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잠에서 깬 차설아는 머리를 빗지도 않고 잠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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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6화

차설아는 재빨리 씻고는 가족들과 함께 식탁 앞에 모여 앉아 아침을 먹었다.“이 저택이 이렇게 북적북적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두 분이 이 모습을 보셨다면 정말 기뻐했을 거예요.”이른 새벽부터 아침 식사를 준비한 민이 이모는 다 같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울컥하면서 말했다.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 매일 이렇게 행복할 거예요. 차씨 가문 저택에서 다 함께 지내면서 즐겁게 보내자고요!”“그래요. 이런 순간이 오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르겠어요.”아침 식사를 마친 뒤, 민이 이모는 달이와 원이를 데리고 등교하러 갔다. 차설아는 책을 읽고 있는 차성철한테 말을 걸었다.“오빠,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집에서 쉬는 건 어때? 난 일이 있어서 나갈 거야.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줘.”차성철은 고개를 들고 물었다.“너 설마 지아를 찾으러 가는 건 아니지?”“그, 그게 있잖아...”차설아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성철의 질문에 거짓말해도 결국 들통나게 되기 때문이다. 차성철은 책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같이 가자.”이건 부탁이 아니라 통보였다. 차설아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오빠도 같이 간다고?”“왜? 나도 같이 가면 불편해서 그래?”“불편한 게 아니라 오빠가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차설아는 한숨을 내쉬고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송지아는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성격이 변했어. 오빠가 기억하는 천진난만한 송지아가 아니란 뜻이야. 그리고 오빠를 향한 증오가 생각보다 더 깊을 수도 있어. 그런 상황에 갑자기 오빠를 만나게 되면 어떤 반응일지 짐작이 안 가.”차설아는 송지아가 빨개진 두 눈을 하고서 차성철을 죽이겠다고 난리 치던 장면이 떠올랐다. 육체와 정신을 갉아 먹는 곳에서 죽음보다 더 두려운 나날들을 보냈기에 모든 잘못을 차성철에게 전가하는 것도 예상했던 것이었다.“설아야, 난 괜찮아. 송지아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받아들일 수 있어. 또다시 칼로 나를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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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7화

차설아는 인맥을 통해서 송지아의 주치의를 만나게 되었다.“의사 선생님, 혹시 1206호 병실에 있던 환자가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다른 병실로 옮겨진 건가요?”차설아는 송지아가 차성철이 입원했던 병실과 같은 층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혼수상태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몇십 미터를 두고 만나지 못했었다.의사는 차설아와 차성철이 갑자기 찾아왔는데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찾아오기를 기다린 사람 같았다. 의사는 안경을 위로 밀더니 차분하게 말했다.“너무 늦게 오셨어요. 송지아 씨는 이미 퇴원했거든요.”“네? 퇴원했다고요?”차설아는 당황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한 달 전에 상황이 심각해서 적어도 3달 정도 입원해야 한다고 들었거든요.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왜 퇴원한 거죠? 더 치료받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요?”“환자가 퇴원하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어요. 저도 말려봤지만 환자의 의지가 확고하더군요. 이 병원의 의사는 환자의 뜻에 따라야 해요.”“환자가 퇴원하겠다고 했다고요?”차설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송지아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거죠? 그럼 퇴원할 때 몸은 어땠어요? 지금 퇴원해도 괜찮은 건가요? 또 갑자기 쓰러지지는 않겠죠?”차설아는 송지아의 상황이 차성철보다 더 심각해서 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혼수상태가 지속되다가 다시 좋아졌지만 계속 깨나지 못하고 있었다.의사도 언제 깨날지 확답을 주지 못했는데 송지아가 퇴원하겠다고 말한 걸 보면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뜻일 것이다. 차설아한테는 좋은 소식이었다.“송지아 씨는 기운을 차렸어요. 더 치료받고 안정을 취하면 좋았겠지만 거절하더군요. 아시다시피 몸에 상처가 많고 허리 양측에 난 상처가 깊어요. 자칫하다가 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 걱정이에요. 하지만 송지아 씨가 퇴원하겠다고 했으니 강요할 수 없었어요.”의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송지아는 의사가 그동안 치료한 환자 중에서 제일 신경 써준 환자였다. 연약한 몸에 수많은 흉터와 화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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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8화

“그래. 지아는 내가 집착이 심한 괴물로 보였을 테니 그럴 만도 하지. 나는 지아가 날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차라리 지금처럼 나한테서 멀어지는 게 나아.”차성철은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차갑게 웃고는 말을 이었다.“어쩌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 무술을 배우거나 칼을 익숙하게 다루어서 그때처럼 날 한 방에 죽이려고 그러는 거야.”“오빠, 이상한 생각하지 말라니까! 송지아를 찾을 방법을 생각할 테니 기다려줘. 만나서 오빠가 잘 얘기하면 돼.”“만약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절대 발버둥 치지 않았을 거야. 지아는 내가 바다에 잠겨 죽기를 바랐을 거라고...”차성철은 차설아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 맴도는 송지아의 미소가 차성철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것 같았다. 차설아는 차성철이 몹시 걱정되었다.‘얼른 송지아를 찾아서 두 사람을 만나게 해야 해. 하지만 갑자기 퇴원한 송지아가 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의사한테 물어보았지만 송지아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송지아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사람이었기에 혼자 퇴원 수속을 밟고 인파로 숨어들었다.송지아가 작정하고 숨었다면 아무도 찾지 못할 것이다.“오빠, 일단 집으로 가서 쉬어. 내가 송지아를 찾아볼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차설아는 차에 올라탔고 시동을 걸면서 물었다.“해안시에 송지아랑 관련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퇴원하면 제일 먼저 누구를 찾아갔을 것 같아?”“그런 사람 없어.”차성철은 가만히 있더니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지아의 가족은 내가 직접 죽였어. 유일하게 아는 사람은 나뿐일 거야.”“흠!”차설아는 깜짝 놀라서 헛기침했다. 송지아한테 직접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하지만 차성철이 인정했으니 사실이라는 뜻이었다.‘오빠가 송지아의 가족을 전부 죽였으니 복수하고 싶어 했겠지. 만약 내가 송지아였다면 숨이 끊어질 때까지 난도질했을 거야.’“오빠, 송지아의 부모님 즉 오빠의 수양부모님을 다 죽였다는 거야? 오빠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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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9화

“아이를 지운 게 뭐?”차성철은 차가운 눈빛을 하고서 말을 이었다.“나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그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될 재앙 같은 존재였어. 하지만 지아는 멍청하게도 아이를 낳고 싶어 했지. 나는 지아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어서 악역을 자처했을 뿐이야.”차설아는 차성철의 표정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질문했다.“그, 그렇지만 오빠랑 송지아는 특별한 사이였잖아. 소중한 여자를 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축복일 텐데 오빠는 도대체 왜 그런...”“닥쳐!”차성철은 차설아를 노려보면서 종래로 본 적 없는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이 일에 대해서 더 묻지 마. 만약 나를 네 오빠로 생각한다면 이런 짓은 그만둬. 너는 호기심을 빌미로 나의 상처를 발가벗기고 있어. 더는 선 넘지 마. 알겠어?”집 앞에서 차가 멈춰서자 차성철은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차설아는 그 뒤를 따라가지 않고 차 안에 앉아 한숨만 내쉬었다.차설아의 추측이 맞다면 강제적으로 지운 아이가 차성철과 송지아 사이의 원한으로 되었을 것이다. 지나간 일은 오로지 당사자들만 구체적인 상황을 알고 있었다. 차성철과 송지아는 이 일에 대해 입을 열기 싫어했기에 미워하는 마음은 점점 쌓여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다. 곪은 상처는 자꾸 덧나서 마음을 쿡쿡 찔러댔다. 차설아는 송지아를 먼저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퇴원한 송지아를 찾으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이 도시에서 송지아가 퇴원하자마자 연락할 만한 사람, 송지아를 보호할 능력이 있는 단 한 사람의 얼굴이 번뜩 떠올랐다. 이 사람은 다름 아닌 성도윤이었다.차설아는 자신의 손에 죽을 뻔한 성도윤을 다시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성도윤이 아니라면 송지아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번이 마지막이야!”차설아는 주먹을 꽉 쥔 채 성도윤을 찾으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차설아는 성도윤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영양제와 비싼 과일을 사서 병원으로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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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0화

성도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키위를 먹다가 은근슬쩍 물었다.“내가 키위를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 이런 것까지 알아주니까 우리가 인연이 깊다는 생각이 들어.”“당연히 깊죠. 당신은 하마터면 우리 오빠를 죽일 뻔했고 나는 하마터면 당신을 죽일 뻔했어. 이런 인연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차설아는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내가 당신 오빠를 죽일 뻔하고 당신이 날 죽일 뻔했으니 퉁친 셈이잖아. 앞으로는 사이좋게 지내도 될 것 같은데... 안 그래?”성도윤은 뻔뻔스럽게 얼굴을 들이밀고 물었다. 차설아는 갑자기 오래전에 사라진 성진이 떠올랐다. 성도윤은 성진의 피를 주입한 뒤로부터 냉혈한 유전자가 희석된 것처럼 자꾸 다정하게 굴었다. 행동하는 것이 성진을 똑 닮았다.“나는 당신을 목 졸라서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에요. 성대 그룹 대표라는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을 용서하고 사이좋게 지내려고 할 줄 몰랐네요.”차설아는 눈썹을 치켜세운 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럼 당신은 날 용서했어?”성도윤이 되레 반문하자 차설아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왜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야?”성도윤은 옅은 미소를 짓더니 계속해서 따져 물었다.“당신은 내가 미워? 아니면 날 용서한 거야? 확실히 알려주어야 나도 내 주제를 알잖아.”차설아는 고개를 들고 성도윤의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지금 그게 중요해요?”“나한테는 당신의 대답이 중요해.”성도윤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입원하는 동안 차설아와 관련된 조각들이 조금씩 머리에 스며들고 있었다. 가끔 흐릿한 두 장면이 떠오르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저 모두 차설아와 연관된 것이었다.성도윤은 직감적으로 차설아를 예전부터 소중히 여겼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기에 차설아가 성도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했다.“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우리 오빠의 산소마스크를 벗긴 게 정말 당신인가요? 솔직하게 대답해 줘요.”차설아는 예리한 눈빛으로 성도윤의 마음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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