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9화 기회주의자

긴장한 듯한 윤희선의 손가락이 파르르 흔들렸다. 조금 전, 서수연이 화장실에서 괴로워하는 윤희선을 직원실로 데려가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서수연은 신이한을 봤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의 이름을 언급했다. 마침 정운테크의 지형오도 봤다는 말 역시 나오면서 성혜인을 언급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어깨를 부딪친 이야기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윤희선은 성혜인이 죽을 만큼 싫었다. 때마침, 그녀의 눈에 서수연이 팔에 차고 있는 팔찌가 들어오더니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그녀는 급히 팔찌를 숨겼다. 서수연이 자신의 팔찌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윤희선은 능청맞게 말을 던졌다.

“방금 누군가와 부딪칠 때 훔쳐 간 거 아니니?”

그렇게 성혜인이 떠오른 서수연이 곧바로 성혜인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이 순간, 서수연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성혜인이 더 미워졌다. 성혜인이 훔친 게 아니라면 여기서 얼굴 붉힐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으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때마침 윤희선이 소리치자, 그런 서수연도 다급히 말을 덧붙였다.

“맞아요. 안 돼요! 저 여자가 훔치는 걸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 그리고 CCTV 사각지대라 찍혔을 리도 없어요! 일부러 시간 끌고 있는 거라니까요!”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건 경호원이었다. 경호원은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했다.

총장은 반승제에게 말을 걸었다.

“대표님. 대표님 생각은…”

반승제의 시선이 순간 냉랭해졌다. 총장이라는 사람이 저렇게 강단이 없어서야, 원.

“심 비서가 가봐요.”

차분한 목소리와는 달리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총장은 차마 시간을 더 끌 수 없었다. 그는 경비원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모셔다드려라.”

성혜인은 줏대 없는 총장의 태도가 웃겼다. 하지만 자신의 모교인 제원대학을 비웃을 수는 없었다.

총장은 다른 사람을 제치고 그 자리에 앉게 된 것이지만, 그래도 기회주의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총장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