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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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제 남편이에요

성혜인은 반승제의 차가운 표정에 몸이 흠칫 떨리는 것만 같았다.그의 일행은 빠르게 성혜인을 스쳐 지나갔다. 가장 선두에 있는 사람은 반승제와 얘기하느라 주변을 신경 쓸 겨를도 없어 보였다. 뒤에 있는 사람은 전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이는 성혜인이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낯선 세상이었다.성혜인은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골프채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평범한 생김새의 이승주는 명품 운동복을 입고 가볍게 공을 치고 있었다. 성혜인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골프채를 캐디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드디어 만났네요, 페니 씨. 일 한 번 같이 하기 너무 힘든 거 아니에요?”성혜인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아닙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직원일 뿐인데요.”이때 골프장 직원들이 주변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거물이 방문하려는 모양이었다.성혜인의 시선을 느낀 이승주는 허풍을 치기 시작했다.“BH그룹이라고 알아요? 제 아버지가 오늘 BH그룹 대표랑 4조짜리 경기를 준비했어요.”성혜인의 경험으로 허풍 치기를 좋아하는 고객을 상대로는 무조건적인 칭찬이 가장 옳았다.“도련님께서 금방 산 땅만 해도 600억은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4조쯤은 HD은행에게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요?”이승주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그 정도는 아니에요. 하지만 반승제가 금방 귀국하고 나서 첫 합작 기회가 생겼으니 이쯤은 준비해야죠.”“반승제 씨의 귀국이 확실히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죠.”성혜인은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칭찬만 했다.이때 이승주가 캐디가 건네는 물을 받아들며 몸을 일으켰고, 성혜인도 어쩔 수 없이 따라 일어났다.“제 아버지 말로는 반승제가 이미 결혼했다고 하더라고요.”“그래요? 보기에는 전혀 결혼한 사람 같지 않던데요.”성혜인은 골프채를 꺼내면서 말했다. 갑이 하고 싶은 얘기라면 그녀는 뭐든 맞춰줄 수 있었다.“그러게 말이에요. 결혼을 했으면 와이프를 보여줘야 할 거 아니에요. 이쯤 되면 사람들이 비웃을 정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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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 여자는 제 부인이 아니에요.

이승주는 성혜인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밖에는 그의 경호원으로 쫙 깔려 있었다.반승제가 우월한 몸매가 숨김없이 드러나는 운동복을 입은 채로 우아한 자태로 걸어오고있었다. 그는 멀지 않은 곳의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이승주는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성혜인에게 말했다.“남편이 왔는데 인사는 해야 하지 않나요?”성혜인은 숨을 잠깐 고르더니 밖으로 걸어 나갔다.반승제가 휴게실 문을 빼꼼 열었을 때 여자의 손길을 느끼고 동작을 멈췄다. 여자는 그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휴게실 안으로 밀어버렸다.반승제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나가.”성혜인은 빠르게 휴게실 문을 잠그고 간절한 표정으로 반승제를 바라봤다.“정말 죄송해요. 저 여기 잠깐만 있다가 가면 안 될까요?”반승제는 말없이 성혜인의 무릎을 바라봤다.그의 시선을 따라 성혜인도 자신의 무릎을 바라봤다. 샤워하면서 따듯한 물이 닿아서인지 무릎의 상처는 더욱 선명해졌다. 마치 ‘잘못된 자세’로 이렇게 된 것처럼 말이다...“이건 차에 부딛혀서 이렇게 된 거예요.”성혜인은 발그레한 얼굴로 약간 어색하게 설명했다.‘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왜 설명하고 있는 거야!’“여긴 뭘 하러 왔어?”반승제는 눈을 깔아 그녀는 바라봤다.“일하러요.”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반승제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복잡한 표정으로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녀를 쫓아낼 생각은 없는 듯했다.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성혜인은 눈을 피했다. 반투명한 욕실 문 뒤에서 반승제의 그림자가 은은하게 보였다.반승제의 몸에는 군살이 하나도 없었다. 샤워기에서 떨어진 물은 단단한 가슴팍을 따라 은밀한 곳으로 흘러내렸다.성혜인은 그의 온도와 힘이 또다시 생각날 것만 같아서 눈을 꼭 감고 몸을 돌렸다.이승주에게 보여줄 건 다 보여줬으니, 성혜인은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반승제와 하룻밤을 보낸 것만으로 해도 이미 충분히 어색했는데 그녀는 이혼을 앞두고 다른 에피소드를 만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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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제가 책임지고 해결할게요

이승주는 잠깐 멈칫하다가 뒤늦게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차린 듯했다.‘감히 부승제의 이름으로 나를 밀어내다니... 담도 크군.’당사자가 직접 아니라고 말했으니, 이승주는 조만간 다시 만나면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골프장에서 나온 성혜인은 아직도 이승주의 역겨운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그녀는 일단 이곳을 빠져나간 후 방법을 생각해 볼 작정이었다.성혜인의 초라한 차는 주차장의 고급 차량과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차에 올라탄 성혜인은 조심스럽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오던 차의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쳐 버렸다.성혜인의 차는 앞으로 3m나 밀려났고 바로 앞에 세워져 있던 벤틀리와 연이어 부딪치게되었다.차에서 내려온 성혜인은 한 중년 여자와 마주쳤다. 깔끔한 메이크업을 한 중년 여자는 성혜인의 차를 보고 약간 무시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성혜인을 돈 많은 남자를 쫓으러온 여자로 여기는 듯했다.중년 여자의 표정을 읽은 성혜인은 머리를 돌려 벤틀리를 바라봤다. 번호판이 무려 같은숫자인 자동차를 중년 여자는 봤는지 모르겠다.“그쪽 차는 내 보험회사에서 배상해 줄 테니까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여자는 손을 휘적이며 대놓고 귀찮은 티를 냈다.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앞에 있는 차는...”성혜인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여자가 먼저 가로챘다.“내가 시간 낭비하기 싫다고 했잖아. 앞 차도 내가 알아서 배상할 테니까 빨리 나가. 나도 주차해야 돼!”앞 차는 아무래도 2000만 원 정도 배상해야 할 것 같았지만 중년 여자가 알아 한다고 했으니, 성혜인은 개의치 않고 떠나갔다.중년 여자는 이제야 앞 차가 최고급 벤틀리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차주를 찾을 생각이 없는 듯 재빨리 주차하고 골프장 안으로 들어갔다....반승제는 이문호 부자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심인우는 차를 준비하기 위해 먼저 앞으로 달려갔다가 처참한 현장을 바라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주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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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여보, 저... 저것 다 헛소리예요.

성혜인은 머리카락을 닦다 말고 골프장에서 부딪힌 벤틀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차라면 이미 얘기가 끝나지 않았던가?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옷을 갈아입고 경찰서로 따라갔다.“성혜인 씨, 이건 차량 번호 11111의 사고 현장 사진입니다. CCTV에 따르면 저녁 6시 20분경, 성혜인 씨가 사고를 내고 아무런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채 도주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사고는 전적으로 성혜인 씨의 책임입니다.”성혜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다른 차 한 대를 가리켰다.“이분이 급한 일이 있는데 앞 차도 알아서 배상해 준다고 해서 제가 떠난 거예요.”“벤틀리의 차주분은 성혜인 씨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이건 보험 회사의 청구서이니 확인해 보십시오.”6000만 원.이는 성혜인이 배상하지 못할 정도의 거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억울해서라도 배상하고 싶지 않았다.“만약 저희의 말을 따르지...”경찰이 말을 끝내기 전에 한 젊은 경찰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성혜인 씨는 이미 석방되셨습니다. 이만 가보셔도 됩니다.”성혜인은 약간 의아했다. 왜냐하면 그는 아직 아무한테도 이 일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경찰을 따라 밖으로 나오자 경찰서 바로 앞에 검은색 차량이 보였다. 경찰은 그녀를 향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가족분이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성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네. 감사합니다.”성혜인은 경찰이 떠난 다음에야 다가가서 상대가 누구인지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차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누군가가 그녀를 힘껏 끌어당겼다.이상함을 눈치챈 성혜인은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살...!”코와 입을 막은 손수건에서는 자극적인 냄새가 났다. 성혜인은 잠깐 버둥거리다가 금세 힘없이 축 늘어졌다.그녀는 정신이 몽롱해서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들었다.“도련님이 호텔에서 기다리고 계실 거야. 얼른 데려가자.”“근데 진짜 예쁘게 생기기는 했네. 얼굴 하고 몸매가 아주 요물이 따로 없어. 어쩐지 승주 도련님이 CCTV를 보자마자 찾아오라고 한다고 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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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정신이 좀 들어?

성혜인은 입술을 약간 벌렸고 약의 영향으로 인해 눈빛에 물기가 돌았다.애써 잊으려고 했던 기억의 파편들은 반승제의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며칠 전의 그날 밤에도 그녀는 이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무엇이라 표현할지 모를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그리고 성혜인도 이 분위기를 타 그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이승주는 반승제가 그녀를 밀어내지 않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분명 낮에 반승제의 입으로 그녀는 자기 부인이 아니라고 부정하였는데 지금 이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이승주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성혜인에게 말했다.“페니 씨, 저 여기 있어요. 이쪽으로 와야죠.”이승주는 성혜인의 반응이 약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성을 잃은 성혜인은 그 누가 데려간다고 하여도 반항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성혜인을 향해 손을 내밀던 이승주는 이내 반승제의 눈치를 보며 다시 손을 거두었다.반승제도 바보가 아니니 그녀가 낮에 자신의 탈의실로 뛰어 들어온 게 이승주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니 그녀는 이승주의 여자친구일 리가 없었다."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겠죠..."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는 말끝을 흐리며 자기 목에 매달려 있는 여자를 힐끔 봤다.성혜인의 눈빛은 매혹적이었고 행동 또한 대담하였다.그녀는 이미 반승제의 목을 잡고는 한 마리의 고양이처럼 그의 목에 매달려 자신의 몸을 맞대며 입술을 맞추고 있었다.더웠다. 그녀는 불같은 자신의 지금 이 상태를 식히고 싶었고 때마침 눈앞의 남자는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더운 기운에 그녀는 더 차가운 걸 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지금 이 행동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꼴밖에 되지 못하였다. 갈증이 났다.그녀의 행동을 본 이승주는 아랫배가 당겨 오는 것을 느꼈고 성혜인의 청량한 분위기와 표정은 독을 품은 장미의 가시처럼 남자의 가슴을 찔러댔다.설마 반승제도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닐까?여자와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그가 말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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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여보... 아니, 반 대표님

욕조 옆에 선 반승제의 정장 바지는 물에 흠뻑 젖었고, 따라서 그의 몸도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그날 밤의 기억 파편도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있었다.반승제 본인도 그녀의 여보라는 말 한마디에 자신의 몸이 이렇게까지 반응할 줄은 몰랐다.말을 하는 목소리마저 갈라졌다.“정신 차렸으면 알아서 나와.”성혜인의 옷이 물에 젖은 바람에 그녀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녀의 긴 생머리는 뺨에 달라붙어 마치 물에서 갓 나온 요정같이 사람을 홀리고 있었다.몸의 열기가 또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반승제를 보고 싱긋 웃더니 그녀는 그대로 욕조에서 나오려고 몸부림을 쳤다.하지만 반승제의 잘난 얼굴에서는 한치의 표정도 읽을 수 없었고 그녀를 그대로 다시 욕조로 밀어 넣어 그녀의 머리 위로 샤워기를 틀었다.남자의 행동은 부드러움은 고사하고 거칠기까지 하였다.성혜인은 할 수 없이 눈을 감았다. 그녀는 정신이 몽롱할 때 딱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약 효과 때문에 이러는 자신 때문에 그녀도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반승제는 힘을 풀었고 그녀 혼자 정신이 돌아오게 놔둘 생각으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는 그녀에게 옷깃을 잡히는 바람에 그의 몸은 그만 앞으로 기울어졌다.그렇게 두 얼굴이 서로 마주하고 입술까지 부딪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한 명은 뜨겁고, 다른 한 명은 차가운 채 말이다.콰당.손에 쥐여 있던 샤워기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고, 반승제의 목젖은 심하게 위아래로 요동치고 있었다.그의 몸이 다시 반응하려는 그 순간, 그는 몸을 일으켰다. 욕조 안의 사람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쾅!욕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반승제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것만 같았다.거실로 나온 그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고 차가운 눈빛은 창가에 고정한 채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심인우가 들어왔을 때, 방 안의 공기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것은 눈치로 느낄 수가 있었다. 마치 얼음장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그는 반승제의 바지가 반쯤 젖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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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못 마땅해 하는건 당연한

성혜인의 몸은 흠뻑 젖어져 있었고 긴 생머리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신발을 신지 않은 발로 바닥을 밟고 있으니, 발목마저 뻣뻣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의 발은 하얬고 정갈하게 정리된 발톱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오므리고 있었다.반승제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쳐다 보았고 노트북을 닫으며 비웃었다.“여보? 이제는 네 속셈을 감출 생각도 없나 봐?”그의 시선을 느낀 성혜인이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불빛 때문에 그녀의 속옷마저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었다.창백하던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오르더니 그대로 욕실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그녀의 수작 과정을 보고 싶지 않았던 반승제는 다시 자신의 노트북과 파일을 가져와 자리를 뜨려고 하였는데 파일 안에 있던 사진들이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졌다.미처 주울 겨를도 없이 욕실의 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갈아입을 옷조차 없었던 성혜인이 타올을 두르고 젖은 긴 머리를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뽀얀 얼굴이 드러났고 그녀의 말과 행동도 전보다 많이 진정된 듯싶었다.“대표님, 이번 일에 대해서는 사과할게요.”성혜인은 고개를 숙이고는 키를 꺼냈다.“방은 다른 방으로 준비해 드릴게요. 그리고 필요하면 이번 일에 대한 정신적 피해 보상도 할게요.”그녀를 이승주 손에서 구해준 자신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기는커녕 그녀가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이런 취급을 받자 화도 나지 않았다.“정신적 피해 보상?”반승제는 그녀가 한 말을 다시 반복하며 자신이 들은 게 틀림이없다는 걸 확인이라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성혜인은 불안감에 타올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는 바람에 타워에 주름이 잡혀져 있었다. 아직 몸 안에 약물이 남아 있을지도 몰랐기에...고개를 들어 반승제와 눈을 마주치자 방금까지 말하려고 준비해 두었던 말들이 금세 공기 속 먼지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머릿속에는 그녀가 그에게 붙어 억지로 키스하던 장면이 스쳐 지나가자, 가슴속에서는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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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저 사실 결혼했어요

성혜인은 이마에 붙어 있는 앞머리를 뒤로 넘겼고 눈빛은 맑고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가 내뱉는 발음은 정확했고 온화한 미소마저 지어 보이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대표님, 제가 자기소개를 다시 할게요. 저는 실내 디자이너 페니라고 해요. 대표님께서 보고 계신 작품도 제가 디자인한 거예요.”반승제의 발걸음은 그대로 멈췄고 몸은 경직되어 있었다. 자신이 환청을 들은 건 아닌지 싶었다.성혜인은 그가 자신이 내민 손을 잡지 않는 것을 보고는 자연스레 손을 거두었다.“전에 몇 번이고 대표님과 미팅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별로 흥미가 없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제 작품 사진을 갖고 계시네요. 혹시 생각이 바뀌셨나요?”그녀는 막힘없이 말하였다.“만약 그런 거라면 저도 대표님에게 보상할 기회가 생긴 거네요.”반승제 이십몇 년 생활에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실내 디자이너?그는 고개를 숙여 손에 쥐어져 있는 사진 말미에 있는 디자이너 이름과 일렬번호들을 빤히 쳐다보았다.Penny. 영어 문자로 정갈하게 쓰여져 있었다.그리고 그동안 두 사람 대화들을 떠올린 그는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오해였다고?남자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고 손에 사진을 꼭 쥔 채 다시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았다.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이어서 심인우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대표님, 여자분이 입을 옷을 가져왔어요.”성혜인은 자신을 위해 준비해 놓은 옷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심인우가 다시 한번 노크를 하려고 하였지만 이미 문은 안에 있는 사람으로 인해 열려 있었고 온몸이 물에 젖은 여인이 목욕 타올을 걸치고 있는 게 보였다.심인우의 눈빛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안 그래도 갑자기 미팅을 중단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몰려들어 대표 옆에 있던 여자가 누구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심인우도 여기저기서 그녀가 자신의 대표한테 여보라고 했다는 무성한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그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있다가 급히 봉투에 있는 것을 건네주면서도 눈길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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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그날 밤에 대한 보상

방안은 시계 소리 돌아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반승제는 다시 한번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하였다.‘그러니까 나를 여보라고 부른 건 사람을 잘못 봐서라고?’크리스탈 샹들리에의 빛이 그녀의 옆 모습을 비췄고 그녀가 말을 계속하였다.“그날 밤 일에 대해 전 이미 잊었어요. 대표님도 잊었을 거라고 믿어요. 방금 여보라고 한 것도 정식으로 사과할게요.”사춘기 소년 소녀들도 아니고, 그리고 그날 밤 일은 소윤이 꾸민 일이니 그의 문제만은 아니니 당연히 책임질 필요도 없었다.눈앞에 놓여 있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그녀였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골머리를 앓고 싶지 않았다.“혹시 제 디자인에 흥미가 생기신 거라면 대표님이 원하는 걸 말씀해 보세요.”너무도 자연스레 공적인 얘기로 화제를 돌린 그녀는 마치 그날 일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반승제는 욕실에서 실수로 그녀 옷 밑에 지워지지 않은 흔적을 보고서야 그날 자신이 얼마나 이성을 잃었는지 알수 있었다.그날따라 더 심했을지도 몰랐다.그녀가 그 꼴로 집에 돌아갔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이 이혼하자는 말도 없는 걸 보아서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거나 둘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그는 등을 뒤로 졎혔고, 그 짧은 순간 그는 다시 평정심과 이성을 되찾을수 있었다.“사과해야 할 건 내 쪽이야. 만약 그날 밤 일로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면....”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혜인이 그의 말을 잘랐다.“아니요.”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였다.“저와 제 남편 사이는 그대로예요.”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모르는 사이여야만 했다. 아무것도 변할 건 없었다.반승제는 사실 기분도 그럭저럭 괜찮았고 그녀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더욱이 관심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듣자 비웃고 싶어졌다. 여전하다고?어떤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바람을 묵인할 수 있단 말인가.자신의 영역 안에서 제삼자의 출현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는 성혜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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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집안을 풍비박산 낼 건 아니지

반승제의 뒤에 서 있던 심인우는 자신의 대표가 회의 시간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알려 주려고 하려다 성혜인의 얼굴을 마주치고는 도로 삼켰다.‘이분이 바로 어제 그 여성분인가? 도대체 우리 대표님과는 무슨 관계일까?’곧이어 엘리베이터가 그들 앞에 멈춰 섰고 성혜인은 손으로 ‘들어가세요’ 하는 자세를 취하였다.반승제는 사양하지 않았고 이어서 몸을 돌려 심인우에게 먼저 회사에 가 있으라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발을 내디뎌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호텔의 조식은 아래층 로비에 있었는데 그들이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반승제와 성혜인은 창가 쪽 자리로 가서 앉았고 곧이어 웨이터가 레몬물을 따라주었다.그녀는 레몬물을 마셨고 레몬의 산미 때문인지 몽롱하던 정신이 많이 맑아진 것만 같았다.식사 후 병원에 가도 늦지 않겠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어쩌면 가는 길에 저혈당으로 먼저 쓰러질 불상사를 피할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물잔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대표님, 평소에 무슨 책 좋아하세요? 임 사장님한테 듣기로는 예술 관련된 수업도 들으시는것 같던데요.”고객이 원하는 스타일과 평소의 취미 생활은 그녀의 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또한 이런 간단 대화는 디자인의 모티브를 결정짓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반승제는 아마 아메리칸 스타일은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무겁고 색채도 화려하기에.그렇다고 코리안 스타일도 그에게는 딱딱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에 관심이 있다고 하였으니 어쩌면 과감한 스타일을 선호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간단한 대화로 그의 선호도를 많이 알고 싶었지만 반승제는 한마디만 할 뿐이었다.“당신이 좋을 때로.”성혜인이 제일 난감한 고객이 바로 이런 유형이다. 마치 학창 시절에 내준 과제와 같이 자신의 상상을 바탕으로 하는 문장 짓기 같은 거 말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선택지가 많다는 뜻이고 선택지가 많을수록 고민은 깊어지기 때문이다.그에 반해 명제는 범위를 좁혀준다. 비록 발휘할 수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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