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971 - 챕터 980

2278 챕터

제971화 자기가 원하지 않은 것

반승제는 자리에 앉더니 탁자 위로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지난번 회의와 똑같이 진행되는 상황에 반기범 측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반기범을 바라보았고, 반기범은 주먹을 꼭 쥔 채 낯빛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베팅 계약은 끝났고 승제 네 손에 있던 20%의 지분은 이미 내 손에 넘어왔어. 지금 여기 온건 네 얼굴에 먹칠 하는 것 밖엔 안 돼.”반승제가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흘깃 보았다.굳이 반승제가 입을 열 필요도 없이 장 사장이 대신 말해주었다다.“끝났든 안 끝났든 그게 무슨 상관이죠? 반승제 씨는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애초에 저는 한성 그룹의 5%의 지분도 반승제 씨한테 주려고 했어요. 근데 반대표님이 한사코 사양하셔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지금껏 가지고 있었던 거고요.”장사장은 지금까지 반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을 대하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태도로 반승제에게 살갑게 굴고 있었다.장사장의 말이 대체 무슨 뜻일까?그가 지분을 반승제에게 주려고 했다는 건 반승제는 이미 이 베팅 계약에서 이긴 것이나 다름 없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베팅 계약이 끝난 후에야 느긋하게 현장에 도착했다.‘말도 안 돼!’반기범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장사장에게 화를 냈다.“장사장님, 지금 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반승제 씨는 이기고 싶지 않았던 거라고요.”장사장은 혹시 반승제가 더워할세라 곁에 있던 서류를 가져와 그에게 부채질을 해주었다.심인우는 반승제에게 아부를 떠는 장사장을 보며 겨우 웃음을 참았다.일전에 대표님이 장사장은 형세를 잘 읽고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는데 그 말에 하나도 틀린 점이 없었다.현장에 있던 반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이기고 싶지 않다니, 반승제 너 허세 부리지마. 너한테 당한 게 얼만데 아직도 우리가 널 믿을 거 같아?”“그래, 맞아. 그러게 누가 어른들한테 그 따위로 대하라고 했어? 네 형이랑 비하면 넌 아직 멀었어.”“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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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그는 봐주지 않는다

반승제는 상석에 앉아서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1분이 지난 후 그가 반기범에게 말했다.“둘째 큰아버지, 장사장님 손에 있는 20% 의 지분을 사기 위해 집도 내놓으시고, 현금도 내놓으시고, 심지어 은행에 4000억도 빌리셨다면서요. 이제 어쩌시려고요.”그는 웃음을 지으며 현장에 있는 다른 반씨 가문의 사람들도 쭉 보았다.아까까지 의기양양하던 사람들은 모두 목을 움츠린 채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반승제는 담백한 시선으로 그들을 훑어 보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마치 찬바람이 살을 후벼파는 듯했다.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굳힌 채 서로 눈치만 보기 바빴지 아무도 반승제에게 말을 걸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말도 안 돼. 이건 절대 말도 안 돼! 반승제, 네가 분명 더러운 수단을 썼을 게 뻔해.”몇 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일이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던 찰나 반기범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반승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반기범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그 누구도 봐주지 않았다.“작은 아버지 손에는 현재 방금 사들인 20% 의 지분 밖에 없어요. 2가지 선택지를 드릴게요. 방금 그 지분을 시장가의 절반 가격으로 저한테 파세요, 그러면 제가 은행에 빚진 4000억을 갚아 드릴게요. 다른 한 가지 선택지는 제가 지금 당장 BH 그룹의 주식을 내려쳐서 당신 손에 있는 주식을 종이 쪼가리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어차피 저한테 있어서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으니까요.”2가지 선택지 모두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반승제가 이 미친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반기범에게 선택지를 주는 듯했지만 결국 두 선택지 모두 죽음으로 가는 길이었다.반기범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30% 의 주식을 저당잡히고, 또 두 배의 시장가격을 내세워서야 겨우 20% 의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지금 반승제에게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아 버린다면 그는 몇천억을 빚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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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기를 펴다

반승제는 웃긴다는 듯 등을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그래요? 그러면 다 같이 재현해 보세요.”임원은 지난 며칠 동안 같이 시달렸던 전우들을 끌어들이며 방금 벌어졌던 촌극을 다시 재현하기 시작했다.어떤 이는 손목이 떨어져라 박수를 쳤고, 어떤 이는 성혜인을 스카이웨어에 집어넣겠다고 큰소리쳤고, 어떤 이는 반승제가 감옥에 들어가도 싸다고 했다.반승제는 시종일관 표정 변화 없이 그들을 지켜보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박수 소리가 마치 자신들의 명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그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점점 사라지는가 하더니 결국 버티지 못한 한 사람이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승제야, 우리 모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단지 반기범이 눈치를 주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어. 우리 모두 사실 네가 BH 그룹의 대표가 되길 바라고 있었어. 게다가 반 회장님에 관한 일도 지금 경찰 특수팀이 조사하고 있는데, 네가 한 일이 아니라면 필시 반기범이 너한테 누명을 씌운 거겠지. 우리 모두 그 사람한테 속은 거야.”무릎을 꿇은 사람은 빨리 이 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두서없이 말했다.하지만 그런다고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반승제는 이미 성혜인을 스카이웨어에 보내 접대시킨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눈빛이 차가워지며 입가에서 웃음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지금에 와서야 이렇게 말씀하시다니, 너무 늦은 것 같아요.”“승제야, 그래도 우리가 네 웃어른이잖아. 한 번만 기회를 줘.”반승제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앞으로 매달 400만 원의 지출만 허락할 거예요. 이 숫자를 넘으신 분들은 알아서 반씨 가문에서 나가세요.”지금 당장 이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지 않는 건, 할아버지가 아직 계시기 때문이다. 반승제는 반태승이 노년에 외롭게 지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비록 이 사람들은 능력도 없고 남에게 빌붙을 줄밖에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그중에는 반태승을 기쁘게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자녀 중에서도 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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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사랑이 뭐기에 사람을 이렇게 괴롭게 하나

심인우는 고개를 숙인 채 사무실 나가는 사람들과 아직 사무실에 남아서 서로 아부를 떠는 사람들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때 장사장이 몸을 일으키더니 그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심비서님, 그럼 저는 이만 먼저 북미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반승제 씨의 사업이 더 잘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심인우는 장사장이 성격이 아주 마음에 들었기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인사했다.“네, 다음에 또 보시죠.”장사장은 가까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심비서님, 대표님께 말 좀 전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몇 년 전, 대표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한성 그룹이 고비를 넘길 수 있었어요. 저희는 그 은혜를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심인우는 가슴이 약간 뭉클해졌다.이 바닥에서 이렇게 순수한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많지 않았다.몇 년 전, 반승제도 장사장의 이런 인품을 알아보고 한성 그룹이 파산을 면하도록 도왔을 것이다.한성 그룹은 현재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었는데, 그 가문은 95%의 지분을 주식 예탁 기관에 맡기고 있었다. 그 뜻인즉 장씨 가문은 서로를 믿고 뭉칠 수 있는 가문으로서 한성 그룹이 그 누구의 손에도 넘어가질 바라지 않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그리고 한성 그룹의 대표가 나머지 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 가족들이 그에 대한 믿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이는 그들 가문이 얼마나 화목한지 잘 알려 주는 대목이었다. 반씨 가문의 복잡한 사정과는 다르게 말이다.“네, 알겠습니다. 대표님께서도 장사장님을 좋게 보고 계세요.”장사장은 얼굴에 웃음을 띤 채 기분 좋게 자리를 떠났다. 그는 돌아가는 길에 자기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전했다. 그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났다.심인우는 사람들을 모두 지하 주차장까지 배웅하고, 그들의 차가 멀리 떠나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그는 반승제의 비서였기에 누구보다도 덤덤한 태도를 유지해야 했다.하지만 모든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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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그가 제 마음을 받아줄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온시환도 서주혁의 말을 거들었다.“맞아, 진짜 똑똑하긴 하더라. 우리한테 전화 몇 번 걸더니 바로 떠나더라니까. 한 발만 늦었어 봐, 반기범이랑 반승현이 무슨 짓이든 저질렀을걸. 그리고 누가 대표 아니랄까 봐 떠나기 전에 회사 일도 잘 정리 해놓고 떠나고. 정말 대단하셔.”두 사람은 비웃음을 가득 담아 말했고 반승제의 안목이 높지 않다며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하필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진세운은 오늘 자리에 없어서 성혜인 편을 들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예전 같았으면 반승제는 두 사람의 말에 반박했을 테지만 오늘은 그저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술잔을 쥐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현재 참을 수 없는 쓴맛을 느끼고 있었다. 술기운으로 이 맛을 누르려고 해보았지만 어쩐지 마시면 마실수록 더 입맛이 써지는 기분이었다.성혜인에게 있어서 한번 싫은 건 영원히 싫은 거고 무슨 짓을 해도 되돌릴 수 없나 보다.함께 밤을 보냈지만, 아무 의미도 없었다.반승제가 손에 들린 잔을 돌리며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설우현이 다가오더니 그를 불렀다.“반승제 씨, 잠깐 나와 봐요.”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술기운에 젖은 눈으로 설우현을 바라보며 거칠게 말했다.“꺼져.”미친!화가 난 설우현이 반승제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내 동생이 제원에 온대. 걘 심장이 안좋으니까, 애지중지에 대해 줘야 해. 알겠어?”반승제는 짜증스러운 기분에 설우현의 손을 쳐내며 한마디 하려했지만 설우현이 더 빨랐다.“그리고 너랑 성혜인 씨 이미 끝난 사이 아냐? 내 동생 좀 보러 가는 게 뭐 어때서.”“내가 아무리 걔랑 끝났어도 네 여동생이랑은 안 만나.”설우현이 낯빛이 어두워져서 화를 내려는 찰나 뒤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작은오빠, 승제 여보 지금 많이 불편한 거 같아. 일단 그 손 좀 놓고 말하지 그래? 예의 없이 뭐 하는 짓이야.”룸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소문으로만 듣던 설씨 가문의 공주님이 서있었다.그녀는 마치 인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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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 진심으로 축하하는데, 이제 완전히 아웃이에요

아픈 몸을 무릅쓰고 반승제가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는 사이에 달려 온 것을 오면 사랑에 푹 빠진 것이 분명해 보였다.사람들은 떠들어 대기 시작했는데, 부축되어 있는 반승제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이 순간 모든 사람은 성혜인이라는 존재를 잊은 듯했고 성혜인은 반승제의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물에 불과해 보였다. 설인아는 그 말들로 순식간에 이 무리에 스며들었고 특수한 신분까지 더해지니 당당하게 반승제의 곁에 앉을 수 있었다.반승제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뒤로 등을 지그시 지댄 채 목젖을 굴렸다.이미 취기가 올라왔기에 심지어 휴대 전화를 꺼내 그만 참지 못하고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걸렸고 받는 이도 있었으나 남자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안녕하세요. 혜인이 대신 전화 받은 배현우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이에 반승제는 동공이 움츠러들면서 순간 아이스박스에 빠진 듯이 취기까지 사라지면서 온몸이 차갑기 그지없었다.“누구라고요?”반승제는 거의 조건 반사로 다시 한번 되물었는데, 그 이름이 무척이나 익숙했다.성혜인이 입원했을 때 중얼거렸던 그 이름, 겨울이의 전 주인, 그리고 성혜인의 첫사랑 같았다.“저는 배현우라고 하는데, 그쪽은… 반 대표님?”이는 성혜인이 저장해 놓은 이름이며 배현우의 입에서 들으니 반승제는 무척이나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아무런 말도 할 것 없이 철저하게 패배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보이지 않은 손에 심장이 꽉 잡힌 듯이 숨이 턱턱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이때 수화기 너머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별일 아니면, 먼저 끊겠습니다. 혜인이 지금 쉬고 있습니다.”반승제는 오늘 보란 듯이 거대한 승리를 거두었는데,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도 엉망진창으로 진 느낌이 들었다.숨을 깊이 들이쉬며 반승제는 휴대 전화를 꼭 움켜쥐었다.“성혜인하고 할 말이 있습니다.”“저랑 하시죠.”“당신이 뭔데 제가 당신이랑 얘기해야 하는 겁니까?”이것이야말로 반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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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절대 다시 옛정이 살아나게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성혜인은 이제 막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어지럽기만 하다.설인아의 말을 들었을 때, 순간 아무런 반응을 할 수도 없어 한참이나 소화했다.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반승제의 휴대 전화이고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소리는 설씨 가문의 작은 공주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요즘 기절한 상태로 줄곧 영양 주사에 기댄 채 지낸 터라 몸이 허약하기만 하다.하지만 설씨 가문 작은 공주의 목소리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앞으로 다시는 전화하지 마세요.”목소리는 한껏 차가워졌는데, 일부러 그런 것임이 단번에 느껴졌다.“아니면 사는 것이 죽은 것보다 괴로운 삶이 될 거예요.”설인아는 전화를 끊고 재빠르게 통신 기록을 삭제했다. 그러고 나서 룸에서 나와 대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반승제는 이미 부축을 받아 차에 올라 기대어 쉬고 있었다.차 안의 불빛은 매우 어둡고 반승제는 목젖을 굴리며 앞을 보고 있는데, 얼굴 절반에 어둠에 가려진 채 보일 듯 말 듯 한 표정은 더욱 날카로워 보였다.하지만 그 누구도 지금 반승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이때 설인아는 차창 밖에서 휴대 전화를 건네주었는데, 두 눈이 반짝거리고 있다.“승제 여보, 폰을 룸에 놔두고 와서 내가 챙겨 왔어.”반승제는 여전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설인아는 이에 기가 죽지 않고 차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자, 여기 둔다. 그럼, 돌아가서 꿀잠 자. 빠이빠이.”설인아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고 심인우에게 운전을 잘하라고 거듭 당부했다.모든 걸 마치고 난 뒤, 그제야 제자리에 서서 아쉬움이 가득한 모습으로 차가 떠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차가 시야에서 점점 사라짐에 따라 얼굴에 피어났던 웃음도 서서히 사라졌다.설인아는 자기 차로 돌아갔는데, 차에는 설우현이 타 있었다.설우현은 양손으로 버틴 채 창밖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오늘 이렇게 적극적으로 오지 말았어야 했어.”“둘째 오빠, 그건 아니야. 내가 온 것으로 지금 이 무리에 나하고 승제 여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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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본래 왕의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인물

성혜인은 장하리가 챙겨온 위약을 먹었고 지금 이마에 땀이 흥건하다.장하리는 백미러로 성혜인을 보고는 한참 동안 사색하더니 입을 열었다.“성 사장님, 요즘 스캔들이 돌고 있는데, 반 대표님께서 해외 설씨 가문의 따님과 눈이 맞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반 대표님께서 깔끔하게 이기셔서 화제의 중심에 있습니다.”이에 성혜인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이겼구나.’비록 반승제의 상황이 내내 걱정되었지만, 이겼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순간에 의외라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반승제는 본래 왕의 자리에 단정하게 앉아 있어야 할 인물이다.장하리는 성혜인으로부터 지시가 떨어지지 않은 걸 보고 액셀을 밟았다.포레스트로 돌아오고 나서 성혜인은 거실에 들어섰다. 들어오자마자 근엄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있는 늑대 킹이 보였다.하지만 성혜인은 아직 늑대 킹이 늑대라는 사실을 모르고 줄곤 개로 생각하고 있다.“흰둥아.”성혜인의 부름에 흰둥이는 늠름한 모습으로 고개를 든 채 거들떠보지도 않은 듯한 자태를 취했다.왠지 모르게 성혜인은 흰둥이가 반승제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이때 성혜인은 유경아에게 물었다.“요즘 흰둥이 뭐 먹었어요?”“수입 소고기만 먹었는데, 입이 꽤 까다로운 것 같아요.”그러자 성혜인은 미소를 지었는데, 눈빛은 부드럽기 그지 없었다.“그동안 내내 반 대표님 손에서 컸으니, 좋은 것만 먹었을 거예요.”흰둥이는 몸을 털면서 기지개를 켰다.흰둥이를 바라보는 유경아는 눈빛도 다정하기 짝이 없다.“사모님, 솔직히 말해서 저 지금까지 이렇게 큰 개는 처음이에요. 대표님께서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한테 물었더니 다들 어떤 품종인지 모르던데요.”이때 흰둥이는 소파에서 훌쩍 뛰어내렸는데, 높이 뛰러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착지했다. 마치 사냥하는 듯한 자세였다.성혜인은 소파에 앉아 위가 아픈 관계로 말투도 한껏 가라앉았다.“어떤 품종이든 예쁜 건 사실이에요. 게다가 엄청 똑똑하기도 하잖아요.”성혜인이 누웠을 때, 흰둥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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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성격이 비틀어진 사람

하지만 더 이상 물어보기 두려워서 성혜인에게 저녁쯤에 흰둥이를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이에 성혜인은 잠시 멈칫거리더니 한참 지나서 대답했다.“네.”그러고 나서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성혜인은 포레스트에서 오후까지 쉬었고 저녁쯤이 되자 심인우가 왔다.본래 강아지 목줄로 흰둥이에게 씌워 심인우가 편안하게 데리고 갈 수 있게 하려고 했지만, 집에 있는 목줄은 너무 작고 흰둥이는 너무 웅장하여 그럴 수 없었다.“심 비서님, 다른 목줄로 사 오라고 할게요.”심인우는 그렇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성혜인은 경호원에게 부탁했고 경호원은 20분 내로 가장 큰 목줄을 사 왔지만, 흰둥이에게 있어서 여전히 너무 작은 사이즈였다.게다가 흰둥이는 심인우의 말을 듣지 않는다. 차에 오르라고 하자, 흰둥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정원으로 달려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이에 성혜인은 어찌할 바를 몰라 소리쳤다.“흰둥아!”흰둥이의 이름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성혜인의 말에 잘 따르지 않는다.부를수록 흰둥이는 더 멀리 달려갔으니 말이다.심인우는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어 아직 야근하고 있는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흰둥이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그럼, 그냥 그곳에 있게 놔둬요.”이 말을 듣고 심인우는 그가 이미 모든 것을 예측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BH 그룹의 배신자가 누구인지도 예측해 내는 사람이니 애완견 한 마리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심인우는 살짝 웃으며 참 성격이 비틀어진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전화를 끊고 나서 심인우는 성혜인을 보고 말했다.“페니 씨,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흰둥이 이곳에 있게 두세요. 대표님도 지금 한창 바쁘세요.”심인우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성혜인도 더 이상 좋은 방법이 없었다.흰둥이를 당장 보내고 싶다고 한들 그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본래 반승제의 몸 상황은 어떠한지, 전에 당한 부상은 이제 다 아물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심인우가 너무 다급하게 떠났다.그는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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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천천히 괴롭히면서 말려서 죽일 생각

도송애라고 추측하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모든 화살이 성혜인에게 쏠렸다.장하리는 그러한 댓글들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린 채 화면을 성혜인 앞으로 돌렸다.“성 사장님, 말씀대로 도송애측에서 사장님을 공격하게끔 여론을 조작하고 있습니다.”성혜인의 이름은 검색어 순위에 한동안 있었으며 온수빈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성혜인은 욕을 먹곤 했다.의자에 기대어 앉은 성혜인의 두 눈에는 아무런 정서도 보이지 않았다.“여론이 정점을 찍을 때 동영상을 퍼뜨리면 됩니다. 도송애 얼굴이 똑똑하게 알리도록 해야 하고 그 소식이 나가고 나면 또 한동안 들끓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또다시 TJ엔터테인먼트 다른 고위층의 스캔들을 폭로하면 됩니다.”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앞으로 한 달 동안 TJ 엔터는 검색어를 독차지하게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회사의 명성이 바닥을 향하면서 모든 이들은 좋지 않은 시선으로 이미 계약한 연예인을 보게 될 것이다.그게 남자든 여자든지를 막론하고 스폰을 받은 건 아닌지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하여 명성이 자자한 연예인들은 이 틈을 타서 계약 해제를 선택할 것이다.“요즘 도송애 측에서 이 계정으로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진을 들고 있는지 염탐할 것인데, 일단은 100억 원 한다고 하면 됩니다.”장하리는 막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개인 메시지를 보내 손에 들고 있는 내용들을 사고 싶다고 했다.상대는 분명 도송애측의 사람이 확실하여 장하리는 즉시 100억 원을 제기했다.과연 상대는 잠시 멈칫거리더니 더 이상 답장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무조건 도송애에게 알리러 갔을 것이다.이를 전해 들은 도송애는 테이블을 탁 치며 분노해 마지 않았다.“미친 거 아니야? 100억? 지가 무슨 은행이라도 되는 줄 알아? 됐어! 그만 신경 쓰지도 마. 손에 들고 있는 것도 얼마 없을 거고 사진 한 장으로 팔로우나 좀 늘고 돈이나 좀 떼가려고 수작부리는 거야.”연예계의 보편적인 상황에 훤한 도송애는 차갑게 씩 웃었다.연예계에서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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