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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반승제에게 실례가 될까 봐 몸을 돌려 재채기한 성혜인의 어깨가 바르르 떨렸다.

비에 젖어서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고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었으며 속눈썹에도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얇게 입은 옷이 다 젖어 몸에 붙는 바람에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성혜인은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눈을 비볐다. 반승제의 차가 아직도 출발하지 않자 예의상 말을 건넸다.

“반 대표님, 야근하세요?”

반승제는 확실히 야근 중이었다. 내일 큰 저택에서 연회가 있었기에 무조건 참가해야 했다. 그래서 회의를 앞당겨서 방금 끝냈다.

그는 성혜인인 주동적으로 차에 타도 되냐고 물을 줄 알았다. 이곳에선 택시를 잡기도 어렵고 그녀는 가방과 핸드폰도 못 챙긴 상태니까.

반승제의 차가 2분간 그녀 앞에 서 있었다. 뒤의 차들이 조급해서 클락션을 울릴 때도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성혜인도 그저 웃으며 고객을 대하듯 그를 보았다.

반승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자기도 몰랐다.

“집이 어딘데.”

딱딱한 말투와 표정에서 냉랭함이 느껴졌다.

성혜인은 성씨 저택에 가서 서류를 챙겨야 한다. 만약 반승제가 그녀를 태워서 성씨 저택에 도착한다면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게다가 성혜인은 이미 몸이 다 젖어서 차에 탄다면 차를 더럽힐 것이었다.

“가까운 곳에 있어요.”

반승제의 심경이 복잡해졌다. 처음으로 여자한테 데려다주겠다는 말을 꺼낸 것인데 그마저도 거절당했다.

진짜 온시환의 말대로 밀당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반승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차 문을 열었다. 성혜인은 반승제가 차에 타라는 뜻인 줄 알고 덜컥 겁이 났다.

거절할 핑곗거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차 문에서 은색의 손잡이가 튀어나왔다.

“우산이다. 쓰고 가.”

성혜인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은색 손잡이를 건네받았다.

“감사합니다, 반 대표님. 나중에 꼭 돌려드리겠습니다.”

반승제는 그제야 성혜인이 지금까지 그를 '반 대표님'이라고 불러왔다는 것이 떠올랐다.

예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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