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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여보라고 부르라고 강요하다

성혜인은 하진희의 성질이 거슬린지 한참 되었다. 하지만 임동원과 이소애는 양보하고 보듬을 줄밖에 몰랐다.

성혜인의 단호한 대답에도 임동원은 계속 설득하려 했다.

“진희가 일부로 그랬다고 해도 사정을 설명할 수는 있잖니. 우리 집안이 죄가 커, 만약 진희가 이혼을 요구한다면 네 사촌 오빠는 아내도 못 찾게 생겼어. 회삿돈을 횡령해서 도박한다는 소문이 서천에 자자하게 났는데 어느 딸내미가 우리 집에 시집을 오겠냐. 네 사촌 오빠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진희뿐인데 우리가 어찌 해결할 능력이 없구나...”

성혜인은 무기력감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임동원 부부가 힘들게 번 돈을 전부 아들과 며느리에게 뜯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외삼촌, 제가 말해도 쓸모없다고 했잖아요. 대표님이 협상은 없다고 이미 말씀하셨어요. 그러니 수리비를 배상하든, 감옥에 가든 알아서 하세요.”

“그래도 일단 말은 꺼내보면 안 되겠냐? 혹시... 배상금을 조금 깎아줄 지도 모르잖아...”

울분이 치밀어 올랐던 성혜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말해봤는데 안 된대요. 저 운전해야 하니까 이만 끊어요.”

성혜인은 임동원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는 처음으로 임동원에게 이토록 차갑게 대했다. 예전에 서천에서 지낼 때, 두 사람은 그녀에게 아주 잘 대해줬다. 하지만 과하게 부드러운 성격 탓에 하진희에게 주도권을 뺏기게 된 것이다.

반승제는 곁에 앉아 조용히 성혜인의 통화내용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통화가 끝난 다음에야 한마디 했다.

“그 여자가 네 친척이야?”

성혜인은 어쩐지 약간 낯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네, 사촌 형수예요.”

반승제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물었다.

“네 사촌 오빠가 어디로 갔다고 했나?”

“사채를 쓰고 도망갔어요.”

“그런데 왜 이혼을 안 하지?”

반승제의 말은 이런 일을 당하고도 시집에서 사는 것을 왜 처가 쪽에서는 상관 안 하냐는 뜻이었다.

성혜인은 더 부끄러워졌다. 임동원은 아직도 아들이 돌아와 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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