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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손주며느리는 성혜인, 단 하나뿐

몇몇 사람들이 반태승을 부축하며 함께 걸었다. 걷던 도중, 반태승은 결국 참지 못하고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성혜인은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머릿속이 하얘진 상태였다.

마침 울린 전화벨이 그녀의 정신을 깨웠다.

성혜인은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을 움직여 조금 풀어준 뒤에야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한참 울리던 전화벨은 통화 연결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끊어졌다.

반태승의 전화를 받지 못한 성혜인은 급히 다시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아빠가 갑자기 입원하셔서 병원에 오는 바람에 공항에 가지 못했어요.”

이유를 듣게 된 반태승은 성혜인을 위로했다.

“입원이라니, 무슨 일이니? 지금은 좀 괜찮아진 거야? 괜찮다. 오늘 저녁 약속에 오지 말고 아버지 잘 돌봐 드리렴.”

성혜인은 붉어지는 눈시울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간암 말기라는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했다.

‘외삼촌한테 말해야 하나? 아니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으시니까...’

반씨 집안에는 더더욱 알릴 수 없었다. 반태승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소식이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가는 게 싫었다. 누군가는 고의로 동정을 사려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냥 몸이 좀 편찮으셔서 그래요. 아직 주무시고 계시네요. 할아버지, 다음에 죄송한 의미로 선물 사갈게요.”

반태승은 허허 웃었다.

“할아버지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다. 나도 선물을 준비했는데, 승제 통해서 전해 주마.”

성혜인은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급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네, 감사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라고 불러주는 성혜인의 목소리에 반태승은 마음이 점점 풀렸다.

전화를 끊은 후, 반태승은 상자를 하나 꺼내 반승제에게 건넸다.

“혜인이 선물이니 반드시 전해주렴. 혜인이 아버지가 입원했다고 하네. 난 뭐라 말을 전할 수가 없으니 여유 있을 때 선물 들고 병원에 가봐. 사위면 사위다운 모습을 보여야지.”

반태승은 진심으로 성혜인의 소식에 가슴 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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