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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치료해 줄게요

성혜인은 자신이 들고 있는 잔이 반승제의 것이라는 걸 모르는 눈치였다.

잠시 후, 부총장이 급히 나와 총장 대신 내빈들을 접대하기 시작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부총장은 특별히 반승제 앞에 찾아와 고개를 숙였다.

“못 볼 꼴을 보였습니다. 학교 측에서 투자자분들 한 분 한 분께 인사드리고,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반승제의 미간이 깊게 팼다. 총장보다 훨씬 나은 태도였다.

부총장의 시선이 성혜인에게로 옮겨졌다. 목소리에서도 반가움이 느껴졌다.

“페니. 오랜만이야.”

성혜인이 디자이너로 전향할 때, 부총장이 큰 역할을 해주었다. 부총장이 아니었다면 총장과 학과장의 압박에 견디지 못해 졸업장도 손에 쥐지 못했을 것이다.

“교수님. 잘 지내셨죠?”

부총장은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페니라는 디자이너명도 내가 지어준 거였잖니. 반승제 대표님의 담당 디자이너가 ‘페니’라는 소리에 잘못 들은 줄 알았지 뭐니. 오늘 여기서 보니... 잘 지내는 것 같아 보기 좋구나.”

몇 년 전, 부총장이 성혜인을 돕기는 했지만 힘이 부족해 학위를 지켜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윤희선은 미술 아카데미의 학과장으로 발이 아주 넓은 사람이다. 성혜인이 계속 미술의 길을 걸었다면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당시에 부총장은 성혜인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었다. 계속 이 길을 가게 되면 분명 가로막히게 될 테니까.

성혜인은 단 한 마디로 대답했다.

‘깨뜨려야 세울 수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가로막힌다면 깨부수고 가면 된다.

부총장은 지금의 성혜인을 보고 감정이 일렁였다. 역시 가장 좋게 보았던 학생다웠다.

하지만 여기서 한담을 나누고 있을 시간이 없던 부총장은 전시회를 보고 있는 손님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떠나고, 반승혜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꼬집었다. 이 모든 게 꿈은 아닐까 의심이 됐다.

자기와 알고 지내던 페니가 학교에 오자마자 총장과 학과장을 바꿔버린다?

서수연처럼 콧대 높은 여자를 경찰서에 보내버린다?

꼬집은 볼에서 얼얼함이 느껴졌다. 꿈이 아니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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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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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jstk
62화 보는데 이혼은 언제함? 이혼후에 달라지는거면 언제 얘기가 시작되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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