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윤을 안은 사람은 연못을 빠져나와 마당을 들어섰고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서 천천히 의자에 내려놓았다.“찬영 오빠, 혹시 방으로 들어온 거예요? 우리를 오해하고 누군가가 소문을 내면 어떡해요? 그럼 오빠한테 민폐 끼치는 것 같아서 미안해질 것 같아요.”배경윤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의자에 앉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간신히 웃음을 참는 듯싶더니 입을 틀어막으면서 어깨를 들썩였다. ‘주여, 찬영 오빠를 사랑하게 된 지 몇 년 만에 결국 만나게 되었어요. 게다가 지금 단둘이 한 방에 있다니,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요! 찬영 오빠는 역시 얼음 왕자가 맞나봐요. 날 안고 한참을 걸었는데도 힘들다고 투덜거리지도 않았어요. 눈을 감고 있어도 차가운 기운은 잘 느껴지더라고요.’몇 분 후,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배경윤 앞에서 멈추었다. 누군가가 젖은 수건으로 배경윤의 눈과 이마를 세심하게 닦아주었다. 배경윤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찬영 오빠,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괜찮아요. 우리 둘이 한 방에 있었다는 걸 팬들이 알게 되면 난리 날 거라고요.”“하, 이 와중에 할 말은 다 하면서 그놈한테 안기고 싶어서 쓰러진 척한 거야?”익숙한 목소리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깜짝 놀란 배경윤은 눈을 떴고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저절로 나는 진찬영이 아닌 사도현이 눈앞에 서 있었다.배경윤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눈에 살기가 돌았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내가 여기에 있으면 안 돼?”사도현이 코웃음치고는 말을 이었다.“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널 여기까지 안고 올 것 같아? 도와줘도 욕만 먹는데 나 말고 누가 너를 이렇게 보살펴주겠어!”“찬영 오빠는 어디에 있어? 오빠한테 수작질한 건 아니지?”배경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이곳에 온 첫 번째 날에 묵었던 방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문은 굳게 닫혔고 이 방에는 두 사람밖에 없었다.“미꾸라지를 신나게 잡는 사람한테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진찬영은 여우 같은 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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