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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선 이혼, 후 집착: Chapter 1341 - Chapter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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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1화

성도윤의 말을 듣던 서은아는 피식 웃더니 팔짱을 꼈다. 은색 반지를 병실 침대에 두고 온 뒤로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었다.“맞아. 그 반지는 내가 일부러 차성철 침대맡에 두고 온 거야. 너랑 차설아 그년을 갈라놓으려고 그랬어! 날 욕하든 때리든 상관없어. 난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니 네 마음대로 해.”서은아는 두 눈을 감은 채 성도윤이 결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넌 정말 무서운 여자야. 내가 알던 네가 아닌 것 같아.”성도윤은 서은아가 단번에 인정할 줄 꿈에도 몰랐다. 서은아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이 여자에게 벌을 주어야 하나? 옛 추억을 떠올리면 절대 그럴 수 없어. 은아가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었는데... 하지만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어서 괴로워. 은아가 어쩌다가 이런 짓을 벌인 걸까?’“난 그 여자랑 아무 사이도 아니고 너만 사랑해. 그러니까 네가 한 짓들은 아무 의미도 없어. 네가 그럴수록 난 점점 네가 싫어져.”성도윤은 침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허약해진 몸 때문에 제대로 일어날 수도 없어서 가슴 한편이 답답하기만 했다.“뭐? 나만 사랑한다고?”서은아는 깔깔 웃더니 말을 이었다.“도윤아, 내가 그 말에 속을 것 같아? 우리 서로 솔직해지자. 네가 마음에 누구를 담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어. 나도 이러기는 싫었지만 네가 지금껏 나를 봐주지도 않았고 날 안으려고 하지도 않았어. 내가 보고 싶다고 말해도 너는 날 밀어내기만 했잖아. 나를 거절하고 만나러 간 건 그년이었어!”서은아가 손을 덜덜 떨면서 말했다.“난 너의 약혼녀고 우리 곧 결혼해. 그런데 그년이랑 빌붙어서 병원에서 밤을 새워? 너답지 않게 한낱 의사랑 바다낚시나 하면서 그년을 도와줬잖아. 그런데도 그년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그게 네가 날 사랑하는 방식이야?”서은아는 그동안 꾹 참았던 것들을 전부 쏟아냈다. 갑자기 들이닥친 홍수처럼 성도윤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내가 무슨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년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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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2화

비록 뇌수술로 성도윤이 기억을 잃게 한 건 잔인했지만 차설아의 자리를 꿰찬 덕에 성도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서은아는 갑자기 태도가 뒤바뀐 성도윤을 바라보면서 수술 효과가 사라진 게 아닌지 의심했다.“지난 일을 들먹이면서 화제를 돌리지 마. 나는 내가 누구를 신경 쓰고 보고 싶어 하는지 잘 알아. 그리고 그 사람은 네가 아니야.”성도윤은 서은아에게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기 위해 단호하게 말했다. 독한 말로 상처받을 수도 있었지만 성도윤은 더 이상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눈앞의 여자는 성도윤의 이상형이 아니었지만 기억나는 순간에 서은아가 함께했다.“내가 아니라면 누군데? 말해! 말해보라고!”서은아는 붉어진 두 눈을 하고서 울먹이며 말했다.“차설아야? 또 차설아 그년이야? 너는 그년을 본 순간부터 영혼을 빼앗긴 사람처럼 굴더니 결국 날 버리기로 한 거구나. 너를 너무 사랑해서 내가 그런 짓까지 벌였을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어? 나도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저지른 짓이 결국 나 때문이라면 내가 전부 책임져야 해. 차성철을 죽이려고 한 사람은 너지만 내가 모두 짊어지고 갈게. 차설아는 이 상황에서도 날 죽이지 않고 살려주었어.”성도윤이 차설아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서은아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서은아가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져도 약혼자인 성도윤은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성도윤은 차설아의 손에 죽을 각오까지 했고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도 반응하는 몸과는 달리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차설아, 당신은 착해 빠졌어!’“도윤아, 지금 뭐라고 했어? 너를 이렇게 만든 게 차설아라고?”삼계탕을 들고 들어오던 소영금은 마침 성도윤과 서은아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깜짝 놀란 소영금은 그릇을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서은아는 소영금의 팔을 붙잡고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아주머니, 도윤을 제발 말려주세요! 그 여자가 하마터면 도윤을 죽일 뻔했는데 그 여자 때문에 혼약을 파기하겠대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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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3화

성도윤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인과응보라는 말 모르세요? 제가 잘못했으니까 그런 벌을 받는 거라고요. 차설아가 절 살려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성도윤은 소영금한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기에 모진 말을 내뱉었다.“도윤아, 그년이 무슨 약을 먹였기에 이러는 거야! 넌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소영금은 한숨을 내쉬더니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미치든 말든 상관없어. 너랑 은아는 계획대로 그날에 결혼할 거고 절대 취소할 수 없을 거야. 너희 두 사람 사주가 그렇게 좋대. 너랑 은아가 결혼하면 두 가문이 승승장구할 것이고 나쁜 기운을 막아주어서 잘 될 일만 남았대.”사실 소영금은 성도윤과 서은아의 사주를 본 것이 아니라 성도윤과 차설아의 사주를 보았던 것이다. 소영금은 과감하고 똑똑하고 책임감 있는 차설아를 더 마음에 들어 했지만 차설아와 성도윤이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서로에게 상처만 주었다.그래서 미신이라고 생각하던 사주를 보러 가게 되었다. 작년 초에 차설아가 해안시를 떠나고 성도윤이 의식을 되찾자 소영금은 구척산에 가서 차설아와 성도윤의 사주를 보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의 사주는 강한 기운이 서로 부딪히기만 했다.오행의 상생상극을 가리키던 사주는 두 사람이 헤어지면 각자 사업이 잘되고 하는 일이 좋은 결과를 맺지만 서로 사랑하면 파멸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했다.소영금은 성도윤과 차설아가 함께 지냈던 날들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같이 있기만 하면 한쪽이 사고가 나거나 사업에 문제가 생겼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미신에 집착하면 안 되지만 소영금은 큰아들을 잃은 엄마로서 혼자 남은 작은 아들마저 잃기 싫었다. 소영금은 악역을 자처했고 성도윤을 지키려고 했다.“엄마를 너무 미워하지 말거라. 내가 이러는 건 전부 널 위해서야! 은아랑 너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라서 이성적인 감정이 들지 않을 수는 있지만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은 보낼 수 있단다. 엄마 말대로 하겠다고 어서 약속해. 네 아버지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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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소영금은 성도윤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감히 혼약을 파기했다가는 내 손으로 직접 죽일 거야!”한편, 다른 병원.차성철은 회복하고 나서 붕대를 푸는 날이 되었다. 차설아는 달이와 원이, 민이 이모를 데리고 병실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달이와 원이는 신이 났는지 들뜬 채로 차설아의 팔을 흔들면서 계속 물었다.“삼촌 얼굴에 있는 흉터가 다 지워진 거예요?”“그럼 삼촌은 엄청나게 잘생긴 거잖아요!”“우리 아빠보다 더 잘생겨지는 건 아니겠죠?”“삼촌한테 곧 여자 친구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차설아는 지칠 줄 모르고 떠들어대는 아이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면서 말했다.“조용히 해. 삼촌이 회복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쉬어야 하는데 너희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쉬지 못하잖아.”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차성철은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괜찮아. 아이들 목소리라도 들으니까 마음이 편안해. 우리 아이들만 있으면 아픈 게 다 나을 것 같아.”달이가 차성철 곁으로 다가가더니 작은 손으로 차성철의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삼촌, 연애 몇 번이나 해봤어요?”“흠!”차설아는 달이의 질문에 어이가 없어서 뜯어말렸다.“버릇없이 그런 질문하는 거 아니야. 삼촌은 어른인데 예의를 갖춰야지.”차성철 앞에서 연애에 관한 얘기는 금기어나 마찬가지였기에 아이들이 섣불리 질문했다가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었다. 달이는 눈을 깜빡이더니 천천히 물었다.“어른이면 연애할 수 없는 거예요? 저는 삼촌처럼 멋진 남자한테 여자 친구가 엄청 많을 줄 알았어요.”“아니거든! 너 아직 잘 모르는구나?”원이가 나서면서 시크하게 말했다.“우리 삼촌은 연애한 적이 한 번도 없을걸! 여자 친구가 한 명도 없었을 거야.”차설아는 한숨을 내쉬었다.‘얘들아, 제발 그만해! 너희 삼촌이 자정 살인마라고! 자정 살인마의 심기를 건드리면서도 좋다고 깔깔 웃는 사람은 너희들밖에 없을 거야.’차설아가 걱정한 것과 달리 연애에 관한 말만 나오면 예민하게 굴던 차성철은 이상할 만큼 덤덤했다.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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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5화

차성철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솔직하게 대답했다.“여자 친구는 없지만 잊을 수 없는 여자는 있어.”두 아이는 잊을 수 없는 여자라는 존대가 한 남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오로지 차설아만이 차성철이 말하는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잔뜩 긴장한 채 침만 삼키고 있었다.“오빠, 정말...”차설아는 차성철을 바라보면서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이때 민이 이모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환하게 웃으면서 화제를 돌렸다.“자, 속상했던 일은 다 잊고 좋은 것만 생각해요. 도련님이 큰 시련을 딛고 다시 깨어나셨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만약 잊지 못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분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해 보세요. 그래도 안 된다면 다른 여자를 만나봐도 되죠. 도련님처럼 멋진 남자한테 반해서 구애하는 여자도 많을 테니깐요.”“그런 건 바라지도 않아요.”차성철은 덤덤하게 말했다. 붕대를 감은 얼굴에 눈 한쪽만 드러나 있었다. 그 눈은 차설아처럼 눈물과 상처를 머금었지만 강인함이 돋보였다.“이모, 아이들을 데리고 이 앞에 있는 공원에 가보세요. 오빠랑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서요.”차설아의 말에 민이 이모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러고는 차설아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더니 조심스럽게 귓속말했다.“아가씨, 도련님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것 같아요. 아가씨가 도련님을 위로해 줘요.”“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얘기해 볼게요.”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민이 이모와 두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민이 이모뿐만 아니라 차설아도 차성철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었다.차성철은 의식을 되찾은 뒤로 성격이 완전히 변했다. 예전에는 거만하고 안하무인이던 차성철이 이제는 비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비감에 휩싸여있었다.의사한테 물어봤지만 큰 병을 앓고 다시 깨어난 환자들은 호르몬의 변화로 잠시 이상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건 푹 쉬고 가족과 함께하면서 하루를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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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6화

차설아는 주먹을 꽉 쥔 채 생각에 잠겼다.“영원히 마주칠 수 없는 사람이라...”그 사람이 송지아냐고 묻고 싶었지만 차성철이 흥분할 수도 있었기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내 얘기는 이쯤하고 네 말이나 들어볼까?”차성철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웃어 보이면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나의 수술을 맡은 신경외과 의사가 박성훈이라면서? 그 의사가 성도윤의 부탁을 받고 왔다던데, 이 은혜는 네가 갚아야 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갚아야 하는 거야?”사과를 깎던 손이 떨리더니 칼이 손가락에 스쳤고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차성철은 깜짝 놀라서 손을 뻗었고 어쩔 줄 몰라 했다.“설아야, 괜찮아? 봐봐!”마음이 급해 난 차성철이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자 차설아는 차성철을 밀치고는 티슈로 손가락을 감싸 쥐었다.“살짝 스친 것 갖고 뭘 그렇게 오버해? 오빠 동생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말을 마친 차설아는 사과를 계속 깎았고 작은 조각으로 썰어서 그릇에 담았다. 그러고는 포크로 사과 한 점을 찍어 차성철한테 먹여주었다.“오빠, 얼른 먹어봐. 달고 맛있는 사과야.”차성철은 고분고분 말을 듣더니 사과를 먹으면서 물었다.“화제 돌리지 말고 대답해. 성도윤이 우리를 도와준 건 어떻게 갚아야 할까?”“그럴 필요 없다고!”차설아가 이를 부득부득 갈더니 차갑게 말했다.“그건 성도윤이 응당 해야 할 일이야. 그동안 우리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그놈을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자비를 베푼 거야.”“뭘 또 그렇게 얘기해. 무서우니까 표정 풀어.”차성철은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예전의 일을 떠올리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성도윤과 오랫동안 싸우면서 우리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었어. 퉁친 셈이긴 하지만 설득하기 어려운 의사에게 부탁해서 나의 수술을 맡겼다는 건 성도윤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야. 예전의 일에 연연하면서 은혜도 모르는 놈이 되긴 싫어.”“오, 오빠. 왜 그놈 편을 들고 그래?”차설아는 차성철의 뒤바뀐 태도에 당황했다.“수술 전에는 다 나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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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7화

차설아는 그제야 차성철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눈치챘다.“오빠, 그게 무슨...”차성철은 차설아와 성도윤이 다시 화해하고 만나보라는 뜻이었다. 예전의 차설아였다면 고민해 보겠지만 많은 일을 겪고 난 지금은 성도윤과 엮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첫 번째 이유는 성도윤이 음모가 많고 교활하고 차성철을 죽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성도윤과 성씨 가문 사람들이 성도윤을 여러 번 죽이려고 했던 차설아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차설아는 뉴스를 잘 보지 않는 편이었지만 최근 기사는 온통 성도윤에 관한 것이었다.“성대 그룹 대표 습격 받아 응급실행, 대표의 운명은?”시선을 끄는 기사 제목들은 성도윤이 하마터면 또 차설아의 손에 죽을 뻔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두꺼운 벽이 세워져 있어서 옛정으로 그 벽을 부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게다가 성도윤은 차설아를 잊었기에 옛정이라는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설아야, 부담 갖지 말고 사랑한다면 다시 만나봐. 나처럼 체면이 구겨질까 봐 고민하지 말고 일단 얘기해. 난 바보처럼 시작도 못 해봤잖아.”차성철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분위기는 삽시에 가라앉았다.“죽기 전까지도 날 미워한 여자야. 나의 가슴팍에 칼을 꽂으면서 나를 용서했는지도 모른 채 떠나보냈어.”“오빠, 사실 있잖아...”차설아는 마음 아파하는 차성철을 바라보면서 송지아가 살아있다고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송지아는 지금 차성철과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하지만 차설아가 입을 떼기도 전에 의료진들이 줄지어 병실로 들어왔다.“자, 환자분의 붕대를 풀겠습니다.”차성철의 주치의가 차설아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네, 잘 부탁드릴게요!”차설아는 잔뜩 긴장한 채 뒤로 물러났다. 설레기도 하면서 걱정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배경윤과 바람도 병실로 들어왔고 민이 이모는 달이와 원이를 데리고 들어왔다.큰 병실은 사람으로 가득 찼고 모두 이 기쁜 순간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차성철 씨, 수술이 잘 되었고 회복했으니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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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8화

차설아는 눈물을 닦고 차성철을 와락 안았다.“삼촌, 너무 멋있어요! 저도 삼촌을 안을래요.”달이와 원이는 사뭇 달라진 차성철을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면서 안기고 싶어 했다. 아이들은 잘생기고 예쁜 사람만 좋아했다. 예전에 달이와 원이가 처음 차성철을 만났을 때, 차성철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서 울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성철의 얼굴에 앞다투어 뽀뽀했다.화목한 광경을 보던 뭇사람들은 감동되어 눈물을 흘렸다.일주일 뒤, 차성철은 완전히 회복했고 퇴원했다. 본능적으로 가면을 쓰려고 했지만 차설아가 나서서 말렸다.“오빠, 이제는 당당하게 걸어도 돼. 고개 들고 나를 봐.”차설아는 가면을 예쁜 상자 안에 넣어두고는 차성철의 손을 꼭 잡고 갔다.“오빠, 나만 믿어. 행복한 날만 남았어.”차성철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천천히 나가보자.”가면을 쓰면 그 뒤에 숨어서 다른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면이 벗겨지면 모든 것이 햇빛 아래에 드러나게 되기에 차성철은 용기를 내어야만 했다.차성철은 태생적으로 나쁜 사람인 건 아니었지만 복잡하고 열악한 환경 때문에 부득이하게 나쁜 짓을 저지르곤 했다. 그래서 차씨 가문 도련님의 신분으로 이 세상을 마주하려니 차성철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나가기 싫어했던 것이다.“오빠, 퇴원 수속을 밟으러 가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먼저 밖에 있는 공원에서 산책하고 있을래? 다 끝나면 오빠를 데리러 갈게.”차설아는 어설프게 걷고 있는 차성철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퇴원 수속을 빌미 삼아 차성철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그래, 나 때문에 네가 고생하네.”차성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빠, 난 오빠의 친동생이잖아. 간단한 수속이니까 얼른 다녀올게.”말을 마친 차설아는 1층으로 내려가서 수속을 밟았다. 차성철은 환복하기 위해 환자복을 벗었다. 차설아가 직접 고른 갈색 셔츠를 입으니 재벌가 도련님의 모습을 되찾았다.병원의 간호사들이 차성철을 소문낸 바람에 병실 밖에서 차성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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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9화

호숫가에 익숙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차성철이 그토록 그리워했던 송지아였다.“지, 지아야...”차성철은 믿을 수 없어서 눈을 비볐고 그 여자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지난 추억이 밀물처럼 밀려오다가 송지아가 차성철의 심장에 칼을 꽂는 장면에서 멈추었다.송지아는 차성철과 함께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성철 오빠, 같이 죽자. 같이 지옥으로 가자!”송지아는 차성철의 목을 끌어안고는 붉어진 두 눈을 하고서 속삭였다. 바닷속에 빠진 뒤, 차성철은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헤엄쳤고 근처에 있는 섬으로 올라갔다.섬에서 지내는 주민들이 심한 출혈로 의식을 잃은 차성철을 구해주었다.그 후로 차성철은 송지아와 연락이 닿지 않아서 암암리에 조사해 보았다. 그러나 돌아온 건 송지아가 죽었다는 소식뿐이었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원망과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꽁꽁 얼어붙었다. 고통스러운 삶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넋이 나간 채로 지내던 차성철은 다시 목숨을 되찾은 뒤에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송지아를 쳐다보는 차성철의 눈빛에 분노가 아닌 그리움이 묻어났다.그 여자는 호숫가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지아야...”차성철이 다가가면서 송지아의 이름을 불렀다.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그 여자의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미소를 지었다.“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에 있었어? 날도 추운데 이제는 들어가자.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감기에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오빠,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너무 심심해서 바람 쐬러 나왔던 거야. 슬슬 들어가려고 했어.”그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고 차성철을 스쳐 지나갔다.“내가 잘못 본 거였구나. 지아가 아니었어.”차성철은 긴 한숨을 내쉬면서 허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생각이 많아서 뒷모습이 겹쳐 보였던 거야. 그 여자는 옆모습만 송지아랑 비슷했을 뿐이야. 송지아는 진작에 내 손에 죽었을 거라고! 나 때문에 결국...’차성철은 주먹을 꽉 쥔 채 눈물을 삼켰다. 차성철이 뒤돌아 가려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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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0화

차설아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오빠, 갑자기 왜 오빠답지 않게 낯간지러운 말을 하고 그래? 우리 오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 몸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정말 우리 오빠 맞아?”차설아는 차성철의 얼굴을 샅샅이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음... 이렇게 잘생긴 걸 봐서는 우리 오빠가 틀림없어.”“이런 말은 누구한테서 배운 거야? 웃기긴 한데 참 귀엽네.”차성철은 차설아의 고개를 쓰다듬어주었고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면서 집으로 향했다.구석에서 지켜보던 송지아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털썩 주저앉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성철 오빠...”송지아는 차성철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예전의 차성철은 송지아를 무척 예뻐했다. 송지아는 차성철의 곁에서 미소 짓는 차설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옛 추억이 떠올랐다.‘차설아는 이토록 행복한데... 나는 왜 오빠한테 칼을 겨눠야 하는 지경까지 갔던 걸까?’한편, 차씨 가문 저택.차량은 천천히 멈춰 섰다. 불이 나서 폐허가 된 저택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었다.하지만 차성철의 노력으로 이 저택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마당에 높게 치솟은 나무와 예쁘게 핀 꽃은 싱그러운 내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달이와 원이는 차씨 가문 저택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그동안 공기가 좋은 곳으로 여러 번 이사했지만 천식 환자인 달이의 고통이 사그라지지 않았었다. 고통스러워하던 달이는 이 저택에 온 뒤로 증세가 점점 사라졌고 원이와 같이 뛰놀 수 있게 되었다.“오빠, 집에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차설아는 현관문 옆에 서서 박수쳤다.“그래.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구나. 우리의 집으로...”차성철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천천히 집으로 들어갔다.문을 열어보니 집 안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모두 차성철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고 꽃다발을 건네면서 차성철의 복귀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배경윤, 바람 그리고 친척들이 차설아의 초대를 받아 집으로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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