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됐든 이모에게 먼저 사과하렴. 밤에 혜원이를 한참 찾았단다.”그의 말이 성혜인의 심장을 사정없이 후벼파는 것 같았다. “혜인아. 너도 혜원이 상태가 어떤지 알다시피, 의사가 조심하지 않으면 10년밖에 못 산다고 하지 않았니. 널 돕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성휘는 소윤을 진정시키면서 성혜인의 어깨로 손을 뻗었다.하지만 성혜인은 그의 손길을 피했다.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듯했다.당황한 성휘의 얼굴에 속상함이 묻어났다.“이번엔 이모가 너무 감정적이었다. 얼굴이 부었는데, 약 가져다주마.”성혜인은 병 주고 약 주는 이 상황에 질려버렸다.“됐어요.”성혜인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얼굴을 만지던 손을 내려놓았다.“가볼게요. 혜원이 일어나면 잘 챙겨주세요.”몸을 돌리는 순간, 소윤의 냉소가 고막을 찔렀다.“혜원이가 응급실에서 나오기도 전에 가버린다니, 드디어 본성을 드러내는구나. 혜원이가 못 나왔으면 좋겠지? 그래야 성씨 집안의 여식은 너 하나뿐일 테니까. 아니야?”“소윤!”도가 지나친 발언에 성휘가 결국 언성을 높였다.“화가 나서 그런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반면, 위로 휘어 올라간 성혜인의 입꼬리에서 조소가 느껴졌다.“제가 혜원이의 쾌유를 빌어도 성씨 집안에서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겠죠. 이번 일은 제가 참겠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에요.”말을 마친 성혜인은 조금의 망설임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소윤은 떨리는 손으로 성혜인이 서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저 애 태도 좀 보세요. 제 아비는 눈에 뵈지도 않네!”성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반 씨 집안에서 우리에게 2차 파이낸싱 진행하고 싶다는 소식을 들었어. 이게 다 혜인이 덕이야. 확실히 막무가내일 때가 있기는 해도, 어른이라는 사람이 뺨을 때렸으면 안 되지.”하지만 더 세게 때리지 못한 것이 아쉬운 소윤은 입을 삐죽였다.성혜인은 정신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얼굴보다는 마음이 욱신거렸다
Terakhir Diperbarui : 2023-07-22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