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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 여자는 제 부인이 아니에요.

이승주는 성혜인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밖에는 그의 경호원으로 쫙 깔려 있었다.

반승제가 우월한 몸매가 숨김없이 드러나는 운동복을 입은 채로 우아한 자태로 걸어오고있었다. 그는 멀지 않은 곳의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승주는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성혜인에게 말했다.

“남편이 왔는데 인사는 해야 하지 않나요?”

성혜인은 숨을 잠깐 고르더니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반승제가 휴게실 문을 빼꼼 열었을 때 여자의 손길을 느끼고 동작을 멈췄다. 여자는 그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휴게실 안으로 밀어버렸다.

반승제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가.”

성혜인은 빠르게 휴게실 문을 잠그고 간절한 표정으로 반승제를 바라봤다.

“정말 죄송해요. 저 여기 잠깐만 있다가 가면 안 될까요?”

반승제는 말없이 성혜인의 무릎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따라 성혜인도 자신의 무릎을 바라봤다. 샤워하면서 따듯한 물이 닿아서인지 무릎의 상처는 더욱 선명해졌다. 마치 ‘잘못된 자세’로 이렇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건 차에 부딛혀서 이렇게 된 거예요.”

성혜인은 발그레한 얼굴로 약간 어색하게 설명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왜 설명하고 있는 거야!’

“여긴 뭘 하러 왔어?”

반승제는 눈을 깔아 그녀는 바라봤다.

“일하러요.”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반승제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복잡한 표정으로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녀를 쫓아낼 생각은 없는 듯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성혜인은 눈을 피했다. 반투명한 욕실 문 뒤에서 반승제의 그림자가 은은하게 보였다.

반승제의 몸에는 군살이 하나도 없었다. 샤워기에서 떨어진 물은 단단한 가슴팍을 따라 은밀한 곳으로 흘러내렸다.

성혜인은 그의 온도와 힘이 또다시 생각날 것만 같아서 눈을 꼭 감고 몸을 돌렸다.

이승주에게 보여줄 건 다 보여줬으니, 성혜인은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반승제와 하룻밤을 보낸 것만으로 해도 이미 충분히 어색했는데 그녀는 이혼을 앞두고 다른 에피소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반승제가 새로 준비된 정장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성혜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누군가가 노크했고 문을 열어보니 골프장 직원과 아이스 커피가 보였다.

“대표님, 커피가 왔습니다.”

반승제는 말없이 직원이 커피잔을 내려놓는 모습을 바라봤다.

이때 그는 방 안에 붙어 있던 메모를 발견했다.

‘아까는 고마웠어요.’

메모에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성혜인이 남긴 게 분명했다.

반승제는 또다시 이용당하고 버림을 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두 번 다 같은 여자에게 말이다.

정돈을 끝낸 반승제는 HD에서 준비한 VIP 구역으로 왔다.

반승제가 성혜인을 데려오지 않을 걸 보고 이승주는 약간 의아했다.

이문호가 일어서서 반승제와 악수하며 말했다.

“대표님의 뛰어난 실력 덕분에 저는 오늘 공짜 수업을 한 것만 같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반승제는 그와 짧게 악수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문호는 자신의 아들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이놈이 바로 제 아들 이승주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 한 발짝 걸어간 이승주는 상대의 아우라에 기죽어 손을 내밀었다.

“부인께서는 왜 같이 오지 않았어요?”

“부인?”

반승제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방금 같이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셨잖아요.”

이승주는 겉으로는 굽신거리고 있었지만, 이 참에 자신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작정이었다.

“제가 페니 씨를 개인적으로 엄청 존경했는데 대표님의 부인일 줄은 몰랐네요...”

이승주가 말하고 있는 ‘부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린 반승제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의주변에는 얼음이 한층 깔린 것만 같았다.

반승제는 이게 바로 성혜인의 목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그 여자는 제 부인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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