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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가당키나 한 소리

성혜인은 자리에 우뚝 서 무표정으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성휘의 마음이 저쪽으로 기운 게 아니라고 끝없이 자신을 설득하려 했다. 그녀의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줄곧 성휘는 성혜인에게 충분히 잘해줬으니까. 하지만 결국 소윤의 자녀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성혜인은 지금도 머리를 짜내며 계약금 합의를 보고 있는데, 성휘는 성한에게 몇십억짜리 별장을 호탕하게 사주겠다니. 성혜인은 이 상황이 웃겼다.

성휘와 소윤은 금방 성혜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소윤의 미간이 순간 좁아졌다.

“네가 왜 여기에 있니?”

성혜인 역시 마찬가지로 양복을 입은 중개인과 함께라는 것을 알아차린 성휘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난감해졌다.

“혜인아. 집 사려고?”

성혜인의 마음속은 이미 ‘실망’이라는 단어로 지배되었다. 성혜인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네. 살던 집에 도둑이 들어서 보안이 좀 더 철저한 집으로 옮기려고요.”

성휘는 입술을 망설이듯 우물거렸다. 몇 년 동안 홀로 밖에 나가 살고 있는 성혜인을 생각하니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그럼...”

말을 채 다 꺼내기도 전에 소윤이 성휘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네 아빠 앞이라고 불쌍한 척하지 마. 회장님이 네게 몇백억짜리 신혼집을 선물했다는 소문 들었다. 정 지낼 곳이 없으면 그 집에 가면 되는 거 아니니? 하물며 반승제와 사이도 가까워질 수 있고 말이야. 너희는 부부잖니. 남편한테 잘하렴. 네 아빠도 훨씬 잘 지낼 테니까.”

“이모.”

소윤을 바라보는 성혜인은 눈가에 힘이 들어갔다.

“제가 진짜 불쌍한 척을 하든 말든 이모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다른 남자의 아들에게는 몇십억이나 되는 별장도 사주는데, 친딸 집 장만해 주는 게 배 아플 일인가요? 게다가 아빠는 저한테 사준다는 말도 아직 안 했는데 뭐가 그렇게 급해요?”

성혜인의 말에 소윤은 귀가 벌겋게 날아올랐다.

성휘는 중간에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한편으로 성혜인이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개인들도 앞에 있는 상황인데다 그래도 소윤이 어른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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