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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제 남편이에요

작가: 민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성혜인은 반승제의 차가운 표정에 몸이 흠칫 떨리는 것만 같았다.

그의 일행은 빠르게 성혜인을 스쳐 지나갔다. 가장 선두에 있는 사람은 반승제와 얘기하느라 주변을 신경 쓸 겨를도 없어 보였다. 뒤에 있는 사람은 전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이는 성혜인이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낯선 세상이었다.

성혜인은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골프채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평범한 생김새의 이승주는 명품 운동복을 입고 가볍게 공을 치고 있었다. 성혜인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골프채를 캐디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드디어 만났네요, 페니 씨. 일 한 번 같이 하기 너무 힘든 거 아니에요?”

성혜인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

“아닙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직원일 뿐인데요.”

이때 골프장 직원들이 주변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거물이 방문하려는 모양이었다.

성혜인의 시선을 느낀 이승주는 허풍을 치기 시작했다.

“BH그룹이라고 알아요? 제 아버지가 오늘 BH그룹 대표랑 4조짜리 경기를 준비했어요.”

성혜인의 경험으로 허풍 치기를 좋아하는 고객을 상대로는 무조건적인 칭찬이 가장 옳았다.

“도련님께서 금방 산 땅만 해도 600억은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4조쯤은 HD은행에게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요?”

이승주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하지만 반승제가 금방 귀국하고 나서 첫 합작 기회가 생겼으니 이쯤은 준비해야죠.”

“반승제 씨의 귀국이 확실히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죠.”

성혜인은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칭찬만 했다.

이때 이승주가 캐디가 건네는 물을 받아들며 몸을 일으켰고, 성혜인도 어쩔 수 없이 따라 일어났다.

“제 아버지 말로는 반승제가 이미 결혼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보기에는 전혀 결혼한 사람 같지 않던데요.”

성혜인은 골프채를 꺼내면서 말했다. 갑이 하고 싶은 얘기라면 그녀는 뭐든 맞춰줄 수 있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결혼을 했으면 와이프를 보여줘야 할 거 아니에요. 이쯤 되면 사람들이 비웃을 정도로 못생겨서 숨겨두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가네요.”

성혜인은 골프채를 휘둘러 보면서 대답했다.

“일리가 있네요.”

이승주는 성혜인의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밝게 빛나는 피부를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페니 씨 같은 미인이라면 무조건 매일 데리고 다녔을 거예요.”

“제가 어찌 감히요.”

두 사람은 몇 마디 주고받으며 골프를 치다가 이승주가 쉬고 싶다고 해서 금세 다시 골프채를 내려놓았다.

성혜인은 이참에 디자인 얘기를 꺼내고 싶었는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 먼저 이승주가 먼저 말했다.

“저희는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계속 얘기를 나눌까요?”

이런 차림으로 일 얘기를 하는 게 확실히 적합하지 않았기에 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이고 샤워하러 갔다. 그녀가 금방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개인 샤워실에 노크도 없이 들어올 사람은 없었기에 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들었다.

성혜인은 원래 골프장 직원이 잘못 들어온 줄 알았는데 이승주가 샤워 타올 한 장만 걸친 채로 안으로 들어왔다.

이승주의 몸에는 근육 하나 없었고 한눈에 봐도 먹고 싶은 것을 생각 없이 전부 먹은 몸매였다.

이상함을 눈치챈 성혜인은 경제적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곳은 여자 탈의실이에요. 잘못 들어오신 것 같은데요.”

이승주는 피식 웃으며 대놓고 그녀를 훑어봤다.

“페니 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주변 사람들이 말한 적 있나요?”

이승주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왔다.

“제가 예전에 연락했을 때는 듣는 체도 안 하더니, 요즘은 돈이 모자랐나 봐요?”

성혜인은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이러지 마세요.”

이승주는 성혜인의 차가운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는 약간 성깔 있는 여자가 더 좋았다. 그래야 플레이할 때 더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다.

“오늘 페니 씨의 선택에 따라 디자인 비용이 몇억 더 오를 수도 있어요.”

성혜인은 인상을 쓰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승주가 그녀의 허리를 잡으면서 말했다.

“제가 여기까지 혼자 왔을 것 같아요? 도망은 추천하지 않을게요.”

살이 맞닿은 말랑한 촉감에 이승주는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저는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도련님이야말로 뒷감당할 수 있겠어요?”

성혜인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녀는 체력적으로 상대를 이길 수 없을뿐더러 문밖에 사람도 있어서 신중해야만 했다.

“BH그룹과의 만남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잠깐의 충동으로 일을 망쳐도 괜찮아요?”

이승주는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 뜻은 반승제가 페니 씨를 위해 합작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네.”

성혜인의 서슴없는 대답에 이승주는 약간 멈칫했다.

“둘이 무슨 사이인데요?”

“반승제 씨가 제 남편이에요.”

이승주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때 성혜인이 이어서 말했다.

“만약 믿지 못하겠으면 반승제 씨한테 전화해서 와보라고 해요.”

이 말을 듣고 난 이승주는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만약 성혜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지금 유부녀의 탈의실에 들어온 것이었다.

반승제가 아무리 자신의 아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남자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할것이다.

확신이 서지 않았던 이승주는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놓고 떨어졌다. 그는 성혜인의 말을무시하고 모험할 만한 용기가 없었다.

남 모르게 한숨 돌린 성혜인은 자신의 물건을 챙기고 탈의실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복도 끝에서 다가오고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며 성혜인은 등골이 싸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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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082화 오빠가 날 용서해 줄까?

    앞으로 성혜인에게 또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이참에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알겠습니다, 도련님.”전화가 끊기고 설우현은 지그시 두 눈을 감았다.그 후, 10분도 채 되지 않아 상대로부터 답장이 왔다.“도련님, 저희가 류소영 씨 휴대폰을 뒤져 발견한 문자 메시지가 있는데 아마 이 문자 메시지를 보고 자극을 받아 성혜인 아가씨에게 손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는 경호원에게 막혔고 두 번째에 어쩔 수 없이 정승후에게 찾아간 것 같습니다.”“그 발신 번호... 누구야?”“해커로 추정됩니다. 아주 깊게 숨었더군요.”“아무리 깊게 숨어도 찾아내. 대체 어떤 놈이 배후에 숨어있는지 난 반드시 알아내야겠어.”“알겠습니다. 하루만 시간을 더 주시면 바로 그 해커를 눈앞에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 일만 확실히 밝혀진다면... 적어도 설씨 가문 현재의 세력이 성혜인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줄 수 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설우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대화를 마치고 설우현은 또 침대에 누워있는 설연주를 바라보았다.오랜 시간의 고열로 인해 설연주의 이마는 이미 땀범벅이 되었고 손은 여전히 설우현의 소매를 잡고 있었다.아무리 힘을 주어 떼어놓으려고 해도 쉽사리 떨어지지 않으니 결국 설우현도 그녀를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서 깬 설연주는 옆에 앉아 눈을 감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설우현을 바라보았다.잘생긴 얼굴에 다정다감하기까지 하니 설우현은 수없이 많은 전 여자친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설우현을 쓰레기라고 욕하는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연애할 때만큼은 모든 이에게 마음을 다했던 좋은 남자친구였던 모양이다.열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지만 왠지 이제 설우현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오빠.”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설우현을 부르자 언제 잠자리에 들었냐는 듯 설우현은 바로 눈을 뜨고 죽을 들여오라며 다른 사람에게 당부했다.하지만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081화 또 다른 배후는 없는 것인지

    20억?설준석과의 관계가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20억은 꽤 큰 금액이었다. 그런데 이제 설준석과의 관계마저 무너졌으니...설강민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져 갔다.“어디서 20억을 찾으라는 겁니까?”“그건 조급해할 필요 없습니다. 방법이라면 저한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설 도련님께서 과연 받아드릴 수 있으실지 모르겠네요.”어릴 적부터 도련님 대우를 받으며 자라온 설강민은 유독 자극에 약했다. 하물며 현재 설강민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돋보일 수 있는 큰 성과가 필요했다.무려 천억이란 말이다. 설준석이 가진 프로젝트와 맞먹는 금액이었다.앞으로 이 천억이 있다면 설준석 앞에서 제멋대로 굴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설강민은 이제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래요. 만나서 자세히 얘기 나눠보죠.”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설강민은 그제야 그 방법이 대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게다가 상대는 설강민이 설씨 가문의 일원이라는 신분만으로 20억을 빌려주겠다고 약속해주었다.이렇게 직관적으로 설씨 가문의 지위를 알게 된 건 설강민도 이번이 처음이었다.‘설씨 가문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어쩐지 설연주가 그렇게까지 설씨 가문에 들어오려고 고심하더라니.’그렇게 설강민은 망설임 없이 서류 위에 손도장을 찍고 그와 함께 일을 해보고 싶다던 사람에게 물었다.“원금은 언제 돌려받을 수 있습니까?”“늦어도 일주일입니다. 일주일만 지나면 몇백억을 돌려받을 수 있죠. 하지만 중간에 도련님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도련님께서 직접 세관에 전화해 설씨 가문의 신분을 봐서라도 그 물건들을 통과시켜 달라고 부탁하셔야 합니다.”그냥 전화일 뿐인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정말 이거면 돼?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이렇게 된 이상 뭐하러 아버지 앞에서 하인 노릇이나 하고 있단 말인가. 이 돈이 있다면 앞으로 충분히 혼자 잘 살아갈 수 있다.설강민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당장이라도 일주일 뒤로 타임리프라도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주일만 지나면 그의 실력을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080화 편히 지내지 못할 거야

    설연주는 차에 타자마자 설우현이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다시 조사해 봐. 이 사람 설씨 가문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갑자기 왜 혜인이를 건드렸지?”설연주는 바짝 긴장했다. 설우현의 능력이라면 몇 시간 내에 진실을 밝혀낼 게 분명했다.오늘 밤에는 더 이상 설우현의 집에 갈 수 없을 것 같았다.“오빠, 저 그냥 제 집으로 데려다주세요.”설우현은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쳐다봤지만 별말 없이 방향을 돌렸다.설연주는 차에서 내리면서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설우현은 그런 여유를 주지 않고 바로 차를 몰고 떠났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그러나 이런 기분도 잠깐 곧 그녀의 얼굴에 흥분이 떠올랐다. 드디어 정승후가 끝장났다.그녀에게 악몽을 안겨주었던 남자가 마침내 그녀 손에 의해 추락한 것이다.다음은 설강민 차례였다.설연주는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갔고 곧 전화가 걸려 왔다.“김현서가 두팔을 찾아갔어. 너도 알다시피 두팔이 여자를 다루는 방식이 별로 좋지 않잖아. 아마 김현서는 편히 지내지는 못할 거야.”설연주는 다소 놀랐다. 김현서가 정승후를 떠나 바로 두팔을 찾아갈 정도로 수완이 좋다니.그녀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 예전에 두팔 곁에 있었을 때의 일을 떠올리며 섬뜩함을 느꼈다.김현서가 두팔의 손에 들어갔으니 살아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제 김현서의 운명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두팔이 그녀를 편히 두지는 않을 테니.설연주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전에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이 떠오르자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오늘 밤 설준석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설연주는 도우미를 통해 설강민이 돌아왔는지 확인해 보았다.설강민이 돌아온다면 오늘 밤 제대로 잠들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너무 피곤해서 빨리 자고 싶었다.“아가씨, 도련님은 아직 집에 돌아온다고 연락이 없어요. 게다가 도련님께서 집을 나가신다고 하셨잖아요.”다행히 설강민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설강민이 집을 떠난 것은 스스로 내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079화 체념한 듯

    성혜인의 얼굴은 냉랭했다.“보아하니 이제 기억난 모양이군요. 저기 있는 사람들이 당신 부하들이죠? 어제 쇼핑몰에서 내 아이를 납치하려던 게 바로 그들이었어요.”정승후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는 급히 변명하려 했지만 성혜인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총구가 그의 이마를 겨누자 그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비록 그가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더라도 지금처럼 속수무책인 상황은 처음이었다. 눈앞의 여자는 그의 아지트를 하룻밤 만에 초토화시킬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가졌고 그를 죽이는 일은 모기 잡듯 쉬운 일이었다.정승후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바로 그때 누군가 성혜인의 손에서 총을 빼앗았다.반승제가 그녀의 손을 제지하며 말했다.“아이가 보고 있어. 좋은 본보기를 보여야지. 설씨 가문에서 처리할 거야.”‘설씨 가문?’정승후는 그 말에 마치 날벼락을 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설마 플로리아의 설씨 가문일까?’생각해 보니 설씨 가문 외에 누가 이처럼 호화로운 집에 살며 단 하루 만에 그를 무너뜨릴 수 있단 말인가?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맴돌았고 그는 깊은 후회를 느꼈다.곧 그는 사람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그러다 정원 쪽을 지나가던 중 쿠키를 먹고 있는 설연주를 보았다.설연주는 그를 보고 약간 눈썹을 치켜세우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정승후는 속이 서늘해지며 이 모든 것이 설연주의 계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설연주는 설씨 가문에서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그저 주변을 맴도는 인물일 뿐이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설씨 가문 사람이 입을 열었다.“정승후, 다음에 누군가를 건드리기 전에 상대의 정체부터 조사하는 게 좋겠어. 류소영이 멍청하다고 너까지 멍청해질 필요는 없잖아.”정승후는 얼굴이 붉어지며 그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달려들려는 기세를 보였다.설연주는 그에게 시선을 거둔 채 조용히 쿠키를 먹으며 그를 무시했다.“이 X년아! 설연주, 빌어먹을 년!”멀리서도 그의 욕설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곳은 방음이 잘 되어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078화 상대를 잘못 건드린 건 아닐까?

    그러나 설다연은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듯했다.성혜인은 한숨을 내쉬며 두 오빠의 일에는 끼어들지 않기로 했다.반승제가 도착하자 그녀는 반진율을 안고 차에 올랐다.차창 너머로 설다연이 여전히 밖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다연아, 같이 들어올래?”설다연은 눈을 깜빡이며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오빠가 데리러 올 거야.”성혜인은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승제에게 차를 출발하라고 했다.그러나 차가 조금 달리자마자 성혜인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이번에 설다연이 아니었으면 반진율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기도 싫었다.플로리아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누가 벌인 짓이든 반드시 설씨 가문에서 밝혀내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승제 씨, 오늘 일으킨 사람의 배후를 조사해 주세요.”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사람들을 시켜 조사에 들어갔다.한편, 한쪽 구석에서 류소영은 자신의 사람들이 성혜인을 제압하고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초조해진 그녀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하나의 여자를 상대로 실패할 리가 없었다.류소영은 급히 쇼핑몰로 향했으나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경찰들이 그녀의 부하들을 들것에 실어 나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 모두 심각한 상처를 입은 듯 끙끙 앓고 있었다.류소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성혜인만 상대하면 될 일 아닌가?’당황한 그녀는 김현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김현서는 그때 정승후와 함께 침대에 있었고 둘은 설강민에 대해 험담을 하며 묘한 분위기 속에 있었다. 김현서는 류소영의 전화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끊어버렸다.류소영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졌다.할 수 없이 그녀는 일단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한편, 성혜인은 반승제가 찾아낸 자료를 통해 그들의 대장이 정승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처음에는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077화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건 아닐까?

    설기웅은 설다연과의 대화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지금 당장 반진율을 데려와. 절대 다치게 하지 마.”“알겠어, 오빠.”전화를 받은 이는 열아홉 살의 소녀였고 전화를 끊자마자 몇몇 남자들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설다연은 망설임 없이 바로 움직였다.성혜인이 달려왔을 때 본 것은 설다연이 반진율을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아이를 안아본 적이 없는 그녀는 반진율을 마치 강아지 다루듯 손에 들고 있었다.성혜인은 바로 다가가지 않고 그 소녀를 유심히 바라봤다. 어디선가 본 얼굴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설다연?”설다연은 반진율을 성혜인에게 건네며 고개를 끄덕였다.“오빠가 아이를 데려오라고 했어.”성혜인의 시선이 그녀에게 멈췄다. 이전에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설다연은 연구소에서 길러졌기 때문에 세상 물정에 무지했고 말투도 다소 서툴렀다. 설기웅이 몇 년간 데리고 있었기에 이제 말은 능숙해졌지만 여전히 세상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그녀는 사랑스러울 정도로 귀엽게 생긴 소녀였고 눈에는 순수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성혜인은 그녀가 사람을 죽일 때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큰오빠로부터 설다연의 전투력이 보통 남자 쉰 명을 넘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처음 설다연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누군가가 그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저 없이 폭력을 행사했다. 연구소에서는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그녀는 오직 자신이 기분 좋을 때만을 기준으로 삼았다.이런 사람을 옆에 두는 건 마치 시한폭탄을 곁에 두는 것과 같았다. 설기웅이 참을성 있게 그녀를 정상인으로 길러낸 덕분에 지금은 다소 평범해 보일 뿐이었다.성혜인은 한숨을 내쉬며 반진율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설다연은 눈을 깜빡이며 성혜인을 바라보더니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들 중 한 명의 갈비뼈를 발로 으스러뜨렸다.성혜인은 그 소리에 온몸이 저릿했지만 이 남자들은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다.설다연은 다시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이제 됐어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076화 심장이 쿡 쑤셨다

    설연주는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다 연락이 왔다. 정승후가 류소영에게 몇 사람을 붙여줬다는 소식이었다.설연주의 눈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원래는 류소영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정승후까지 이 물에 뛰어들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아마 둘이 같이 자멸하게 될 터였다.“알았어. 계속 지켜봐. 어디까지 가는지 보자고.”전화를 끊고 돌아서자마자 설우현이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방금 자신이 한 말을 되짚어보며 성혜인의 이름을 언급했는지 확인했다. 언급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오빠, 걸음 소리도 없이 언제 온 거예요?”설우현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무슨 일이에요, 오빠?”“오늘하고 내일 집에 없을 거야. 형이랑 회사 시찰하러 갈 거라서.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도우미에게 말해. 약이나 다른 것들도 다 챙겨줄 거야.”순간 설연주의 심장이 쿡 쑤셨다. 마치 독이 조금씩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 고마워요.”그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고 설우현은 그녀의 환한 미소에 순간 눈이 부셨다.그는 몇 초간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지금처럼 웃으니까 훨씬 보기 좋네. 앞으로도 많이 웃어.”설연주는 말없이 속으로 생각했다.‘진실을 알게 될 때 화내지나 않으면 다행일걸요.’그때쯤이면 자신이 죽기만을 바랄 텐데 무슨 웃는 얼굴을 보고 싶겠나 싶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창밖에 피어난 꽃을 바라보았다. 매일 아무 걱정 없이 피어나는 꽃들이 문득 부러워졌다.설연주는 소파에 앉아 잠시 눈을 붙였다.하지만 요즘 악몽에 시달리는 그녀에게는 설우현이 집에 있을 때만 유독 그 악몽이 사라지고는 했다.이건 좋지 않은 일이었다. 설우현은 그녀가 의지할 사람이 아니었다.아마도 가장 절망적인 순간 그가 천사처럼 나타난 그 장면이 마음속에 남아 그에게 약간의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075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

    류소영은 운도 참 좋았다. 그날 오후 성혜인이 혼자서 쇼핑을 나왔고 마침 그녀가 보낸 몇 명이 그녀를 발견했다.하지만 성혜인의 뒤에는 조용히 두 명의 경호원이 따라붙어 있었고 그들이 다가가기도 전에 경호원들에게 가뿐히 제압당하고 말았다.류소영은 멀리서 기다리며 자신이 보낸 사람들이 성혜인을 잡아 올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성혜인이 애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 상상만으로도 짜릿할 정도로 흥분됐다.하지만 곧 류소영은 자신이 보낸 사람들이 처참한 몰골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분노에 휩싸였다.“뭐야, 여자 하나도 제압 못 해? 정말 쓸모없는 놈들이야.”그들은 억울한 표정이었다. 쇼핑몰 보안 요원들이 이렇게 강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양아치들은 그들이 성혜인을 보호하는 경호원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성혜인은 이 모든 상황을 전혀 모르고 쇼핑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그러나 류소영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성혜인을 다시 발견하기만 하면 이번에는 확실하게 잡아 올 계획을 세웠다.“이번엔 꼭 성공해야 해. 여자 하나도 못 제압하면 너희들은 내 옆에 있을 자격이 없어.”이들은 원래 정승후를 따라다니며 생활을 유지하는 양아치들이었고 여자에게 명령을 받는 것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류소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곧장 김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김현서는 요즘 설강민과 연락을 끊었지만 그가 쉽게 자신을 잊지 못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마음속 갈망이 점점 커지기 마련이었다. 하물며 지금 자신이 정승후와 함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남자라는 자존심으로라도 설강민이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류소영의 전화를 확인한 김현서는 다소 귀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언니, 요즘 어떤 여자가 언니를 험담하고 다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여자가 설연주와 한패더라고요. 심지어 설연주의 따까리라니 어이가 없죠.”김현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설연주 같은 하찮은 인간에게도 따까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074화 전부 꾸며낸 모습

    말을 마치자마자 설우현은 설연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설연주의 얼굴에는 마지막 남은 핏기마저 사라졌다. 그녀는 설우현의 얼굴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오빠... 오빠였구나. 깜짝 놀랐잖아요.”설우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가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오늘 밤의 일이 그녀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이 분명했다.설연주가 아무런 소란을 피우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니 설강민은 그녀의 친오빠였다. 친오빠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어떻게 멀쩡할 수 있겠는가.조금 전 겉으로 강한 척했던 건 전부 꾸며낸 모습이었다.설우현의 마음 한구석이 약간 부드러워지며 그는 도우미에게 수면제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약 먹고 자.”“역시 오빠는 좋은 사람이에요.”그 말에 설우현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는 그 말이 별로 칭찬처럼 들리진 않았다.화가 난 그는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방을 나갔다.설연주는 수면제를 삼켰다.원래는 이런 약을 함부로 먹지 않았다. 너무 깊이 잠들면 혹시 누가 방에 들어오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침대에 몸을 기대었지만 곧 속이 다시 울렁거리기 시작했다.이건 생리적인 반응이었다. 설강민을 어떻게든 처리하지 않으면 이 공포심은 평생 그녀의 삶을 따라다닐 게 분명했다.설연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듣고 화장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전화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대방은 그녀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다.설연주는 오늘 밤 있었던 일을 다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대신 되물었다.“김현서는 아직 정승후 옆에 있어?”“그래, 게다가 요즘 정승후는 김현서를 아주 애지중지하고 있어.”‘애지중지?’설연주는 피식 웃었다. 아마 김현서가 또 어떤 달콤한 말을 늘어놓았겠지.가끔 의아했다. 왜 이렇게 뻔하고 저급한 거짓말에 남자들이 넘어가는 걸까?하지만 곧 깨달았다. 아마 남자들도 김현서가 사람에 따라 다른 말을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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