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951 - 챕터 960

1132 챕터

제950화 신경 쓰이지 안는 것은 아니다

고청민은 몸을 돌리지도 않고 동문서답했다. 차분한 목소리에 조소가 섞여 있다.“당신이 원하는 대로 됐는데 이런 걸 묻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오늘 외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확실히 모르진 않는 눈치였다.“화난 건 알겠는데요.”심지안이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중대한 사안이에요. 확실한 증거가 없을 때 할아버지께서 청민 씨를 성씨 집안에 붙들어놓는 것도 청민 씨를 보호하는 거예요.”“증거 따위 필요 없어요. 내가 한 거니까.”고청민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심지안과 마주 보며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했다.“제가 김민수한테 우주 데려가라고 했어요.”“이제 어쩔 건데요?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갈 거예요?”“아니면 절 성씨 가문에서 쫓아내서 아들 대신 복수할 거예요?”심지안은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다. 충격, 슬픔, 괴로움 등 모든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표정 관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비록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지만 기이한 것은 심지안은 눈앞의 사람을 보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그 사람이 이럴 것이 예상안의 일인 것처럼.이미 두 번째다. 이런 느낌은.고청민이 한발 한발 다가오더니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가슴 깊은 곳의 아픔을 가까스로 참아내며.“왜요, 연신 씨랑 곧 다시 합칠 것 같아 설레요?”“청민 씨... 왜 그러는 거예요? 제가 당신과의 결혼을 번복한 것 때문에 그래요?”“그럼요?”고청민이 두 손으로 심지안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웃는 모습이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 같기도, 심지안을 조롱하는 것 같기도 했다.“저 지안 씨 곁에서 5년을 있었어요. 5년 동안 내가 줄 수 있는 것, 주어야 할 것은 다 줬어요. 별이든 달이든 지안 씨가 말만 하면 주저하지 않고 따다 주려 했어요.”“밖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날 탐내하는데, 전 눈길 한번 안 주고 오로지 지안 씨 생각만 했어요.”“그런데 지안 씨는 혼인날 절 난감하게 했고, 온 제경의 웃음거리가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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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1화 서로 복수하려 하다

그런데 고청민이 이렇게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그를 바라보니 하얀 피부에 빨간 손가락 자국이 어렴풋이 보였다.주변이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분위기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 살벌해졌다.“이제 속이 시원해요?”살벌하게 눈을 부라리던 고청민이 심지안과 눈이 마주치고는 한결 누그러들었다.심지안은 창백한 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더 언쟁하고 싶지 않아 바로 물었다.“저한테 또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왜 의사가 저한테 심리연구소에서 치료받으라는 건데요? 전 왜 이유 없이 두통을 겪죠? 게다가 기억을 잃은 것도 같아요...”그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잘못을 따지려는 거라면 다 알고 있을 테니 전 더 이상 할 말 없어요.”“제발... 할아버지를 실망하게 하지 마요.”그녀는 여전히 고청민이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길 바랐다.고청민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눈에는 알 수 없는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그는 종래로 자신이 성연신에게 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진정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성동철의 속박이 없어지면 이제 자신을 막을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심지안은 이러한 분위기를 견딜 수 없었다. 앞뒤로 두 남자 사이에 끼어서 숨쉬기도 힘든 기분이 들었다.특히 지금같이 서로 약점을 잡고 쓰러뜨리려 할 때는 너무 가슴이 갑갑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그녀는 고청민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고 그가 더 이상 말이 없자 바로 뒤돌아 떠났다....침실로 들어온 심지안은 집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어 회사로 향했고 인터넷으로 심리연구소에 등록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역시 받는 환자 수가 극히 제한된 만큼 예약을 잡기도 어려웠다.인터넷에서는 현장에 직접 가보라고 했다. 어쩌면 엄교진 원장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엄교진은 난치병 연구를 좋아하기에 운이 좋으면 환자를 받아주기도 한다는 것이다.마우스를 내려놓고 심지안은 눈을 비비며 바람을 쐬려 했다. 그러다 문득 밖에서 익숙한 모습이 언뜻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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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여신에 대한 질투

1층을 나와 걸으니 임시연과 점점 가까워졌다. 임시연은 공익 활동과 무료 공익 공연을 했고 그 비용을 산간 지역에 기부하고 있었다.“저도 산골에서 태어나 힘들게 한 발 한 발 걸어 나왔기에 가난한 지역 아이들의 절망과 외로움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모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서 더 나은 내일과 미래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라요.”“전 개인 명의로 2억 원을 냈습니다. 비록 부자들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지만 제가 몇 년간 열심히 모은 돈입니다.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훗날 황실에 시집가더라도 공익사업에 계속 기여할 겁니다. 그땐 저도 아이들을 더 신경 쓰고, 아이들을 위한 학교, 도로를 건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눈물을 흘리며 연설을 마친 임시연은 2억 원의 수표를 보시함에 넣었다.곧이어 무대 아래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역시 내가 사람 잘 봤다니까. 선량한 여신이시여. 방탕하다고 욕하던 사람들 눈 크게 뜨고 잘 봐보라 해. 입 함부로 놀리다 골로 갈 거야.”“여신은 당연히 황실로 시집 가야지. 방탕하면 어떻게 황실과 결혼해? 순전히 여신님에 대한 질투심이야!”“그러니까. 난 10만 원이라도 내서 여신님 사업 지원할 거야.”“얼굴도 아름다운데 마음까지 선하네. 나중에보답받을 거예요..”심지안은 쓴웃음을 지은 채 주변 사람들의 토론 소리를 들으며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작 2억 원으로 자신에 대한 여론을 뒤엎고, 특별히 세움 그룹 앞에서 공익 활동을 한다라. 똑똑한 사람들은 진작 그 목적을 알아챘을 것이다.게다가 심지안의 추측이 맞다면 그녀의 황실과의 결혼에 대해 변요석은 아직 확실시된 대답을 주지 않았다.이 자작극의 목적은 대중의 여론을 바꾸어 황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받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미 변석환의 아이도 품었겠다, 책임지지 않으면 황실은 대중들에게 밉상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 뻔했다.그리고 세 번째로, 어제 성동철이 기자회견을 통해 고청민의 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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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도윤지

심지안이 눈을 깜박이며 그들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수백억이 그렇게 입에 올리기 쉬운 금액이었습니까?”“우리한텐 어렵지, 그 쪽한텐 쉽죠.”“죄송합니다만 제 돈도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서요. 본인들 여신님 돕고 싶은 건 이해합니다만... 약지에 결혼반지를 끼고 계신 걸 보니 결혼하셨을 거라 예상됩니다. 공익사업을 하고 싶으면 정식 루트를 선택하고 아내분과의 공동재산 탕진하지 마세요. 어디 가서 멍청하게 이용당하지도 말고요.”“뭐...”그 사람은 말문이 막혀 얼굴이 벌게졌다.임시연도 흐려진 안색으로 마이크를 움켜쥐고 심지안을 바라보았다았다.“그 말은 제가 지금 사기를 치고 있다는 건가요?”“그럴 리가.”“그럼 무슨 뜻인데?”“내 말은...”심지안이 말끝을 흐리더니 호쾌한 표정으로 가까운 곳의 단상을 가리키며 살며시 웃었다.“장소 대여비 내고 가라고.”이 부지는 성씨가문이 사들인 땅이었기에 사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이에 임시연이 급히 얼굴에서 난감한 기색을 지우고 고귀한 듯 우아한 자태를 유지했다.“활동이 끝나면 바로 결제할게.”심지안이 입꼬리를 올려 말았다.“아, 그리고 점심엔 중단해야 해. 직원들 휴식하니까.”“...”말을 마치고 멀어져 가는 심지안을 바라보며보며 임시연은 괘씸한 마음에 자기 손바닥을 힘껏 꼬집었다.그래. 두고 봐. 며칠만 지나면 넌 설설 기게 될거니까...“안녕하세요. 혹시 심지안 씨 맞는가요?”한 대학생 차림의 여자아이가 다가와 물었다.여자아이의 얼굴을 본 심지안은 처음 보는 사람임을 알았다.“누구신지?”“아, 전 고청민 후배예요. 인터넷에서 이상한 소문들 때문에 한 번 보러 왔어요.”심지안을 응시하는 도윤지의 눈에 적의가 숨겨져 있었다.“청민 씨는... 집에 있어요. 연락 안 해보셨어요?”“전화가 안 통해서요. 혹시 무슨 일 생긴 건가요?”도윤지가 관심 있는 듯 물었다.심지안이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아니요. 지금 집에 있고 당분간은 밖에 나다니기 어려워요.”“아,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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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어머니의 부고

“지안 씨 만났다고?”고청민은 냉랭한 목소리로 바로 물었고, 그의 지나친 냉담함은 도윤지를 당황케 만들었다.고청민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온화하고 친절하며 다른 사람을 절대 아랫사람으로 보지 않았다.하지만 도윤지는 곧 깨달았다. 무조건 성씨가문이 청민선배를 괴롭히는 바람에 선배가 일자리를 잃고 돌변한 것이다.“만났어요. 스승님 진료를 예약하고 싶다던데 그게 어디 쉽나요.”도윤지는 스승님 곁에 오래 있었다고 자신이 스승이기라도 한 듯 뿌듯하게 말했다.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청민 선배님?”“스승님은 이번 달에 예약 자리 있고?”“없어요. 선배님이 보고 싶다면 제가 바로 말해드릴게요. 스승님도 만나보려 할 거예요.”“아직은 필요 없어.”고청민의 얼굴에서 아무런 표정도 읽어낼 수 없다.“나중에 심지안이 또 연구소에 가면 나한테 말 좀 해줘.”“네. 그러죠.”도윤지는 봄날의 소녀애처럼 맑은 목소리로 얼른 대답했다. 그리곤 무언가 떠오른듯 걱정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선배님, 정말 성씨 가문과 사이가 틀어졌어요?”“해결할 수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네. 전 선배님 믿어요. 빨리 기운 내요!”고청민의 치켜올린 입꼬리에 조소가 조금 묻어있다.“그래.”통화를 마친 도윤지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청민에게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성씨 가문은 청민 선배님을 괴롭히고 있는 게 분명했다.안 되겠다. 자신은 꼭 선배를 위해서라도 심지안 그 쓰레기에게 복수해 주어야 한다.도윤지는 고민 끝에 새 전화번호를 사서 암표상의 신분으로 심지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안녕하십니까. 엄교진 원장님의 예약 표를 판매 중이니 원한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한편 귀족학교 교문 앞.가방을 메고 나온 성우주는 한눈에 심지안을 발견했다.그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엄마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엄마!”“우리 우주!”심지안은 조금 전까지의 불쾌하던 마음이 아이를 본 순간 기적같이 가라앉음을 느꼈다.“아빠는 요즘 어때?”방매향의 장례식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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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다들 제가 정상이 아니라면서요

심지안이 음식을 들고 침실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문을 몇 번 두드리고 간단명료하게 말했다.“저예요. 밥 먹게 문 열어봐요.”안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것이 마치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심지안은 성연신이 들은 것을 눈치채고 참을성 있게 몇 번을 계속 두드렸다.“안 먹으면 원이랑 오레오한테 줄 거예요.”“벌컥.”문이 열리더니 성연신의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깊게 바라보았다. 움푹 패어 보이는 눈두덩이 때문에 눈빛이 더욱 초췌해 보였고 턱은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아 수염이 짧게 자랐으며 얼굴은 창백했다.그래도 끔찍하리만치 잘생긴 이목구비는 가리지 못했다.심지안은 문득 그의 모습이 웃겼다. 지금 그는 잘생긴 방랑자 같았기 때문이다.심지안은 참지 못하고 푸하하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맑고 낭랑한 목소리가 우중충한 분위기의 복도에 울려 퍼지면서 약간의 활력을 더했다.성연신은 그녀가 왜 웃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들고 있는 음식을 바라보니 문득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우렁차게 났다.그는 거칠게 음식을 받더니 원망하듯 말했다.“이렇게 늦게 보러 오다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우리가 이혼한 사이란 거 잘 알아둬요. 지금 연신 씨 보러 온 것도 우주 얼굴 봐서 온 거거든요. 정말 마음씨도 착하고 자비도 베풀 줄 아는 전 아내죠?”성연신은 콧방귀를 뀌더니 얼른 밥을 먹는데 몰두했다.“아... 지금이 더 방랑자 같아요.”10분 뒤 마지막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은 성연선이 당당하게 말했다.“아직 배가 부르지 않으니 더 해줘요.”심지안은 어이가 없어 그를 응시했다.“가정부나 시켜요. 제가 당신 보모도 아니고.”성연신이 잠시 생각하더니 머리를 긁적였다.“당신이 해준 밥밖에 목구멍에 넘어가질 않는데 어떡해요.”그도 당연히 심지안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위를 속일 순 없었다.밥이라곤 입에 대지도 못하던 그가 심지안이 만들어준 음식은 마치 마력이 있는 것처럼 술술 넘어갔다.비록 산해진미는 아니었지만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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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아무것도 모른 채 살게 하고 싶지 않다

“이분이 당신이 전에 말한 환자예요?”성연신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치료할 수 있는지 봐주세요.”그가 수염을 쓸어내리며 심지안을 훑어보았다.“글쎄요. 일단 앉아서 상황을 좀 보죠.”그가 한쪽의 치료용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누워보세요. 최면을 깊이 걸어야 해요.”성연신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심지안을 위안했다.“제가 옆에 있으니까 긴장하지 말고요.”심지안이 고개를 끄덕였다.“안 무서워요.”이런 작은 일보다 그녀는 자신이 빨리 건강을 되찾길 바랐다.이번 의사는 지난번 병원에서 진찰을 본 의사보다 조금 더 빨랐다. 그의 지령에 따라 심지안의 신경은 차츰 풀렸고 온몸이 이완되어 깊은 잠에 빠지게 되었다.지난번과 다른 점은 심지안의 이번 꿈은 공포스러웠으며 마귀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이었다.하늘은 뿌옇고 유난히 어두웠다.그녀는 쉬지 않고 뛰어다녔고 강아지를 품에 꼭 껴안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안에서 숨었습니다.잠시도 쉬지 못하다가 앞의 한 줄기 빛을 보고 나서야 심지안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강아지를 다독였다.“괜찮아. 무서워 하지 마. 곧 안전해질 거야.”온몸이 하얀 털로 덮인 강아지의 새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문득 심지안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버젓이 강아지가 마귀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귀는 이를 악물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아악!”심지안이 비명을 지르며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깨어났다.성연신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미간을 찌푸린 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겁 내지 마요. 다 가짜예요. 제가 있는 한 당신을 건드릴 사람은 없어요.”숨을 크게 몰아쉬던 심지안은 5분쯤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고 조금 나아졌다.“제가 무슨 꿈을 꾼 건지 아세요?”“네.”그녀가 의사가 건네주는 레몬물을 받았다.“이게 뭘 의미하는 거죠?”의사와 성연신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지안씨가 믿고 있던 강아지가 실은 마귀의 화신이며, 지안 씨 믿음을 저버리고 결국 물었다는 걸 의미하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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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곧 모일 테니 이건 기쁜 일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 경험 자체를 모두 잊게 된다면 반드시 고통스러울 것이다.고청민 쪽에서 어떤 수작을 부릴지 모르는 데다 최면술 자체가 해만 되고 유익한 점이 없으니 없앨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없애야 했다.인간의 신체적 능력에는 항상 한계가 있는 법이다. 예를 들면 그의 어머니처럼...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속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고 온전한 데가 없습니다.“최면술을 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지금은 좀 어렵잖아요.”의사가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연신 씨 신통력이 대단하니 혹시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절 난처하게만 하지 않으면 돼요.”강제적으로 최면을 푸는 것, 그는 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었다.만일 뜻밖의 변고라도 생기면, 심지안을 잃으면 본인도 죽을 수 있었다.이때 심지안이 약을 가지고 돌아오자, 성연신은 의사를 슬쩍 흘겨보았다. 눈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담고 있었다.“약은 제때 먹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다음 번 재검사는 언제 하나요?”“음... 당분간은 약만 먹고 2주 후에 재검사받으러 오세요.”의사는 압박감에 어정쩡하게 대꾸했다.“제 병이 많이 심각한가요?”심지안의 맑고 깨끗한 눈동자에 아득함이 느껴졌다.“그리고 제 병은 의학용어로 뭐라 부르나요?”의사는 계속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병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최면에 걸렸다고 사실대로 말하는 건 좀 별로겠지? 잊은 것을 기억하려 할 수록 두통이 강해질 테고 악순환이 될 테니까.“글쎄요,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전국적으로 사례가 비교적 적어서.”손바닥만 한 심지안의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성연신은 매서운 눈초리로 의사를 힐끗 쳐다보았고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의사는 그저 억울했다. 최면술은 원래 드문 데다 이렇게 성공한 최면술을 보기는 더더욱 어려웠기에 틀린 말도 아니었다."사례가 적다고 치료가 어려운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요."사납던 성연신의 훤칠한 얼굴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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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회장님께서 화내실 텐데

병원에서 나온 심지안은 세움 그룹 직원에게서 얼른 처리할 일이 있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고청민이 사임한 뒤로 대부분의 무거운 책임이 심지안을 짓누르고 있었기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바빠졌다.성연신은 성우주를 데려오러 학교로 향했다.카시트에 앉은 우주는 휴대폰으로 열심히 서류를 확인하는 아빠를 바라보며 불쾌한 듯 입을 열었다.“아빠, 상의할 게 있어요.”성연신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말해.”“엄마한테 밥 좀 시키지 않으면 안 돼요? 여자한테는 명령하는 게 아니라 아껴줘야 해요.”화면 스크롤을 올리던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가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난 네 엄마가 해주는 밥이 좋은걸.”“가끔 한 끼 정도는 이해해요. 우리 집에 셰프가 부족한 것 도 아니고 매일 하는 건 얼마나 힘들겠어요.”“매일 시킨 적도 없잖아.”“어쨌든 생각해 보라고요.”점심에 그렇게 평생 밥을 못 먹어본 사람처럼 주접스럽게 먹더니. 그마저 그 모습에 놀란 참이었다.다 머고 나니 접시들은 조금도 남김없이 싹싹 긁어 먹은 건지 깨끗했다.저한테도 남겨주지 않았다.이기적인 아빠 같으니라고.성연신이 어쩔수 없다는 듯 말했다.“나도 그건 싫지만 네 엄마가 하는 밥이라면 항상 평소보다 더 먹고 싶어져.”3일 동안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음에도 그는 배고픈 걸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지안이 음식을 차려 대령하면 마치 굶어 죽은 귀신이 붙은 것처럼 흡입하게 되었다.전아내 앞에서 체면이 정말 말이 아니다.우주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버지 말씀도 틀린 것이 없었다.엄마가 만든 음식은 냄새만 맡아도 맛있다.“그럼 이렇게 해요. 가끔 몇 끼 하는 건 괜찮은데 엄마가 요리할 때 아빠가 옆에서 좀 도와줘요.”우주는 마치 애어른인 양 진지하게 훈계했다. 그러나 그도 그럴 것이 아이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요리는 요리사가 해야 할 일이고 아내는 남편을 위해 요리하며 분위기를 좋게 만들 수 있지만, 하지만 아빠와 엄마는 아직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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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진심으로 진심을 바꿀 수 없다

“세움 그룹의 반은 원래 제 것이었어요. 훔치지도, 빼앗지도 않았는데 안될 이유라도 있나요?”담담한 목소리에 원망이 담겨있다.어쨌든 그는 이방인일 뿐이고,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사람은 심지안이다. 옳든 그르든 그 마음은 무조건 편향되어 있다.“우선 마음 가라앉히고 이야기 잘 나눠봐요. 회장님은 당신에게 그렇게 모질게 굴지 않을 거예요. 그저 교훈을 주고 싶은 것일 뿐 정말 회사에서 쫓아낼 생각은 아닐 거예요.”“정말 쫓아내는 게 아니라면 왜 외부 언론에 알렸겠어요?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일종의... 변칙적인 보호일까요?”늙은 비서가 떠보듯 말했다. 사실 지금은 아무도 성동철의 마음을 짐작할 수 없었다. 심지안까지 포함해서.“필요 없어요. 지금 날 이렇게 대한 것으로도 이미 충분히 실망했어요.”진심으로 진심을 바꿀 수 없다면, 그럼 차라리 됐다.자기만을 위해 살 것이다.가족에 대한 사랑은 2순위에 두고.이기적으로 살면 많이 생각할 필요도 고통 받을 필요도 없다.고청민이 야윈 손목에서 팔찌를 빼내 갖고 놀았다. 눈빛은 사람 한 명이라도 죽일 것처럼 매서웠다.늙은 비서는 불시에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 얼른 물러났다.그녀는 일개 직원일 뿐이다. 성씨 가문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그녀와는 상관도 없었고 그녀가 상관할 바도 아니었다.사실 회장님께 주의를 주려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감히 그럴 순 없었다... 과도한 개입은 좋은 일이 아니니까.가끔은 모른 척 차갑게 대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밤늦게까지 일에 몰두하던 심지안이 지점장과 화상회의를 마치고 고개를 들어보니 바깥 하늘은 이미 어두워진 뒤였다.심지안은 의자에 누워 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지친 눈을 비비며 책상 옆에 놓인 휴대폰을 가져와 메시지를 확인했다.그중 낯선 번호가 심지안의 관심을 끌었고, 그녀는 중얼중얼 따라 읽었다.“엄교진 원장님의 예약 표를 판매 중...”이전에 암표상이 대신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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