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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비너스 보조개

그날 밤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가 기억하기로는 성혜인 등 뒤에 있던 움푹 들어간 두 보조개를 떠올렸다. 엉덩이와 허리를 이어주는 부분에 있는 보조개는 비너스 보조개라고도 불리는데 인체의 섹시한 눈이기도 했다.

지금 성혜인은 반승제를 등지고 있었다. 등과 허리의 곡선을 보니 그날 밤 그녀의 허리를 잡고 끝까지 괴롭혔던 것이 떠올랐다.

반승제의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마른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분위기가 오묘해지기 시작했다. 성혜인은 그림을 그리며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성혜인은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들었다. 어느새 그녀의 뒤에서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순간 얼어붙은 그녀 옆으로 반승제가 스윽 지나가 다른 붓을 집어 들었다.

반승제의 가슴과 성혜인의 등이 가볍게 닿았다가 바로 떨어졌다. .

하지만 그 온기가 옷깃을 넘어 피부까지 전해졌다.

성혜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반승제는 붓을 들고 팔레트에서 물감을 묻히더니 벽에 몇 번 터치했다.

반승제는 그림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성혜인의 생각과 똑같았다. 성혜인도 그렇게 그려 넣으려고 생각했었으니까.

머릿속의 잡생각을 날려버린 성혜인이 이성을 붙잡고 그림을 그려나갔다.

반승제는 그저 조금 그려보고 싶은 것이었는지 그만 붓을 내려놓았다.

“반 대표님, 늦었는데 쉬지 않으세요?”

“머리 아파서.”

성혜인은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홀로 복잡한 심정을 가라앉히며 열심히 그림을 그려나갔다.

한 시간 후, 성혜인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반승제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녀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길게 숨을 내쉰 성혜인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반승제가 없으니 더 집중해서 그릴 수 있었다.

7시가 되어서야 그림을 완성한 성혜인은 걷는 게 걷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피곤했다.

물감과 도구들을 간단히 정리해서 구석에 놓으면 이따가 사람이 와서 처리할 것이다. 성혜인은 간단히 정리한 후 겨우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재빨리 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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