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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만약 반승제를 좋아하게 된다면

성혜인은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설계도가 마음에 드시면 바로 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되는데 다른 분한테 보여주지 않아도 되나요? 임 사장님 말로는 좋아하는 분을 위해 준비하는 집이라면서요. 그 분한테도 물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반승제는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됐어.”

성혜인은 급기야 반승제가 윤단미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가짜는 아닌지 의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난 첫날 밤 윤단미의 이름을 부른 걸 봐서는 틀림없을 것이다. 지금은 잠깐 다투거나 했을 수도 있었다.

성혜인은 아내로서의 자각은커녕, 반승제의 감정사를 흥미진진하게 추측하기나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필요할 때 다시 연락드릴게요.”

성혜인이 전화를 끊고 다시 휴식하려 했을 때, 유경아가 와서 노크했다.

“사모님, 회장님께서 방금 전화 왔는데 내일 저녁 6시 비행기로 도착하신답니다. 그리고 사모님한테 대표님과 함께 공항에 나오라고 하셨습니다.”

‘대표님과 함께...?’

성혜인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았고 가지 않을 핑곗거리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반태승은 그녀를 가장 아껴줬던 사람이고 최근 몇 년 동안에도 친할아버지처럼 지극정성으로 돌봐줬다.

성혜인은 심호흡하며 말했다.

“알겠어요.”

반태승은 아무래도 점심에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연락한 듯했다. 휴대전화에 신호가 없어서 집으로 전화한 모양인데 지금쯤이면 아마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반승제와는 어차피 만나야 할 사이이니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그나마 준비할 시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

이튿날 아침, 성혜인은 세수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평소와 달리 유난히 조용한 거실에 머리를 드니 소파에 앉아있는 백연서가 보였다.

백연서는 온 지 한참 되었는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제 금방 서천에서 돌아와 피곤했던 성혜인은 오래간만에 늦잠을 잤는데 이렇게 딱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성혜인을 발견한 백연서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승제는 회의 세 개를 하고도 남을 시간에 넌 이제야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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