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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1361 - 챕터 1370

1447 챕터

제1361화

성도윤은 차설아를 바라보면서 덤덤하게 대답했다.“날 그렇게 미워한다면서 왜 병문안을 온 거야? 영양제까지 가져온 걸 보니 자꾸 의심이 들어. 당신이 날 죽이러 온 것 같아.”차설아는 심호흡하고는 성도윤을 노려보면서 말했다.“나는 약자를 괴롭힐 만큼 양심 없는 사람이 아니에요. 내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과 당신이 우리 오빠를 죽이려 했던 건 퉁친 셈이지만 나는 아직 당신을 용서하지 않았어요.”“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진짜 모르겠어.”성도윤은 두 눈을 감고는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말했다.“죽이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나는 지금 반항할 힘이 조금도 없으니 이번에는 확실하게 죽을 거야.”“죽고 싶으면 알아서 죽어요.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면 되잖아요. 여기는 18층이니까 무조건 죽을 거예요.”차설아는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말했다. ‘난 정말 착한 것 같아. 이런 나쁜 놈을 앞에 두고 친절하게 어떻게 죽는지 설명해 주다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성도윤을 창밖으로 밀어버렸겠지.’“날 미워하면서 굳이 찾아온 이유가 뭐야? 당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려줘.”성도윤은 갑자기 두 눈을 번뜩 뜨더니 차설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도윤 씨는 정말 똑똑해요.”차설아는 성도윤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졌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가 찾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그게 누군데?”“송지아예요.”“송지아라고?”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갑게 웃었다.“송지아가 입원한 병원이 어딘지 당신도 알잖아? 만나고 싶으면 바로 찾아가도 되었을 텐데, 굳이 왜 여기까지 와서 물어보는 거야?”“송지아를 찾았으면 여기까지 왔겠어요?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요?”차설아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오늘 병원에 찾아갔더니 송지아가 며칠 전에 이미 퇴원했대요. 송지아는 해안시에서 아는 사람도 없잖아요. 당신은 송지아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죠? 알려줘요.”“송지아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차설아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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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2화

성도윤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그 두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네. 오빠는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겨우 의식을 되찾았어요. 성격도 완전히 달라져서 예전처럼 폭력적으로 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도윤 씨와 있었던 일은 전부 잊고 평화롭게 지내겠다고 약속했고요. 그래서 나는 오빠랑 송지아가 만나서 오해를 풀기를 바랐던 거예요.”차설아는 성도윤한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성도윤이 얄미운 구석은 있었지만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 만약 성도윤이 도와주겠다고 해도 손해 볼 입장이 아니었다.오히려 한 번 도와준 것을 빌미로 차설아를 마음대로 조종할 좋은 기회였다.“그건 당신만의 생각일 뿐이야. 차성철은 변하지 않았어.”성도윤은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서 말을 이었다.“남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종종 순진한 척하면서 신임을 얻어. 한때는 송지아를 아껴주는 좋은 오빠였잖아? 좋은 오빠인 척하면서 차성철이 송지아한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다시 생각해 봐!”성도윤은 남자로서 남자라는 생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차성철이 잘못을 반성하고 착하게 살기로 마음을 먹은 척하면서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송지아는 성도윤이 여태껏 만났던 사람 중에 제일 불쌍한 여자였다. 차성철이 아니었다면 송지아가 비참해질 리 없었다. 송지아의 불행을 차성철이 어느 정도는 책임져야 두 사람의 만남에 도움을 줄 것이다.“그러니까 절대 알려주지 않겠다는 거네요?”차설아는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었다.“우리는 서로를 설득할 수 없는 상극 같은 사이네요. 도와달라고 강요하지 않을 테니 이 부탁만 들어줘요. 우리 오빠한테 송지아는 아주 특별한 존재라고, 오빠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마음 아파한다고 전해줄래요?”“반성만 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 후회한 적은 없대?”성도윤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자 차설아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차성철은 송지아한테 저지른 짓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아이를 지운 것을 통쾌해했다.‘다시 생각해 보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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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3화

소영금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차설아를 이대로 곱게 보내줄 리 없었다. 하지만 차설아가 기가 죽은 모습을 하고서 대답하자 마음이 약해져서 욕하지도 못했다.“도윤이가 하마터면 네 손에 죽을 뻔했다는 걸 전해 들었어. 도윤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너 때문에 죽음의 문턱을 드나드는 걸 볼 때마다 너무 힘들구나. 너는 한때 나의 며느리였잖아. 옛정을 생각해서 내가 이렇게 부탁할 테니까 이제는 도윤이를 만나러 오지 말 거라. 너랑 도윤이가 만나기만 하면 꼭 무슨 일이 벌어졌어.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는 어울리는 한 쌍이 아니야.”사실 소영금은 차설아를 처음부터 미워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차설아를 예뻐하고 마음에 들어 했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차설아를 좋아할 수 없게 되었다.성도윤의 안전을 위해 차설아와 갈라놓아야 했다. 차설아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얘기하지 않으셔도 멀리하려고 했어요. 오늘은 꼭 부탁할 일이 있어서 찾아온 거고요. 앞으로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 찾아오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염려하지 마세요.”“그, 그게 정말이니?”소영금은 눈시울을 붉힌 채 차설아를 바라보았다. 남을 배려해 주는 착한 며느리, 성도윤의 아내가 될 자격이 충분한 차설아였지만 두 사람이 사주는 상극이었다.사주만 아니었다면 소영금은 차설아를 딸처럼 예뻐했을 것이다.“저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아니에요.”차설아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엮이고 싶지 않으면 아드님께도 잘 말해보세요. 저만 약속을 지킨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요. 만약 성도윤이 먼저 저를 찾아와서 다치게 된다면 제 탓을 하지 말고요.”“도윤한테는 내가 말할 테니 걱정하지 말 거라. 퇴원하면 은아랑 곧바로 결혼식을 할 거란다. 그럼 도윤이도 너를 완전히 잊을 수 있겠지.”소영금은 슬픔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은아와 성도윤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소꿉친구였다.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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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4화

“사실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었어. 너는 착하고 사리에 밝은 사람이니 내 마음을 이해할 거라고 믿을게.”“용건만 얘기하세요.”“달이와 원이의 양육권을 우리 가문에...”“그건 절대 양보 못 해요. 제가 두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 거예요.”차설아는 차가운 표정을 하고서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고 단호하게 거절했다.“하지만 두 아이를 네가 혼자 어떻게 감당하겠어? 내가 도와주겠다는 뜻이야.”소영금은 차설아가 거절할 거라고 진작에 예상했었다. 하지만 날카로운 차설아의 눈빛과 마주했을 때, 어쩐지 마음 한편이 쓰라렸다.“성씨 가문의 피가 흐르는 아이들을 내가 포기할 것 같아? 두 아이는 성씨 가문을 이어받을 사람이잖니!”“아니요. 아이들은 어머니의 유전적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하잖아요. 달이와 원이한테는 차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성씨 가문을 들먹이면서 강요하지 마세요.”“설아야, 네가 이렇게 단호할 줄은 몰랐어. 하지만 소송을 하면 두 아이 중 한 명 정도는 성씨 가문에서 데려갈 수 있을 거야.”“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저의 전담 변호사가 전국에서 제일 유명하고 대단한 건 아시죠?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으니 소송하려면 해보세요. 이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해지면 서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요?”차설아는 소영금의 약점이 될 만한 것을 술술 말했다.“서씨 가문과는 상관없는 일이야!”소영금은 손을 내저으면서 말을 이었다.“요즘 따라 나도 생각이 많았어. 네가 아이의 양육권을 성씨 가문에 넘긴다면 우리 도윤이와 서은아의 혼약은 없던 일로 해줄게. 아이 한 명이라도 주겠다고 약속한다면 도윤이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잘 키울 수 있어.”성도윤은 애초에 다른 여자한테 관심이 없었기에 결혼을 강요한다고 해도 성도윤이 득을 보는 일은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설아의 아이를 키우면서 남은 생을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이 성도윤한테는 더 잘된 일이었다.“죄송해요. 아이들은 절대 양보할 수 없어요.”차설아는 심호흡하고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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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5화

병원에서 돌아온 차설아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차성철은 차씨 가문 저택 뒷마당의 화원에서 달이와 원이를 데리고 땅을 파고 있었다.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뭐 하고 있었어?”차설아는 두 아이를 보고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서 미소를 지었다.“엄마, 이것 봐요! 삼촌이 꽃을 어떻게 심는지 가르쳐줬어요.”달이는 너무 열심히 뛰어논 바람에 볼이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차설아는 사과처럼 빨간 달이의 볼살을 깨물고 싶었다.“직접 심은 거야? 정말 대단해. 어떤 꽃을 심었는지 한 번 볼까?”차설아는 화원으로 들어가면서 물었다.“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심었어요. 삼촌이 어렵게 구한 이 해바라기 씨앗은 한 달이면 꽃을 피울 수 있대요. 그럼 화원은 온통 빛나는 해바라기로 가득 차서 해바라기 섬처럼 아주 예쁠 거예요.”달이는 작은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달이와 원이는 해바라기 섬에서 태어났기에 그곳을 그리워하곤 했다. 행복한 추억과 꿈같은 꽃밭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렸다.“엄마, 우리 언제쯤 해바라기 섬에 가요? 그곳에서 놀고 싶어요.”원이는 작은 삽을 내려놓더니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면서 진지하게 물었다.“너희들이 가고 싶다면 언제든지 갈 수 있어.”차설아는 쭈그려 앉아 원이를 품에 안으면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요즘 엄마가 바빠서 안 될 것 같단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면 같이 가자.”“해야 할 일이 뭔데요?”원이는 두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원이도 엄마를 도와줄 수 있어요?”“아니. 원이는 그저 달이랑 같이 재밌게 뛰어놀고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면 돼. 그럼 엄마도 힘이 날 거야.”“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달이는 어린이집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집에 돌아와서도 재밌게 놀고 있고요.”원이는 어른처럼 주먹을 꽉 쥐고 엄숙하게 말했다. 차설아는 고난이도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비장한 원이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우리 원이, 정말 멋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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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6화

달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아빠도 같이 가면 안 돼요?”“그 사람을 자꾸 아빠라고 부르지 마! 나쁜 사람이랑 왜 같이 소풍 가겠다고 그래?”원이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서 말했다. 성도윤과 차설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잘 몰랐지만 뉴스에서 차설아한테 잘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성도윤이 다른 여자랑 곧 결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이는 차성철이 배정해 준 경호원의 눈을 피해 몰래 성도윤의 회사로 향했다. 그러나 성도윤은 원이를 못 본 척하면서 다른 여자와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었다.그 뒤로 원이는 아빠를 빼앗겼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아빠라는 존재가 없다고 여겼다.아빠라는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하지 못했으니 없다고 해도 슬프지 않았다. 하지만 원이는 그 사람 때문에 차설아가 상처받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그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었잖아! 우리 엄마를 속상하게 만들었으니 절대 용서 못 해. 엄마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찾아가서 복수했을 거야.”원이는 씩씩거리면서 성도윤을 욕했다. “선생님께서는 부모님이랑 같이 오라고 했어. 아빠는 못 올 텐데... 어쩌지?”달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달이는 잘생긴 성도윤을 여전히 아빠라고 생각하면서 기대에 부풀었지만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두 아이의 대화를 듣던 차설아는 심란했다.원이는 성도윤을 미워했고 달이는 성도윤을 사랑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감정과는 별개로 차설아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더 무기력해졌다.“아빠가 없으면 삼촌이랑 같이 가면 되잖아. 걱정하지 마.”모자를 눌러쓴 차성철은 해바라기 씨앗을 화원에 가득 심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아이들을 향해 다정하게 말했다.“너희들은 삼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삼촌을 보고 한눈에 반하면 어쩌지? 너희 삼촌이 어린이집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사람이 될 것 같아.”차설아는 일부러 농담하면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애썼다. 이럴 때면 차성철 덕분에 무거웠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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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7화

차설아는 차성철한테 휴대폰을 건넸다.“이건...”차성철은 영상 속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여자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잊은 줄 알았지만 여전히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오빠, 조금만 기다려보자.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올 거야. 송지아가 다시 오빠를 찾아올 거라고 믿어.”차설아는 차성철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위로해 주었다.“나는 지아가 살아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다른 건 바라지도 않아.”차성철은 휴대폰을 움켜쥐고 울먹였다. 한참 후에야 진정한 차성철은 휴대폰을 차설아에게 돌려주었다.“설아야, 네가 어떤 마음으로 날 도와주는지 알아. 시간이 지나면 나도 지아를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곧 자리에서 털고 일어날 테니까...”“오빠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마음이 놓여. 지금 상황으로서는 오빠를 닦달할 수밖에 없었어. 경수는 아직 마을 이장 손에 잡혀있고 장재혁은 실종되었어.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범인을 찾아야 하고 차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해. 우리 같이 기운 차리고 다시 힘내서 이겨내자. 함께라면 해낼 수 있어!”차설아는 이런 일들을 다시 입 밖에 꺼냄으로써 차성철의 삶에 대한 의지를 일깨워 주었다. 자극하지 않는다면 차성철이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었다.그날 뒤로 차설아는 차성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예전처럼 부지런히 움직였고 어두운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소풍 가는 날이 다가왔다. 이번 소풍 주제는 ‘추석’이었기에 아이들과 부모님은 한복을 입고 참석해야 했다. 소풍을 손꼽아 기다리던 차설아는 가족 한복 세트를 주문했다. 개량 한복이 유행이라 차설아와 달이는 기장이 적당하면서도 움직이기 편한 한복을 맞추었다. 차성철과 원이는 사극의 선비처럼 싱그러운 초록색의 한복을 선택했다.네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한복이 눈에 띄게 예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의 유전자가 확연히 남달랐다. 신체 비율, 외모, 몸매는 흠잡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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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8화

달이와 원이가 차설아와 차성철의 손을 잡고 등장하자 이번 시합 1등이 누구의 것인지 확실해졌다. 복장과 헤어스타일 점수가 다른 가족들을 능가했기 때문이다.“오늘 1등은 우리 원이랑 달이인 것 같아요. 달이야, 원이야. 엄마랑 같이 힘내자!”차설아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응원해 주었다.이연지는 차설아의 옆에 서 있는 차성철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각상 같은 외모에 깜짝 놀랐다. 그러고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혹시 달이랑 원이 아버지세요? 너무 잘생기셔서 아이들의 큰오빠라고 해도 믿겠어요.”이연지가 원이와 달이가 있는 사과반을 맡은 지 몇 달 되지 않았다. 성도윤이 아니라 차설아도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두 아이의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이분은 저의...”차설아가 해석하려는데 차성철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제가 달이, 원이의 아버지예요. 잘 부탁드릴게요.”“역시 아버지가 맞았군요. 사실 이번 소풍 활동은 전부 아이들과 부모님이 같이 참석해야 하거든요. 어머니거나 아버지가 아닌 다른 가족은 이 활동에 참가할 수 없어요. 시합이 시작되면 그저 옆에서 응원해 줄 수밖에 없고요.”이연지가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해 주었다.“알겠어요. 1등 할 수 있게 노력할게요.”차성철은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차성철이 미리 활동 참여 규칙을 알게 되었기에 달이와 원이의 아빠를 자처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신이 나서 이곳까지 온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도 있었다. 차성철은 사랑하는 조카들이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이때 차설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연지한테 물었다.“선생님, 이런 규칙은 좀 별로인 것 같아요.”“달이, 원이 어머니. 어떤 면에서 별로라고 느끼셨을까요?”“시대가 변하면서 이혼율이 점점 치솟고 있어요. 엄마 혹은 아빠랑 자란 아이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같이 산 아이도 있어요. 부모가 이혼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시합에 참가할 자격도 없다는 건가요? 이 규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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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9화

어린이집 아이들은 10팀으로 나뉘었고 팀마다 정해진 미션을 완성해야 했다. 미션은 모두 5개였는데 난이도가 높아서 마지막 라운드에 세 팀밖에 남지 않았다.차설아와 차성철은 달이와 원이를 데리고 순리롭게 마지막 라운드에 진출했다.5 번째 미션은 별 모양의 인형을 제일 빨리 높은 곳에 올려놓는 팀이 승리였다. 올려놓은 높이가 높을수록 더 많은 점수를 얻게 되었다. 이 미션은 암벽 등반과 똑같아서 부모님들의 팔힘과 끈기를 시험하는 코스였다. “세 팀 모두 부모님 중 한 분이 대표로 나와주세요.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별도 따주겠다던 약속을 지키길 바랄게요. 자, 이제는 출발선에 서주세요.”심판은 마이크를 잡고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 차설아는 높게 치솟은 암벽을 쳐다보더니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차성철한테 말했다.“오빠, 이 미션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암벽 등반이야.”“자세히 보니까 암벽 등반 체험장처럼 단단한 벽이 아닌 것 같아. 네가 다칠 수도 있으니 내가 할게. 달이, 원이와 함께 날 응원해 줘!”사실 차성철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암벽 등반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달이, 원이의 아빠라고 거짓말까지 한 상황에 차설아의 뒤에 숨는다면 체면이 구겨질 것이다.“예전에 장재혁한테서 전해 들은 말이 있어. 오빠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한다더라. 그러니까 내가 가는 게 맞아. 4년 전에 제15회 아시안컵 암벽 등반 대회에서 일 등 한 사람이 바로 나야. 걱정하지 마.”차설아는 윙크하고는 안전 장비를 착용했고 별 모양의 인형 가방을 메고 출발선에 섰다.“엄마, 힘내세요! 마지막 미션만 통과하면 우리가 1등이에요. 우리 엄마가 최고예요!”달이는 앳된 목소리로 차설아를 응원했다. 그런데 원이는 작은 어른처럼 인상을 찌푸리고는 진지하게 말했다.“엄마,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아니면 제가 갈게요. 엄마는 여자니까 고생하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저는 남자로서 이런 위험도 감수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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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0화

선우시원은 늘 차설아를 부러워했었다. 사랑을 제외하고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차설아가 비밀리에 투입된 로봇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었다.한편, 성도윤은 병실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다. 소영금이 텔레비전을 켜자 마침 새싹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시합을 보게 되었다. 진지하게 보고 있던 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코웃음 쳤다.“벌써 아이까지 있는 여자였구나. 남편이랑 같이 시합에 참가했겠지...”소영금은 고개를 돌려 성도윤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차설아의 남편이 바로 성도윤이라고, 저 아이들은 성도윤의 자식이라고 알려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의사가 성도윤이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기 전에는 되도록 자극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럴 때 성도윤한테 사실대로 말한다면 크게 충격받을 것이다.차설아가 아내이고 원이와 달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극을 받아서 겨우 나았던 병이 되살아날 수도 있었다. 그럼 다시 생사가 오가는 순간이 닥칠 것이다.“그래. 저 여자는 아이도 있는 사람이니까 마음 접는 게 좋을 거야. 거리를 두지 않으면 저 여자도 힘들어질 수 있어.”소영금은 성도윤이 차설아를 향한 마음이 사그라들길 바라면서 부드럽게 타일렀다. 적어도 건강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차설아한테 아무런 마음도 생기지 말아야 했다.“남편이 누군지 알고 계세요?”성도윤은 주먹을 꽉 쥐고는 차갑게 물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상대가 얘기해주기도 전에 프라이버시에 대해 캐묻는 건 예의가 아니란다. 너는 알 필요 없으니 그저 회복에 신경 써.”소영금이 확답을 주지 않자 성도윤은 침묵했다. 그러고는 깊은 눈동자로 텔레비전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저 여자는 아이가 둘이라는데 넌 여태껏 결혼도 못 했어. 얼른 낫고 서은아랑 결혼해서 아이부터 가져. 아니는 두 명 이상이 좋겠지.”소영금은 계속해서 성도윤을 타일렀다. 처음에는 차설아가 성씨 가문에 한 아이의 양육권을 넘기면 성도윤이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상관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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