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한 후, 고청민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저녁 9시.도로가 막혀서 심지안이 장원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넓은 정원은 이 순간 고요하고 평화로웠고, 가정부들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정원에 있는 산차화 나무가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심지안은 꽃 한 송이를 따서 꽃병에 꽂았다.그녀는 목욕하고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보안실로 갔다.“아가씨, 굳이 여기까지 오실 필요 없어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뭐든지 말씀만 하시면 됩니다.”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심지안을 보고 모니터링 화면 앞 의자에서 서둘러 일어났다.“별일 아니에요. 혹시 오늘 고청민 씨가 외출한 적은 없는지 물어보려고 왔어요.”이 보안실은 성동철이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 임시로 설치한 것으로, 고청민이 또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아니요, 도련님은 하루 종일 사당에 있었어요. 심지어 밥도 안 먹었어요.”고청민에게 식사를 차려주고, 하루 종일 그를 모니터링 했던 직원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심지안은 실시간 모니터링 화면을 확인했고, 직원의 말처럼 고청민은 사당에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를 떴다.사당은 휑해 보일 만큼 넓었고, 문 앞은 조용했다.고청민은 얇은 옷을 걸치고 사당 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살이 빠진 탓에 야윈 직각 어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달빛이 그의 몸에 비추어져, 머리 위의 흰 머리카락이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보였고, 그는 많이 수척해진 것 같았다.심지안의 마음은 조금 불편했다. 어떤 감정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함께 힘든 시간을 이겨냈던 그 5년 동안의 기억이 뇌리에 계속해서 떠올랐다.여유가 생길 때마다 심지안은 항상 무의식적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되짚어 보려고 했다. 그녀는 애써 고청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돌이켜보면 고청민이 만들어 놓은 환상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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