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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싫어하다 못해 증오한다

반승제의 가슴에 성혜인의 등이 붙어있었고 한 손으로는 성혜인의 허리를 감쌌다.

엘리베이터가 멈춰있으니 구조대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반승제는 성혜인을 놓아줄 수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굳어버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성혜인은 두 사람의 자세가 다소 야릇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이곳에 그들뿐이니 이렇게 붙어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심지어 더 뒤로 붙어서 반승제와 가까이에 서면 안전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반승제의 숨결이 자기 귓가에 닿자 두 사람의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지 의식하고 말았다.

그는 성혜인은 완벽히 품에 안고 있었다.

성혜인이 조금 떨어지려고 꼼지락거리자 반승제는 뇌를 거치지도 않고 말했다.

“움직이지 마,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

성혜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천천히 숨을 돌리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반승제가 이미 내부의 긴급 호출 버튼을 눌렀으니 빌딩측에서도 연락을 받았을 것이다.

엘리베이터 고장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반승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성혜인을 만나면 잘되는 일이 없었다.

성혜인은 반승제를 등지고 있어서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가 그대로 드러났다.

사람은 원래 목덜미가 예민하다. 반승제의 숨결이 그 위에 닿자 모공을 타고 신경을 건드려 온몸이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게 하려고 온갖 슬픈 생각을 다 해보았지만 그와 함께 보냈던 밤만 생생하게 떠올라버렸다.

그건 반승제도 마찬가지였다. 밀폐된 공간, 두 남녀의 심장 소리, 맞닿은 피부.

하지만 그는 이성을 지키려고 애썼다. 이건 '흔들다리 효과'라고.

흔들다리 효과는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는 심장이 더 빨리 뛰어서 이때 이성을 만나면 이성 때문에 심장이 빨리 뛴다고 착각해 호감이 생기는 반응이었다.

방금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고 그가 성혜인을 끌어당긴 순간의 떨림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반승제는 한결 편해져서 두 사람 사이 거리를 살짝 넓혔다.

성혜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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