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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흡연하는 반승제

방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관자놀이를 누르던 반승제의 손이 굳어버리고 고개를 들어 성혜인을 쳐다보았다.

말 한 성혜인도 두 남녀가 한 방에서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게 이상한 것 같아 멋쩍게 웃었다.

“그냥 해본 말이에요.”

반승제는 성혜인을 보며 그녀가 밖에서 다른 남자한테 이렇게 적극적인 것을 과연 집의 그분은 알까 생각했다.

시선을 피한 반승제의 말투는 더욱 딱딱해졌다.

“나가.”

성혜인은 그저 반승제가 이성과의 접촉을 싫어하거나 혹은 윤씨 가문의 그분 때문에 다른 이성과 접촉하지 않는 줄 알았다.

“다른 뜻은 없었어요, 반 대표님. 그럼 쉬세요.”

그녀는 진짜 아무런 뜻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취한 고객을 도와주어 호감을 사고 싶었을 뿐이다.

반승제는 아직도 설계 초고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지 않았다.

성혜인은 자기 작품에 항상 자신이 있었지만 이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고객은 성혜인의 자신감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방으로 돌아온 성혜인은 옷을 갈아입고 물감이 묻은 셔츠를 대야에 넣어 몇 번 문지르고 또 물로 두어 번 헹궜다. 얼룩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창가에 걸어놓고 말리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아까 넘어진 곳에 와서 붓과 팔레트를 한 번 씻고 다시 물감을 묻혔다.

그리고 다시 벽 앞에 와서 남은 부분을 그렸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빨리 그려야지, 아니면 이튿날 아침에는 감을 잃어서 원하는 대로 그려내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성혜인은 계속해서 열심히 그려나갔다. 오른쪽에 있는 가로등이 나방 몇 마리를 불러온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이 고요했다.

새벽 3시쯤, 피곤한 성혜인은 눈을 비비다가 몸을 일으켜 찬물 세수를 하려고 했다.

세면대 옆에 있는 아치형 문을 지날 때, 저 멀리 정원 안의 복도에서 수려한 몸매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는 기둥에 기댄 채 잠이 오지 않는지 손에는 담배를 들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나른함이 가득했지만 사람들이 두려워하게 만드는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다.

성혜인은 반승제가 담배를 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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