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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호의를 베풀었더니 권리인 줄 아네

백연서가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잘잘못 문제가 아니라, 당신 집안 자체가 우리와 격이 맞지 않아서 그래요. 그때 성혜인이 회장님을 구하는 일이 없었더라면 승제와 엮이는 일이 있었을 것 같아요? 다들 잘 알고 있잖아요.”

말 잘하는 소윤도 백연서 앞에서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반승제의 마음 하나 사로잡지 못해 성휘와 자신에게 이런 모욕감을 주는 못난 성혜인이 미울 뿐이었다.

백연서의 시선에 성혜인이 들어왔다. 여전히 무심하게 서 있는 성혜인의 모습에 화가 더 끓었다.

“1년 후에 무조건 이혼해야 한다는 계약서다. 설령 승제가 참지 못하고 널 원한다 해도 넌 고분고분 피임약을 먹어야 해. 성씨 집안은 승제의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을뿐더러, 난 내 손자가 사리사욕에 눈먼 집안에서 태어나는 꼴 못 본다.”

도가 지나친 발언에 성혜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어머님. 그래도 어른이시니 어머님과 언쟁하고 싶지 않어요. 전 결혼 생활 3년 동안 투명 인간처럼 지냈다고 확신해요. 반승제 씨와 어떤 불화도 없었고, 어머님이 치욕스러운 말을 하셔도 웃으며 참았다고요. 하지만 오늘 아버지까지 불러서 이러는 건 도가 지나치신 거 아닌가요?”

백연서도 스스로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오늘 아침에 겨울이를 보고 나서 화가 치밀어오른 걸 보니, 강아지 때문에 트라우마가 떠오른 듯하다.

그때부터 백연서는 얼굴을 잔뜩 구긴 채 성혜인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사실, 그녀의 큰아들도 겨울이와 같은 품종의 강아지를 길렀었다. 하지만 큰아들은 이미 6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반승제는 그녀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아들을 반태승이 이런 여자와 엮어두었으니, 불만이 없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성혜인. 그렇게 못 들어주겠으면 반씨 집안에서 2차 융자 가져갈 생각도 하지 마. 호의를 베풀었더니 권리인 줄 아네. 난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인데, 왜? 내가 일부러 당신들 모욕하는 것처럼 들리나 봐?”

백연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뱉으며 자신의 가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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