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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대표님, 사실...

반승제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들어와.”

성혜인은 혹시라도 반승제가 말을 바꿀까 봐 후다닥 그의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반 안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었는데 열려 있는 노트북과 서류 더미가 한눈에 들어왔다.

성혜인은 문득 반승제가 BH그룹 후계자로 선택받은 이유가 어쩌면 재능이 아닌 노력 덕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커다란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나지는 않는다.

성혜인은 일부러 테이블 근처로 가지 않고 의자를 찾아 앉았다. 반승제는 테이블 앞으로 가서 펜과 서류를 들더니 결재를 시작했다. 일에 집중한 반승제의 모습은 아주 차가웠고 함부로 가까이하지 못할 기운을 갖고 있었다. 그의 등 뒤로 창밖의 가로등이 비췄고 바닥에 희미한 그림자를 남겼다. 그의 머리카락은 웜톤 불빛에 의해 금빛으로 물들었다.

손이 근질근질했던 성혜인은 펜과 종이를 찾아와서 반승제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데 어우러진 그의 선, 빛, 기운, 그림자는 통증을 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게 바로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인가 싶기도 했다.

성혜인이 관찰을 넘어 감상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노크하고 반승제가 짧게 답했다.

“들어와요.”

심인우는 포장된 음식을 잔뜩 들고 들어왔다. 그는 성혜인도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일단 저녁부터 드세요.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회의를 하고, 9시 반부터 또 해외 회의를 해야 하잖아요.”

반승제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수저 세트를 하나 더 챙겨줘요.”

심인우는 반찬을 내려놓다 말고 전화를 걸어 수저 세트를 갖고 오라고 지시하고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배가 너무 고팠던 성혜인은 반승제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음식 앞으로 왔다. 그녀는 냄새만 맡아도 벌써 군침이 돌았고 배에서 우렁찬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고 반승제는 그저 피식 웃기만 했다. 비록 반승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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