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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또 약속을 어겨?

이번 응급조치는 꽤 쉽지 않았다. 결국 5시 반이 되어서야 의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아버지를 보자 성혜인은 가슴이 아렸다.

“선생님. 우리 아빠 많이 안 좋은 건가요?”

그동안 회사 일에 치여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지 못했던 성휘는 아플 때마다 진통제로 버티고는 했다.

성혜인의 기억에는 엄마가 살아있을 때부터 이러기 시작했다. 그때 엄마는 늘 어느 정도 벌었으면 충분하니 다 같이 사현에서 정원 하나 구입해 꽃 심으며 편안하게 살자고 타일렀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시집갈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주머니 사정은 여의찮아 비웃음을 당하기 일쑤였다. 자기 아내에게 못 할 짓이라 생각한 성휘는 그 제안을 거절했었다. 부자가 되어 아내와 함께 잘 살고자 하는 원대한 꿈 때문이었다.

성혜인은 예전부터 그 부분이 원망스러웠다. 엄마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것.

그렇게 회사가 흑자로 돌아설 때쯤,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반평생 고생만 했지만 호사는 누려보지도 못하고 소윤에게 자리를 내준 셈이 된 것이다.

의사가 마스크를 내렸다.

“환자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딸이에요.”

다른 의료진들에게 성휘를 병실로 옮길 수 있도록 지시한 후, 자신의 진료실을 가리켰다.

“상황이 좀 복잡하네요. 진료실로 가서 얘기합시다.”

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갔다. 그녀가 진료실에 도착해 문이 닫자, 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간암 말기입니다. 수술도 권해드리지 않는 수준이에요. 1년 정도 남았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성혜인은 머리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환청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말도 안 돼...’

“확실한 거예요?”

“검사상으로는 그렇습니다. 현재 암세포가 이미 전이된 상태예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그렇지 최근 2년 동안 분명 통증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진통제 복용하면서 최대한 빨리 입원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절대안정이 필요합니다. 트랜스아미나제 수치가 높은 편인데, 밤샘 문제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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