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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우연

성혜인은 바닥으로 시선을 떨궜다. 불필요한 언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

반승제와의 계약 기간 동안 반씨 집안에서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내며 종종 반태승에게 얼굴을 비추는 정도만 하고 싶었다. 반씨 가문의 다른 가족들과의 충돌은 최대한 피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반승제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백연서는 성혜인과 논쟁을 할 때마다 갈수록 더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백연서가 이것저것 따지더라도 성혜인은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백연서는 2층으로 향했다. 곧이어 안방에 있는 침대를 발견하고는 눈살을 구겼다.

“승제가 들어오면 이 방은 승제가 사용하고 너는 게스트룸에 묵어야겠다. 승제랑 잘해볼 생각 마라. 회장님 병세가 호전되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 명심해.”

온갖 트집을 다 잡고 나서야 백연서는 옆에서 말없이 서 있던 그녀가 눈에 밟혔는지 눈썹을 들썩였다.

“듣고 있는 거니?”

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어머님. 또 주의할 게 있을까요?”

백연서는 또다시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얘랑 대화를 했다하면 말문이 막히네.’

짜증을 풀 곳이 없자 트집을 잡으려던 마음도 사라져 버렸다. 백연서는 유경아에게 당부할 점을 읊었다. 특히 음식 측면에서 각별히 주의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유경아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백연서가 떠나고, 유경아는 그제야 지친 얼굴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사모님. 겨울이를 정말 보내시게요?”

“아주머니. 별장 뒤편에 큰 집 하나 비어 있지 않았나요? 승제 씨 오면 일단 겨울이를 그 안에 두는 게 좋겠어요. 겨울이는 너무 활발해서 친구에게 맡기면 피해만 주게 될 거예요.”

겨울이를 좋아하던 유경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랫동안 겨울이를 돌보면서 정이 많이 들었었다.

“좋아요. 우선 겨울이 장난감을 그 방에 갖다 둬야겠어요.”

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연서의 잔소리에 이미 기분이 언짢아진 상태였다. 게다가 반승제와 한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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