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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정체를 들키는 날

반태승은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성혜인의 손을 두드렸다.

“말하는 걸 보니, 승제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구나?”

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 어린 눈으로 웃었다.

“네, 있어요.”

반태승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그럼 됐다. 걱정 마렴. 아들이든 딸이든 난 다 좋다.”

성혜인은 반태승에게 더 큰 기대를 주면 안 될 것 같아 말을 아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그의 몸이 견딜 수 있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적절한 타이밍에 화제를 돌렸고, 1시간 동안 말벗이 되어주다 본가를 떠났다.

본가 입구를 나와 차에 오르려던 그때, 반승혜와 마주쳤다. 커다란 선글라스를 얼굴에 걸친 반승혜는 생각하지도 못한 사람의 등장에 놀란 듯했다.

“페니 씨, 여기서 뭐 해요?”

마침 성혜인이 차에 오르는 모습만 목격했을 뿐, 본가에서 나오는 건 보지 못했다. 성혜인은 바로 핑계를 댔다.

“그림을 한동안 그리지 않았기도 해서... 영감 좀 얻으려고 와봤어요.”

순진한 반승혜는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곧이어 짹짹대는 참새처럼 가십거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 참. 서수연 경찰에서 풀려난 거 알아요? 서수연 오빠가 직접 경찰서로 갔대요. 이번에 망신 제대로 당했죠, 뭐. 서주혁 그 사람도 성격이 별로 안 좋아요. 마주치게 되면 최대한 피해요. 물론 승제 오빠한테 전화하면 도와줄 거예요. 그래도 그 사람이랑 절대 엮이지 마요.”

반승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서주혁도 나쁜 사람인 것 같았다.

“알았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반승혜는 차에서 내리며 지척에 있는 본가를 가리켰다.

“전 할아버지 보러 왔어요. 그럼 가 볼게요. 다음에 또 봐요.”

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조만간 정체를 들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성혜인을 불러 반씨 가족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갖자고 할 게 분명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반씨 가족들과 얼굴을 맞대야 할 것이다.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반승혜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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