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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제가 책임지고 해결할게요

이승주는 잠깐 멈칫하다가 뒤늦게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차린 듯했다.

‘감히 부승제의 이름으로 나를 밀어내다니... 담도 크군.’

당사자가 직접 아니라고 말했으니, 이승주는 조만간 다시 만나면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골프장에서 나온 성혜인은 아직도 이승주의 역겨운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그녀는 일단 이곳을 빠져나간 후 방법을 생각해 볼 작정이었다.

성혜인의 초라한 차는 주차장의 고급 차량과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

차에 올라탄 성혜인은 조심스럽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오던 차의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쳐 버렸다.

성혜인의 차는 앞으로 3m나 밀려났고 바로 앞에 세워져 있던 벤틀리와 연이어 부딪치게되었다.

차에서 내려온 성혜인은 한 중년 여자와 마주쳤다. 깔끔한 메이크업을 한 중년 여자는 성혜인의 차를 보고 약간 무시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성혜인을 돈 많은 남자를 쫓으러온 여자로 여기는 듯했다.

중년 여자의 표정을 읽은 성혜인은 머리를 돌려 벤틀리를 바라봤다. 번호판이 무려 같은숫자인 자동차를 중년 여자는 봤는지 모르겠다.

“그쪽 차는 내 보험회사에서 배상해 줄 테니까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여자는 손을 휘적이며 대놓고 귀찮은 티를 냈다.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앞에 있는 차는...”

성혜인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여자가 먼저 가로챘다.

“내가 시간 낭비하기 싫다고 했잖아. 앞 차도 내가 알아서 배상할 테니까 빨리 나가. 나도 주차해야 돼!”

앞 차는 아무래도 2000만 원 정도 배상해야 할 것 같았지만 중년 여자가 알아 한다고 했으니, 성혜인은 개의치 않고 떠나갔다.

중년 여자는 이제야 앞 차가 최고급 벤틀리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차주를 찾을 생각이 없는 듯 재빨리 주차하고 골프장 안으로 들어갔다.

...

반승제는 이문호 부자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심인우는 차를 준비하기 위해 먼저 앞으로 달려갔다가 처참한 현장을 바라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주차장 경비를 불러서 상황을 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얼른 CCTV를 확인해 봐요.”

자칫 귀빈의 노여움을 살까 봐 경비원은 후다닥 CCTV를 확인하러 갔다.

이문호가 반승제에게 말했다.

“대표님, 제가 따로 차를 부를까요?”

“CCTV 영상은 경찰에 맡겨요.”

반승제의 말투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래서 더 위압감이 있었다.

이는 끝까지 책임을 따지겠다는 뜻이었다.

이문호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제가 책임지고 해결할게요.”

반승제는 말없이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그가 종래로 다른 사람의 차에 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심인우는 평소대로 운전해서 멀어져갔다.

“여기서 호텔까지 멀지 않으니까, 제가 일단 호텔로 모셔다드릴게요. 보험 회사는 그 뒤에 불러도 될 거예요.”

“그래요.”

외국에서 3년이나 지낸 반승제는 부동산이 많기는 했지만 정작 살만한 집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네이처 빌리지에 있는 펜션도 아직 준비되지 않아서 당분간 BH그룹 산하의 스카이 호텔에 묵어야 했다.

골프장에서 나와 빨간불을 기다리고 있을 때 심인우는 문뜩 임경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임경헌 씨가 저한테 설계도 몇 장과 연락처를 보내왔습니다. 대표님에게 추천하고 싶은 실내 디자이너라고 하던데 직접 보시겠습니까?”

반승제는 귀국해서부터 지금까지 디자이너를 찾고 있었는데 아직도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임경헌의 안목으로 제대로 된 추천이나 했겠어?’

반승제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설계도는?”

“대표님 좌측의 서류 가방에 있습니다.”

반승제는 머리를 끄덕이기만 했을 뿐 바로 확인하지 않고 눈을 감했다.

집으로 돌아온 성혜인은 샤워하고 나서 다시 약을 발랐다.

이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저녁 8시가 다 됐는데 누구지?’

성혜인은 외투를 대충 걸치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경찰 두 명이 눈에 들어왔다.

“성혜인 씨, 저희가 뺑소니로 신고받았으니 함께 서로 가주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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