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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하늘이 하사한 몸매

반승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마구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어제는 성혜인의 강아지 때문에 안 들어도 되는 욕을 먹었고,

오늘은 저녁에 서촌까지 와서 옷에 물감을 뿌리고.

반승제는 자신이 전생에 성혜인에게 큰 죄를 지었나 싶을 정도였다.

성혜인은 또렷한 남자의 얼굴에 그제야 이게 환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성혜인도 그녀가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실수를 무마해 보려 했다.

“반 대표님, 여벌옷이 있으세요? 이건 제가 세탁해 드릴게요.”

반승제는 그녀의 손에 있는 팔레트를 보고 돌아서서 몇 걸음 걸어 나갔다.

성혜인은 그 자리에 서서 머리를 싸쥐었다. 왜 매번 이런 일이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인지.

반승제는 성혜인이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고 얘기했다.

“세탁해 준다며? 네가 물감을 뿌렸으니 네가 책임져야지.”

성혜인은 총총걸음으로 뒤따라갔다.

“제가 꼭 책임지겠습니다.”

“1600만.”

그는 덤덤한 어투로 성혜인을 바라보았다.

성혜인은 무슨 뜻인지 몰라서 황당해하고 있다가 그제야 1600만이 셔츠의 가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비싼 옷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검은색 물감 때문에 씻겨질지도 미지수였다.

살짝 긴장된 성혜인은 쭈뼛거리며 얘기했다.

“닦을 때 살살 문지를게요...”

반승제는 성혜인이 풀이 죽은 모습을 보고 갑자기 그녀가 도박장에서 이승주를 크게 골탕 먹인 일이 떠올랐다. 완전히 다른 두 모습을 떠올리며 반승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본인의 방으로 돌아온 반승제를 본 심인우는 다가가려고 하다가 그 뒤에 성혜인이 뒤따르는 것을 보고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반승제는 방에 들어와 셔츠의 단추를 모두 풀고 그대로 성혜인에게 던져버렸다.

성혜인이 그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셔츠가 성혜인의 머리를 덮었다.

성혜인은 얼굴이 달아올라 옷을 챙겼다. 그리고 시선으로 방안을 둘러보다가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반승제가 셔츠 하나만 입었었는데 지금 벗어서 성혜인에게 던져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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